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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과 정책 제127호_주재우_이제 러시아 중시 외교가 필요하다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6-04-29 01:18:21
  • 조회수 : 2195
현안과 정책 제127호
우리의 전문가나 정부 당국자는 분단 이후 한반도 주변의 4강 외교의 중요성을 인식해 왔으나 이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다.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물론이고 통일 한반도의 구현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전제조건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관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우리의 러시아 외교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그리고 대러 외교를 강화하기 위한 러시아의 전략적 가치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또한 러시아의 전략적 가치를 우리 국익에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러시아가 독자적 대국 세력이 아니라 대국들과의 관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대적 국가임을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본고는 이상의 논의를 바탕으로 대러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전략 방안을 제시한다.
 
1. 우리 러시아 외교에 대한 성찰
 
분단 이후 우리 국가의 최대 목표는 통일이며 우리 외교정책의 초점은 자연스럽게 이런 목표의 구현을 수반하기 위해 북한과의 관계에 맞춰져왔다. 아쉬운 것은,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우리 외교가 양자나 다자외교에서 독자적인 목표, 원칙이나 전략을 세워 운영된 적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일례로, 우리 정부 당국자나 전략가들에게 우리가 미국 외교에서 추구하는 이익이나 목표, 그리고 전략이 무엇인지 질문하면 대부분 답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최근 우리의 여론과 많은 전문가들은 위안부와 과거사 문제로 냉각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독촉했다. 이들에게 우리가 이 시점에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한 이유를 물으면 제대로 된 답을 듣지 못하는 것도 현실이다. 그만큼 우리 외교가 통일과 북한 문제에 매몰되었다는 증거다. 하물며 러시아에 대해 우리가 추구하는 외교적 목표가 무엇인지 물어도 시원한 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분단 이후 통일을 위해 달려온 우리는 주변 강대국, 즉 미국, 중국, 일본과 러시아와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다. 이는 통일이 자주적으로 이루어져야하는 동시에 이들 강대국의 통일에 대한 암묵적이든 공개적인 합의와 지지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관념에 기인한 것이다. 매우 역설적인 생각이다. 우리가 자주적으로 평화적으로 독립적으로 통일을 이뤄낼 수 있다면 주변 강대국들의 합의가 왜 필요한가? 결론부터 말하면 절대적으로 충족되어야할 사항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왜 그런 강박 관념을 가지고 지금까지 살아왔나? 독립적으로 자주적으로 통일을 이뤄낼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독립자주적 통일의 구현은 우리의 능력, 즉 부강한 국력을 전제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변국들을 설득해 이들의 통일 승인(?)을 받아내고 우리가 부담해야 할 통일비용의 해소를 위해 이들의 협력과 지원을 확보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 두 가지 시나리오를 의식하면서 살아왔다.

후자의 경우를 대비해 역대 정부는 탈냉전시기 전후 주변 4강 외교를 중시했다. 그리고 북한의 상황이 어려워질 때마다 통일을 대비하기 위한 통일외교에 노력의 박차를 가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탈냉전시기 이후 북한의 핵문제와 도발이 불거질 때마다 우리는 주변국의 협조와 협력을 강구하면서 이를 평화롭게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북한의 핵보유는 통일 과정에서 주변국의 이해갈등의 근원으로 작용할 수 있는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핵보유의 통일 한반도를 모두가 반대할 것이라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금까지 북핵, 북한의 도발과 통일 문제와 관련하여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 강화 및 발전을 모색하는데 외교적 노력을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그러나 유독 홀대했던 나라가 러시아다. 1988년 노태우 정부가 추진을 시작한 ‘북방정책’의 출발점은 구소련과 동구권이었다. 그리고 2년 후 러시아와 수교했다. 중국보다 2년 빨랐다. 이후 한러관계의 실상은 어떤가? 우리와 러시아의 관계는 서로에 대한 신뢰, 믿음과 존중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으로 러시아는 우리가 북핵이나 동북아의 외교문제에서 러시아의 역할이나 역량을 무시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우리 또한 러시아의 국력이 많이 쇠약해졌고 러시아가 아시아보다는 유럽을 중시하는 편향적 사고를 가진 나라이기 때문에 우리의 국가적 중대 목표, 즉 통일과 북한문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 나라라는 인식이 확고하다.

이 같은 우리의 인식은 우리의 역대 지도자의 외교 행보에서도 입증된다. 한러 수교가 지난 해 25주년을 맞았다. 25년 동안 우리와 러시아 정상 간의 회담은 25회 개최되었다. 일 년에 한 번 꼴이다. 정상 간의 상호 방문은 16차례에 불과하다. 다자외교의 장에서도 개별적인 조우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유일하게 우리 정상이 다자외교의 장에서 러시아의 수장과 회담을 갖는 경우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에서 7차례(2000, 2001, 2003, 2005, 2006, 2007, 20012) 가진 것이 최고다. 이 밖에 한러 정상은 G-20(2013)과 핵안보정상회의(2012년)와 UN의 천년정상회의에서 각각 한 차례 회담을 가졌으나, 러시아가 2011년 동아시아정상회의에 가입한 후 한 차례도 없었다. 우리 정상들은 모두 6차례 러시아를 방문했으나 이 중 네 차례는 인근지역 국가와의 연계 방문 중에 이뤄진 것이다. 러시아의 방문만을 위해 우리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한 것은 두 차례(1990, 2008)에 불과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러시아에서 개최된 2010년 제2차 야로슬라블 세계경제포럼과 2011년 제2차 한러대화 폐막식 등과 같은 특별 행사에 참석하면서 러시아를 방문한 적은 있었다.

우리는 분단 이후 지금까지 주변 4강 외교가 우리의 국익과 국가 운명에 매우 중대하다고 강조해왔다. 그리고 4강 외교에서 균형을 강조했다. 즉, 한미동맹으로 인해 미국 편향적인 외교가 상수인 현실 속에 기타 3강과도 관계를 강화, 발전시키는 균형 외교를 구현하겠다는 의미다. 한 때는 동북아의 균형자 역할을 자청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중국과의 관계는 미국과 일본이 우려할 정도로 가까워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일본과의 관계는 미국이 우려할 정도로 소원해졌다. 우리의 러시아 관계는 점점 퇴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한러 교역 관계에서도 입증된다. 2015년 한러 교역 규모는 160억 달러로 2014년(258억 달러)의 38%의 수준으로 역성장한 것이다. 그리고 작년의 우리의 대러 무역 적자도 전년도의 45억 달러에서 66억 달러로 증가했다. 우리와 러시아의 관계는 정치, 경제, 안보, 외교, 문화 등의 모든 분야에서 퇴색하고 있다. 우리가 4강 외교에서 유독 러시아에 대해서만 외교적으로 홀대한 이유를 통일과 국익 차원에서 심각하게 고민해야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가 우리에게 왜 중요한가?
 
러시아가 우리에게 왜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많은 이들은 에너지자원과 통일 등의 문제와 연계해 답을 찾는다. 매우 진부한 답변 수준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우리가 러시아를 우리 국익에 중요한 이유로 손꼽는 중 하나가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원의 다원화를 구현할 수 있는 절충 국가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한반도 통일에 러시아와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역대 정부의 러시아에 대한 국익의 인식은 국민과 일치하고 있지 않다. 우리 정부는 러시아를 원유와 천연가스의 절충지로서의 가치를 아직도 활용하지 못하고, 아니 포기한 실정이다. 과거 추진한 원유와 천연가스 개발 사업은 모두 수포로 돌아간 상황이다. 시베리아에서 유전과 가스전 몇 개 개발 및 시추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2002년 러시아가 시베리아지역의 가스와 석유 파이프라인을 발주했을 때 이에 우리는 중국과 함께 참여했지만 일본이 수주를 받는 바람에 사업을 포기했다. 그러나 정치적인 이유로 이듬해 러시아는 중국에게 발주하는 것으로 결정을 번복했다. 그리고 몇 년 후 일본 역시 수주를 받는다. 그리고 십 수 년이 지나고 난 후 중국과 일본은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의 러시아 가스와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러시아는 2015년 중국의 최대 석유 수입시장이 되었고 향후 30년 동안 천연가스를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일본은2009년 러시아 수입 석유 량이 총 석유수입량의 3%에 불과했던 수준을 10% 전후로 상승시켰다. 2014년 기준 우리의 러시아 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5%, 석유는 4%에 불과하다.

한반도 통일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러시아의 역할을 무시할 대한민국 사람은 없다. 그러나 러시아의 역할의 정도나 영향력의 수준이 미국이나 중국의 것에 비해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인식이 한국사회에 만연하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통일과정에서 러시아의 역할이나 영향력을 회의적으로 보는 경향이 증대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를 무시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지리적 인접성 때문이다. 통일 한반도가 통일 비용의 부담에서 하루 빨리 졸업하기 위해서는 지리적 인접성을 가진 러시아와의 협력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통일 한반도가 경제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유라시아의 경제적 역량을 적극 활용해야하는데 이의 중심에는 러시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 정책을 우리 외교정책의 근본을 삼고 있는 정부의 행태를 보면 러시아의 통일 한반도에 대한 전략적 가치를 인식조차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러시아는 우리에게 상기한 근시안적 전략적 가치보다 잠재적이나 더 중요한 미래 가치를 가지고 있다. 첫째 러시아는 통일 한반도가 필요한 막대한 자원을 제공할 수 있는 나라다. 통일 한반도의 2,200만 북한 주민의 생활환경을 바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원을 이웃국가로부터 충당해야 한다. 식량을 중국의 동북지역에서 충당한다면 북한지역의 필요한 에너지자원은 러시아에서 조달해야 할 것이다. 또한 북한 지역의 개발로 산업화가 이뤄지면 앞서 언급했듯이 유라시아의 교통망에 우리의 수출품 운송을 의존해야 한다.

둘째, 러시아가 한반도를 강대국으로부터 자국의 안보이익을 보호해줄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러시아 및 시베리아에서 우리의 국익 획득을 보장받을 수 있는 외교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즉, 러시아에서의 우리의 국익을 확보할 수 있는 우위에 있다. 러시아는 과거 중국과 세 차례에 걸쳐 동맹조약을 맺었다. 중국이 외국과 유일하게 동맹조약을 맺은 국가 역시 러시아였다. 첫 번째 조약이 1896년 6월에 청나라와 러시아제국이 맺은 ‘적의 방어를 위한 상호방위조약’이었다. 두 번째 조약은 1945년 8월 14일 중화민국과 소련이 체결한 ‘중소 우호동맹조약’이었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 조약은 1950년 2월 14일 중화인민공화국과 소련이 맺은 ‘중소 우호동맹 상호원조조약’이었다.

이들 동맹관계의 가장 큰 특징은 첫 번째와 세 번째 동맹 결성의 목적이 모두 일본을 대적하기 위한 사실이었다는 점이다. 특히 세 번째 동맹목적은 우리의 이해와는 달리 냉전체제 아래서 미국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고 미국보다 일본의 군사주의를 우려하여 이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처럼 중국과 러시아 두 나라는 역사적으로 일본을 더 큰 안보위협으로 인식하는 전통을 공유하고 있다. 일본의 군사주의나 군국주의의 부활 또는 군사력 강화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는 매우 민감하다.

그러므로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을 미국은 물론 일본에 대한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가치를 확보했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런 한반도의 전략적 요충지의 가치는 통일 이후의 한반도가 역시 같은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할 것이다. 즉, 중국과 러시아는 통일 한반도가 일본을 견제할 수 있는 전략적인 가치를 자국의 안보이익에 유리하게 활용하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므로 러시아의 동북아와 한반도 지역에서 갈구하는 안보 이익과 전략적 구상을 우리의 외교가 관철하여 이를 우리의 외교적 레버리지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러시아가 우리에게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러시아의 시장 가치다. 러시아는 주지하듯이 제국 시절과 공산화 초중반기를 제외하고 경제적으로 부강한 시기가 거의 없었다. 특히 냉전 종결 초기에 진행했던 잇단 개혁의 실패로 인해 경제와 산업은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러시아의 경제는 이후 에너지자원에 의존하는 구조로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외부 경제 영향에 취약한 구조를 내포하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 러시아 에너지자원의 가격 경쟁력의 상실은 결국 러시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전통적 에너지산업강국의 경제에서 볼 수 있듯이 러시아 경제의 에너지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수록 기타 1,2차 산업이나 이들 산업의 해외 수입시장의 의존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잠재성이 매우 큰 시장이 된다. 이미 중국에 대한 러시아 산업이나 시장의 높은 의존도가 이런 사실을 방증한다. 그러므로 우리 경제, 특히 통일 한반도 경제의 돌파구라고하면 러시아 시장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로 급부상할 것이다.
 

 
러시아의 외교 이해하기: 독자 세력인가? 상대성 세력인가?
 
상기한 러시아가 우리에게 주는 전략적 가치가 상당하나 우리가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 이는 러시아에 대한 이해 부족, 특히 러시아의 외교정책이나 대외행태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기인한다. 대국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대국이 세계와 주변지역을 보는 눈높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대국은 기본적으로 자국의 국제적 위상을 인식하는 수준이 우리가 대국을 보는 것과 다르다. 대국은 자국의 위상이 국제체제의 정점에 놓여 있다는 전제 하에서 우선 다른 대국과의 관계 속에서 자국의 주변 국제 환경과 국가 관계를 인식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국 외교에서는 대국 관계가 제일 중요한 변수다. 이를 근거로 대국은 대국과의 관계 속에서 다른 국가가 자국의 이익에 어떠한 전략적 이익 가치가 있느냐에 따라 그 국가와의 관계를 정립한다. 전통적인 대국인 러시아의 외교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사실은 러시아의 외교는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움직였다는 사실이다. 러시아가 주도적으로 다른 대국과 같은 위치에서 세계적인 영향력을 도모할 수 있었던 시기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공산화 초중반 시기 이외의 러시아는 매우 수동적이고 반응적이고 상대적인 외교 행위를 보였다. 아마도 혹자는 러시아가 냉전 초중반기에도 이와 유사한 행위를 보였다고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미국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에 외교적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러시아는 독자적인 세력으로 세계의 문명을 지배하거나 세계 질서를 주도한 적이 없는 대국으로 군림해 온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즉, 패권을 장악한 적 없는 강국이었다.

러시아는 그래서 독자적인 세력으로서의 대국이기보다 오히려 상대성이 강한, 즉 다른 대국과의 경쟁구도 속에서 이들의 행위에 반응하고 대응하는 세력이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러시아 외교의 이해는 러시아와 대국과의 관계를 우선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즉, 러시아와 미국, 러시아와 중국, 러시아와 유럽의 관계가 양자 차원에서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고 이 상호작용이 어떻게 운영되었는지를 이해한다. 또 다자 차원에서 양자관계가 러시아-미국-중국-유럽 간의 관계 구도 속에서 어떠한 영향을 서로에게 미쳤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일례로,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러시아-미국-중국의 3각 관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3각 구도 속에서 러시아-미국, 러시아-중국, 중국-미국 등의 양자 간의 상호관계를 파악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이들 양자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번외적인 요소 또는 3자적인 요소와의 관계에 대한 이해도 요구된다. 즉, 중국과 러시아 간의 갈등이나 공조의 원인을 양자차원에 국한해서 이해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사실이다.
 

 
러시아의 활용 전략 방안
 
우리는 지금까지 주변 4강 외교를 우리 외교의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이의 완성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우리는 주변 4강 속에서 균형적인 외교보다는 몇 몇 나라에 편중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면서 러시아를 경시하다 못해 러시아가 홀대받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관계가 소원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북한 도발사태나 북핵문제가 발생하면 러시아에게 우리의 안보 입장에 대한 이해를 촉구하면서 우리의 안보이익을 위한 공조 요청을 해왔다. 그 때마다 냉소하게 반응하는 러시아에게 우리는 실망했고 러시아의 이런 반응은 우리의 인식 속에 누적되면서 러시아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한 우리의 인식마저 잠식시켰다. 우리 외교에서 러시아가 망각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우리 외교가 러시아의 외교적 가치를 상기하고 러시아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협력을 유발할 수 있는 유인책을 강구하는데 힘써야할 것이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자성적인 전략 방안을 제시한다.

첫째, 러시아와의 경협 강화를 위해 북한문제 해결에 러시아의 적극적인 참여 유발을 도모하는 방안의 마련이 필요하다. 러시아와의 경협은 북한의 도발 자제가 전제되어야 한다. 특히 북한의 예고 없는 미사일 발사와 같은 도발 행위는 한러 경협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북한의 예고 없는 동해를 향한 미사일 발사로 우리와 러시아 간의 경협의 기본이 되는 수송로 운항이 타격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의 미사일 때문에 한국에서 블라디보스톡의 비행운항선은 중국을 돌아가는 항로로 변경된 지 오래다. 그러면서 종전의 정상적인 상황에서의 2시간 비행시간이 4시간으로 증가했다. 그러므로 원활하고 안전한 인적, 물적 교류를 위해 러시아에 북한의 위협문제의 심각성을 상기시키면서 이 같은 상황을 러시아가 해결에 적극 나설 수 있는 유인책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

둘째, 대러외교에 대한 우리 정부의 관심 제고가 필요하다. 러시아가 한반도 4강 중 한 축으로 군림하고 있는 한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이 배가되어야할 것이다. 북한의 도발사태가 있을 때만 러시아를 찾는 태도로 러시아와의 공조가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한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사항에 대한 후속조치를 정부 당국차원에서 세심하게 마련하고 이행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러시아와의 공조체제를 마련하기 위한 정부 당국의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하겠다. 한미동맹으로 한중 간의 이해적 갈등이 발생하면 한중 간의 전략적 협력체계는 마비가 된다. 2013년 11월 항공식별구역(ADIZ)설정으로 중단되어 올해 근 3년 만에 개최된 한중 국방전략대화가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러시아와는 이와 유사한 상황이나 이의 파급효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와 러시아의 전략대화는 정권교체의 이유로 2011년 이후 폐기 상황이다. 지속성과 연속성을 가지고 러시아 외교에 임하는 태도와 의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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