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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미래] 내수 활성화, 어떻게 해야 하나_새전북신문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4-07-03 10:43:15
  • 조회수 : 1725

박근혜 정부 들어 거시경제지표가 비교적 양호하다. 작년에 3% 성장을 이루었고, 금년에는 3%대 후반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1%대로 매우 안정되어 있다. 하지만 내수는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서 민생의 어려움은 별반 개선되지 않고 있다. 수출의 낙수효과는 미약하고, 경상수지 흑자와 물가안정은 내수부진의 이면일 뿐이다.

 

게다가 세월호 사태 이후 국민의 마음은 무겁고, 문창극 사태로 민심이반이 커져가고 있다. 이러니 새 경제팀은 정책의 최우선순위를 내수 활성화에 두려는 것 같다. 하지만 최경환 경제부총리 내정자의 언급대로 주택담보대출 관련 규제완화를 통한 부동산 경기 부양에 나서는 것은 약효보다 부작용이 더 큰 잘못된 처방이 될 것이다. 부동산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것은 무엇보다 소득에 비해 집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정부가 나서서 “빚을 내어 집을 사라”고 부추기며 투기수요를 조장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일시적으로 투기 붐을 일으켜 약간의 경기부양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인구증가가 정체하고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전되고 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부동산 경기는 다시 올 리 만무하다. 오히려 가계부채를 더욱 증가시켜 거시경제적 위험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중산층과 서민의 소득 증대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내수 활성화만이 진정한 내수 활성화다. 대기업이 천문학적 사내유보금을 쌓아놓고, 부와 소득의 편중이 심화되는 상황을 방치하고 내수 활성화를 기대할 수는 없다. 정부가 돈을 풀어 경기부양을 도모할 수는 있겠으나 적자재정은 국가부채를 낳고 저금리정책은 민간부채를 증대시킨다. 비상시기에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는 있어도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 한국경제의 장기적인 내수부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득을 아래로 내려 보내는 정책, 즉 경제민주화 정책이 필요하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 두 가지만 언급하고자 한다.

 

최근 미국에서 진행된 연구들에 의하면 소득집중을 완화하고 분배를 개선하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조합을 활성화하는 것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레이건 대통령의 반노조 정책 이래 노동조합이 급격하게 쇠퇴한 것이 소득불평등의 심화를 초래한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와 유사하다. 얼마 전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이 세계 139개국의 노동권 현황을 조사해 세계노동권리지수를 발표했는데, 여기서 한국은 중국, 인도, 나이지리아, 방글라데시, 이집트 등과 함께 최하위 5등급으로 분류되었다. 미국은 4등급이었다. 부끄러운 일일 뿐더러 소득불평등 심화와 내수부진의 원인이다. 거의 모든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만들어버리는 노동법부터 고쳐야 하고, 산별교섭을 활성화하도록 해서 기업간 임금격차를 줄여나가도록 해야 한다. 노동권의 보장이야말로 경제민주화의 초석이다.

 

재분배정책도 중요하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이 일제히 지나친 소득의 불평등이 경제성장을 위협하는 핵심요인이라는 연구결과와 정책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국제기구들이 과거에 시장만능주의 혹은 신자유주의의 전도사 역할을 해왔던 점을 상기하면 금석지감이 아니 들 수 없다. 그만큼 소득불평등 문제가 심각해졌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고, 소득분배에 관한 데이터의 축적으로 분배와 성장 사이의 관계에 대한 보다 신뢰성 있는 연구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된 까닭도 있다. 특히 금년 초에 IMF는 재분배 정책이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으며, 따라서 재분배를 통하여 분배를 개선하면 오히려 성장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OECD국가 중 재분배를 가장 조금 하는 나라인 한국은 당장 재분배 확대에 나서야 한다. 이는 포퓰리즘이 아니라 내수 활성화와 성장촉진을 위한 정책이다.

 

새 경제팀의 내수 활성화 정책, 정도를 가기 바란다.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원장

 

새전북신문  2014년 06월 23일 (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