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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신학계의 ‘행동하는 양심’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5-01-08 16:44:05
  • 조회수 : 1687

경향신문 [유종일의 내인생의 책](3) 옥중서간 | 디트리히 본회퍼


나는 고1 때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되어 구속된 박형규 목사님의 이야기를 잡지에서 읽고 감명을 받아 난생처음 교회를 찾아갔다. 대학시절에는 당시 민주화운동의 본거지였던 새문안교회 대학생회에 나갔고, 기독교 학생운동에 참여했다. 그러다 보니 신학서적도 제법 읽었다. 내게 가장 큰 감명을 준 신학서적은 독일의 천재 신학자였고 ‘행동하는 양심’이었던 본회퍼 목사의 <옥중서간>이었다.
 
“만일 미친 사람이 대로로 자동차를 몰고 간다면 나는 목사이기 때문에 그 차에 희생된 사람들의 장례식이나 치러주고 그 가족들을 위로나 하는 것으로 만족하겠는가? 만일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그 달려가는 자동차에 뛰어올라 그 미친 사람으로부터 차의 핸들을 빼앗아 버려야 하지 않겠는가?”

 

본회퍼는 나치 독일의 미친 운전자 히틀러를 암살하려는 음모에 가담했다가 비밀경찰에 체포되어 처형되었다. <옥중서간>은 그가 체포에서 처형까지 약 2년간 각처의 강제수용소를 전전하면서 옥중생활을 하는 동안 가족과 친구 베트게에게 쓴 편지를 베트게가 편집해서 출판한 것이다.

본회퍼의 신학은 그의 삶만큼이나 혁명적이었다. 그는 무종교의 시대에 적합한 비종교적 신앙을 주장했다. 현대인은 한계에 부딪칠 때 신을 찾기보다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는 ‘성인’이 되었음을 인정하고, 성서의 복음에서 종교적인 의상을 제거해 버리는 성서의 세속적 이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독교는 종교의 대상이 아니라 성인된 세계의 주인이어야 하며, 성인된 세계에서의 선교는 사회에 대한 적극적 책임성으로 그리스도의 산증인이 되는 일이라는 것이다.

 

본회퍼의 <옥중서간>은 ‘종교적’ 신도가 아닌 ‘운동적’ 신도였던 내게 이 둘 사이의 모순을 해소하고 힘을 얻게 해준 소중한 양식이 되었다.
 

경향신문 입력 : 2015-01-06 22:05:44ㅣ수정 : 2015-01-07 00:4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