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물PUBLICATION

이슈페이퍼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연구원의 발간물입니다.

현안과 정책 제115호_좌담회_총선의 의미와 국민의 선택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6-02-01 09:45:48
  • 조회수 : 2227
지식협동조합좋은나라(유종일 이사장)와 <프레시안>은 2016년 4월 13일 20대 총선을 앞두고 공동으로 '총선의 의미와 국민의 선택'을 기획했다. 이 기획의 일환으로 지난 1월 26일 좌담회를 갖고 박근혜 정부 4년 차에 치러지는 이번 총선의 의미와 전망, 여야 전략에 대한 평가 등에 대해 논의했다. 프레시안 전홍기혜 국장이 진행한 이날 좌담회에는 유종일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이사장,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이상돈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뉴파티 위원장이 참여했다. 편집자
 
 
프레시안 : 이번 4.13 총선 전망과 박근혜 정부의 평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겠다. 먼저 이번 총선의 화두는 무엇일까?

유종일 : 어느 나라나 선거를 할 때 가장 중요한 이슈는 먹고 사는 문제다. 특별히 ‘전쟁이냐, 평화냐’ 하는 식의 이슈가 전면에 부각되는 경우도 있지만 예외적이다. 역시 일반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가, 정치, 그리고 선거의 핵심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 특히 청년 일자리 등 최근 부각되는 문제들이 있다. 이 문제는 이미 2012년 대선, 즉 4년 전에 결론이 났다고 본다. 낙수효과로 국민들이 복지를 누리고 일자리를 찾고 민생 경제도 돌아가게 한다는 것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됐다. 민생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경제민주화, 복지국가에 답이 있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본다. 문제는 그것이 제대로 실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당이 내놓은 격차 사회 해소, 야당이 내놓은 공정 성장, 둘 다 핵심은 같다. 대통령부터 모든 정치세력이 전부 경제민주화를 한다고 했는데 제대로 실천되지 않았다. 해답을 내놓는 당이 있다면 권력을 가져가는 게 맞다고 본다.

최태욱 : 비슷한 이야기다. 김종인 박사를 더민주에서 영입한 것은 ‘이것 하나는 잘 하겠다’는 의지같다. 즉 경제 민주화를 다시 끌어오겠다는 것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이 한 ‘배신의 정치’를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민주화가 2012년의 시대정신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정치세력 간 합의가 있었다. 그러나 (대선 이후) 정부는 사기를 쳤고, 야당도 성실하지 못했다. 그래서 별로 해결된 것이 없다. 이것을 다시 수면위로 올리기 위해 김종인 박사를 끌어 온 것은 좋은 일인 것 같다. 2012년의 경제민주화, 복지국가는 추상적인 부분이 많았다. 이번에는 이게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4년 동안 비정규직 노동자, 자영업자, 청년 문제 등 실제 삶에서 고생하고 있는 경제 주체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야당 쪽에서는 구체적인 이슈로 들어가야 이것을 화두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지금 (더불어민주당에서) 포용경제, 포용사회 등이 나왔는데, 역시 그런 연장선이라고 본다. 안철수 신당(국민의당)도 (그런 면에서는) 생각이 같은 것 같다.

이상돈 : 나는 다른 측면으로 접근하겠다. 여당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경제 살리기를 강조할 것이다. 지금 야당이 여러 개다. 야권에서는 이명박 정권에서 박근혜 정권까지 8년에 대한 실정을 부각해야 할 것이다. 그것 뿐 아니다. 민주주의, 법치주의의 후퇴, 언론자유 등의 문제도 같이 아울러야 한다. 정권 심판론에 빠지면 안 된다고 하는데, (정권 심판론에 빠지지 말자는) 그것 자체도 일종의 프레임처럼 얽매여 있는 것 아닌가 한다. 문제는 경제민주화 대 경제살리기로 가면, 논쟁의 함정에 빠져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청년 일자리 문제를 경제민주화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런 식으로 가면 야권이 기술적인 부분에서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여당에서는 ‘실업 문제는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 생산 자동화 등 복합적 요인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정부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식의 논리를 제기할 것이다. 과연 야권이 경제민주화를 넘어서, (여당이 주장하는) 경제 살리기에 대해서도 답을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경제 민주화를 넘어서 해답을 내야 한다. 8년간의 정권 심판론 플러스(더하기) 야권의 능력과 기량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럴만한 야권의 능력과 기량이 있는가?

이철희 : 경제민주화가 경제살리기와 대비되는 것으로 제기되면 불리해진다. 사실 경제민주화가 경제를 죽이자는 게 아니지 않나. 그런 면에서 보면 경제민주화의 담론은 경제 살리기 측면까지 풍부하게 수용성을 넓히는 쪽으로 진화를 시켜야 한다. 김종인 위원장이 포용적 성장이라는 말을 끌어온 게 그런 취지이지 않을까 한다. 문제는 야권이 ‘먹고사니즘’을 내걸고 ‘이런 주제(포용적 성장)를 가지고 붙자’라고 하면 여당이 ‘그렇게 하자’라고 하진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 여권은 먹고 사는 문제, 경제민주화 문제로 싸울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씨름에서 샅바 싸움이 승패를 좌우하듯, ‘프레임을 누가 선점하느냐‘ 하는 싸움이 1차 고비다. 문제는 야권이 가진 치명적 한계다. 정치 세력의 후진성이라고 할까? 분열하고 자기들끼리 싸운다. 철지난 사람들이 당을 주도한다. 메시지가 아무리 좋아도 메신저가 안 먹히기 때문에 (새누리당이) 그런 점을 집요하게 파고들 것 같다. 즉 신뢰의 문제다. 불리한 부분을 털어내고 원하는 그림을 펼쳐야 한다. 광역단체나 기초단체 수준에서 나오는 청년과 복지 결합 이슈를 조금 더 키우고, 그것을 전면화시켜서 그런 쪽에서 싸움이 시작되는 게 좋지 않겠나. 왜냐하면 광역단체나 기초단체장은 정당 쪽의 정치 세력과 다르게 상당히 신뢰를 가지고 있는 그룹이다. 행정을 맡고 있는 축을 잘 가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총선의 화두를 야당 쪽으로 끌어가는 데 있어서 참 중요하지 않을까.

프레시안 : 크게 민생경제와 정권심판론으로 요약된다. 과거 선거에서도 반복돼 온 것이다. 문제는 신뢰, 그리고 역량이다. 새누리당은 이미 경제살리기와 노동 개혁을 던져 놓았다. 신뢰를 잃은 상황이라면 야권이 ‘대안 없이 비판만 하는 세력’이라는 여권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야당은 이 프레임을 벗어나고 싶어한다.

이상돈 : 그 프레임으로 안 가려고 한다면, 이제 과거의 야당, 혹은 야권이 더 이상 아니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거리 민주주의, 반대만을 위한 반대, 그런 모습이 너무 많이 비춰졌다. 그 정도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나. 그게 문제인데, 제가 볼 때는 (야권이) 그다지 잘 하지 못할 것 같다.

유종일 :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경제 살리기 서명 운동에 동참했다. 경제 살리기 이슈를 이미 잡아 나가고 있다. 그리고 여의도연구소를 중심으로 정책 이슈로 준비해 온 것이 격차 사회 이슈다. 야권, 진보 쪽의 의제를 선점하고 나름대로 진지하게 접근하는 부분이 있다. 이것이 정부 여당이 계속 집권하게 되는 중요한 이유라고 본다. 최태욱 교수가 구체적인 게 중요하다고 했는데, 그러면 원샷법을 통과시키고, 파견법을 통과시키면 경제가 살아날까? 그것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그렇다면 그게 아니라는, 설득력 있는 비전을 (야권이) 내 줘야 한다. 지금까지 보면 야권에 레토릭은 있다. 소득 주도 성장, 공정 성장, 포용적 성장 등이 나왔는데, 구체적으로 경제민주화를 통한 경제살리기로 갈 수 있느냐, 그 내용으로 무엇을 야권이 내놓을지가 관건이다. 격차 사회 문제도 결국 불평등과 성장 문제인데, 새누리당이 더 적극적으로 제기할 것이다. 노동 시장 개편도, 기득권 노동자를 깨서 젊은층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대응하는, 그것보다 더 설득력 있는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본다. 이상돈 교수 지적대로 야권이 뭔가 반대를 하는 것 같은데 대안적인 지적이 잘 안 나오는 것 같다. 그러면 신뢰를 얻기 힘들다고 본다.

프레시안 : 정권 심판론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 이상돈 교수는 ‘정권 심판론을 세게 가져가면 역풍이 불수 있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프레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즉 정권 심판론 제기를 두려워하는 야권의 모습에 대한 지적 같은데. 정권 심판론이 효과적인 프레임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나?

이상돈 : ‘너무 반대만 한다고 뭐라고 하지 않을까’라는 식으로 야권이 지레 겁에 질려 있으면 안 된다. 경제 지수들이 이미 다 나와 있지 않나. 지난 8년 간, 공공 분야의 재정 악화, 가계 부채 등 실정 관련 데이터를 부각시키고 활용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야당은 반대만 한다’고 하는 것, 그게 여권의 프레임이다. ‘반대만 한다고 몰아세우지 말라’면서 그런 것(실정 등)을 설득력 있게 제기하고 평가를 해야 한다. 그러나 과연 야권이 현 정부의 실정을 제대로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를테면 한미FTA에 찬성하던 사람이 반대하고 하는 식으로 야당이 신뢰를 잃어왔지 않나. 결국 야권이, 사람이 안 바뀌면 답을 할 수가 없다.

이철희 : 정권 심판론은 제기를 안 할 수 없다. 권력이라는 게 순환되는 체제라고 한다면, 잘잘못을 따져야 한다. 무조건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다는 것도, 저 사람들이 못하고 있지 않느냐, 하는 것이 같이 가야하는 것이다. 상식적인 논법이다.

이상돈 : 8년 전 보다 지금이 나이진 게 없다. 더 나빠졌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보여 줘야 한다.

이철희 : 그런데 정권 심판론이 효과를 보이려면, 이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 정권을 맡겨도 되겠다는 신뢰를 줘야 하는데, (여권에서) ‘속지 말라. 당해봤지 않나. 민주정부 10년 동안 더 나빠졌지 않느냐’라는 식으로 신뢰의 문제를 걸고 있다. 이상돈 교수 말씀처럼 신뢰의 덫에 갖혀 있는 사람이 정권 심판론을 말하면 먹히지 않는다. 신뢰의 덫에 갖혀 있지 않은 세력으로 주체 세력을 바꿔서 새로운 사람들이 정권 심판론을 제기해야 할 것이다.

유종일 : 그렇다. 경제 실정, 법치주의 붕괴, 남북 관계 경색, 위안부 협상 파동 등을 봤을 때, 추상같은 정권 심판론이 나와야 하는 게 마땅하다. 그런데 정권 심판의 주역을 자처하고 나서는 야당 인사가, 거꾸로 심판을 받게 되는 상황이 (국민에게 받아들여지면서) 진행이 되니까,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야권의 신뢰성에 관해 말하자면, 과거 민주 정부 집권기라고 하는 10년 동안 얼마나 잘 했느냐 하는 문제도 존재하겠지만, 그것보다 더 큰 것이 (정권을 잃어버리고 난) 이후의 행태인 것 같다. 과연 저 사람들이 국가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고 정권을 잡아보겠다고 하는 사람들인지, 아니면 소위 생계형 정치라는 말이 난무하는데, 국회의원의 특권을 즐기고 기득권을 연장하고 자신의 파벌이나 키워보려는 사람들인지, (국민들은) 거기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있다. 정책도 그렇다. 정말 진지한 고민과 연구 속에서 나온 정책인지, 여론 봐가면서 정책을 바꾸는 사람들인지 하는 의문도 있다. 또 바람직하지 않은 갑질 행위, 부패 행위 이런 것들도 문제다. 이런 문제가 겹치다 보니 신뢰가 땅에 떨어진 것이 아닌가. 국민들은 야권이 달라지길 원한다는 사인을 줬는데, 달라지지 않았다. 연이은 선거 참패의 이유다.

이상돈 : 8년 전에 정권을 내줄때와 지금의 야권의 상황이 똑같은 것 같다.


 
 
 
 
프레시안 : 자연스럽게 야권 이야기로 들어왔다. 안철수신당(국민의당) 추진 세력이 재등장하면서 2012년 대선때부터 계속돼 왔던 ‘새정치 이슈’가 다시 나오는 것 같다. 지금은 야권이 어떤 형태로든 바뀔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야권의 분열 상황, 어떻게 보시나?

이철희 : 안철수 의원이 탈당하기 전에는 탈당 카드가 과연 먹히겠느냐, 탈당하고 생존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을 했다. 그러나 잘 들여다 보자. 구조적으로 공간이 열린 셈이다. 새누리당이 너무 우클릭을 하다보니 왼쪽 공간이 비어 있었고, 더민주는 좌클릭을 하다보니 오른 쪽이 공간이 비어있었다. 물론 (중도가) 정치 세력에 있어서 지속 가능한 기반인가, 저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야권의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이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안철수 의원은 뉴페이스다. 기성 정치 세력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모습이 대중에 먹혔다. (그러나 지금은 다시) 기성 정치 세력이 둘러싸여 있으니까, 또 지지율이 떨어진다. 더민주는 어떤 상황인가? 기존 야권 멤버가 아니었던 사람이 얼굴이 되니까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영입이 먹히는 것은, 저 사람이 정치를 잘 할 것 같다는 이유로 먹히는 게 아니다. 기존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 등장하니 ‘달라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주고, 그래서 먹히는 것이다. 새인물에 대한 갈구, 새 주체 세력에 대한 갈구가 워낙 크기 때문에 안철수 의원도 독자적으로 버텨보는 것이고, 더민주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양쪽 다 그 딜레마가 있다. 새로움과 신뢰, 여기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데, 그게 뭘까, 하는 고민이 국민의당에도 있고, 더민주에도 있다.

김종인 위원장이 야당의 새 인물로 등장했다. 주의할 게 있다. 김종인 위원장에게 야당 대표의 역할을 요구하면 안 된다고 본다. 당내 정치의 소용돌이에 김종인 위원장을 빠뜨리면 또 악순환이 이어지고 나쁜 모습들이 재현될 것이라고 본다. 김종인 위원장에게 당대표의 역할을 요구하기보다는, 그를 시대의 아젠다를 상징하는 인물로 자리매김 시켜야 한다. 김 위원장이 등장함으로써 경제 민주화가 선거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야당이 그런 문제를 적극 고민하는 정당인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그렇다면 당 대표로서 당내 갈등을 조정하는 문제보다는 먹고 사는 것과 관련한 정책적 대응에 중점을 둬야 한다. 어떤 프레임으로 갈 것인지를 상징하는 존재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당내에 새로운 주체 세력이 형성이 돼야 한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우리가 미래 세력’이라는 모습을 대중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 사람들이 새로운 아젠다를 던지고, 그 속에서 신뢰를 확보해 나가는 게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그게 과연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이냐, 기성 질서에서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이 이것을 용인해 줄 것이냐, 이 문제가 중요할 것 같다.

최태욱 :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가 안철수 신당과 통합했는데 충격적이었다. 진보 세력으로 보였던 분이 중도 보수 성향이 분명한 것으로 현재까지 보여지고 있는 국민의당과 통합했다는 것을 통해 한국 정치의 구조를 보면서 착잡한 심경이었다. 한국 정당 체제가 정책과 이념 중심, 가치 중심의 다당제 체제로 가는 게 맞다고 보는 사람으로서, 그런 정당 정치 발전을 주도해 가야 할 사람 중 하나인 천 의원이 그런 선택을 했다는 것 때문이다. 선명성, 정체성을 강조하는 천 의원이 중도 보수로 가고, 김종인 위원장이 더민주당을 맡고, 윤여준 장관이 국민의당으로 갔다. 정당 정치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일이겠지만, 그런 과정에 있다는 것, 정당 정치 후진국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본다. 이것은 ‘경세가 정치’다. 정당이 단지 출마하기 위해 과정을 밟는 기구에 불과할 뿐이지 정치적 결사체가 아닌 것이다. 경세가라면 어느 당에든 가도 된다는 것이다. 정당이 ‘파티(party)’다. 부분의 이익을 대표하는 것이다. 교과서적으로 말하자면 노동자의 이익은 노동자의 당이 자본가의 이익은 자본가의 정당이 보장해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사회적 갈등이 심각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갈등 주체들이 제대로 대변되지 못하고 있다. 부분 이익을 대표하는 정당 정치가 아니라 모든 정당이 전체의 이익을 대표한다. 전부 ‘국민의 정당’을 표방하지 않나. 경세가 정치의 불안 요소는 훌륭한 경세가를 계속해서 제공받을 수 있느냐 하는 부분에서 발생한다. 좋은 경세가가 운 좋게 나타나 줘야 한다는 것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정치가 가야 하는지 답답하다.

이철희 : 김종인 위원장이 리더가 된 것을 보면 더민주가 얼마나 부실한 정당인지, 속이 빈 정당인지 알 수 있다. 또 그의 등장과 함께 당내 갈등이 일시에 정리가 됐다고 하면, 과거 그 싸움이 얼마나 명분 없는 싸움이었는지 알 수 있다.

이상돈 : 정리가 된 것인가?(웃음)

이철희 : 지금은 잠복돼 있다. 그러나 과거의 싸움은 재현되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공천 싸움이다. 당내 갈등을 다루지 못하는 정당, 이게 정당이 아닌 것이다. 그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상돈 : 문재인 대표는, 어떻게 당을 제대로 이끌지 못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문 대표가 이런 지적을 잘 새겨들어야 한다. 야당에 그간 대통령감이 없었다는 말 아닌가.

유종일 : 천정배 의원의 경우 놀라웠지만, 최 교수만큼 놀랍진 않았다. 천 의원의 정당 이름이 이미 국민회의였다. 진보에도 수구가 있고, 보수에도 수구가 있다. 개혁 과제라는 게 보수와 진보의 축을 넘어서서 함께 할 수 있는 개혁이 필요하다. 지금은 그런 시점인 것 같다. 이를테면 모든 정당이 경제민주화에 공감대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면 실제로 개혁이 이뤄져야 맞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개혁이라는 화두가 아직 중요한 것 같다. 지난 번에 호남 쪽 사람들과 대화를 한 적이 있다. 이번에도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압도적으로 당선된다고 하더라. 중앙 정치에서 이정현 의원이 뭘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지역에서는 열심히 했다고 평가를 한다. 한번도 보지 못한 돈이 지역으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그것을 보고 유권자는 투표를 한다. 그것을 잘못됐다고 할 수 있나? 아니다. 이 정당도, 저 정당도 정책적으로 차이점을 느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이 의원의 노력이 유권자들에게 확 보인 것이다. 이것이 아직은 한국 정치의 현실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가야 한다. 그러다보니 (학계에서 후진적이라고 하는) 지역 변수도 아직은 중요한 것이 된다.

 
 
 
 
프레시안 : 지역 변수 얘기 나왔다. 호남 민심을 누가 대변할 수 있느냐를 가지고 그간 야권이 치열하게 싸웠었는데, 그런 와중에 천정배 의원이 안철수 의원과 손을 잡은 것 같다. 호남 민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자.

최태욱 : 서울에 사니 체감은 못하지만 느낄 수는 있을 것 같다. 제 생각인데, 호남 민심은 두 가지를 요구하는 것 같다. 한국에는 지역주의 문제가 아니라 호남과 비호남의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호남과 영남이 대등하게 싸워야 지역주의 문제가 된다. 오히려 호남의 소외 문제다. 이 호남 문제를 치유하고 다독여주고, 더 나아가 해결해 줄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 이게 첫째 요구다. 둘째 요구는 그것을 위해 정치적으로 집권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표를 비롯해 ‘친노’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억울할 수도 있지만, 그런 과정에서 문 대표가 첫 번째 요구와 관련된 감정을 탁 건드린 것 같다. 치유해주려는 노력은커녕, 오히려 마음을 상하게 했다는 것이다. 하나의 예지만, 문재인 대표가 최근 광주를 방문하면서 경찰에 보호 요청을 한 적이 있다. 작은 일처럼 보이지만 굉장히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이다.

유종일 :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첫 번째 요구보다, 두 번째 요구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첫 번째 요구는 ‘정말 믿을 수 있어?’ 라는 의문을 수반하는데, 지난 대선을 보면, 이미 빈정이 상한 상태에서도 내키지 않지만 문재인 대표에게 몰표를 줬다. 그래도 정권을 새누리당에게 넘기는 것은 안된다는 심리가 있었다. 그런데 졌다. 호남 사람들은 증명이 됐다고 본 것이다. 그 후에 계속 선거에 졌다. ‘집권 능력’이 없다고 본다는 것 아닌가. 차라리 당장 지역에 예산 끌어오는 이정현이라도 뽑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지금, 야권에서 똑같은 사람들이 또 나온다는 것 아닌가? 그래서 콧방귀를 뀌는 것이다.

이철희 : 이런 표현이 가능할지 모르겠는데 ‘호남성’이 있다고 하자. 새누리당은 ‘영남성’을 버리지 않는다. 주로 당의 중심은 영남에서 배출된다. 대선 후보도, 당 대표도 그렇다. 영남성을 놓치 않는 정당이 그것을 중심에 놓고 고민하는 게 있다. 그런 반면 야당은 그게 아니다. 호남성이 옅어졌다. 왜 그럴까. 예고된 비극이다. 호남 정당의 영남 후보가 필승 카드라는 잘못된 신화가 비극을 낳은 것 같다. 노무현 후보가 그 신화였다. 영남을 반분해야 대선에서 이긴다는 논리가 나왔다. 그런데 노무현 후보가 한 번 이긴 것이다. 그 이후에 비슷한 노력이 다 실패했다. 달랑 DJ, 노무현 두 분의 성공 모델이 있으니 이런 방법론을 성역화한 것 같다. 여기에 호남 원죄론이 작용한다. 호남 출신은 아예 대선 후보가 못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호남 출신은 클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이게 총선까지 넘어온다. 총선에서도 영남에서 의석을 갖는 게 중요한 과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당권도 영남으로 넘어간다. 이러다보니 호남 사람들이 열패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구조적으로 영남은 덩치가 훨씬 크다. 그래서 그런 고민을 안해도 되지만, 호남은 숙명적으로 그런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저는 지역 주의를 전제로 승리하는 그림을 그리는 한 이 당(더불어민주당)은 안정적으로 갈 수 없다고 본다. 끊임없이 호남은 볼모로 잡히게 된다. 지역 프레임에서 탈피해야 한다. 사회적 프레임, 계층 프레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당이 대비를 해야 한다. 정당 자체의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

유종일 : 김대중 정권 때부터 영남에서 민주당 쪽 지지율이 그나마 올라갔던 때가 어떤 때냐. 재벌 개혁이라든지 하는, 어떤 개혁성을 선명하게 보일 때 그랬다. (영남 사람을 기용한다든지 하는 식의) 지역을 끌어안는다고 해서 올라간 것이 아니다.

이상돈 : 호남의 경우 불만이 폭발 직전이었는데, 우연하게 안철수라는 사람이 창당을 하니까 기대가 있었던 것 같다. 이를테면 천정배 의원은 호남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고, 호남에 국한된 사람이다. 호남 사람들은 호남 지역성이 좀 희석시킬만한 신당을 기대했던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국민의당이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너무 단시간 내에 (지지율이) 빠졌다. 창당 다음 날부터 (보수 출신인) 윤여준 공동창준위원장도 하지 않는 발언을 한상진 위원장이 해서 이른바 ‘성찰하는 진보’의 (나쁜 의미로서) 진면목을 보여준 것 아닌가. 이번에 국민의당이 성공을 하려면 수도권 의원들 7~8명이 와야 한다고 봤다. 그래야 자기들이라도 살기 위해서 선거 때 제대로 해보려 하지 않았겠나. 호남은 우연하게 안철수 의원을 지지했다. 그런데 자기들이 주저앉은 것 같다. 안철수 의원은 영남 사람으로 보기도 어렵다. 수도권 아닌가?

이철희 : 호남은 안철수 의원이 새누리당을 두드려서 그 쪽 지지층을 끌어오는 모습을 기대했을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잘 안된 것 같다.

이상돈 :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세 번째로 허무하게 돼 버렸다.

프레시안 : 모두 부정적인 것 같은데, 야당의 과제가 새로운 리더십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전망이 어떤가.

이상돈 : 나는 좀 부정적이다.

이철희 : 왜 그러시냐. 그래도 기대해 본다고 하셔야지.(웃음)

유종일 : 야당이 현대적인 기업처럼 투명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통해 개혁을 하는 게 아니라, 재발 체제처럼 오너를 통해 수술도 하고 포장도 척척 할 수밖에 없는 수준인 것 같다. 그런 것 없이는 스스로 (개혁)할 능력이 없고, 스스로 갈등을 정리할 능력도 없다. 그러다보니 이렇게 되버린 황당한 상황이다. 망할 때까지 망한 것은 아니니까, 더 망하는 길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뉴파티위원회도 만들고, 인재 영입도 하면서 국민들의 기대를 약간씩은 모으는 것 같다. 과연 야당이 새로운 인물들을 주체로 내세우고, 당의 의사결정 구조도 현대적인 민주정당 체제로 갖춰갈지 봐야 할 것 같다.

이철희 : 다른 것을 고민하기보다는 더민주를 정당다운 정당으로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내부에서 (명분없이) 싸우다보니 정당을 형해화 해버렸다. 진영 논리의 패권주의를 (야당 일각에서) 따지는데, 그렇게 보면,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같은 사람이야말로 탈당을 해야 할 것이다. 그만한 (친박) 패권주의가 어디에 있나. 그런데 당에서 버텨야 한다는 선택을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그렇게 심하게 안 당해본 사람들이 나간다. 당을 바라보는 사람의 인식이 다른 것 같다. 당이 차이를 담아내는 그릇이냐 아니냐, 그 차이가 새누리당과 더민주를 가르는 차이다. 당 구성원들이 진보를 표방하고, 중도를 표방해도 다 좋다.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다. 정당의 ABC라도 제대로 갖추면 좋겠다. 인물도 좀 안에서 길러내야 한다. 더민주는 멀쩡한 사람도 안에 있으면 대접을 못 받는다. 밖에 나가면 대접을 받는다.

이상돈 :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이다. 야권에서 정치하는 사람과, 여권에서 정치하는 사람이 체질이 다르다. 보수와 진보의 차이라고 보기도 어렵고, 사람들의 뿌리가 다른 것 같다. 현상 유지에 길들여진 사람들의 집단이고, 선거 때는 (함께) 생존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런데 야권은 사람 하나하나 개성이 강하다. 개개인이 그런거야 어쩔수 없는 것인데, 집단이 되니 힘이 없어진다.

유종일 : 당료들의 프로페셔널리즘도 야당은 새누리당에 비하면 완전히 정치화, 계파화 돼 있다. 당의 전반적인 역량이 떨어지는 것 같다.

이철희 : 당료의 문제로 가면 새누리당의 당료는 수준이 높고, 더민주 당료는 낮다는 수평 비교를 하면 안된다. 야당은 당이 계속 쪼개졌다 합쳐졌다 해 왔다. 당료는 직업적 안정성이 중요한데, 직업적 안정성이 없다보니 당료로서 존재감이 없다. 그래서 더민주에 있는 당료는 엄밀히 말하면 당료라고 말하기 어렵다. 안철수 의원이 탈당하니 당료로 들어왔던 사람들이 우르르 나간다. 이래서는 당료들에게 왜 그것밖에 못하느냐고 책임을 묻기 어렵다. 당이 전체가 흔들리니 당료들도 그렇게 간다. 당이 안정돼 당료를 체계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당료들 중에 좋은 정치인을 배출할 수 있는 출구도 열어줘야 한다. 야권의 핵심 문제는 괜찮은 정당, 튼실한 정당이 없기 때문이다.

유종일 : 이철희 위원장이 그런 소임을 맡았는데, 굉장히 열악한 조건에서 정당다운 정당을 만들어 가야 한다. 전망은 어떻나?

이철희 : 어렵다. 뉴파티위원회 활동 기간이 6개월이다. 그런데 그 6개월 중에 선거가 있다. 선거 기간을 빼면 어렵다. 안정된 리더십이 구축돼 있고, 그에 따라 당을 새롭게 만들기에는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내부에서 운동을 해보자는 것이다.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도와줄 수 있을지 모르니까. (웃음) 신뢰를 만들기 위해 ‘10개명’을 계속 내고 있다. 아무리 메시지를 던져도 메신저가 문제가 있으면 와 닿지 않는다. 이를테면 막말하는 사람을 공천에서 쳐 낼 정도로 과감하게 공천을 해야 한다고 본다. 막말이라는 기준으로 공천에서 배제하는 전례가 남으면, 그 다음부터 막말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전례를 남겨야 한다.

최태욱 : 당기 결속력, 당의 체제 이야기가 나왔다. 민주당이 새누리당에 비해 약한 게 바로 기반이다. 이념적 기반, 사회적 기반, 지역적 기반도 약하다. 새누리당은 ‘수구 + 보수‘ 정당으로서 확실하게 기반을 잡고 있다. 수구도 있지만 보수도 있다. 즉 새누리당이 더 신뢰가 간다기보다 더 힘이 센 정당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이다. 정책 생산 능력도 더민주보다 더 뛰어나다고 본다. 이를테면 복지국가라는 이슈도,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똑같이 정책을 생산한다면, 사람들은 새누리당 쪽으로 간다는 것이다. 더민주는 무엇을 대표하는가 하는 부분이 약하다. 당의 기반이 약하니 당기가 셀 리가 없다. 더민주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모임이다. 여당과 야당을 가르는 핵심은 이것인 것 같다.

 
 
 
 
프레시안 : 박근혜 정부에 대한 평가를 해 보자. 이제 4년차에 접어들었다.

이상돈 : 여당은 야당의 경제민주화 공세와 같은 것을 피해갈 것이다. 박 대통령과 여권은 경제 위기를 얘기할 것이다. 지난 8년 간 정권을 운영했으면,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것인데, 그 책임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그게 상당히 먹힌다. 지금 우리 사회는 경제 구조가 많이 바뀌었다. 거대 노조의 문제점도 물론 있다. 그런데 지금 일자리가 안 생기는 게 노동 개혁이 안 되고, 기업이 보다 자유로운 구조 조정을 못하게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경제가 안 된다는 논리다. 그런데 그게 상당히 먹히고 있지 않나? 어떻게 생각하나.

이철희 : 어느 정도 먹히는 것 같다.

이상돈 : 8년 간 정부를 이끌어 왔으면 지수가 나온다. 공공 부문 부채가 증가했고, 소득 격차가 세 배로 늘었다. 모두 악화됐다. 나아진 게 없다. 참 황량하게 됐는데, 지금 모든 책임을 밖으로 돌리고 있다. 박 대통령이 전경련 등이 주도하는 서명에 동조를 해 버렸다. 그 주장이 100% 틀렸다고 말할 수 없지만, 야당이 보다 정교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본다. 과연 8년 전 보다 지금이 더 나아졌나? 야당에서 수치 같은 게 별로 나오는 게 없다. 수사만 있는 것 같다.

유종일 : 사실 (야권에서) 숫자도 많이 제시한다. 성장률도 민주정부 때 더 높았고, 최저 임금 상승률도 더 높았다고 얘기를 한다. 그런데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 전에 민주정책연구원 쪽에 ‘민생경제 백서’를 매년 발간하는 프로젝트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야당이 민생 문제에 관심이 있고, 대안을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백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는데, 여기에 쓸 돈이 없다는 것이다. 안 한다. 저는 이런 게 바로 문제라고 본다. 그리고 언론에 다 나오는 얘기들만 반복하는 것이다. 그러니 임팩트가 없고 설득력이 없다. 정부 여당이 야당 발목잡기 탓을 한다. 그 내용을 따지고 보면 그 주장이 옳지도 않지만, 왜 대중에 상당 부분 먹히느냐? 야당이 비판을 하고 반대를 하면서, 대안을 제시하는 게 좀 약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의료 민영화 우려가 있는 부분을 반대한다, 노동개혁에 어떤 부분을 반대한다고 하면서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데, 그냥 ‘우려’만 해버린다. 그런 데서 야당 주장의 신뢰감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야당에는 일관성의 문제가 있다. 이를테면 박근혜 정부가 세제 개편을 했는데, 부자 증세가 일부지만 이뤄졌다. 그런데 야당이 그것을 ‘세금폭탄’이라고 열광적으로 앞장서서 비판했다. 따져보지도 않았다. 과거 한나라당의 ‘세금폭탄론’과 똑같다. 괜찮은 방안을 여당이 내놓았을 때 확실하게 서포트하고 그랬으면 신뢰감도 생기고, 여당이 책임을 떠넘기기도 어렵게 되지 않았겠나.

이상돈 : 35%라는 새누리당의 콘크리트 지지율이 유지되는 이유는 이런 것 같다. 이게 더 늘거나 줄지는 않을 것 같다. 전쟁을 경험한 세대가 있다. 이런 상황과 관련해 노무현 정권이 북한의 핵을 보는 자세라고 할까? 이런 부분에서 질린 것이다. 거기에다가, 그 사람들이 박근혜 대통령 덕분에 모두는 아니지만 70% 정도가 20만 원을 받는다. 이념이고 뭐고 떠나서, (이 지지층은) 복잡한 것은 보지 않는다. 지역적으로도 영남, 특히 대구 경북은 그렇게 돼 버렸다. 소위 부유층들이 야당에 등을 돌리는 것은 ‘종부세 효과’라고 본다. 정권이 잘못되더라도, 이를테면 부유층들은 노태우 정권이든, 김영삼 정권이든, 김대중 정권이든 들어오더라도 본인들은 관계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날 하루 아침에 1000만 원 씩 세금 고지서를 받았다. 그게 굉장히 오래간다고 본다. 그 사람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무조건 1번을 찍는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부유층과 무관한 20대, 30대가 대거 투표장에 가야 할 것인데, 그 사람들은 투표장에 갈 동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독재에 대해서 분노하는 것도 아니고. 나는 그런 점에서 야권이 젊은 세대에 기대하는 것도 (오류가 있다.) 나는 그런 부분에서 야당은 상당한 핸디캡이 있다고 본다.

이철희 : 동의를 한다. 내가 어디 가서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 복을 타고났다고 했다가 욕을 많이 먹었다. DJ는 햇볕정책을 통해 북한과 교류를 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종부세를 건드렸다. 이 두 세력이 계속 보이면 (보수 층은) 여당을 무조건 지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원래 보이던 (싫어하던) 양 쪽 사람들이 야당에서 계속 보이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여당을 찍는다. 이것을 깨려면, 이쪽, 즉 야당에 새로운 새력이 등장하면 된다. 대상적 구조가 깨지는 것이니까. 뉴페이스가 등장하면 ‘양자 택일’이 아닌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야당이 정체돼 있으니 새누리당이 끊임없이 친노들을 불러 놓는다. 친박과 소위 말하는 친노는 세력 프레임으로 보면 적대적 공존 관계다. 이것을 깨는 게 중요하다. 이것을 안하다보니, 야당은 세대 담론을 끊임없이 꺼낸다. 세대 대결을 통해 뒤집어야 하니까. 그게 2012년 대선이었다. 지금 세대별 인구 구조도 바뀌고 있다. 여전히 익숙한 사람들이 젊은 사람을 선거장으로 끌어내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투표 동기를 주려면 사람이 바뀌어야 하고 프레임이 바뀌어야 한다. 사람도 그대로고 프레임도 그대로다. 그러니 투표장에 안 나온다. 구조적으로 이것을 만회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야권이 못났다는 것이고, 야당 복을 타고 났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박근혜 대통령이 안하무인이 된다. 측천무후(則天武后)다.

유종일 :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대선 때 이회창 씨가 상대 후보였다. 당시 이회창 후보가 TV토론회, 연설 등을 통해 김대중 대통령과 김대중 정부를 많이 공격했다. 그렇게 하지 않고 노무현 후보를 공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결과가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사람들이 보기에 김대중은 김대중이고 노무현은 노무현이었던 것이다. 아직도 야당에는 ‘유훈통치’라는 얘기가 나온다. 지금이 도대체 언제냐. 아직도 동교동계니 친노니 하고 있으니, 젊은 사람이 그 당을 선택하기가 어려운 것 아닌가.

이상돈 : 다음번 선거에서 이른바 ‘친노 주류’라는 후보가 나오면 새누리당이 평양 비망록을 또 들고 나올 것이라는 얘기가 있더라. 다 공개된 그것 말이다. 친노고 호남이고, 두 전 대통령으로부터 자유로운 리더십이 나오지 않으면 야당이 정권을 잡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이철희 : 덧붙이자면 그런 것 같다. 진보, 지금 야권이 싸움을 잘 못한다. 사람들이 식상하다고 평가는 것 뿐만이 (야권이 지지를 못 받는 이유는) 아니다. 진보가 두 번의 집권을 모두 연대를 통해 했다. DJP 연합, 후보 단일화가 있었다. 그런데 연대 담론이나 연대 가치에 대해 보수가 끊임없이 치고 들어올 때 방어를 못했다. 지난 총선(2012년) 때 보수 쪽에서 ‘종북’ 얘기를 하니 갑자기 소극적이 돼 버렸다. 버텨야 하는 싸움에 대해서는 일시적 유불리를 떠나 버텼어야 하는데, 그것을 안 버티고 후퇴하다보니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지금 야권 연대도 하는 것이 굉장히 군색해진 상황이다.

이상돈 : 통합진보당은, 국회에서 최루탄 터트리고 그랬지 않나. 그런 것을 보면 지난 2012년 대선때 야권이 표를 엄청나게 따낸 것이다.(웃음) 그것은 엄청나게 잘 한 것이다.

이철희 : 선거 하나는 질 수 있다. 그런데 버틸 것은 버티자는 게 있어야 한다. 이번 선거 지더라도 다음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 이런 프로세스를 마련하고 정치를 해야 하는데, 매번 작은 선거(재보선 등)에서도 올인을 한다. 그런데 계속 진다. 문제점은 안 고쳐진다. 너무 식상한 사람들이 주류를 여전히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있지만, 싸움도 너무 못하는 싸움을 한다. 물론 옛날 사람들이라도 싸움의 기술이 뛰어나면 싸움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것도 못하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정치인들이 카르텔 속에서 순치된다. 싸울줄 모르는 정당이 돼 버렸다. 심각하게 정당이 카르텔화 돼 있다. 이런 구조적인 것을 타파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아무도 안 하는 것 같다.

프레시안 : 새누리당 얘기를 해보자. 새누리당의 공천 싸움이 가시화되고 있는데, 어떻게 될까?

이상돈 : 총선까지는 어떻게 하든 갈 것 같다. 총선 이후에 문제가 될 것이다. 총선 이후에는 청와대 눈치 볼 것이 없어진다. 그 때까지는 다 엎드릴 것이다.

최태욱 : 며칠 전 민주당의 전직 고위 당료가 몇몇 의원들을 모시고 전망 분석하는 것을 같이 들은 적이 있었는데, 설득력이 있는 얘기를 하더라. 모든 지역구를 다 꿰고 있던데,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니 서울은 더민주 당선 가능성이 있는 곳이 4~5석에 불과하다고 한다. 경기도 역시 거의 비슷하다. 4~5석 정도라고 한다. 삼자구도에서 분석한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이것은 완패다. 새누리당이 180석, 220석 나온다는 것이다. 다른 전문가의 분석도 들어봤는데, 새누리당 220석이 근거 없는 얘기가 아니라고 한다. 야당이 선전할 가능성을 높이려면, 연대를 해야 한다. 안철수 의원이 연대를 굉장히 싫어하던데, 연합, 연대는 정치의 예술이다. 연대와 연합을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빠른 시일 안에 하지 않으면, 그리고 훌륭한 후보를 한 명이라도 더 영입하지 않으면 야당이 대패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돈 : 220대 80이라는 얘기다. 과거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이 나왔을 때, 여당 쪽에서 수도권에서 힘들게 이겼던 사람들이 모두 ‘낭패다’라고 했던 것 아닌가. 통합진보당이 있어야 5000표 정도를 분산시킬 수 있기 때문에다. 여당 입장에서 속은 시원했겠지만, 실제로 그런 말이 있었다. 그리고 지난 2012년 총선 때 ‘정통민주당’이 나왔는데, 후보가 150명 가까이 됐었다. 그 사람들이 2000표, 3000표 가져갔다. 수도권에서 그 정도 표면 엄청나게 큰 것이다. 국민의당이 서울 경기에서 10명 정도 나오면 연합할 채널이 있어야 하지 않나. 지금은 수도권 의원 김한길 의원 등이 그런 채널을 갖고 있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국민의당 같은 경우는 (신생 정당이어서 경쟁자가 없어) 경선 없이 본선 나와서 후보로 뛸 수 있다. 그러면 대거 나갈 수 있다. 당에서 ‘나가지 말라’고 막을 방도가 없다. 원래 본선보다 경선이 더 돈 많이 들고 치열한 것이다. 그런데, 한가지 위안(?)이 되는 것은 (안철수 의원 탈당 전의) 새정치민주연합 그대로 가서 총선을 치렀다고 하더라도 80석 조금 넘기는 수준으로밖에 예측이 안 된다는 점이다. 야당, 큰일이다.

이철희 : 저는 그런 전망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하더라도, 조금은 다를 것으로 본다. 저는 연대를 해야 한다고 보는 사람인데, 지금부터 연대만 끊임없이 외치다보면 각 당의 기득권 세력들끼리 연대가 된다. 그것은 별 효과가 없다. 산술적 1대 1이 되기 때문에 물론 연대를 안 하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크게 먹힐 것은 아닌 것 같다. 각 당이 혁신을 제대로 하고 뉴페이스를 내세워 싸움을 붙으면 저는 해 볼만 하다고 본다. 새로운 얼굴로 총선을 치르는데 거기에서 연대가 잘 이뤄진다고 하면, 저는 여소야대도 가능하다고 본다.

최태욱 : 연대 플러스 새 인물. 두 조건이 같이 있어야 한다. 연대만 외치면 안된다. 그런데 보자. 시간이 별로 없다. 안심번호제를 등록하려면 23일 전에 신청해야 하고, 선관위 얘기는 3월 4일까지 끝내야 한다고 한다. 역산해보면, 내일부터 당장 연대의 실무 작업에 들어간다고 해도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그런데 경선도 안하고, 국민의당은 이제 시작이고, 공천 룰도 아직 안 만들어져 있다. 심각한 상황이다.

이상돈 : 국민의당은 광주 전남 공천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총선 전체를 조망할 여력도 없는 것 같다.

유종일 : 저는 선거 전망을 할 수 있는 능력도 없다.

이상돈 : 누구나 다 마찬가지다.(웃음)

유종일 : 굳이 얘기를 해보자면 ‘대중의 지혜’라는 게 있지 않나. 국민들도 불안할 것이고 알 것이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놓아 뒀다가는 여당이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가 되는 것 아니냐. 견제 심리가 상당히 발동할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 국민들은 지금 정부에 대해 강하게 견제할 수 있는 그런 힘을 야권에 주고 싶어 한다. 문제는 야권이 과연 그것을 받아먹을 자세가 돼 있느냐 하는 것이다.

최태욱 : 이 얘기는 꼭 하고 싶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제안한 야권 전략협의체를 국민의당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서 호응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부터 연대를 위한 실무 작업을 해도 시간이 부족하다. 뭘 믿고 저러는지 모르겠다.
 
 
 
File
paper.jpg [107.7 KB] (download :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