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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과 정책 제103호_김용진_한국의 핀테크 산업 경쟁력 확보 가능한가?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5-11-09 09:55:47
  • 조회수 : 2177
가장 보수적이라는 금융(Finance)과 가장 진보적이라고 일컬어지는 기술(Technology)의 결합으로 탄생한 핀테크(Fintech) 산업이 전통적인 금융산업 전반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문제는 이러한 기술들이 대부분 해외에서 개발되고 있고 한국은 이제 시작단계로서 경쟁력을 가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다. 과연 한국의 핀테크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이 문제에 답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금융은 산업의 피라고 불리고 금융산업의 발전이 산업에 의해 견인되기도 하지만 선진국의 경우 금융산업이 산업을 견인하는 핵심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한국의 핀테크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기는 매우 어렵다. 기본적으로 핀테크 산업이 발달할 수 있는 인프라와 생태계가 조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한국 핀테크 산업의 문제점과 경쟁력을 점검해 보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결합으로 탄생한 핀테크(Fintech) 산업이 전통적인 금융산업 전반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물리적인 점포와 지점에 기반을 둔 은행 중심의 전통적인 금융 질서가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신금융시스템으로의 변화를 맞고 있다. 핀테크는 대면 서비스 위주였던 금융 소비 관행을 비대면ㆍ모바일로 급격히 확장시키고 있다. 실물화폐ㆍ신용카드 중심이었던 오프라인 결제 시장도 급속도로 스마트폰 기반 결제시스템으로 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핀테크 기술이 가져오는 혁신은 은행권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다. 은행을 신호탄으로 보험ㆍ자산운용 등 모든 금융기관으로 확산되고 있다. 차량에 센서를 달아 운전습관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험료를 차등 적용하거나, 빅데이터로 기업 가치를 분석해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조언을 해주는 식이다. 또한 새로운 사업에 대한 자금의 조달도 기존의 벤처캐피탈이나 은행 등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직접적으로 시장에서 투자자들과의 거래를 통해 할 수도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산을 관리하는 것도 이제는 자산운용사를 통해서가 아니라 핀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 중의 하나인 컴퓨터 기반 인공지능 분석을 활용해서 손쉽게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서비스들은 이미 시장에서 찾아볼 수 있고 실제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기존에 금융기관들이 가지고 있던 절대적인 금융거래 주도권이 더 이상 금융기관들에게 있지 않고 금융서비스 소비자들에게 넘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핀테크는 과연 금융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되는 것일까?

첫째는 앞서 언급한 금융거래에 관한 통제권 혹은 주도권이 금융기관에서 고객들에게 이전된다는 점이다.

둘째는 금융서비스의 형태가 대량생산 체제에서 개인화된 형태로 바뀐다는 것이다. 기존의 금융 상품은 거래조건, 수익률, 비용 등을 고려해서 금융권이 만들고 이를 고객들이 수용하는 형태였기 때문에 제조업에서 말하고 있는 대량생산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핀테크가 가져온 변화로 인해 금융소비자 개인의 선호와 자산 상태를 고려해서 아주 개인화된 형태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고, 제공할 수 있는 상태에 와 있다.

셋째는 금융거래 매개자로서의 금융기관의 역할이 축소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인터넷이 도입되고 상거래에 활용되면서 나타났던 생산자-소비자간 직거래에 의한 산업구조의 변화와 유사하다. 기존의 중개상의 역할이 대폭적으로 변화하고 새로운 인터넷 중개상들이 다양하게 나타났던 현상과 비슷하게 금융거래도 변화할 것이다.

넷째는 금융거래의 실시간화이다. 기존의 금융거래들이 금융기관들의 내부 결재 절차나 신용확인 등의 거래 절차 때문에 한 금융거래를 승인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려야 했던데 반해, 핀테크를 사용하는 금융거래는 대부분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 지금도 소액거래들, 특히 소액 대출거래는 거의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실시간 거래가 가능해지는 이유는 보안기술이 발달하고, 빅데이터 등 개인신용의 분석을 위한 기술들이 활성화 되면서 실시간 의사결정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는 금융거래의 글로벌화를 들 수 있다. 아마도 독자들은 알리페이, 구글페이, 애플페이, 삼성페이 등 다양한 결제 방법에 대해 익히 듣고 있고 사용해 본 경험도 있을 것이다. 또한 페이팔이나 트랜스퍼와이즈 같은 서비스에 대해서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결제수단들은 과거에는 특정 국가 내에서만 활용되던 것이 이제는 어느 국가에서도 사용 가능한 형태로 진화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비트코인과 같은 디지털 화폐가 범용적으로 사용된다면 환율이나 환거래 위험을 고려할 필요가 없이 세계 어느 곳과도 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비트코인을 기반으로 지역화폐를 만들어서 커뮤니티 기반의 거래 플랫폼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상품을 지역에서 지역 화폐로 거래하고 지역의 부가가치가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배분될 수 있는 구조가 핀테크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완벽한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이 이루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한국의 핀테크 산업에 대한 경쟁력은 얼마나 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핀테크 산업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살펴보고, 세계 각국의 핀테크 산업에 대한 투자 정도를 살펴 본 후, 한국의 경쟁력을 기술적 측면과 사회적 측면에서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핀테크 산업은 금융직거래 플랫폼을 통해 금융생산자와 금융소비자를 연결함으로써 다양한 금융상품 거래가 용이하도록 하고, 거래 당사자들이 보다 싼 비용으로 보다 많은 이익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적·사회적 생태계를 말한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핀테크 기업들을 유형화해 보면 아래 그림과 같이 볼 수 있다.
 
<그림1>핀테크 산업 빌딩블록
 
 
핀테크 산업은 크게 인프러스트럭쳐, 데이터 관리, 자본 및 부채 관리, 자산관리, 그리고 금융거래 서비스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인프라스트럭쳐는 개인들이 계좌를 개별적으로 관리하거나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이나 금융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개발자들에게 툴을 제공하는 개발자 서비스, 그리고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데이터관리는 다양한 금융거래 및 금융거래자들에 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분석하여 필요한 기업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금융거래 데이터들을 처리하는 영역이다. 자본 및 부채관리 서비스는 킥스타터(kickstarter.com)처럼 금융거래자들이 직접적으로 사업에 필요한 자본을 조달하거나 투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나, 렌딩클럽(lendingclub.com)처럼 돈을 빌리거나 빌려주고 싶어 하는 기업이나 개인들이 직접적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를 포함한다. 자산관리는 자산 포트폴리오 관리, 자산의 거래, 그리고 심지어는 기업의 인수·합병 등의 거래를 지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금융거래서비스는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지급결제 서비스나 송금 서비스, 그리고 디지털 화폐서비스 등과 같이 직접적인 실물거래와 동반하거나 화폐를 유통시키는 거래를 지원하는 서비스이다.

엑센츄어가 2014년 4월에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핀테크 산업은 모바일 결제 규모의 성장에 힘입어서 급성장(모바일 결제 규모는 2012년 177조 수준에서 2017년 782조로 4.4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추정)을 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전 세계 핀테크 투자규모 또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3배 이상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핀테크 투자 주요국인 미국, 영국, 중국 등에서 기존 금융회사들이 주도적으로 인큐베이터,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으며, 단순히 IT업체와의 제휴를 넘어 금융영역의 화학적 융합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경우는 압도적이고 우월한 IT 혁신기술을 통해 세계 최대의 핀테크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세계 핀테크 스타트업 투자금 중 83%가 집중되어 있다. 예를 들어, 웰스파고(Wells Fargo)은행은 금융회사 중심의 스타트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실리콘밸리에서는 모바일 기반의 결제 플랫폼, 빅데이터 기술을 이용한 금융 데이터 분석,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금융 서비스 등 핀테크의 다양한 서비스 영역 전반에서 보다 발전된 형태의 핀테크 사업모델들이 연구되고 개발되어 제공되고 있다. 영국의 경우는, 많은 글로벌 금융기관의 본사가 런던에 위치해 있어 핀테크 산업이 보다 쉽게 뿌리 내릴 수 있는 배경이 되고 있는데, 실제로 투자규모가 가장 급성장하고 있다. 영국은 미국과 다르게 영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특징을 가진다. 예를 들어, 영국의 테크시티는 스타트업 투자에 대해서 파격적인 세금감면 혜택을 주고 있고, 금융거래세를 없앴으며, 기술개발 비용 또한 지원하고 있다. 테크시티에는 현재 200여개에 달하는 핀테크 관련 스타트업 기업들이 입주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중국은 전체 인터넷 이용 인구 중 81%가 모바일을 이용(모바일 인구 5억 명의 시장)하고 있어 모바일과 관련된 기술들이 급격하게 발달하고 있고, 알리바바와 같은 글로벌 IT 기업이 등장하여 핀테크 산업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핀테크 산업 육성 정책의 일환으로 IT 기업을 포함한 비금융기관의 금융업 진출을 장려하고 있고, IT 기업을 포함한 주요 기업에 대해 민영은행 설립 시범사업권을 부여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는, 핀테크 산업과 기술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으나 핀테크 산업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자금과 기술력에서 열세이며 금융시스템 관리의 특성 상 사업화가 쉽게 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한국 금융기관들의 경우는 보안 문제, 사고에 대한 부담, 안정성 확보 등의 문제들이 주요한 관심사이고 은행의 산업 투자가 제한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핀테크 스타트업 및 중소 핀테크 기업 수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는 반대로 핀테크 기업은 은행들의 요구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인프라 및 제반 시스템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없어 은행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는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를 조금 더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 살펴보자.

먼저 구체적인 예를 살펴보자. 최근 금융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관련 규제를 없애고 핀테크 산업에 2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미디어들이 앞다투어 정부의 핀테크 산업 육성 의지를 소개하고 핀테크 산업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또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금융 신기술 회사는 자본금 50억원이면 설립이 가능해졌다. 그런데 이러한 흐름에도 불구하고 여신금융협회는 자본금 400억원 이상에 순부채 비율이 200% 이하인 페이먼트게이트웨이(Payment Gateway)사에만 카드정보 저장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또 보안 기준으로는 국제 금융보안 기준인 PCI-DSS (Payment Card Industry - Data Security Standard) 인증을 받고, 부정거래방지기술(FDS)도 마련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런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회사들은 한국의 주요 은행이나 카드회사, 대형 포털 밖에는 없는데도 말이다. 또한 미국의 렌딩클럽과 유사한 P2P 대부서비스를 하던 8퍼센트가 금융업 허가를 받지 못해서 영업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앞의 예는 한국에서 핀테크 산업이 활성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국내 핀테크 산업이 지금까지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와 앞으로도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네 가지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는 정부의 부단한 투자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스타트업 환경이 여전히 부실한 상태일 뿐 만 아니라 창업 문화가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내의 창업환경이 개선되고 인수 합병에 대한 제한들이 풀리면서 창업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미국이나 영국 등 창업이 활성화된 국가들에 비하면 창업생태계 자체가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해, 한국 정부의 창업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창업기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OECD(2013년 기준)의 회원국(34개국) 대상 창업동기에 대한 조사에서 한국이 생계형 창업은 2위, 기회형 창업은 34위로 나타나 혁신형 창업보다는 생계형 창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창업의 질에 문제가 있다. 또한 핀테크 분야에서의 효과적인 창업을 위해서는 상당한 초기 투자자금과 고급 인재를 필요로 하지만, 한국에서는 창업 초기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벤처캐피털의 부재, 간접 금융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 유능한 인재들의 창업 기피 현상 등으로 인해 시장의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창업기업들이 나오기 어렵다. 특히, 청년들의 대기업 선호 경향이 강해 좋은 인재들이 창업기업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핀테크 산업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국내 금융기관들의 조직문화와 이를 규제하고 있는 정부 정책의 신뢰도 문제이다. 핀테크 스타트업들의 경우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스스로 금융기관이 된다기 보다는 신용카드사, 은행, 증권사 등 기존 금융기관의 긴밀한 제휴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하나, 국내 금융기관들은 실적 때문에 대부분 독자적인 기술개발과 운영 방식을 선호하는데 이는 경직되고 보수적인 상명하복의 조직문화의 영향이 크다. 여기에다가 새로 들어선 정부마다 자신들의 실적을 위해 기술금융이다 녹색금융이다 해서 금융의 원리에 맞지 않는 강제적 대출을 강요하기 때문에 정책적으로도 자유롭지 않다. 또한 은행과 산업의 분리라는 원칙 때문에 은행들이 핀테크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유인도 많지 않다. 그리고 대부분 거래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고객들에게 책임을 지운다. 이러한 다양한 환경적 요소들이 금융기관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소신대로 했다가는 감사원의 감사나 금융감독기관의 감사를 받아 문책을 당할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기회주의적인 행동을 하도록 유도한다. 물론 국내 금융기관들도 몇 년 전부터 DCamp(은행권청년창업재단)나 창업 지원센터들을 만들어 스타트업 기업들을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아직은 좋은 인재들이 핀테크 창업에 나서고 다양한 기업들이 투자할 매력을 느낄 만큼 좋지는 않다.

셋째는 규제의 형태와 핀테크 육성 정책에 관한 신뢰의 부족이다. 한국의 규제시스템은 전반적으로 열거주의(positive system)에 해당한다. 기업들이나 금융기관들이 뭘 할 수 있는지를 열거하고 그 이외의 것은 관료나 정책당국의 허가를 맡아 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사전인증제도와 맞닿아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금융기관들이 당국의 눈치를 보기 쉽고 새로운 형태의 기술이 나올 때 마다 당국의 허가를 받으려고 아우성을 치게 된다. 당국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기술이나 사업을 허용했을 때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관계로 인가를 해주기가 쉽지 않다. 관료제의 폐해가 새로운 기술이 날마다 수백 수천 개씩 쏟아져 나오는 시점에서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2014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한국의 정부정책 투명성은 전체 144개국 중 133위로 브룬디(131위)나 마다가스카르(132위) 등 후진국가들 보다 낮은 순위이고, 법체계의 효율성은 113위로 우리가 벤치마크하고 있는 선진 국가들보다 한참 뒤져있다. 결국, 한국에서 규제의 문제는 불필요한 규제가 많고 필요한 규제는 없거나 설사 있더라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다는 것으로 귀결될 수 있다. 한국정부가 최근 규제를 없애겠다고 선언하고 있는데, 규제를 없애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규제는 없애되 필요한 규제는 강화하고 공정한 집행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규제의 품질을 높이고 공공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핀테크를 활성화하기 위한 기술적 인프라가 부족하다. 얼마 전 클라우드산업 발전법이 통과되었다고는 하지만, 핀테크 산업의 혁신에 필수적인 클라우드 기반의 플랫폼 서비스와 빅데이터, 그리고 보안기술에서의 취약점은 핀테크 산업발전의 가장 큰 저해요소다. 핀테크 산업이 클라우드 서비스 플랫폼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사용자들의 금융거래 정보, 행동 및 취미 관련 정보, 생활정보들이 클라우드 플랫폼에서 만들어지고 개인의 동의 하에 공유되어야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이러한 플랫폼도, 정보공유를 위한 틀도 아직은 없는 상태다. 정보공유가 개인정보 보호라는 틀 속에 갇혀 답보상태이고, 한국 금융회사들의 정보플랫폼이 모든 정보서비스를 자체적으로 또는 시스템 통합 형태의 접근법으로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내부용이어서 다양한 서비스들이 연계관계를 통해 활용될 수 있는 구조를 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의 경우는 핀테크 산업에서 개별 기술이나 기업의 관점에서도 후발 국가로서 경쟁력이 매우 제한적이고, 정책적 관점 혹은 법·제도적 관점에서도 경쟁력이 매우 제한적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핀테크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전세계적으로 핀테크 산업에 대한 투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고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들이 개발되고 강력한 경쟁체제가 형성되고 있는 시점에서 개별기업별 기술개발만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다시 말해, 선진국의 핀테크 산업은 분야별로 다양하고 진화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으며 실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성장의 가속페달을 밟고 있기 때문에 개별 기술이나 기업단위의 경쟁은 늦었다는 말이다. 따라서,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핀테크 스타트업과 전문기업 육성하기 위해서는 핀테크 플랫폼 구축을 통한 경쟁구도의 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현재, 글로벌 크라우드 서비스업체(Amazon/MS/Google 등) 클라우드 서비스(IaaS/PaaS/SaaS)에 있어서의 기술경쟁이 치열하지만, 아직은 플랫폼 단위의 경쟁은 없는 점과 국내 핀테크 산업의 시장진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자체적 플랫폼 구축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핀테크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각종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필요한 개발자 플랫폼의 구축에서부터 서비스 간 연계를 위한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의 표준화, 데이터 수집 및 활용을 위한 표준화 및 법·제도의 정비 등 어느 것 하나 가벼운 주제는 없다. 국내외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해외의 베스트프랙티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관리감독체계를 포괄형(Negative system)으로 바꾸어 사후 감독에 주력하며, 핀테크 기업과 금융기관간이 유기적인 연계를 가지고 다양한 사업모델을 개발할 때만 이러한 플랫폼의 구축이 가능해 진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한국이 핀테크에서 경쟁우위를 갖게 될 가능성은 없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