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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적으로 통제해야 할 ‘자본’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5-01-09 13:45:01
  • 조회수 : 1603

경향신문 [유종일의 내인생의 책](5) 21세기 자본 | 토마 피케티

 

나보다 13살이나 어린 경제학자의 책을 내 인생의 책으로 선정하는 것이 조금 망설여지기도 했다. 그러나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어느 경제학 고전 못지않은 무게와 중요성을 지닌 책이고, 나로 하여금 해설서를 펴내게까지 했으니 선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해설서는 곧 출간될 예정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도 이렇게 훌륭한 책을 쓴 피케티가 부럽다고 말할 정도니 내가 자존심 상할 일은 아니다. 피케티는 지난 20년간 소득분배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왔다.
 
조세자료의 활용에 기초한 새로운 방법론에 입각하여 갈수록 심화하는 불평등의 양상과 실체를 규명하였다.
 
<21세기 자본>은 이러한 경험적 연구를 집대성했을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하에서 분배의 동학을 간명한 이론으로 설명해냈다. 그는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크다는 사실을 자본주의의 중심모순이라고 부르고, 일정한 조건하에서 이는 자본을 많이 소유한 사람에게 부가 점점 더 집중되는 ‘부익부’ 현상을 낳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20세기 전반에 양차 대전과 대공황으로 인한 자본의 대량파괴와 대대적 재분배정책에 따른 자본수익률의 하락과 전후 황금시대의 고도성장으로 이러한 동학이 역전되었지만, 이는 예외적인 현상이었고 그 이전에 그리고 1980년대 이후에는 일관되게 ‘부익부’의 동학이 작동했다는 것이 피케티의 핵심적인 주장이다.
 
피케티는 상속부자들이 소득과 기회를 독점하던 19세기 말~20세기 초와 같은 세습 자본주의의 재림을 우려하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으로 소득세 최고세율 80%, 글로벌 부유세, 금융투명성 제고를 제안한다. 그는 민주주의와 능력주의를 지키기 위해 ‘자본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나에게 피케티는 경제민주화의 동지다. 

유종일 |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이사장,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경향신문 입력 : 2015-01-08 22:09:20ㅣ수정 : 2015-01-08 22:1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