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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과 정책 제6호_조명래_세종시 중심의 국정운영시스템 구축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3-11-04 09:56:21
  • 조회수 : 2464
 
중앙정부 부처의 60%가 세종시로 옮겨가지만 국정운영은 여전히 서울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행정 비효율성 문제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비이전부처의 추가이전과 함께, 청와대 집무실과 국회 분원을 설치하여 세종시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국정운영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세종시로의 중앙행정기관 이전은 2014년에 마무리된다. 9부2처2청 등 총 36개의 중앙행정기관이 옮겨오면, 중앙행정기관의 60%가 세종시에 입지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세종시는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다. 수도의 이전은 위헌(관습법)일지 모르지만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조성하는 것은 그렇지 않다. 처음부터 세종시는 수도권 소재 국가중추행정기관을 옮겨와 국토균형을 이끌 거점도시로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이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법’의 제정목적이면서 내용이다.

계획보다 세종시 건설의 진척이 늦어지고, 입주자들을 위한 생활 인프라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으며, 자족기능의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인프라 부족 등 하드웨어적 문제는 부차적이다. 세종시 조성과 관련하여 절대로 소홀히 해선 안 될 것은 당초 목적대로 세종시를 ‘중추거점도시’로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9부2처2청이 물리적으로 이전해 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옮겨온 중앙행정기관들을 중심으로 한 국가중추행정이 실제 작동하는 것이다.
 
 
국무총리와 경제장관들의 공식일정 중 88%와 86%가 여전히 서울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고위공무원들은 국회방문을 위해 서울에 상주하고 있다. 세종시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낮에는 차에서 시간을 보내고 밤에는 여관에서 자야하는 신세를 꼬집어 언론에서 이들을 차관(車館)이라고 부르는 지경이 되었다.

2013년 세종시 국감만 보더라도 문제의 실상이 드러난다. 국회 16개 상임위원회가 628개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국감을 진행했지만, 세종청사에서 열린 현장 국정감사는 국회 정무위의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기획재정위의 기획재정부, 국토교통위의 국토교통부, 환경노동위의 환경부, 농림축신식품해양위의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국감뿐이었다. 정무위의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국감은 국회에서 열렸고, 기재부 국감 역시 하루만 세종청사에서 열렸을 뿐 다음 날은 국회에서 진행됐다.

전체 20일간의 국정감사 일정 중 단 3일만 세종청사에서 열림에 따라 세종청사에 설치된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장은 국감기간 동안 유명무실했다 반면 국회 국정감사장은 세종청사에서 올라온 공무원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세종시의 편의시설 부족을 이유로 국회가 부처별로 국회 일정을 더 늘리자 세종청사 공무원들은 '국회 출근’을 해야만 했던 것이다. 정부부처가 세종시에 있지만 산하기관 등의 감사는 모두 국회에서 진행되었다.
 
 
1 단계 이전으로, 세종시에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6개 부처가 있지만, 이전 부처의 주요 업무는 여전히 서울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행정비효율성의 논란은 이렇게 해서 그치질 않고 있다. 세종시에 근무하고 있는 공무원 10명 중 9명은 공히 이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들이 체감하는 것은, 엄밀하게 보면, 이전에 따른 기존 업무관행 및 처리방식의 변경에 따른 과도기적인 행태적 불편일 수 있다. 그 이면에 있는 근본문제는 여전히 서울시 중심의 국정운영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행정비효율성이 아니라 국정운영의 비효율성이다. 세종시로 행정기관의 이전이 시작됐지만, 서울중심의 국정운영체제를 세종시 중심의 것으로 바꾸기 위한 논의나 시도는 여전히 부재하다. 서울 중심 국정운영이 지속되는 한 인프라 건설이 확충되고 부처이전을 완료한다고 하더라도 행정비효율이 해결되기는커녕 더욱 커질 수도 있다. 현재 드러나는 행정비효율성 문제는 세종시 건설과 부처이전의 완성까지 과도기적으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국정운영시스템의 문제라는 것이다. 근본 처방은 세종시를 중심으로 국정운영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뿐이다.
 
 
행정수도로서 세종시의 본보기는 미국의 워싱톤 DC다. 세종시가 한국의 워싱톤이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강구되어야 한다. 하나는 진정한 행정수도가 될 수 있도록 ‘중추행정기능의 보강’이고, 다른 하나는 정부기관의 ‘지리적 재배치에 따른 (수도권 중심) 국정운영시스템의 재편’이다. 전자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에 이전 대상기관으로 규정된 9부 2처 2청 1실 2위원회 외에 통일부·외교통상부·국방부·법무부·행정안전부·여성가족부 등 나머지 부처의 세종시로 이전문제이고, 후자는 청와대, 국회, 대법원 분원 설치하는 문제다.

비(比)이전부처의 세종시로 이전은, 세종시의 국가중추기능 강화(이로 인한 국토거점 기능 강화)와 함께 세종시로의 중앙부처 집적을 통해, 서울 중심 국정운영 시스템을 실질적으로 재편하는 효과를 낳는다. 이렇게 되면 세종시는 ‘행정부 도시’에서 진정한 ‘행정수도’로 거듭나게 된다. 비이전 부처의 추가이전은, 정치권에서 합의만 된다면,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법’를 개정해 추가 이전 대상 부처를 적시하면 된다. 추가 이전에 따른 용지는 예정구역(행정중심복합도시가 건설되는 구역) 밖에서 충분히 확보 가능하다.

그러나 국회이전이나 청와대 이전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국회나 청와대 이전은 관습법으로 서울을 수도로 규정한 헌재 결정과 상치될 수 있어, 이에 대한 법률 검토와 국민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수도이전의 위헌성 문제가 없더라도, 현행법으로도 불가능하다. 즉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법 제2조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는 중앙행정기관 및 그 소속기관의 이전으로 행정기능이 중심이 되는 복합도시로서 대통령, 의회, 사법부 등을 둘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관련법의 제.개정을 통해 청와대와 국회의 분소 내지 분원의 설치 정도만 가능하다.
 
 
청와대의 경우, 가칭 ‘대통령 집무실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대통령실의 소재지는 서울에 두더라도 집무실이나 분실을세종시에 설치할 수 있게 되면 세종시 중심의 국정운영이 보다 쉽게 현실화된다. 대통령 집무실이 설치되고 대통령이 일주일에 2-3일 동안 머물면서 국무회의 개최 등 국정을 직접 관장한다면 세종시는 명실상부한 국정운영의 중심지가 된다. 몇 십조 원을 쏟아 부어도 달성할 수 없는 ‘행정수도로서 세종시 위상과 기능’이 저절로 강화된다.

이렇게 보면, 중요한 것은 법 혹은 제도가 아니라 통치권자가 ‘행정수도’로 세종시를 어떻게 바라보느냐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세종시가 건설되면 일주일에 2-3일을 세종시에 머물면서 국정을 수행하겠다고 한 적이 있다. 아울러 세종시 중심의 국정운영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대통령 권한의 이양도 함께 강구되어야 한다. 가령, 책임총리제, 책임장관제 등을 도입해 부처별 업무 추진의 자율성과 완결성을 담보해주면서 총리가 행정부처를 실질적으로 관장하게 되면, 세종시를 중심으로 한 중앙행정은 실효적으로 작동하게 된다.
 
 
국회의 경우, 현재로도 상임위원회 회의는 세종시에서 개최할 수 있지만, 법적 안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국회 분원과 특정 상임위원회가가 세종시에 고정적으로 설치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뒷받침 하기 위해서는 ‘국회법’을 개정해 국회 분원의 설치 및 상임위원회의 소재지에 관한 규정을 두도록 해야 한다. 국회분원의 설치는 세종시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국정운용 시스템의 구축에 국회가 함께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여야 합의로 세종시를 국가중추거점도시로 조성하기로 했다면, 국회도 이에 동참하고 함께 해야 한다. 이러한 뜻으로 국회에서 합의가 된다면, 국회 분원의 설치는 행정기관 이전과 함께 추진되어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즉, 2014년까지 국회 분원과 상임위원회의 주 회의장이 세종시에 설치되어야 한다.

세종시에 입지할 상임위원회로는 세종시 소재 행정부처와 관련된 상임위원회에서 선정해야 할 것이다. 기획재정위원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등 약 6, 7개 정도가 된다. 이들 주요 상임 위원회의 회의가 세종시에서 열리게 되면, 행정부와 국회간의 관계는 서울여의도 국회의사당을 중심으로 하는것에서 세종시를 중심으로 하는 것으로 바뀌게 된다.

현재 정부여당은 ‘시기상조론’을 내세워 국회의 분원 및 상임위 설치를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분원의 설치시기가 빠를수록 세종시를 중추거점도시로 만들어가는 것이 그 만큼 용이하고, 또한 인프라 설치에 투여되는 건설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즉, 중앙부처의 60%가 세종시로 옮겨가고, 국회 분원 및 주요 상임위도 세종시에 설치되면, 서로의 시너지적 작용으로 세종시의 중추거점기능은 그만큼 강화된다. 또한 주요 부처, 청와대 집무실, 그리고 국회분원이 있다는 것만으로 관련 기관과 활동을 대거 유인하게 되어, 자족성 강화를 위한 정부의 고비용 투자 부담을 줄여준다.
 
 
세종시 조성은 인프라를 설치하고 정부기관을 이전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세종시 중심으로 한 국정운영 시스템이 작동할 때, 그 조성이 비로소 완료된다. 60%의 중앙행정기관이 입지한 세종시가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기능할 때 세종시의 건설이 종료된다는 뜻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행정 비효율성도 인프라 건설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아니라 세종시의 국가중추 거점기능을 강화하는 것으로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