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물PUBLICATION

이슈페이퍼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연구원의 발간물입니다.

현안과 정책 제5호_전성인_동양그룹 사태,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을 고쳐야 하는가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3-10-28 12:03:47
  • 조회수 : 2712
 
동양그룹 사태는 경영실적이 악화한 재벌기업이 금융기관을 소유하고 있을 때 무슨 문제가 일어나는지를 잘 보여준 사례다. 부실한 정보는 숨긴 채 금융시장과 투자자를 상대로 위험한 줄타기를 한 것이다. 감독당국 역시 이런 속사정을 잘 알면서도 수수방관 뒷짐을 지고 먼 산만 바라보고 있었다. 고금리라는 악마가 내민 유혹의 손길을 덥석 붙잡은 투자자들은 잠시 동안의 단 꿈을 뒤로 한 채 절벽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검찰 수사와 금감원 검사를 통해 사기나 불완전 판매의 실상을 파헤쳐서 재판의 증거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고, 금융감독체계를 개편하여 금융소비자 보호의 실효성을 높이고, 순환출자와 금융기관을 이용한 계열회사 지배의 관행을 통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금융투자자의 손실을 효과적, 선제적으로 구제하기 위해 금융소비자보호기금의 신설을 제안한다.
 
 
5만여명의 개인투자자 피해가 발생하고, 약 1조 6천억원의 피해금액이 발생한 동양사태가 표면화된지 1개월이 되었다. 그동안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법원은 일부 개인투자자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기업회생절차(소위 “법정관리”)를 허용했고, 정치권은 정무위 국감에서 한 목소리로 금융위와 금감원의 안이한 감독태도를 질타했다. 검찰과 금감원은 동양그룹 일반과 동양증권 및 동양파이낸셜대부 등에 대해 수사 또는 검사를 시작했다. 시민단체들은 한편으로는 감사원에 금융위와 금감원에 대한 국민감사를 청구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투자자의 피해구제와 제도개선을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동양그룹 사태는 그것이 금융기관을 보유한 중견 재벌그룹의 부실 문제이기 때문에 올해 초에 있었던 STX 그룹의 부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쟁점을 가지고 있다. 이하에서는 그것을 하나씩 살펴 보기로 한다.
 
 
동양그룹의 5개 계열회사((주)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동양네트웍스, 동양시멘트)가 워크아웃 절차 대신 파산법원에 통합도산법상의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법원이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기각하고, 그 대신 워크아웃 절차를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그러나 이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통합도산법에 따르면 법원은 청산가치(liquidation value)와 존속가치(going-concern value)를 비교하여 존속가치가 크면 회생절차 개시를 허용하고 반대로 청산가치가 크면 신청을 기각하게 된다. 따라서 법원이 회생절차 신청을 기각한다면 그것은 기업을 회생시키는 것보다 그대로 공중분해시키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이 설 때 뿐이다. 그런데 워크아웃은 기본적으로 회생을 전제로 한 구조조정 절차이다. 따라서 만일 법정 절차를 기각하면서 워크아웃을 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청산가치가 크다고 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존속가치가 크다는 판단을 동시에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타당하지 않다.1)

이와 연관된 주장 중에 법원이 기업회생절차를 개시하면서 기존 경영진을 모두 교체했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현재 법원은 소위 DIP(Debtor in Possession) 제도라고 하여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원칙적으로 기존 경영진이 회생절차 내에서도 계속 경영권을 행사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원칙은 기업의 부도를 보는 법원의 시각이 변화했음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경영에 실패하거나 회사 돈을 빼돌린 악덕 기업주가 부도를 일으킨다고 보았던 반면, 이제는 운이 나쁘게 재무적 건전성이 일시적으로 악화되어 부도가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다. 이 제도는 경영권 상실 우려 때문에 채무기업이 법원에 법정관리 신청을 주저하는 것을 방지하고 부실의 초기 단계에서 채무재조정이 발생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자는 취지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채무자들이 적절한 증거를 제시하며 기존 경영진의 부적절성을 입증할 경우 법원은 기존 경영진 대신에 채무자가 추천하는 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할 수도 있다. 따라서 무조건 기존 경영진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쉽게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그러나 앞으로 현 회장 일가나 그들이 선임한 경영진의 불법 행위가 드러날 경우 법원은 언제든지 기존 경영진을 교체할 수 있고, 또 그래야 마땅하다.
 
 
동양그룹 사태중 세간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부분은 누가 뭐래도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원금의 상당 부분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는 점일 것이다. 물론 개인투자자들이 중점적으로 투자한 CP나 회사채는 모두 원금보장 상품이 아니다. 따라서 그 투자손실은 원칙적으로 투자자의 몫이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가 투자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3가지이다.

하나는 판매과정이 불완전해서 개인투자자들이 투자대상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상태에서 투자결정을 했을 가능성이다. 이것이 소위 “불완전 판매”의 경우인데 만일 동양증권이 투자를 권유하는 과정에서 관련 정보를 개인들에게 정확히 전달하지 못했다면 불완전 판매가 성립할 수 있다. 이 가능성의 장점은 이미 상당한 정도 불완전 판매의 정황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법원에서 그래도 비교적 쉽게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또 손해배상 청구의 상대방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채무발행 기업들이 아니라 아직 건재한 동양증권이라는 점도 비교적 신속하게 손해배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측면이다. 그러나 단점도 있다. 정작 배상금액이 손실에 비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만일 동양증권까지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갈 경우 이 마저도 다른 채권자와 나누어야 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두 번째 가능성은 당초 동양 계열사가 회사채나 CP를 발행하면서 채무를 변제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고 있었을 경우이다. 즉 채무자가 채무를 변제할 능력이 없으면서도 채무를 발생시킴으로써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고, 채권자의 재산권을 해한 경우이다. 이것은 소위 “사기 채무”의 영역이다. 이 경우 채무자는 당초의 회사채 매입 계약이 상대방의 기망 등에 의해 이루어진 불법 계약임을 주장하고 당해 계약의 무효 등을 주장할 수 있다. 이 방법의 장점은 만일 그 주장이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지면 원금을 돌려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단점도 있다. 과연 법원이 전체 계약을 무효로 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 하는 점이다. 또 설사 법원이 이런 결정을 내리더라도 채권자는 이미 법정관리에 편입된 회사를 상대로 원금 반환을 청구해야 하기 때문에 역시 청구 금액을 전부 변제받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 가능성은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동양 CP를 구입한 경우이다. 이 경우는 전체 개인투자자의 상당한 비중을 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피해구제 방책을 찾아내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특정금전신탁이라는 상품의 특수성에 기인한다. 특정금전신탁이란 개인투자자(위탁자)가 금융기관(수탁자)를 찾아 와서 금전을 맡기면서(금전신탁) 특정한 운용대상을 지정하여(특정) 운용할 것을 부탁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따라서 이런 구조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이 계약의 체결에는 금융기관의 권유가 없다. 따라서 투자권유를 전제로 성립하는 자본시장통합법상의 설명의무나 적합성의 원칙이 적용될 여지가 거의 없다. 고객이 일방적으로 투자 대상을 정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적정성의 원칙이 그나마 적용될 여지가 크다. 그러나 이 조차도 금융기관이 (비록 형식적이나마) 고객의 투자 성향을 측정하는 검사절차를 거쳤다면 금융기관의 귀책사유를 찾기 어렵다. 더구나 특정금전신탁 가입자들은 법정관리 절차에 채권자로서 참여하기 어렵다. 왜냐 하면 그들의 돈으로 구입한 회사채나 CP의 명목상 소유자는 수탁자인 금융기관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계약관계로만 보면 개인투자자는 수탁자와의 계약만을 보유하고 있을 뿐, CP의 발행자와는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상황이 고약하다.

그렇다면 이 마지막 경우에 억울한 개인투자자가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있기는 하다. 다만 그 가능성이 바늘구멍에 가까울 뿐이다. 한 가지 방법은 신탁계약이라는 법률적 구조는 용인하되, 다만 그 의도가 기존의 집합투자기구에 대한 규제를 회피하고자 하는 불법적인 것이어서 신탁계약 자체가 불법신탁이고 따라서 무효임을 주장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신탁계약의 형식적 구조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즉 이것은 겉으로는 신탁계약의 모습을 띄고 있지만 이것은 껍데기일 뿐이고, 그 실질은 금융기관이 주요 고객들에게 여러 가지 방식으로 투자를 권유한 “사실상의 집합투자상품”이라는 것이다. 아마도 이것이 현실에 가까울 것이다. 그리고 이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이 때는 투자권유가 있었으므로 적합성의 원칙과 설명의무 등이 모두 적용될 수 있다. 문제는 법원의 태도이다. 법원이 불법신탁으로 신탁계약의 효력 그 자체를 부정하거나, 외형적으로 나타난 법률 구조를 무시하고 그 속에 나타난 실질적인 자금조달 관계에 집중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금융시장을 상대로 한 사기(fraud on the financial market)는 사기의 모든 결과가 오직 투자자에게만 귀속한다는 점에서 대출의 부실화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를 야기한다. 만일 은행이 동양 계열사에게 대출해 준 뒤 이것이 부실화되었다면 그 손해는 채무기업과 은행이 분담하게 된다. 그러나 은행은 언제나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금리를 책정하고 있으며, 또 자기자본을 많이 쌓아두고 있어서 어느 정도 완충장치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에 비해 CP 등 시장성 투자 상품이 문제가 된 경우에는 피해자가 금융기관이 아니라 투자자 특히 개인투자자일 가능성이 큰데, 이들은 투자 손해에 대해 거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바로 여기서 시장성 투자 상품의 발행 및 유통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감독이 필요한 논거가 나온다. 그것은 금융소비자 보호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이 부분이 전혀 실효적으로 확립되어 있지 않다.

우리나라의 금융감독의 현실은 크게 보아 금융산업정책의 금융감독에 대한 우위, 그리고 금융감독중 건전성 감독의 금융소비자보호에 대한 우위로 요약할 수 있다. 건전한 금융 관행보다는 “88클럽”처럼 금융산업 발전을 명분으로 한 규제완화가 더 우위에 있고, 설사 건전한 금융관행이 관건이 되는 경우에도 금융기관이 망해서는 안된다는 비뚤어진 건전성에 대한 편향이 금융감독의 또 다른 목표인 금융소비자 보호를 방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근저에는 모피아에 의한 관치금융이 있다. 한손엔 금융기관에 대한 생사여탈권을 틀어쥐고, 다른 한손에는 기촉법을 수단으로 부실기업에 대한 생사여탈권을 틀어쥔 채 세상을 멋대로 흔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금감원과는 소위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두 기관은 겉으로 또 실제로도 싸우고 있지만 퇴직 후의 일자리 확보 차원에서는 원칙적으로 공조하고 있다. 금융위 공무원은 금융기관 사장으로 가고, 금감원 직원은 감사로 가는 것이다. 이런 구조 속에 금융소비자 보호가 낄 자리는 없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금융감독체계를 전면적으로 뜯어 고쳐야 한다. 우선 금융위를 해체하여 금융위가 수행하는 기능중 금융산업정책에 관한 것은 기재부로 이관하고 그 나머지 기능은 모두 금감원으로 보내서 “민간에 의한 금융감독”을 확립하는 것이다. 그 다음 과제는 금감원을 쪼개는 것이다. 금융위의 감독 기능을 이관받은 금감원이 거대 공룡으로 군림하지 않도록 하고,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라는 자칫 상충할 수도 있는 두 개의 감독목표를 잘 추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가칭 “금융건전성감독원”과 “금융시장감독원”으로 조직을 분리해야 한다. 그리하여 모피아에 의한 관치금융을 청산하고 건전성 감독과 시장감독(금융소비자 보호 포함)이 본연의 감독목적에 충실하도록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동양 그룹 사태는 재벌이 문제가 될 때마다 단골처럼 등장하는 출자 구조의 문제를 예외 없이 드러냈다. 우선 순환출자의 문제다. 필자가 직접 하나하나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급하게 눈으로만 확인해도 몇 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발견된다. 혹자는 동양그룹에 총 17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발견된다는 주장도 한다.2) 이런 다수의 고리중 가장 중요한 고리는 두 개로 압축될 수 있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동양레저가 있다. 동양레저는 동양레저=>동양증권=>동양파이낸셜대부=>동양레저의 순환출자 고리와 동양레저=>(주)동양=>동양인터내셔널=>동양레저의 순환출자 고리의 공통된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순환출자 금지는 지난 대선 기간에 제기된 재벌 관련 경제민주화 공약 가운데서도 가장 핵심적인 내용 중 하나였다. 모든 대선 후보들이 신규 순환출자 금지를 공약했고 진보진영 후보는 기존 순환출자도 단계적으로 금지시키려고 했다. 보수적인 색채가 짙은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조차 기존 순환출자는 “자율적으로 해소”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내용을 흘릴 정도였다. 이번 동양 그룹 사태는 순환출자 금지가 얼마나 중요한 재벌 규제 공약인지를 웅변으로 보여주고 있다.

동양 그룹은 금산분리와 관련해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하나는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심사의 필요성을 잘 일깨워 주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자본이 금융기관을 지배하고 있는 경우 산업자본은 금융기관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악용하고 싶은 “악마의 유혹”을 느낀다. 특히 산업자본이 재무적 어려움을 겪거나 근원적으로 부실해질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이번에 동양 그룹이 동양증권을 창구로 부당한 방법으로 대규모 유동성을 조달하여 채무 돌려막기를 한 사례가 바로 그런 증거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발생하면 금융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고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질 뿐만 아니라 계열에 속한 금융기관도 커다란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따라서 금융소비자나 금융시장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당해 금융기관을 위해서라도 산업자본이 금융기관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사전적인 방어장치를 구축하고, 만일 사후적으로 이런 부당한 사례가 발생한 경우에는 신속하게 해당 금융기관을 기존 계열에서 떼어 낼 필요가 있다. 이를 달성하는 방법은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대주주 및 그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배지분을 매각하도록 하는 것이다.

동양 그룹은 금산분리와 관련한 또 다른 문제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금융기관에 대한 지배권을 이용해 다른 계열회사를 지배하는 데 금융기관을 동원하는 것이다. 마치 삼성이 삼성생명을 이용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것처럼. 그런데 원래 이런 행위는 불법이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제24조가 정확히 이런 행위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삼성은 이 법을 지키기 싫어서 국회의원을 구워 삶아서 자기만을 위한 예외를 만들어서 피해 나갔다. 그러나 동양 그룹에게는 그 정도의 힘은 없다. 그렇다면 동양은 어떻게 이런 행위를 할 수 있었는가.

그것은 대부업체를 중간에 끼워 넣는 것이었다. 이것은 그동안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기가 막힌” 발상이었고 금산법 제24조의 바늘구멍 같은 예외를 찾아낸 발견이었다. 이런 탈법이 가능한 이유는 대부업체가 가진 이중성 때문이다. 대부업체는 공식적인 금융기관이 아니지만 통계청의 통계 분류에 의하면 금융업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주지하듯이 금산법 제24조는 금융기관이 금융업을 영위하지 않는 회사를 지배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업체는 금융업을 영위하는 회사여서 동양증권이 자회사로 거느릴 수 있었고, 반면에 공식적인 금융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업체는 금산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동양레저나 ㈜동양 등 산업자본 계열회사를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허점은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
 
 
개인투자자는 자기 책임 하에서 투자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이런 원칙은 개인투자자가 책임있는 투자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금융지식과 투자대상 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전제하에서만 현실적인 정당성을 갖는다. 그러나 이런 전제는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심지어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에서도 그대로 성립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찌할 것인가? 물론 무조건 손실이 났다고 그것을 보전해 줄 수는 없다. 그러나 불완전 판매 등 판매 준칙을 위반했거나, 사기 등 불법 행위에 의해 금융소비자가 억울하게 손해를 입은 경우에는 국가가 개입할 여지가 생긴다. 국가 개입의 형태는 몇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금융소비자가 금융기관을 상대로 소송하는 것이 쉽지 않으니 국가가 이를 대신 수행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가 미리 기금을 조성해 두고 있다가 금융소비자가 억울한 피해를 당하면 그 중 일부를 신속하게 보전해 주는 것이다. 물론 양자를 결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즉 기금을 통해 손실을 보전해 주고 그 대가로 손해배상 채권의 일부를 양도받은 후 이를 근거로 국가가 금융기관을 상대로 금융소비자를 위해 소송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런 기금을 통상 금융소비자 보호기금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외환위기 이전에 증권투자자 보호기금이라는 형태로 존재했고,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에도 이와 유사한 기금들이 있다. 만일 이런 기금이 존재했다면 부산저축은행 사태나 이번 동양 그룹 사태 때 요긴하게 사용했을 것이고, 또 이 기금이 해당 금융기관 및 그 지배자를 상대로 소송을 수행하기 때문에 훨씬 더 효과적으로 소송을 수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경제민주화 공약, 특히 재벌 관련 공약이나 금산분리 공약은 학자들만의 공상일 뿐 민생과의 관련성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보다는 골목상권 지키기 나 하청기업 살리기 등이 더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이런 부분이 급하다. 그러나 재벌관련 공약이나 금산분리 공약이 민생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는 그들만의 고담준론 또는 탁상공론으로 비판받는 금융감독체계 개편 문제까지도 모두 “민생”의 문제인 것이다. 이번 동양 그룹 사태는 이런 주장이 왜 우리들 민초들의 문제였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외양간을 고칠 때가 되었다.
 
1) 개인투자자들이 이런 주장을 하는 이면에는 워크아웃 절차 또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상의 채권회수 동결 조치가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기촉법은 오직 내국 금융기관의 채권회수만을 제약한다. 따라서 외국인이나 국내의 개인투자자들은 마음대로 채권을 회수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투자자 간의 형평성을 짓밟고 효율성도 파괴하는 잘못된 것이다. 기촉법은 이런 불완전성 때문에 시급하게 폐지해야 할 법률이다.

2) 김기식 위원 국정감사 보도자료, 2013. 10.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