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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ㆍ전문가 릴레이 인터뷰 (1)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교수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3-09-23 13:10:31
  • 조회수 : 1702

[퇴행하는 경제민주화]“대통령이 재벌에 투자 구걸 순간 경제민주화는 끝난 것과 다름없어”

소득 양극화와 고용난이 심해지면서 한국 사회가 저성장 늪에 빠지자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가 화두로 등장했다. 경제민주화를 통해 수출과 대기업에 의존해온 성장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폭넓게 확산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경제민주화가 퇴행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진행 상황을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점검해 본다.

오창민 기자 riski@kyunghyang.com  

 

▲ “친기업 정책 편 MB정부 때 대기업들이 투자 많이 했나…
    양극화로 내수 부진 지속‘을’ 중소·벤처기업 키워야”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55·사진)는 “박근혜 정부 출범 반년 만에 대선 핵심 공약인 경제민주화가 행방불명됐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지난 17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제 활성화를 명목으로 정부가 재벌과 손을 잡으면서 경제민주화가 뒤로 밀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해 민주당의 경제민주화특별위원장을 맡은 진보 성향의 경제학자로, 협동조합형 경제연구소 ‘지식협동조합 좋은 나라’를 이끌고 있다.

 

유 교수는 지난달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10대 재벌 총수들의 회동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재벌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재벌을 고려하지 않고 경제를 운용하는 것이 몹시 힘들겠지만 대통령이 재벌에 투자를 구걸하는 순간 경제민주화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며 “정책과 투자를 놓고 재벌과 딜(거래)을 하는 것은 기업의 투자 의사결정에 정치적 힘을 실어주는 나쁜 효과를 초래한다”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30대 재벌이 올해 투자하겠다고 밝힌 금액은 155조원이다. 지난해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12%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그러나 유 교수는 재벌이 투자 약속을 지킬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봤다. 그는 “기업 투자는 사업 전망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지 정부가 요청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친기업 정책을 편 이명박 정부하에서 과연 재벌과 대기업들이 투자를 많이 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경기 부양을 위해서라도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진 원인을 소득 분배 악화와 고용률 저하로 인한 내수 부진에서 찾았다. 2000년 이후 기업 소득은 급증한 반면 가계 소득 증가가 미미한 탓에 분배가 악화해 소비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경제민주화를 통한 성장 전략을 제시했다. 수출과 대기업에 의존하는 기존 성장 방식이 벽에 부딪힌 만큼 중소기업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사회의 ‘을’인 중소기업과 벤처기업들도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대공황 당시 감세와 규제 완화로 경기를 살리겠다고 한 후버 대통령과 포괄적 경제사회 개혁 정책을 추진한 루스벨트 대통령 가운데 누가 공황에서 경제를 구출했느냐”며 “경제민주화는 장기적으로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최선의 구조개혁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전임 정부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공익과 사익을 혼동한 이명박 정부에 비해서는 (박근혜 정부가)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세법개정안에 관해서도 “법인세율과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문제지만 전반적으로 올바른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현오석 경제부총리를 수장으로 하는 정부 경제팀과 박 대통령의 경제 운용 방식에는 낙제점을 줬다. 유 교수는 “국내외 경제가 어렵고 산적한 경제 현안을 풀어나가는 데 경제 사령탑으로서 현오석 부총리의 철학과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며 “사소한 사항까지 대통령이 지시를 내리고, 밑에서는 (대통령의) 지시를 기다리는 분위기이다 보니 효과적인 정책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입력 : 2013-09-22 22:54:09ㅣ수정 : 2013-09-22 22:5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