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소개ABOUT IGG

언론보도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연구원의 소개입니다.


박근혜 정부를 격려한다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4-04-09 11:02:37
  • 조회수 : 1680

 

한겨레신문 [세상읽기] 성적이 시원치 않고 교우관계도 좋지 못한 한 학생이 있다. 심지어 부정입학을 했다는 소문도 있다. 그런데 가끔은 착한 일을 할 때도 있고 시험을 잘 볼 때도 있다. 원래 형편없는 학생이니 무슨 저의로 착한 일을 했나 의심하고, 잘해봤자 아직도 세 개나 틀리지 않았냐고 비난하는 것이 옳을까?
 

평소의 나답지 않게 오늘은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 칭찬과 격려의 글을 쓰고자 한다. 아무리 다른 잘못이 많다고 하더라도 잘하는 일이 있으면 그것만큼은 칭찬해주는 것이 옳다고 믿기 때문이며, 좋은 정책이 반대와 저항에 부닥쳐서 좌절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특히 관심이 있는 세 가지 정책을 꼽아서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는 고용노동부가 마련한 최저임금 인상 방안이다. 최근 노동부가 공개한 최저임금 인상기준에 관한 연구용역 보고서와 최저임금위원회에 보낸 심의요청서를 보면, 최저임금을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올려 중위임금의 50% 수준에 이르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인 것 같다. 이는 과거 노동계와 진보진영에서 주장하던 내용이며, 재계의 반대에 부닥칠 공산이 크다. 이를 두고 단계적이 아닌 일시적인 인상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공격하며 정부안을 폄하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최저임금 인상을 강하게 주장해온 필자로서도 영세 자영업이 과잉팽창한 현실 때문에 지나치게 급격한 인상이 낳을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도 최저임금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사각지대가 상당히 존재하는데, 이를 해소하는 데도 정부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둘째는 기획재정부가 추진하는 주택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이다. 기재부는 전셋값 안정과 월세부담 완화를 위해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생각으로 이 방안을 지난 2월 말에 발표했는데, ‘시장’이라는 이름으로 표출되는 기득권층의 반발로 인해 보완조처를 내놓은 바 있다. 특히 임대료 인상률 제한 등의 조건을 수용하여 준공공임대로 운영하는 임대사업자에게 다양한 세제상의 특혜를 준다는 내용에 대해 반발이 컸다. 임대소득을 포함한 모든 소득에 공평하게 과세하는 것은 당연하고 정당한 일인데, 마치 안 내도 되는 세금을 신설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왜곡된 인식과 반발이 일어났고, 궁지에 몰린 정부는 일부 과세의 2년간 유예 등 후퇴를 하게 되었다. 정부는 더 이상의 후퇴 없이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추진하기 바란다. 

 

셋째는 보건복지부가 작년 가을부터 추진하고 있는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이다. 최근의 세 모녀 사건을 비롯하여 수많은 비극들이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문제점을 웅변으로 외치고 있다. 지난 14년간 기초생활보장 관련 지출은 3배가 늘었는데, 빈곤율은 오히려 증가하고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사각지대를 줄이고 보호를 확대해 나가려면 욕구별 급여체계로의 개편과 선정기준의 다층화가 바람직하다.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정부의 개편안을 개악으로 규정하고 이를 저지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예산제약과 국민정서를 고려할 때 일시에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히 폐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소위 진보정부도 엄두를 내지 않던 정책을 박근혜 정부더러 하라고 하면 될 일인가? 정부안이 미흡한 점이 있지만 적어도 현행 제도에 비해서는 훨씬 개선된 안이다. 개편으로 손해를 보게 되는 매우 희박한 사례를 찾아서 정부안을 개악인 것처럼 선전하는 행위는 옳지 않다. 정부도 반대자들을 최대한 포용하여 중앙생활보장위원회 운영 등에 관한 이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바란다.
앞으로 박근혜 정부를 격려할 일이 더욱 많았으면 좋겠다.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원장  

 

한겨레신문 등록 : 2014.04.07 18: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