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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미래] 황당한 새정치와 기초선거 정당공천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4-03-25 13:55:44
  • 조회수 : 1768

민주당과 소위 안철수 신당의 전격적인 합당 발표는 한국정치의 후진성을 다시 한번 확인해주었다. 선거 때만 되면 당명이 바뀌고 정치세력의 이합집산이 거듭되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더군다나 통합을 결정한 과정이 몹시 비민주적이었다. 연대의 가능성마저 철저하게 부인하던 안철수 신당이 어떠한 공론화 과정도 없이 안철수 의원 개인의 결단으로 민주당과 합치기로 한 것이다. 양대 정당의 기득권 구조를 깨는 것이 새정치라고 주장하더니 그 중의 하나와 합치겠다고 하니 국민들은 놀랐고, 안철수 의원과 함께 신당을 만들기 위해 새정치연합의 깃발 아래 모였던 사람들은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안철수 의원 개인 중심의 사당화를 극복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철저하게 사당화되어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런 실망스러운 모습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을 이를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야권의 통합을 지지하였다. 박근혜 정권의 독주가 심각한 상황에서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갈라져서 3파전으로 치르게 되면 여권에게 어부지리로 승리를 갖다 줄 것이 뻔한 상황이었기에, 과정과 명분은 마땅치 않더라도 결과는 마지못해 받아들인 것이다. 그런데 당명을 새정치민주연합으로 정한 통합신당에 대한 지지율이 다시 하락하고 있다. 통합 선언 이전에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누리던 지지율을 합한 것보다 낮아졌다. 통합 과정에서 보여주는 오락가락 하는 모습도 마음에 안 들고 무엇보다 국민이 고대하고 있는 새정치의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말로는 새정치를 명분으로 내세워 통합을 하는데 따지고 보면 새정치의 내용이 제대로 나오기란애초부터 어려웠다. 안철수 의원이 독자세력 구축의 꿈을 접은 핵심적인 이유가 바로 새정치의 내용을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민주당도 사람이 하나도 안 바뀌었는데 무슨 새정치가 가능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국민들의 마음에 와 닿는 참신한 민생정책 꾸러미와 정치개혁 및 정당개혁의 청사진을 내놓아야 할 터인데, 선거에서의 유불리를 따지며 우클릭 논쟁이나 하고 있으니 통합신당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황당한 것은 새정치는 약속을 지키는 정치라면서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기초공천 폐지다. 현장의 아우성에도 불구하고 지도부는 요지부동이다. 대선 공약이었기 때문에 지킨다는 건데 이긴 쪽은 안 지키고 진 쪽이 지키겠다는 매우 어이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투표용지에 기호1번은 있고 2번은 없는 것이 과연 새정치이고 개혁인가? 새정치의 컨텐츠가 그렇게도 없나?

 

물론 기초선거의 정당공천제도 폐지론은 나름 일리가 있다. 지방 의원들이 주민들의 바람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중앙당의 공천에 목을 매면서, 공천 비리가 양산되고 지역 토호들의 기득권 정치가 지속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폐해 때문에 정당공천제 자체를 폐기한다는 건 국회가 꼴 보기 싫으니 의원정수를 축소하자는 것과 유사한 잘못된 해법이다. 올바른 정치를 세우는 길이 아니라 정당정치, 나아가 민주정치 자체를 위축시키고 결과적으로 기득권의 강화를 돕는 길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진정한 개혁안은 비례대표제의 전면도입과 지역정당의 도입이다. 문제의 핵심은 거대 기득권 정당의 독점구조를 깨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따라서 의회가 민의를 가능한 고르게 반영할 수 있는 비례대표제의 전면도입이 관건이다. 그래야 소수정파도 의회진입이 가능하고 거대정당에 대한 유효한 경쟁이 발생한다. 이와 함께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주민정당 혹은 지역정당제도의 도입이 절실하다. 사실 전국 정당만 지방 선거에 후보를 내보내야 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지방 선거에는 지역정치조직이 참여하는 것을 보장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지면,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종속되는 현상도 완화되고 지역 정책에 대한 주민들의 토론과 참여가 활발해질 것이다. 또한 지역 정당제가 도입되면 정당공천제를 폐지할 경우 우려되는 토호 정치의 발호와 지방의 탈정치화 현상도 방지할 수 있다.

 

새정치의 내용을 고민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은 지금이라도 국민이 진정 원하는 새정치가 무엇인지 숙고하기 바란다.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원장

 

새전북신문 2014년 03월 24일(월)

 

유종일 교수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학교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미국 노틀담대, 영국 켐브리지대, 일본 리츠메이칸대 경제학 교수.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 중국 북경대학 초빙교수 역임.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 위원을 역임했으며 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와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원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