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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자본론’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4-04-30 09:48:38
  • 조회수 : 1763

한겨레신문[세상 읽기]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쓴 <21세기 자본론>이 시쳇말로 대박을 치고 있다. 하루가 멀다고 서평을 쏟아내는 경제학계는 말할 것도 없고 출판계가 들썩일 정도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이 너무나 부럽다고 할 정도다. 

이 책은 지난 300년간 세계의 자본 혹은 부의 축적과 소득의 분배에 관한 치밀한 경험적 연구를 집대성하고 이를 성장과 분배에 관한 간명한 이론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거대한 역사적 흐름 속에서 우리 시대의 성격과 도전에 관한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저서의 제목이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연상시키는데, 실제로 이 책은 요즘 흔히 보는 경제학 저술과는 달리 역사와 정치에 관한 깊은 탐구를 결합하여 19세기 정치경제학의 스케일을 복원하였다. 

프랑스 엘리트 교육의 산물인 피케티는 약관 22살에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곧바로 미국의 엠아이티(MIT)에 발탁되어 교수가 되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아직 대학생이거나 군대에 갔을 나이에 최고 명문대학의 교수가 된 것이다. 하지만 피케티는 3년 후에 프랑스로 돌아갔다. “쓸모없는 수학문제 풀이나 하며 사회의 근본문제는 외면하고 있는” 미국 경제학에 실망하였다는 것이다. 이후 그는 소득분배 연구에 독보적인 업적을 남겼다. 1980년대 이후 영어권 국가들에서 진행되는 엄청난 불평등이 최상위 1%, 그중에서도 0.1% 초상위 계층으로 소득이 집중된 결과임을 밝혀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흔히 말하듯 세계화나 기술변화로 인한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결과가 아니었으며, 거대기업의 경영진과 거대유산의 상속자들에게 유리하게 바뀐 정책 환경의 변화가 초래한 것임을 입증했다. 피케티는 1:99 사회의 현실을 고발하고 그 해법을 모색하는 데 그의 연구를 집중했다.
 

<21세기 자본론>의 메시지는 암울하다. 소득불평등의 심화는 거의 불가항력적이라는 것이다. 경제성장의 속도가 이윤율보다 낮을 때 소득 대비 자본의 비율이 증가하며, 전체 소득에서 자본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불평등은 심화된다. 2차대전 이후 소위 ‘자본주의의 황금시대’에 나타난 평등화, 소위 빈부격차의 ‘대압착’은 매우 예외적인 현상으로서 한편으로 고도성장과 다른 한편으로 고율의 자본과세 때문에 가능했다. 1980년대 이후 소위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에 자본과세는 급격히 줄었고 성장세는 둔화되었으니 다시 불평등이 확대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을 비롯한 영어권 국가들이 유난히 심했지만, 유럽과 일본을 포함해서 선진국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열심히 미국의 전철을 쫓아가기에 여념이 없다. 

피케티는 불평등의 심화가 부의 세습에 의해 형성되는 특권계급이 사회를 지배하는 ‘세습자본주의’를 잉태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세습자본주의’는 민주주의와 기회의 평등과 복지국가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사악한 체제다. 또한 ‘세습자본주의’에서는 기회와 혁신이 제한되고 수요가 부족할 것이기에 성장동력이 떨어질 것이다. ‘세습자본주의’의 도래를 막기 위한 피케티의 처방은 강력한 자본과세다. 그런데 자본의 이동성 때문에 세계 각국이 세율 인상에 협조하고 조세회피처도 없애야 한다. 쉽지 않은 얘기다. 

하지만 희망의 근거는 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경제민주화를 향한 열망이 번져가고 있다. 20세기 후반의 황금시대는 성장도 분배도 서구가 이끌었다. 이제 21세기에 새로운 황금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이미 성장을 이끌고 있는 동아시아가 경제민주화에도 앞장서야 하지 않을까?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원장

 

한겨레신문 등록 : 2014.04.28 1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