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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과 정책 제154호_박정원_교육 불평등의 현주소와 해소방안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6-11-26 12:50:00
  • 조회수 : 1752
현안과 정책 제154호
한국의 교육시장은 남들보다 우월한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지지 않는 정글이 되었다. 공존을 위한 노력이나 타인을 위한 배려는 없이 경쟁자를 제치고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욕망만이 분출될 뿐이다. 최근의 정유라 부정입학 사건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것은 집단적 반칙이라 할 수 있는 사교육문제이다. 부모의 재력으로 고액의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특목고와 자사고에 입학하고, 이들은 졸업 후 다시 엘리트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이 대학들에 교육부의 국비지원이 집중되어 우월한 교육여건이 조성되며, 이들은 졸업 후 노동시장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독점하게 된다. 이로써 부와 권력이 대물림되고 있다.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려면 사교육의 효과성을 크게 낮추어야 한다. 우선 특목고와 자사고를 폐지하여 일반고교와 차별되는 교육을 없애야 할 것이다. 국공립대를 확대하고 사립대를 정부지원 사립대로 전환하여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대학연합체제를 구축하고 독일과 프랑스처럼 대입자격고사를 통해 학생을 공동으로 선발하며 공동학위를 부여한다. 이런 개혁을 통해 고질적인 대학의 서열화가 해소되고 생동감 넘치는 고등교육체계가 형성되며 교육이 평등사회를 뒷받침하게 될 것이다.
 
반칙과 부정이 지배하는 한국교육
 
1. “돈도 실력이야. 니네 부모를 원망해”, 정유라의 반칙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있는 우리 부모 가지고 감놔라 배놔라 하지 말고. 돈도 실력이야!” 2015년 이화여대에 부정입학한 정유라가 자신의 SNS에 올린 이 한마디가 공개되면서 한국사회는 멘붕에 빠졌고, 이를 계기로 민간인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의 전모가 밝혀지기 시작했다. 반칙을 한 당사자의 오만한 태도에 분노한 고등학생들까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거대한 시민혁명의 횃불이 타올랐다.

정유라 사건은 특권층의 교육독점 추구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리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청담고는 2012학년도에 체육특기생인 정양을 입학시키면서 그에 관한 학칙을 바꿨다. 정양은 출석일수를 채우지 않고도 졸업을 할 수 있었고, 대학에 입학할 시기가 되자 이번에는 이화여대가 학칙을 바꿔 정양을 받아들였다. 입학 후 그녀의 학점취득을 돕기 위해 교수가 대리시험을 봐 주는 등 온갖 특혜가 주어졌다. 그녀가 입학할 때가 되면 입학하고자 하는 학교의 학칙이 바뀌고. 학점 취득 기준도 개정된다. 그녀의 진군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없다. 거침없는 인생이다. 그녀의 입장에서 이 얼마나 멋진 청춘인가? 그러나 밤을 새워 공부하고도 그녀로 인해 입학허가를 뺏긴 억울한 학생도 있으니 용서받지 못할 반칙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고교시절 꼴찌의 성적으로 연세대를 입학한 그녀의 사촌언니 장시호씨에 대해서도 부정입학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에서의 부정과 반칙은 비단 이들 집안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훈국제중, 하나고, 성신여대 등에서의 예에서도 보듯이 특권층 자녀들의 부정입학 의혹은 심심치 않게 뉴스 면을 장식하고 있다.

교육시장이 남들보다 우월한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지지 않는 정글화 되었다. 공존을 위한 노력이나 타인을 위한 배려 없이 이기심으로만 뭉친 산초 판사처럼 타인을 제치고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욕망만이 분출될 뿐이다. 부정한 거래에 참여한 대학에 교육부의 재정지원이 부상으로 주어지고, 이에 가담한 교수에게는 연구비를 몰아주기까지 한다. 교육현장은 반칙과 특혜와 부정으로 질서와 규칙이 파괴되고 있다.
 
2. 집단으로 일어나는 반칙행위들
 
초등학교 입학으로부터 대학졸업에 이르기까지 무려 16년이나 걸리는 마라톤 경기 같은 교육과정에서 갖가지 반칙들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의 교육시장에서는 개인적 부정뿐만이 아니라 집단적인 반칙도 거침없이 행해진다. 한 두 사람이 하면 부정이라고 여겨지지만, 모두가 하고 있으니 특별한 죄의식도 없다. 마라톤 경기라면 신호가 울리고 나서 일제히 출발하게 될 테지만, 여기서는 이런 규칙도 무시된다. 참가자들 상당수가 출발신호도 울리기 전에 먼저 출발한다. 많은 참가자들이 선행교육이라 불리는 사교육을 받는데 남들을 제치고 자신의 등수를 올리기 위함이다. 교육의 성과가 한 사람의 남은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사회라면, 정상적으로 출발하여 규칙을 지킨 사람은 반칙을 범한 승자를 당할 수 없다. 문제는 일부 특권층만 사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 다수 국민들이 어쩔 수 없이 참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2015년 사교육 참여율은 68.8%에 이른다. 약 70%에 달하는 학생/학부모들이 반칙을 범하고 있다는 얘기다. 민간연구소 조사로는 사교육 참여율이 95.5%에 달했다(현대경제연구원, 2010). 집단반칙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전두환 국보위 시절에는 과외가 범죄로 인식될 때도 있었다.

<그림 1> 가구 소득수준별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및 참여율

자료: 통계청, 2015년 초ㆍ중ㆍ고 사교육비조사 결과.

<그림 1>은 통계청에서 조사한 공식 ‘소득수준별 사교육 참여율과 사교육비 사용액’이다. 월 소득 700만 원 이상 가구의 참여율은 82.8%이고 이들은 월평균 42만원을 쓰고 있으며 소득수준이 낮아질수록 참여율과 지출액이 감소함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월 소득 100~200만원 가구와 심지어 100만 원이하 가구까지도 최소 43-32% 이상 사교육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생활하기도 빠듯한 소득을 지닌 이들이 왜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는 것일까? 추측하기 어렵지 않다. 사교육시장에 참여하지 않으면 대학진학이 더욱 어려워지니까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다. 자기방어를 위한 최소한의 지출인 셈이다. 이와 같이 일부 계층의 지위재 소비는 주위에 있는 타인들에게 엄청난 민폐를 끼치게 된다.
알프레드 마셜은 “연간 100파운드를 버는 사람은 300파운드를 버는 사람과 달리 심한 비에도 전차를 타지 않고 걸어서 업무를 보러 갈 것이다.”고 했다(『경제학원론』). 부자와 달리 가난한 사람이 돈을 써버린다면, 후일 아쉬울 때가 올 수 있기에 웬만한 어려움은 참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학부모들은 내일을 위해 지금 비를 맞고 있을 수가 없다. 자녀를 위해 최소한의 사교육비 지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가계가 사교육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니, 매년 수십조 원에 달하는 가계소득이 사교육비 명목으로 사라진다. 2015년 사교육비 규모는 공식적으로 약 17조8천억원으로 조사되었지만(통계청), KDI조사로는 32조8천8백억원에 이른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2010)에는 당시 사교육비 규모가 40조4천3백억원을 넘어섰다.
사교육은 성적을 올리는 효과가 있지만, 등수를 올리는 효과는 거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사교육을 통해 성적이 향상되었다는 응답이 63.6%에 이르렀으나, 혼자만 오른 것이 아니라 참가자들의 성적이 모두 올랐기 때문에 석차는 변함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사교육 자체가 질적ㆍ양적으로 다양한 것이어서, 가격대에 따라 효과 역시 달라질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교육 불평등의 원인과 결과
 
1. 반칙과 부정의 대가
 
부와 지위가 대물림하는 곳에서 교육이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희망의 기둥이 되려면 우선 접근성에서 공정해야 하며 불평등이 없어야 한다. 교육의 정의가 실현되려면, 각자의 능력에 따라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하고(accessibility), 그 비용은 누구나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affordability). 이 두 가지가 보장된다면, 유동성이 높은 사회가 될 수 있다. 재산이 없는 사람들도 능력에 따라 사회에 진출할 수 있고, 계층이동이 가능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교육시스템에는 바로 이 지점에서 큰 문제가 있다.

“자본시장의 불완전성 때문에 비싸고 질 좋은 직업교육 및 전문교육은 그 비용을 스스로 조달할 수 있는 부모들에게 제한된다. 이로 인해 많은 유능한 개인들이 필요자본을 공급받지 못하게 되는 반면, 스스로 자금조달이 되는 개인들을 경쟁으로부터 보호되는 ‘비경쟁’집단으로 만들어준다. 결과적으로 부와 신분의 불평등은 영구화된다.”고 자유주의자인 밀턴 프리드먼 조차 개탄한 바 있다(『자본주의와 자유』). 그의 지적은 한국에서 아래와 같은 경로를 통해 그대로 실현되고 있다.
특권층(고소득층) 자녀 ▶ 고액의 사교육비 사용 ▶ 자사고ㆍ특목고 진학 ▶ 엘리트대학 진학(국비지원 집중) ▶ 전문직ㆍ고소득직종 독점 ▶ 특권층(고소득층) 유지
고액의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들어가는 고등학교는 어디일까? 말할 필요도 없이 특목고와 자사고이다. 서울 광진구에 있는 대원외고에 광진구 출신이나 인근의 중랑ㆍ동대문ㆍ성동구 출신들이 대거 입학할 것이라 생각하면 오해이다. 서울의 자치구 중에서 올해 대원외고에 가장 많은 학생을 입학시킨 곳은 바로 강남 3구(강남ㆍ송파ㆍ서초구)였다. 이들 3구의 신입생 비율은 전체의 51%로 절반을 넘는다. 서울지역 중학교 졸업생 중 강남 3구 학생 비율은 18.9%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이 대원외고를 선호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대원외고의 2015년 서울대 합격자수는 79명으로, 예술고를 제외하면 전국에서 가장 많다. 졸업생의 20.9%가 서울대에 진학한 셈이다. 그래서 대원외고는 명문대로 가는 지름길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것이 이 학교가 인기를 끄는 비결이다.

2016년 서울대에 합격자를 낸 학교 수는 모두 838개이지만, 여러 가지 입학전형으로 1-2명씩 합격자를 낸 학교를 제외하면 상위 45개교 출신이 37.4%(1262명)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자사고ㆍ특목고가 31개교(68.9%, 특목고 18개, 자사고 13개)이며 일반고는 14개교에 불과했다. 수능 응시자의 1.5%(8,970명)에 불과한 자사고ㆍ특목고 출신이 서울대 입학생의 30.8%(1,039명)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일반고 출신의 비중은 2006년 77.7%에서 2016년 46.1%로 크게 감소했다. 일반고 학생은 100명당 0.6명이 서울대에 진학했는데, 외고는 10명 그리고 과학고는 41명이 합격했다(2014년 기준).
 
2. 소수 대학의 교육자원 독점
 
소위 명문대학에 진학하면 일반대학에 다니는 것에 비해 어떤 이익이 있을까? 다음 <표 1>에서 확인이 된다. 교육부는 국고보조금을 서울대ㆍ고려대ㆍ연세대 등 3개 대학에 집중지원하고 있다. 2013년 기준으로 정부 재정지원을 받는 대학은 전문대와 기능대 등을 포함하여 모두 442개이다. 이 가운데 3개 대학 재학생수는 56,043명으로 이는 우리나라 전체 대학생의 2.44%에 해당한다. 여기에 교육부 지원액의 10%가 집중되고 있다. 즉, 3개 대학이 국고지원액의 10%인 1조5천억원 정도를 쓰고, 나머지는 439개 대학에 분배되는 셈이다. 10억원 미만 지원 대학도 60개에 달했는데, 한 푼도 지원받지 못하는 대학도 27개나 됐다. 또 민영화된 서울대는 학생1인당 42,815,000원을 지원받았지만, 국립대인 부경대는 8,774,000에 불과했다.
국비지원금 독식으로 3개 대학 재학생들은 남들보다 우월한 교육여건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소위 'SKY' 대학 입학으로 이들은 명문대 학생이라는 자부심만 갖게 되는 것이 아니라 국고로부터 현찰을 지원받고 있는 셈이다.

<표 1> 2013년 서울대ㆍ고려대ㆍ연세대 국비지원액 (단위: 천원)
학교명 학생수 지원총액 국립대경상운영비 제외 지원 총액
서울대학교 16,712 (0.73%) 715,523,284 (6.8%) 345,785,284 (4.5%)
연세대학교 19,226 (0.83%) 175,558,548 (1.7%) 175,558,548 (2.3%)
고려대학교 20,105 (0.87%) 155,113,252 (1.5%) 155,113,252 (2.0%)
‘SKY’대학 합계 56,043 (2.44%) 1,046,195,084 (10%) 676,457,084 (8.7%)
442개 대학 전체 2,292,858 (100%) 10,507,432,485 (100%) 7,739,911,913 (100%)
자료: 정진후 의원실, 「2013년 대학별 고등교육재정 지원 분석」 (2014).

‘SKY'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이 국내 다른 대학 입학생들과 타고난 자질이 동일하다고 해도, 이런 집중지원을 받으면 졸업 시점에서 훨씬 높은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것이 교육의 본질이다. 만약 수능점수의 차이가 능력의 차이를 반영한 것이라면, 여기에 더해지는 대학재학 시의 국비지원 독식은 이들이 노동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데 부족함이 없게 만들 것이다. 금상첨화(錦上添花) 효과라고 할 수 있다. 교육예산도 국민의 혈세이기에 형평성과 함께 효율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효율성 기준으로만 자원을 배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는’사람을 골라 가르치면 가장 작은 자원투입으로 가장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정책입안자들은 이런 유혹에 쉽게 빠지게 된다. 그래서 선택과 집중 방식이 도입되지만, 그러나 그로인한 사회적 불평등은 더욱 커지게 된다.
 
3. 소수 대학의 한국사회 지배
 
국비의 집중지원으로 우월한 여건에서 교육을 받은 이들 3개 대학출신들의 사회적 진출은 <표 2>를 통해 알 수 있다. 우선 관계에 진출한 이들 3개 대학출신 현황을 보자. 인사혁신처가 올해 10월 국회에 제출한 ‘고위공무원단 출신학교 순위비율 현황’ 자료에 따르면, 현재 고위공무원단 총 1,411명 중 ‘SKY’ 출신은 780명(55.2%)으로 1-3급 공무원의 절반 이상이 3개 대학출신이다.
다음 법조계는 어떠한가?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모두 660명의 신규법관이 임용되었는데, 이 가운데 서울대 출신이 340명, 고려대 135명, 연세대 52명으로 ‘SKY’ 출신이 79.8%(527명)를 차지했다.
검사임용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2012~2014년에 임용된 검사 총 348명 가운데 ‘SKY’ 출신자가 239명으로 68.7%를 차지했다. 또 같은 기간 로스쿨 출신 검사 임용자들은 서울대 51명, 연세대 24명, 고려대 17명으로 이들 상위 3개 대학이 로스쿨 출신 검사 전체의 77.3%(92명)에 달했다.
외교관들 역시 이들의 독무대다. 2007~2012년 외무고시 합격자 203명 가운데 서울대 93명, 연세대 43명, 고려대 29명으로 총 81.3%가 ‘SKY’ 출신이었다.
정계도 이들이 지배하고 있다. 19대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서울대 78명, 고려대 26명, 연세대 24명으로 ‘SKY’ 출신의 점유율은 43%에 이른다.
재계 역시 이들 3개 대학출신이 장악하고 있다. 2014년 현재 500대 기업 CEO 586명 중 서울대 154명, 고려대 88명, 연세대 54명으로 ‘SKY’ 출신이 50.5%인 296명으로 집계되었다.
언론계도 마찬가지다. 2014년 25개 신문ㆍ방송ㆍ통신사의 편집ㆍ보도국장 및 정치ㆍ경제ㆍ사회부장 104명 가운데 78명이 ‘SKY’ 출신으로서 75%에 달한다. 서울대 출신은 38명으로 36.5%이며, 고려대가 28명으로 26.9%, 연세대가 12명으로 11.5% 차지하고 있었다.
이렇듯 이들 3개 대학출신 중심의 사회지배 구조가 확립되어 있어 고등교육 부문을 포함한 사회 각 분야에서의 건전한 경쟁과 활력을 찾아보기 어렵다. 전형적인 독점의 폐해이다. 건전한 국가의 모습이라기보다 3개 패밀리가 지배하는 영역을 보는듯하다.

<표 2> ‘SKY’ 대학 졸업자의 한국사회 지배 상황
지배 항목 서울대ㆍ고려대ㆍ연세대 출신 비중
3급 이상 고위 공무원 1,411명(2016) 780명 (55.2%)
2010-2014년간 신규 임용된 법관 660명 527명 (79.8%)
2012~2014년에 신규 임용된 검사 348명
(로스쿨 출신자 119명)
239명 (68.7%)
(92명; 77.3%)
2007-2012 외무고시 합격자 203명 165명 (81.3%)
제19대 국회의원 300명 128명 (43.0%)
500대 기업 CEO 586명 296명 (50.5%)
25개 신문ㆍ방송ㆍ통신사의 편집ㆍ보도국장 및 정치ㆍ경제ㆍ사회부장 104명 78명 (74.9%)
*자료: 인사혁신처, 「고위공무원단 출신학교 순위비율 현황」, 대학교육연구소, 「통계로 본 학벌사회」.

 

 
확실한 대안 - 대학체계의 혁신
 
사교육을 통한 교육의 불평등을 없애기 위해 공교육을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주장들이 많지만, 이는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주장이다. 우선 우리나라의 공교육이 완전 비정상이라고 생각하기도 어렵지만, 설혹 바라는 대로 된다하더라도 자동적으로 사교육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교육은 성적을 올리는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라 등수를 올리는 기능도 있기 때문이다. 마라톤에서 기록도 중요하지만 등수도 중요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사교육이라는 불평등기제를 확실하게 해소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 문제에 관한 한 공리주의적 관점이 필요하다.

첫 번째, 사교육을 법으로 금지하는 방안이 있다. 공권력이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이지만, 실제 우리 역사에서 존재했던 적이 있다. 1980년 7월 30일 전두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가 발표한 ‘교육정상화 및 과열과외 해소방안’이 그것이다. 이 조치는 과외 금지, 1981년부터 대학본고사 폐지, 예비고사 및 고교내신 성적만으로 신입생 선발, 대학정원 10만명 증원, 졸업정원제 실시, 중고교 교육과정 축소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공직자가 자녀 과외를 시키다 발각되면 파면을 당하고, 기업가는 세무조사를, 과외를 한 대학생은 퇴학을 당해야 했다. 군사정권이 대중의 인기를 얻고자 함이 주목적이었지만 법률자체는 사슴사냥에서 자리를 지키지 않은 배신자를 응징하여 공동체의 이익(공익)을 지키고자 하는 성격도 있었다. 그러나 최상류층은 탈법의 이익을 독점적으로 누리게 되어 ‘별장과외’ 등 불법과외가 사라지지 않았다. 2000년 5월 헌법재판소는 "자녀교육권과 인격 발현권, 직업선택의 자유 등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이유로 과외 금지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따라서 법률로 사교육을 전면 금지하는 방법은 유효한 방법이 못된다. 최근 시행되고 있는 ‘선행학습금지법’도 사실상 효과가 거의 없다.

두 번째, 사교육의 효과성을 크게 낮추어 이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방법이다. 먼저 특목고와 자사고를 폐지하여 일반고교와 차별되는 교육이 사라지게 해야 한다. 명문고교를 다니기 위해 지역을 옮겨가며 힘들게 통학하지 않고 집근처에 있는 어떤 고등학교를 다녀도 똑같이 좋은 교육을 받게 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국립대 법인화와 대학의 상업화 추진을 중단하고 공공적 대학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비리·부실 사립대를 국공립화하고, 사립대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을 강화하여 ‘정부지원 사립대학’을 확대해 나간다. 또한 교육비 지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일부 대학에 대한 국비 집중지원을 근절한다. 대학의 공교육체제로의 전환 원칙에 따라 국립대와 정부지원 사립대학들을 ‘대학연합체제’에 편입시킨다. ‘대학연합체제’에 편입되는 사립대학들에 대해서는 현재의 사립중등학교와 동일한 방식으로 재정지원을 한다. 일부 사립대가 ‘독립’을 주장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공공적 대학연합체제에 편입되도록 유도한다.
대학연합체제의 대학들은 독일과 프랑스처럼 대입자격고사를 통해 학생을 공동으로 선발하고 공동학위를 부여한다. 대학의 연구와 학문발전을 위하여 권역별 연구연합체제를 구성한다. 이렇게 하면 독일이나 북구처럼 대학의 서열화가 해소되어 생동감 넘치는 고등교육체계를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경로를 따라 교육개혁이 이뤄지면 국민들이 과도한 사교육비에 시달리거나 부유층출신만 교육으로부터 특혜를 받는 일은 사라질 것이다.
 

 
결론
 
교육은 불평등한 세상을 교정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교육이 국민을 차별하고 불평등을 구조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교육을 통해 희망을 찾는 것이 아니라 교육에서 오히려 좌절감을 맛보고 있다. 부모의 재력으로 비싼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특목고·자사고에 입학하고, 이들이 소위 엘리트대학에 대거 진학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들 대학에 국비지원을 집중하여 우월한 교육여건을 만들어 주고 있고, 특혜 속에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졸업 후 최고의 일자리들을 독점하여 부와 권력의 대물림이 계속되고 있다.
돈이 지배하는 교육은 교육이 아니다. 교육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역할을 되찾도록 하는 일대 혁신이 필요하다. 부자들의 잔치마당으로서 공교육을 황폐화시키는 특목고와 자사고는 폐지되어야 하며 모든 국민들이 동일한 조건에서 교육을 받도록 해야 한다. 학교가 제공해 줄 수 없는 예체능교육 등 순수하게 자기개발을 위해 하는 사교육만 존재가치가 있다. 고교 무상교육을 즉각 시행해야 하며, 점차적으로 대학비용 전체를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
특정대학에 국민의 세금을 몰아주는 일도 없애야 하며, 모든 대학생들이 국가로부터 평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저소득층이 주로 진학하는 전문대학의 교육비를 국가가 부담하고 재정상황에 따라 고등교육 전체를 국가가 책임지도록 전환해야 한다. 국립대 통합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신입생을 공동선발 하고 비리·부실사학은 과감하게 국공립화해야 한다.
누구나 법학대학원 등 전문대학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등록금 부담을 없애 주어야 한다. 많은 유럽 국가들이 저소득층 대학생들에게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듯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무기력해진 고등교육 체계에 활기를 불어 넣고 교육의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불평등을 구조화시키던 교육이 변하여 평등사회를 뒷받침하는 기초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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