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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과 정책 제116호_강태호_4차 핵실험과 북핵 위기의 새로운 징후들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6-02-15 10:27:22
  • 조회수 : 2176
현안과 정책 제116호
북한의 4차 핵실험은 실험의 성공여부를 떠나서 핵융합실험인 수소폭탄 또는 그 전단계인 증폭핵폭탄 실험의 가능성이 크다. 이는 1980년대 중국과학원과의 기술협력을 바탕으로 중국이 사용하던 레이저 핵융합 설비가 북한에 공여됐으며, 이를 바탕으로 2010년 5월 핵융합 반응에 성공했다고 밝힌 것에 비춰볼 때 기술적인 근거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수소탄이든 증폭 핵분열탄이든 이번 핵실험을 통해 북한이 플루토늄탄과 우라늄탄 실험에 이어 수소탄 개발이라는 일반적인 핵 개발 수순을 밟고 있으며, 핵탄두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 기술에서 상당 수준에 올라섰다는 것이다. 이번 핵실험은 외부 관찰자들의 예측을 벗어난 것일지는 몰라도 미국의 적대정책 포기 없이 핵 개발을 포기할 수 없다는 북한의 일관된 논리를 보여주고 있다. 2015년 9월 장거리로켓 발사 중단은 <조선신보>가 2016년 1월 7일 주장했듯이 ‘한미군사연습의 임시 중단과 핵실험의 중지’라는 북미 협상을 위한 대화제의를 배경으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한미는 북한 선행적 비핵화조처를 요구하며 협상을 거부했으며, 대화의 가능성이 사라지자 북한은 핵실험으로 맞선 것이다. 2016년 봄 한반도는 또 다시 위태롭고 가파른 대결의 국면을 예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한미는 강력한 제재가 없으면, 북한에 잘못된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강력한 제재는 목표가 될 수 없으며, 북한을 고립시키려는 것이 오히려 잘못된 신호라고 말하고 있다. 북한이 내건 핵 경제건설의 병진노선에 맞서 제재와 협상의 병진노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유엔에서의 제재 등 한미일이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를 얻기 위해선 제재만을 요구할 수는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협상에 대한 중러의 지지를 6자회담의 북핵 협상에서 북한의 핵포기를 얻어내는 지렛대로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4차 핵실험에 대한 평가: 수소탄 실험 둘러싼 논란
 
북한은 2016년 1월 6일 낮 12시30분(평양시간 낮 12시) <중앙텔레비전>의 특별 중대 보도를 통해 첫 수소탄(수소폭탄) 핵실험을 실시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한미의 이에 대한 공식평가는 수폭 실험인지가 의문이라는 것이며, 실험은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수소폭탄 제조에 쓰이는 방사성 물질을 확보하고 이를 기존 핵무기의 폭발력을 늘리는데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건 일찍부터 미국 핵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제프리 루이스 미국 비확산센터(CNS) 소장은 지난해 12월10일(현지시간)“북한이 (수소폭탄 개발에 쓰이는) 중수소나 리튬6와 같은 물질을 이용해 기존 핵무기의 폭발력을 증강시키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루이스 소장은 “북한이 기본적인 핵실험을 영원히 계속할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를 운영하는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학 방문연구원도 “수소폭탄 제조에 쓰이는 물질을 기존 핵폭탄의 폭발력을 늘리는데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위트 연구원은 “북한은 오래전부터 수소폭탄과 관련된 핵물질을 다루는 데 쓰이는 시설을 영변 핵시설 내에 건설해왔다”며 “북한은 그러나 단기간 내에 수소폭탄을 만들기보다는 기존 핵물질의 폭발력을 강화하는 데 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핵실험은 2014년 3월말 “핵 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지 약 2년만이며, 2010년 5월 핵융합 반응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후 5년 8개월이 흐른 시점이다.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1월 7일 지난 2010년 5월12일 <노동신문>이 “조선의 과학자들이 제기되는 수많은 기술적 문제들을 100% 자체의 힘으로 해결하여 핵융합반응을 성공시키는 자랑찬 성과를 이룩하였다”고 밝힌 바 있다고 전했다.


초고온의 플라즈마 상태에서 가벼운 원자핵들이 융합하여 무거운 원자핵으로 바뀌는 것을‘ 핵융합반응’이라고 하며, 이 과정에서 감소된 질량이 막대한 에너지로 변환되는데 이를‘ 핵융합에너지’라고 한다
출처: 국가핵융합연구소(www.nfri.re.kr)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이춘근 박사는 북한이 원자탄 폭발시의 고온 고압으로 리튬 6(Li6)와 중수소를 반응시켜 삼중수소를 발생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중수소-삼중수소(D-T) 핵융합을 일으키는 강화형 핵무기의 개발을 진행시켜왔다고 밝혔다. 이 박사에 따르면 강화형 핵무기 개발 시험은 핵폭발 없이도 실험실에서 수행할 수 있는데. 레이저 핵융합 설비를 이용해 고온 고압 플라즈마를 만들고, 이를 반사 거울로 작은 점에 집중시켜 순간적으로 수천만도의 고온고압 환경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는 1980년대 중국과학원과 북한과학원의 과학기술협력을 통해 중국이 사용하던 레이저 핵융합 설비가 북한에 공여됐으며 북한은 이를 평성에 있는 과학원 산하의 이과대학에 설치하고, 용량을 확장하여 실험 조건을 강화하였다고 말했다. 앞서 2010년 5월 12일 <노동신문>이 보도한 핵융합 실험 성공은 이를 지칭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진파 측정에 의한 핵폭발 규모로 수소폭탄이 아니라든가, 수소폭탄 실험에 실패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과학적인 평가로 볼 수 없다. 미국의 네바다나, 소련의 세미팔라친스크, 중국의 고비사막과 같이 인구밀접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광활한 사막이 없는 북한의 지리적 여건상 수폭을 실험한다고 해도 그 폭발력을 과시할 수 있는 규모의 실험은 애초에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수소탄이든 증폭 핵분열탄이든 이번 핵실험을 통해 북한이 플루토늄탄과 우라늄탄 실험에 이어, 수소탄 개발이라는 일반적인 핵 개발 수순을 밟고 있으며, 핵탄두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 기술에서 상당 수준에 올라섰다는 것이다.
 

 
주권적 권리인 위성발사 유보를 조건으로 한 협상제의
 
북한은 과거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제재 등을 결의하면 핵실험으로 맞섰다. 북한의 1∼3차 핵실험은 모두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1∼3개월 안에 이뤄졌다. 2006년 7월 대포동 미사일 발사는 그 해 10월9일 첫 핵실험으로 이어졌다. 또 2009년 4월 장거리 로켓(인공위성) 발사로 촉발된 위기는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으로 비화했고, 2012년 4월 그리고 12월 두번의 로켓 발사는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을 초래했다.

<표1> 4차례의 핵실험 시기 및 내용
핵실험 날짜 폭발위력/원료
(북쪽 주장)
특이사항
1차 2006.10.09 1kt 이사/플라토늄 폭발규모로 보아 불발된 핵실험이라는 견해
2차 2009.05.05 3~4kt/플루토늄 1차와는 달리 성공했을 가능성
3차 2013.02.12 6~7kt/고농축 우라늄 핵실험 분석용 제논 포착 실패
4차 2016.01.06 10kt/수소탄(3중수소) 수폭과 원폭 사이의 ‘증폭 핵분열탄’일 가능성

<표2> 핵실험과 미사일(로켓) 발사의 상관관계
1998년 8월31일 첫 3단계 로켓(광명성 1호 위성) 유훈통치 끝내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대 출범 서방 쪽은 대포동 1호로 명명. 첫 3단계 로켓
2006년 7월5일(미국시각 7월4일) 로켓이 아닌 장거리 미사일 중단거리 미사일 6발과 함께 동시다발 발사 3개월 뒤 2006년 10월9일 1차 핵실험
2009년 4월5일 광명성 2호(은하 2호 로켓) 오바마 대통령 프라하 핵없는 세계 연설 직전 한달여 뒤 2009년 5월25일 2차 핵실험
2012년 4월12일, 12월12일 광명성 3호(은하 3호 로켓) 1차, 2차발사 위성의 우주궤도 진입 성공 2개월 뒤 2013년 2월12일 3차 핵실험

물론 각각의 정세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2006년 7월은 2005년 9.19 공동성명의 합의가 있었음에도 부시 행정부가 방코델타 아시아은행의 불법거래를 이유로 대북 금융제재에 나서자 그에 맞선 것이었다. 북한은 이때만큼은 인공위성 발사를 위한 로켓이라 하지 않고 미사일(대포동 2) 발사로 명명했다. 핵실험과 달리 로켓 발사는 우주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주권국가의 당연한 권리 행사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미사일 운반수단을 갖지 못한 핵무기는 기껏해야 자폭수단이 될 뿐이니 미사일과 핵 실험은 같이 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장거리 로켓발사와 핵실험이 서로 연계되는 것은 군사적으로나 북한이 처한 상황으로 볼 때 자연스런 것이기도 하다. 외부의 시각으로 보면 그건 핵무장을 목표로 긴장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벼랑끝 전술이겠지만. 국가와 정권의 생존논리에서 본다면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유엔이 제재논리로 나섰다면 북한은 주권적 권리의 침해에 대한 최후의 수단으로서 핵무장으로 맞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북한이 지난해 9월 ‘양보할 수 없는 주권적 권리’인 위성발사를 유보하면서까지 대화를 제의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9월말 북한의 장거리 로켓발사 중단은 “북한이 지난 2012년 북미간에 합의했던 2.29 합의를 실패로 이끈 군사연습과 로켓 발사 강행이라는 두 악재를 한미 합동군사연습의 축소와 로켓발사 핵실험의 동결 (및 검증)과 서로 교환하는 ‘동결식 평화 체제’를 기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10월 16일 워싱턴에서의 정상회담이 이런 북한의 제안에 대해 논의했던 건 분명하다. 이 정상회담에서 한미는 북핵 문제의 해결과 관련해 ‘최고의 시급성과 확고한 의지(utm ost urgency and determination)’라는 표현이 들어간 별도의 대북 공동성명을 내놓았다. 두 정상은 또한 “대북 적대시 정책을 갖고 있지 않으며, 비핵화라는 우리의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 있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라는 메시지를 내놨다. 두 정상이 대북 적대시 정책(hostile policy)이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사용한 것은 북의 요구를 의식한 것이었다.

그러자 북한은 한미정상회담 직후인 10월18일 대변인 성명보다 한급 높은 외무성 성명을 통해 대북 적대시 정책이라는 표현이 아니라 그 실체를 드러낼 것을 요구하였다. 성명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문제는 무엇보다도 미국이 먼저 용단을 내려야 할 문제이며 조미사이에 우선 원칙적 합의를 보아야 할 문제이다. 유엔도 평화협정체결을 적극 지지 고무해 나섬으로써 조선반도에서 한 성원국과 유엔군사령부가 교전관계에 있는 비정상적인 사태를 끝장내는데 자기 몫을 해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북한 초청은 이런 맥락에서도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를 거부했다. 성 킴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10월 20일 의회 청문회에서 미국은 비핵화 단계를 뛰어 넘는 평화협정 체결에는 관심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그는 11월 10일 워싱턴에서의 강연 뒤 북조선(북한)이 조선(한국)전쟁 정전협정을 대신하는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비핵화를 위한 진전이 없는 한 응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그는 “순서가 반대이다. 최대 문제인 비핵화에서 중대한 진전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9월 중순 내놓았던 미•북 대화의 가능성이 사라진 것은 북쪽에 잘못이 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북한은 11월 그리고 12월 21일 두 번에 걸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실험으로 대응했으며, 김정일 국방위 제1 위원장이 수소폭탄 개발을 언급한 것은 12월10일이었다. 8.25 합의에 따라 어렵게 성사된 12월 11~12일의 남북차관급 당국회담 역시 예상된 것이지만 아무런 성과 없이 결렬됐다. 북한은 이 회담에서 박근혜 정부가 미국의 압력으로 금강산관광 재개조차도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북한의 4차 핵실험은 북한의 일관된 입장을 반영한 예견된 수순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2016년 1월 7일 '수소탄 시험' 감행의 주요 원인으로 2015년 1월 북한이 ‘한 미 연합군사연습을 임시 중지하면 핵실험을 임시 중지할 수 있다’는 제안을 했지만, 미국은 '암묵적 협박(implicit threat)'으로 일축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2016년 봄 혼란스럽고 위태로운 대결 예고
 
2016년 봄 한반도는 다시 북한의 핵실험을 응징하기 위한 미국의 핵 무기등 군사적 시위와 유엔 및 한미일의 강도 높은 대북 추가제재 등을 앞두고 있다. 2월부터는 한미 합동 군사연습인 키리졸브와 독수리 훈련이 겹쳐지는 상황이다. 이미 미국이 보여준 괌에서 발진한 B-52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출격은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맞선 대응조처를 그대로 재현하는 듯하다.

게다가 남북한은 각각 4월의 총선과 5월의 당 대회를 맞는다. 남쪽은 첨예한 정치세력간 대결이 벌어질 것이고 강경론이 득세할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혼란스럽고 위태로운 대결적인 국면이 예고되고 있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는 5자 회담론을 들고 나왔다. 지난 1월 22일 외교부와 국방부, 통일부가 청와대 영빈관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실시한 연두 합동 업무보고는 ‘북핵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박 대통령이 “6자회담은 지난 8년여 간 개최되지 못하고 있다”며 6자회담 무용론을 시사한 것은 이 자리였다. 그는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을 시도’할 것을 주문했다. 2016년을 2013년보다 더 위태롭게 볼 수밖에 없는 것은 그가 이를 ‘다양한 창의적인 접근 방법’의 하나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적으로는 정부부처와 재계에 대해 ‘경제 살리기 법안’ 서명의 줄 세우기를 강요하고, 북한에 대해서는 대화의 가능성을 닫아두고 일방적인 굴복을 강요하는 5자회담을 창의적인 접근법으로 보는 것은 권위주의로 무장한 통치자의 일관된 사고방식을 반영하는 것이다.

5자회담은 중러의 동의는커녕 반발을 일으킬 자충수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같은 날인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이 북한을 뺀 5자회담을 추진하자고 제안한 것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6자 회담을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이런 태도는 북 핵실험에 대한 한미의 ‘중국 책임론’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미국이 주한 미 대사관의 성명을 통해 5자회담 지지를 밝힌 것은 박근혜 정부를 카드로 삼아 중국을 압박하려는 것이다. 2013년 3차 핵실험 뒤 이어진 전쟁의 위기는 5월 들어 궁극적으로는 중국이 한미와 긴밀한 협력 아래 북한의 최룡해 특사를 불러들여 불완전하나마 출구를 찾았다. 2016년 봄은 그러한 출구마저 보이지 않는다.
 

 
사드 배치 문제의 파장과 러시아 변수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공론화 시킨 뒤 현실화되고 있는 사드 배치는 5자회담과 차원이 다른 문제다. 한국의 사드 배치는 중국이 스스로 밝혔듯이 중국의 보복적 ‘제재’를 초래할 것이다. 미국도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과의 갈등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중국의 대북 압박을 위한 카드가 아니라 실제적인 배치가 이뤄질 때 그것은 중국에게 ‘남한의 핵실험’으로 간주될 것이다. 중국은 이제 북한이 아니라 4차 핵실험을 중국 봉쇄의 군사적 수단으로 이용하는 한국과 미국을 비난할 것이며, 북한과의 결속을 오히려 강화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러시아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중요하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월26일 연두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중국보다 더 강경했다. “한국 측이 우선 ‘6-1’ 형식으로, 즉 북한을 제외하고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들었다”면서 “이는 좋은 생각이 아니다. 누군가를 또 고립시키려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이는 중국이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을 통해 우회적으로 반대한 것과도 다르다. 그는 특히 “지난 3년 동안 미국과 일본, 한국 등 서방 측 참가자들은 모든 종류의 유연한 접근법을 거부하고 북한이 먼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해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단호한 태도를 고수해 왔다”고 말해 협상을 거부한 쪽이 한미일이었다는 인식을 보였다.

라브로프는 또한 북핵 문제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라는 인식을 분명히 했다. 북한, 한국, 미국 어느 누구도 핵무기를 보유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북한, 남한, 미국 어느 누구도 한반도에서 핵을 보유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미국은 자국 핵무기 일부를 다시 한반도로 배치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라브로프 장관은 “북한이 수소폭탄 실험을 실시했다는 확신은 없다”면서도 “만약 그것이 수소폭탄이었다면 모든 종류의 핵물질 북한 반입을 엄중하게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 등 관련 제재들이 효과가 없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제재에 대한 의문 제기다.

이런 러시아의 판단은 북러 관계와 앞으로 전개될 북핵 문제 향방이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중요하다. 우선 2013년 12월 장성택 처형 이래 북중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북러관계가 그 빈 공간을 채워왔다. 북중관계의 악화라는 상황에서 북한은 그만큼 러시아에 의존해 온 셈인데 라브로프의 발언은 북한의 핵실험에도 북러관계가 오히려 더 강화될 여지를 주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그 내용에서 본다면 5자 회담과 징벌적 제재를 추구하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방향과는 근본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 러시아의 이런 입장은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명시적으로 밝힌 제재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되며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와 협상으로서 6자회담 재개가 동시에 추구돼야 한다는 중국의 입장을 강화시켜주는 것이다.

이처럼 북한에게 러시아라는 후원자가 있는 한 러시아를 배제하고서 한미가 중국만을 설득하거나 압박해서 북한을 고립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예컨대 2013년 5월 3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로 중국이 국영은행인 중국은행을 통해 북한의 대외 금융사업을 총괄하고 외국환을 결제하는 조선무역은행과 거래를 중단하기로 했다. 그런데 2014년 6월 4일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린 무역경제, 과학기술협력 정부간 회의에서 러시아는 러시아 은행에 북한이 계좌를 개설하고 두 나라 간 무역결제를 루블화로 하는데 합의해줌으로써 숨통을 열어주고 있다.

3차 핵실험과 장성택 처형 이후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악화돼 왔다는 점에서 중국이 취할 수 있는 북한에 대한 제재의 강도와 범위는 오히려 제한돼 있다고 봐야 한다. 북한을 포기할 수 없는 중국으로서는 양국관계를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시키는 조처는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핵 경제건설의 병진노선 대 제재 협상의 ‘병진노선’
 
6자회담을 둘러싸고는 두 가지 견해가 충돌한다. 하나는 6자회담 무용론이다. 다른 하나는 대안 부재에 입각한 협상고수론이다. 예컨데 협상 고수론은 협상 무용론이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고 비판한다. 협상이 아니면 전쟁과 북한 붕괴뿐이 없을 텐데 그것이 북핵 해결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는가라는 것이다. 협상무용을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협상무용론은 아니더라도 북핵 협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뿌리가 깊을 뿐만 아니라 무시하기 쉽지 않다. 북한은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협상으로는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인데. 협상무용론까지는 아니더라도 한미가 6자회담을 여는 데 부정적이거나, 실질적 선행조처를 요구한 데는 이러한 6자회담 회의론이 작동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6자회담을 열어도 핵 폐기에 합의해도 북이 이를 무시하고 핵 개발을 계속한 이상 6자회담은 오히려 북한의 핵개발 명분을 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협상불신론도 2006년과 2009년 그리고 2013년, 2016년 4번에 걸친 핵실험은 모두 회담이 좌초되거나 회담이 부재한 상태에서 감행됐다는 걸 부인할 수는 없다. 게다가 6자 회담 또는 협상을 대신한 그 어떤 정책이나 전략도 북한의 핵 위협을 약화시키거나 저지하는 데 실패한 것 또한 분명하다.
그렇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제네바 합의 주역인 갈루치 전 국무차관보의 논리는 일관된다. 그는 그동안의 북핵 협상이 실패했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그건 협상론, 협상무용론의 양자택일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군사적 준비태세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제재도 협상 과정의 일부가 돼야 하며, 북한의 도발행위는 협상과 양립할 수 없다는 점을 북한에 이해시켜야 한다.” 굳이 말한다면 북한의 핵 경제력 재건의 병진 노선에 대응해 “제재와 협상의 병진노선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그의 강조점은 이제 본격적인 보다 근본적인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의회 도서관 클루기센터의 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지난 1월 21일 조지워싱턴 대학교에서 열린 ‘북한의 핵 프로그램’ 이라는 학술회의에서도 오히려 4차 핵실험을 협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의 (제4차) 핵실험을 활용해 북한이 협상장으로 돌아오도록 해야 한다 북한의 핵개발은 지속되고 있으며, 악화하고 있다. 그럴수록 이에 대한 미국의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한미는 강력한 제재가 없으면, 북한에 잘못된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강력한 제재는 목표가 될 수 없으며, 북한을 고립시키려는 것이 오히려 잘못된 신호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드배치는 북한의 핵실험은 물론이고 미사일 발사마저도 정당화 시켜줄 것이고 중러는 북한의 편에 설지도 모른다. 이제 북한의 핵실험이 아니라 사드로 한반도는 협상이냐 대결이냐의 갈림길에 섰다.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시대착오적인 냉전질서로 회귀할 것인가? 한반도의 지정학적 구조와 격변하고 있는 동북아 정세, 핵심 주변국들의 한반도 정책, 북한 체제의 내구력과 시장화, 한국의 정책 능력과 정치 현실 등 제반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 사드의 배치는 한반도를 돌이킬 수 없는 대결국면으로 몰아갈 것이다.

반면에 사드 배치를 유보하면서 오히려 비핵화에 대한 러시아와 중국의 확고한 입장과 대화 논리를 적극 활용한다면 갈루치 전 북핵 특사가 강조했듯이 4차 핵실험은 역설적으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계기가 될 수가 있다. 무엇보다도 유엔에서의 제재 등 한미일이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를 얻기 위해선 제재만을 요구할 수는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협상에 대한 중러의 지지를 6자회담의 북핵 협상에서 북한의 핵포기를 얻어내는 지렛대로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제 핵심은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중러 등 국제사회가 미국과 남한의 북핵 포기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도록 만드는 것이 돼야 한다. 북한을 고립시키고 붕괴시키는 전략이 아닌 북한에 대한 ‘포괄적 관여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고 적절한 시점이다.
1) 이정철 숭실대(정치외교학과) 교수, <통일 담론의 마지막 유효기간이 다가온다> 르몽드디플로마티크 2011년 11월(86호)
2) 2014년 10월 10일 제네바 합의 20주년을 기념해 서울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의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