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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미래] 대한민국호의 총체적 부실_새전북신문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4-04-22 12:48:47
  • 조회수 : 1740

더 이상 끔찍할 수가 없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피해자 가족은 물론 온 국민이 비탄에 빠졌다. 사고를 둘러싼 정황이 하나 둘 속속 밝혀지면서 아직도 개발도상국과 다름없는 부실덩어리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확인한다. 세월호의 사고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배의 안전성에서부터 안전수칙 준수와 사고에 대한 대처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구석이 없었다. 말 그대로 총체적인 부실이었다.

 

정부는 규제를 암 덩어리로 규정하고 규제완화를 부르짖고 있지만, 필자가 항상 강조하듯이 규제가 촘촘하고 이를 잘 지키는 것이 선진국이다. 후진국일수록 규제가 허술하고 잘 지키지도 않는다. 세월호 침몰사고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저 기업 편에서 규제도 풀어주고 검사도 대충하고 비정규직도 마음대로 쓰게 한 결과 대한민국의 안전은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세월호는 일본에서 낡은 선박을 들여와 리모델링하여 운항을 한 것이라고 한다. 친기업정책을 내세우며 규제완화에 앞장섰던 이명박 정부 시절에 노후선박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덕분에 세월호의 도입과 운항이 가능해졌다. 또한 리모델링 과정에서 선박의 무게도 늘어나고 객실을 추가로 설치하면서 배의 무게중심이 높아졌다. 현행 선박안전법에는 선박 객실이나 적재량 증축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이 같은 리모델링은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고 이루어졌다. 선박 개·보수 뒤 안전 검사는 대부분 시운전이나 정밀측정 없이 주로 문서위주로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나마 있는 규정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 해양수산부는 고위험선박을 중점관리 한다면서 세월호와 같은 노후선박을 관리대상에서 빠트렸고, 해양경찰청은 안전점검을 엉터리로 했다. 단적으로 세월호에 설치된 46개의 구명보트 중 실제 작동이 된 건 고작 2개뿐이었는데, 해경은 지난 2월 특별점검 당시 양호하다고 평가하였으니 황당할 따름이다. 또한 컨테이너 고정 장치도 적정 평가를 하였으나 침몰 당시 갑판 위 컨테이너 수십 개가 바다에 떨어졌다.

 

승객과 침몰하는 배를 버리고 도망간 선장과 대다수 승무원들의 한심한 행동이 또한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평소에 사고에 대비한 훈련도 되어있지 않고, 직업윤리는 빵점이다. 선장부터가 비정규직이다 보니 직무능력과 직업윤리가 미흡할 수밖에 없다. 폴 크루그먼은 미국에서 9/11 사태가 났을 때 공항 보안검색요원을 최저임금을 주는 비정규직으로 채운 결과라고 진단했었다. 이와 매우 유사한 상황이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열심히 받아들인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진 것이다.

 

재난에 대처하는 정부의 무능도 질타를 받고 있다. 안전을 유달리 강조하며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라고 개명까지 하였지만 공연히 긁어 부스럼이 된 꼴이다.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에 대한 대응체제를 이원화한 탓에 사회재난으로 분류된 이번 사고에 대해서 전문성도 없는 안전행정부 공무원들이 나서게 되었다. 이들이 중앙재해대책본부를 꾸리고 우왕좌왕하는 동안에 인명구조에 가장 결정적인 초동 대응이 완전히 잘못되었고, 이후에도 거듭되는 혼선으로 피해자 가족들의 분노를 샀다.

 

진정성이 결여된 고위공직자들이나 정치인들의 생색내기 방문도 많은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피눈물이 치솟는 피해자 가족들에게 대접이나 받으려하고, 그들 앞에서 라면을 먹기도 하고 이들의 뇌구조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특히 새누리당의 한기호 의원은 “이제부터 북괴의 지령에 놀아나는 좌파 단체와 좌파 사이버 테러리스트들이 정부 전복 작전을 전개할 것”이라며 좌파색출을 주장하여 공분을 사고 있다. 이는 마치 관동대지진 당시 일본 정부가 “조선인들이 사회주의자들과 결탁하여 방화와 폭탄테러, 강도 등을 획책하고 있으니 주의하라”고 선동한 것과 다름없는 천인공노할 일이다.

 

이 거대한 비극 가운데 한 줄기 희망이 있으니, 그것은 실종자의 구조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피해자의 슬픔을 함께 아파하는 대다수 착한 국민들의 마음이다.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원장

 

새전북신문 2014년 04월 21일 (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