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유종일의 내인생의 책](3) 옥중서간 | 디트리히 본회퍼
본회퍼는 나치 독일의 미친 운전자 히틀러를 암살하려는 음모에 가담했다가 비밀경찰에 체포되어 처형되었다. <옥중서간>은 그가 체포에서 처형까지 약 2년간 각처의 강제수용소를 전전하면서 옥중생활을 하는 동안 가족과 친구 베트게에게 쓴 편지를 베트게가 편집해서 출판한 것이다. 본회퍼의 신학은 그의 삶만큼이나 혁명적이었다. 그는 무종교의 시대에 적합한 비종교적 신앙을 주장했다. 현대인은 한계에 부딪칠 때 신을 찾기보다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는 ‘성인’이 되었음을 인정하고, 성서의 복음에서 종교적인 의상을 제거해 버리는 성서의 세속적 이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독교는 종교의 대상이 아니라 성인된 세계의 주인이어야 하며, 성인된 세계에서의 선교는 사회에 대한 적극적 책임성으로 그리스도의 산증인이 되는 일이라는 것이다.
본회퍼의 <옥중서간>은 ‘종교적’ 신도가 아닌 ‘운동적’ 신도였던 내게 이 둘 사이의 모순을 해소하고 힘을 얻게 해준 소중한 양식이 되었다. 경향신문 입력 : 2015-01-06 22:05:44ㅣ수정 : 2015-01-07 00:44: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