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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과 정책 제155호_장지연_노동시장과 성불평등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6-12-05 00:21:53
  • 조회수 : 2076
현안과 정책 제155호
전세계적으로 탈산업화와 노동시장이중화가 진행되는 와중에 우리나라는 간접고용의 비중도 크게 증가하였기 때문에 노동시장 규제와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저임금노동의 풀이 커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 피해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크게 돌아간다. 임금수준이나 고용률 측면에서 성별격차가 나타나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지만, 우리나라만큼 격차가 심한 경우는 없다. 출산·양육기 여성의 경력단절도 이제 주요 선진국들 중에서는 우리나라에만 남아있는 현상이다.
노동시장 성평등을 진작하기 위하여 정책을 설계함에 있어서 정책대상을 여성으로 한정해서는 안 된다. 여성이 수혜자가 될 정책을 강구하는 것으로는 노동시장에서 성별경계를 무너뜨리지 못하며, 성별경계를 무너뜨리지 못하고서는 성평등을 기대할 수 없다. 또한,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의 규모가 늘어나는 것을 방치하거나 조장하는 정책을 펴면서 성평등한 노동시장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누군가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 그 자리는 각 사회가 걸어온 경로의 특수성에 따라 채워지게 된다. 유럽에서 그 자리를 이주노동자가 채운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여성이 채웠다.
 
노동시장 불평등의 문제를 다루는 연구자들 사이에는 적어도 두 가지에 대해서는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하나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임금격차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이 격차가 정규/비정규직과 대/중소기업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젠더관점에서 다시 한 번 바라보자.

‘노동시장에 성불평등이 존재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논의를 시작하고자한다면 다음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을 생각해보면 된다. 첫째, 여성들이 배우자나 가족에 의지하지 않고 경제적 독립이 가능하도록 일할 기회가 충분히 제공되는가? 둘째,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는가? 즉, 동일가치노동에 대하여 동일한 임금이 지급되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이미 나와 있다. 우리나라 여성의 고용률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 매우 낮고 성별 임금차이도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별임금격차가 크다거나 좋은 일자리에 여성비율이 낮다는 신문기사가 나오면, 어김없이 여성들이 힘든 일은 피하면서 좋은 것만 함께 누리려고 한다며 비난하는 댓글이 달리곤 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일부 대중들이 이주노동자에게서 현실문제의 원인을 찾는 것과 똑같은, ‘피해자 탓하기’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종사자들이 힘든 일을 안 해서 임금을 적게 받는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바 없거니와, 국가 간 비교연구에서도 단연 압도적으로 심한 성별임금격차는 여전히 원인규명이 필요하다.
 
노동시장 성별격차
 
전세계적으로 탈산업화와 노동시장 이중화가 진행되는 와중에, 우리나라는 특히 제조업 부가가치가 축소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종사자 수는 빠르게 줄어들었으며 간접고용의 비중도 크게 증가하였다. 저임금노동의 풀이 커질 수 있는 필요조건을 갖추게 된 것이다. 한편, 임금수준이나 고용률 측면에서 성별격차가 나타나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지만, 우리나라만큼 격차가 심한 경우는 없다. 출산·양육기 여성의 경력단절도 이제 주요 선진국들 중에서는 우리나라에만 남아있는 현상이다. 다른 나라는 여성들이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비율이 높아서 문제가 되는데 비해서, 우리는 장시간 근로하는 비정규직이 많다는 점도 독특하다.

여성 생산가능인구(15~64세) 대비 고용률은 2000년에 50%에서 2015년 55.7%로 증가세이기는 하지만, 75%인 남성과는 20%p 가량의 커다란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임금은 남성임금의 64% 수준이다(그림1). 고용률 격차나 임금격차 모두 OECD 국가들 중 최고수준이다. 노동시장 불평등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인 저임금근로자1) 발생 비율 역시 2015년에 22%로 미국과 함께 가장 높게 나타났는데, 이를 성별로 나누어 살펴보면 남성은 11.5%인데 비해서 여성은 37%에 달했다. 여성노동자 세 명 중에 한명 이상이 저임금 노동자라는 뜻이다.

여성의 고용률이 낮고 성별임금격차가 큰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메커니즘에는 경력단절의 문제가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등장한다. 여성이 근속기간이 짧고 육아기에 일정 기간 미취업자 상태로 들어가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은 낮은 고용률과 저임금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중요한 매개변수인 것만은 틀림없다. 여성의 연령별 고용률 그래프는 아직도 M자 곡선의 모양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M자 곡선은 이제 다른 선진국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며,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일본만이 그 흔적이 남아있다(그림 2).

<그림1> 남성임금 대비 여성임금비(%)

자료출처: 통계청, 국가주요지표(2015)

<그림2> 주요국 여성의 연령별 고용률

자료출처: OECD Labor Force DB (2015)

<그림 3> 연령 및 근속기간별 남성 대비 여성의 상대임금

자료: 경제활동인구조사 8월 부가조사 (2015)

여성의 임금수준이 평균적으로 남성의 60% 수준에 불과한 성별임금격차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경력단절이 지목되어 왔다. 주류 경제학의 이론에서 보자면 여성이 경력단절로 인하여 근속년수가 짧아진다는 것은 임금수준을 결정하는 인적자본이 부족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상적으로 여성의 근속기간이 짧은 것과 임금이 낮은 것이 동시에 나타난다고 해서 전자가 후자의 원인이라고 속단할 수는 없다. 근속기간이 비슷해도 여성의 임금수준은 남성보다 훨씬 낮다(그림 3). 연령대가 높을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해진다. 남성의 경우 직장이동이 임금수준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는데 비해서 여성은 직장이동이 임금을 낮추는 방식으로 작동함을 의미한다.

뭔가 다른 제3의 요인이 여성의 경력단절을 초래하고 동시에 저임금의 원인도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이 가능하다. 가장 유력하게 지목되어 온 요인은 유리벽이나 유리천장과 같은 차별이다. 그러나 이러한 유리벽이나 유리천장이 사회의 전 분야에서 나타나는 문화적 현상인지, 아니면 특정한 업종이나 직업군에서 나타나는 노동시장 구조적 요인에 따른 현상인지는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지만 쉽지 않은 질문이다.

왜 우리나라 여성들의 경력단절(M-curve)과 비정규직화가 다른 나라에 비해 유난히 심각한가? 특히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여성고용이 서비스업에 집중된다는 점에서 우리와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파트타임 고용비율이 높아지는 방식으로 나타났고, 이러한 조건 하에서 고용률 증가와 성별임금격차 완화라는 성과를 이루었다는 점에 주목해야한다. 우리나라 여성고용의 특징은 전일제 비정규직과 경력단절의 결합으로 귀결되었으며, 고용률의 증가와 격차해소는 지체되고 있는 현상이 설명되어야 하는 것이다. 가장 단순하게는 가부장제적 가치의 지배가 아직도 공고하다는 말로 일부 설명될 수 있겠으나 이것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다양한 노동시장정책이 진행되었는데 그 효과가 미미하다면, 정책의 내용에 무슨 문제가 없는지 들여다보아야 할 것이다.
 

 
고용정책과 노동시장 성불평등
 
① 적극적 조치

노동시장의 성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하여 시행한 대표적인 정책으로 ‘적극적 고용개선조치’가 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적극적 고용개선조치는 공기업과 상시근로자 500인 이상의 민간대기업을 대상으로 여성근로자 비중과 여성관리자 비중을 보고하게 한 후, 이 비중이 동종업종 평균의 70%에 미달하는 경우 향후 어떻게 고용개선조치를 취할 것인지 시행계획서를 제출하게 하며 이 시행계획에 따른 이행실적을 다시 점검하는 프로세스로 진행된다. 여성고용 목표 수치를 일률적으로 정하지 않고 업종에 따라 상대적인 수준을 설정할 뿐 아니라, 여성고용비율을 높이는 방법을 개별기업의 사정에 맞게 스스로 판단하게 함으로써 기업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설계된 적극적 고용개선조치의 결과는 그다지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다. 제도도입시점인 2006년에 대상기업들의 여성비중이 28.7%에서 2014년 36.5% 수준으로 증가하는 정도의 작은 성과는 있었다.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의지가 반영되고 실질적인 여성고용확대 효과를 이끌어내기 위하여 인센티브 시스템이 재설계될 필요가 있는데, 여성고용지표를 공기업 경영평가에 반영하는 방안, 공공조달과 연계하는 방안, 실적이 저조한 기업의 명단공표 등으로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

② 일생활균형(Work-Life Balance)

성평등화 정책이 과거에 주로 차별금지 중심으로 논의되던 것에서 최근에는 ‘일생활균형’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성평등 개선이 어렵다는 인식변화를 겪었다. 그러나 때로는 선진국에서 조차 일생활균형 정책이 길을 잃고, 기존의 성별분업은 존치시킨 채 가능한 한 많은 여성을 노동시장으로 동원하는 정책으로 변질되는 경우도 나타난다. 육아휴직제도를 강화하였으나 주로 여성들만 이용한다거나, 여성이 시간제 일자리로 집중되는 현상을 방치하는 것이 바로 길을 잃은 정책의 사례이다.

우리나라의 육아휴직제도는 급여의 소득대체율은 높지 않으나, 엄마가 아빠가 각각 1년씩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제도 자체는 성평등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육아휴직 이용자 수는 빠르게 증가하여 출산휴가를 사용한 여성노동자 중에서 80% 이상이 육아휴직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육아휴직자 중에서 남성의 비중이 아직도 5% 수준으로 낮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아빠의 달을 도입하여 남성이 육아휴직을 하는 경우, 더 높은 소득대체율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 놓았으니 당분간 추이를 지켜보자.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에서 시간제일자리 확대를 명시적인 정책목표로 설정한 것은 더욱 답답한 일이다. 그 결과 전체 임금근로자 중에서 시간제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6.6%에서 2015년 11.6%까지 증가하였고, 여성만으로 보면 11.7%에서 18.4%까지 증가하였다. 시간제 일자리가 전일제 일자리에 비해서 여러 가지 근로조건 면에서 상대적으로 더 열악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받고, 일자리를 통해서 사회보험에 가입되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한 경우를 ‘괜찮은 일자리’라고 정의할 때 전체 시간제 근로자 중에서 괜찮은 일자리의 비율은 약 40%에 불과하다. 정부는 최근에 시간제 일자리를 새롭게 ‘창출’하는 정책에서 정규직 전일제 일자리를 근로자의 필요에 따라 일시적으로 시간제로 ‘전환’하는 정책으로 선회하였는데,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여성에게 시간제 권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시간제 일자리가 자동적으로 ‘시간선택권’을 확대해 주는 것은 아니다. 언제 일하고 몇 시간 일할지가 노동자의 선택이 아니라 고용주의 결정이 된다면 ‘생애주기 맞춤형’이 될 수 없다. 시간주권의 개념은 좀 더 철저하게 고민되어야한다.

③ 최저임금과 비정규직규제

성평등을 위해 일부러 설계한 제도는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성평등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정책들이 있다.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비정규직 고용규제 등이 그런 정책들이다.

성별임금격차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정책을 단 하나만 제시하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최저임금 인상을 꼽을 것이다. 여성의 경우 최저임금 미만율(미준수율)도 높지만, 고시된 최저임금액이 곧 자신의 임금이 되는 노동자의 비율도 매우 높기 때문이다. 매년 결정되는 최저임금액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노동자의 비율은 남성은 남성임금노동자의 10% 선인데 비하여 여성의 경우는 25%에 달한다.

마찬가지의 논리로 비정규직 보호입법이 비정규직을 줄이는데 효과가 있다면, 그 수혜는 여성에게 더 많이 돌아간다. 기간제 근로자를 2년 이상 고용할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한 것으로 보는 2007년 기간제법 제정 이후 여성 노동자 중에서 비정규직의 비율은 점차 감소되고 있다. 노동계 기준 통계로도 여성의 경우 2001년에 비정규직 비율이 70.7%였던 것에서 2012년 이후는 60% 이하로 감소하였다(신경아 외, 2014).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도 이 역시 정의상 정규직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한편,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정규직은 상대적으로 더 나은 조건에 있던 일자리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전환 이후 남아있는 비정규직의 근로조건은 상대적으로 더욱 악화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기간제법의 효과로 고용계약 기간 상의 한시적 근로자는 줄어들었으나, 다른 유형의 비정규직이 증가할 위험성은 진작부터 우려되어 온 바이다. 특히, 사내하청을 비롯한 간접고용과 특수형태고용종사자는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나,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이들의 고용보호와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법제가 심각하게 고민되어야 한다.
 
결론
 
임금에서 성별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출산·육아기 여성의 경력단절이 여전한 것으로 미루어볼 때 노동시장의 성불평등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이다. 그동안 여러 정부에 걸쳐 남녀고용평등정책이 시행되었으나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으므로, 그 이유가 무엇인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두 가지 교훈에서 출발했으면 한다. 첫째, 전통적인 성역할을 전제한 채로 여성을 시혜의 대상으로 여기는 정책은 바람직한 결과를 낳을 수 없다. 여성이 수혜자가 될 정책을 강구하는 것으로는 노동시장에서 성별경계를 무너뜨리지 못하며, 성별경계를 무너뜨리지 못하고서는 성평등을 기대할 수 없다. 여성을 정책대상으로 상정한 육아휴직제도나 시간제고용 장려정책이 대표적이다. 남성의 육아휴직제도 활용률을 높일 방안을 강구하여야 하며, 시간제고용 촉진 대신 초과근로한도를 낮추고 엄격하게 지키게 만드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둘째, 저임금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을 방치한 상태에서 시행한 많은 여성고용정책들은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노동시장 전반에서 좋은 일자리를 늘리고 임금격차를 줄이는 것이 곧 성평등정책이다. 성별임금격차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단 하나만 꼽으라면 최저임금인상과 준수율 제고라고 대답할 수 있다. 비정규직을 줄이는 정책도 결과적으로 노동시장 성평등을 향상시키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 저임금노동자 = 월평균 임금의 중위값의 2/3 미만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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