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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전 재발 예언한 경제적 통찰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5-01-08 16:46:45
  • 조회수 : 1786

경향신문 [유종일의 내인생의 책](3) 평화의 경제적 귀결 | 존 메이너드 케인스

 

본격적인 경제학도가 되어 공부를 하면서 읽은 책들 중 가장 인상이 깊었던 것은 나의 지적인 우상인 케인스의 명저 <평화의 경제적 귀결>이다. 케인스의 뛰어난 안목과 통찰, 풍성한 표현력과 유려한 문장, 정책전문가로서의 열정이 넘쳐나는 책이다.

 

케인스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전후처리를 위해 열린 파리 평화회의에 영국 정부의 자문관으로 참여한다. 그는 독일에 전쟁배상금을 강요하지 말아야 하며, 각국 정부가 전쟁으로 떠안은 채무를 탕감해주어야 하고, 유럽의 경제회복을 위해 미국이 대규모 차관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직 ‘유효수요 이론’을 개발하기 전이지만 케인스는 이미 수요확대가 경제회복의 핵심이라는 것을 간파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회의는 케인스가 원했던 방향과는 정반대로 흘러갔다. 회의는 경제회복보다는 국경문제와 안보문제에 집중했고, 독일에 엄청난 전쟁보상금을 부과하였고, 미국은 전쟁부채의 탕감이나 차관제공을 철저하게 거부했다. 건강이 악화된 그는 파리를 떠나 케임브리지 대학으로 복귀하였고, <평화의 경제적 귀결>을 집필하여 베르사유 조약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케인스는 이렇게 불공정한 조약은 20년 후에 유럽을 다시 전쟁의 참화에 빠지게 할 것이라고 예언했고, 이는 완벽하게 적중했다. 파리 평화회의에서 좌절을 경험했던 케인스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전후 세계경제 질서를 설계하기 위해 모인 브레턴우즈 회의에서는 영국 대표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비록 그의 제안이 미국의 제안에 밀리기는 했지만, 전후 황금시대의 기반이 된 브레턴우즈 체제는 기본적으로 케인스의 이론을 기초로 설계된 것이었다.
 
나는 이제까지 구상한 경제민주화 정책이 좌절되는 경험을 했다. 과연 케인스처럼 미래에 내가 구상한 정책이 실현되는 행운을 누릴 수 있을까?
 


경향신문 입력 : 2015-01-07 21:44:46ㅣ수정 : 2015-01-07 22:05: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