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소개ABOUT IGG

언론보도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연구원의 소개입니다.


[경제와 미래] 길을 잃은 ‘국민행복시대’_새전북신문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4-07-23 10:13:37
  • 조회수 : 1721

최근 입소스모리라는 영국의 여론조사 업체가 주요 20개국을 대상으로 각국의 국민이 느끼는 행복수준을 조사했다. '모든 상황을 고려할 때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한국인은 64%만이 '그렇다'라고 응답해 최하위 스페인(59%) 다음으로 낮게 나왔다. 스웨덴은 행복하다는 답변 비율이 88%에 달해 전체 조사국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캐나다와 호주는 각각 86%와 85%로 2위와 3위에 올랐다. 우리 국민의 행복수준이 선진복지국가 국민들에 비해 낮은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런데 이 조사에는 우리보다 소득수준이 낮은 여러 나라가 포함되었는데, 남아공(83%), 브라질과 인도(81%), 터키(80%), 폴란드(78%), 중국(75%), 러시아(66%) 등 모두 우리나라보다 행복수준이 높은 것으로 측정되었다. 유일하게 우리보다 행복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난 스페인은 실업률이 20%를 넘는 최악의 경제위기 상황임을 감안할 때, 우리 국민의 행복수준은 세계에서 밑바닥 수준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왜 이렇게 우리 국민의 행복수준이 낮은 것일까? 소득이 올라가면 행복해질 줄 알고 ‘잘살아보세’를 외치면서 경제성장에 일로매진한 결과 한국은 고소득국가가 되었지만 국민은 결코 행복해지지 않았다. 그 까닭은 불안정과 불평등의 심화다. 경제는 성장한다지만 대다수 국민들에게 고용불안, 주거불안, 노후불안 등 생활의 불안정 문제가 심화되었다. 게다가 소득양극화가 날로 증대하여 한국은 OECD에서 미국과 더불어 가장 불평등한 나라가 되었으며, 계층의 재생산구조가 고착화하여 ‘개천에서 용 나는’ 일이 참으로 어렵게 되었다. 돈 가진 사람에겐 살기 좋은 나라지만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는 세계 최하등급이다.

 

소득이 일정 수준에 이를 때까지는 소득의 상승이 행복수준의 상승을 초래하지만 그 이상 소득이 높아지면 그러한 효과는 사라진다는 사실을 ‘이스털린의 역설’이라고 한다. 절대적 궁핍을 벗어난 후에는 평균적 소득수준이 아니라 다른 요인들이 행복수준을 결정하게 된다. 특히 경제적인 면에서는 안정과 분배가 중요하다는 것이 많은 연구의 결론이다. 고용안정과 소득안정, 생활안정 등이 행복수준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분배 역시 중요한데, 과도한 불평등은 상대적 박탈감과 경쟁에 따른 스트레스를 증대시키기 때문이다. 나아가 과도한 불평등은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며 범죄나 가정폭력 등 사회문제도 야기한다. 앞서 소개한 입소스모리의 조사에서도 설문 참가자들은 세계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불안정이 심화되고 불평등이 확대되는 현상을 걱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는 이제까지 성장지상주의의 노예로 살아왔다. 국민소득 천 달러, 만 달러, 이만 달러, 삼만 달러... 움직이는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성장의 길을 내달렸다. 그러면서 정작 우리의 행복을 희생하였다. 행복의 토대가 되는 안정된 삶과 공평한 사회를 파괴해버린 것이다. 사실 2012년에 치른 총선과 대선은 이러한 성장지상주의 발전패러다임에 대한 성찰의 계기였다. 누구보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확하게 문제를 제기하였다. 그는 747 등의 양적 성장목표 대신 ‘국민행복시대’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의 대선캠프는 경제민주화론자인 김종인 박사를 ‘국민행복추진위원장’으로 영입했다. 방향을 참 잘 잡았다.

 

그런데 지금 박근혜 정부에 이러한 문제의식은 사라지고 없는 것 같다. 경제활성화, 규제완화, 경기부양 등등 또다시 경제성장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복지공약은 후퇴하고 경제민주화 정책은 중도하차해버렸다. 골목상권 보호와 갑을관계 개선 등을 위해 도입된 규제들마저 규제완화 바람에 실종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경제민주화는 결코 경제성장에 장애가 되는 것이 아니며, 경제민주화 없는 경기부양 정책은 성장촉진 효과보다 부작용이 오히려 클 것이다. 정부의 각성을 촉구한다.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이사장

 

2014년 7월 21일(월) 새전북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