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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노인들에게 기본소득을!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4-07-18 18:05:41
  • 조회수 : 1644

한겨레신문 [세상읽기] 아침 신문에 한국과 일본의 노인들이 노후를 어떻게 보내는지 비교 연구한 것이 소개되었다. 결코 복지가 잘된 나라가 아닌 일본의 노인들도 대다수가 취미생활을 즐기는 데 비해 우리나라 노인들은 대다수가 생계를 위해 허드렛일을 해야 하는 처지라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노인들의 소득수준은 세계에서 밑바닥 수준이다. 지난해 10월 ‘노인의 날’을 맞아 유엔인구기금(UNFPA) 등 유엔 산하단체들과 국제 노인인권단체인 ‘헬프에이지 인터내셔널’(HelpAge International)이 91개국의 노인복지 수준을 수치화해서 작성한 ‘글로벌 에이지워치 지수 2013’(Global AgeWatch Index 2013)이 이를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여기서 연금과 노년 빈곤율 등을 반영한 소득 분야 지수는 91개국 중 90위로서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개도국들보다도 낮았다. 소득지수가 한국보다 낮은 국가는 아프가니스탄이 유일했다. 노인들의 자살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까닭이 바로 이러한 노년 빈곤 문제 때문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말로는 효를 가르치지만 실제 우리가 보여주는 것은 현대판 고려장에 다름 아니다. 실컷 고생해서 자식들 가르치고 경제를 일으켜 세운 노인들에게 우리 사회는 너무나 잔인하다. 정부도 이 문제를 더는 외면할 수 없어 기초연금을 도입했다. 하지만 금액이 푼돈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대선 공약이 후퇴하면서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노인들이 많다.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필자는 당장 모든 노인의 기본생활을 보장하는 수준으로 연금을 지급할 것을 제안한다. 돈이 어디 있느냐고? 필자가 누차 지적했지만, 재분배형 복지는 돈이 들지 않는다. 연금을 지출해야 하는 재정의 입장에서는 비용이 발생할지라도 국민경제 입장에서는 기회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필요한 만큼 세금을 더 걷으면 되기 때문이다. 국민경제 입장에서는 그저 돈을 이 주머니에서 저 주머니로 옮기는 것에 불과하다. 물론 이 과정에서 약간의 행정비용이 발생할 것이고, 조세 부과에 따른 인센티브의 변화로 인한 ‘사중손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과거에 많은 계량적 연구들이 밝혀냈고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의 연구가 강력하게 뒷받침하고 있는 사실은 이러한 재분배의 비용은 사실상 0에 가깝다는 것이다. 더구나 내수부진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재분배가 내수확대를 불러와서 오히려 경제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복지에 경제적 비용은 들지 않는다. 다만 정치적 비용이 있을 따름이다. 세금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사람들이 싫어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는 것이 참된 리더십이다.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대공황으로 미국 경제가 전대미문의 불황을 겪고 있을 때 국민연금(social security)을 도입했다. 당시 도입한 제도는 젊었을 때 낸 돈을 적립해서 나중에 노인이 되면 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당시 일하는 사람들에게 걷은 돈을 바로 노인들에게 지급하는 소위 부과식이었다. 당장의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돈을 과도하게 쌓아놓고 투자를 하지 않는 기업들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해마다 엄청난 적립금을 쌓아가고 있는 국민연금도 참 문제다. 먼 훗날 기금의 고갈을 지금 염려할 필요는 전혀 없다. 지금보다 훨씬 잘살게 될 미래에 소득의 분배 방식만 적절히 결정하면 될 일이다. 당장은 노인 빈곤 해결과 내수 진작이 중요하다.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지식협동조합좋은나라 원장

 

한겨레신문 등록 : 2014.07.14 18:27 수정 : 2014.07.15 2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