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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후된 지역경제, 어떻게 살릴 것인가?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3-10-29 10:26:42
  • 조회수 : 1884

이데일리뉴스 [여의도칼럼] 유종일(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원장)
최근 필자는 고향 정읍에서 지역경제를 살릴 방안에 관해 강연을 하게 되었다. 거시경제와 국제경제가 주된 관심사인지라 지역경제개발에 관해서는 지식이 모자란 필자는 미국과 유럽에서 나온 지역경제개발에 관한 최근논문들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대부분의 연구결과가 필자의 평소 생각과 일치하는 것을 발견하고 크게 고무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지역경제를 살리는 방법으로 가장 유행하는 사회간접자본 건설과 대기업 유치 등의 하향식(top-down) 지역개발은 효과가 별로 없고, 오히려 지역 내부에서 신뢰와 협동, 지식의 공유와 기술의 전파, 혁신과 기업가 정신의 발휘 등을 고취해나가는 상향식(bottom-up) 지역개발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경제발전의 근본 동인을 외부에서 찾지 말고 내부에서 찾으라는 것이다.

 

많은 농촌지역이 그렇지만 정읍이 낙후된 것은 박정희 정권의 불균형 성장전략 탓이다. 농촌을 쥐어짜서 급격한 산업화를 추진했고, 수도권과 경상도를 중심으로 공단을 만들고 사회간접자본을 건설했다. 먹고 살게 없는 농촌에서는 대규모 이농이 일어났다. 대한민국 인구가 두 배가 되는 사이 정읍 인구는 반 토막이 났다.

 

민주화가 되면서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요구가 커졌고, 이는 사회간접자본 건설과 기업유치 노력으로 이어졌다. 바로 이런 면에서 수도권과 영남지역에 비해 소외되었으니 낙후지역도 이를 통해 발전해야겠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지역불균형은 해소되지 않았고, 엄청난 재정낭비와 비효율을 초래했다.

 

과거에 물적 자본의 투자와 건설이 경제성장을 주도하던 시대에는 이러한 하향식 경제개발이 유효한 수단이었지만, 인적 자본과 지식 자본이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21세기에는 하향식 경제개발은 별로 먹히지가 않는다. 또한 하향식 개발은 외부에서 커다란 떡고물이 떨어질 것을 기대하면서 지역이 스스로 고유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을 소홀히 하도록 만드는 경향이 있다.

 

사회간접자본 건설과 대기업 유치를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잘만하면 이런 것들이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외부자본은 오히려 지역의 돈을 빨아서 외부로 가지고 나감으로써 경제를 피폐화 시킬 수도 있다. 소위 월마트 효과다. 더구나 ‘인천에 배 들어올 날’을 기다리면서 상향식 개발을 게을리 한다면 이야말로 비극이다. 거대한 개발 프로젝트가 신기루가 되고 마는 것이다.

 

상향식 지역경제개발은 결국 물적 자본보다는 인적 자본, 즉 사람 중심의 전략이다.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한 것이다. 외부에서 돈과 자원을 끌어들이는 데 목매달지 않고, 지역민들이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 공부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다양한 실험을 전개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내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외부의 거대한 자본과 맞서 시장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두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는 지역에 고유한 경쟁력의 원천을 찾아야 한다.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것을 개발해내야 한다. 둘째는 지역민들 사이의 신뢰와 협동, 즉 사회적 자본이다. 금전적 자본은 국경도 넘어서 훌훌 날라 다니지만 사회적 자본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존재하는 것이어서 지역 고유의 변수이다. 세계적으로 지역경제개발이 잘 된 지역들은 신뢰와 협동이 발달한 지역들이다. 이와 관련해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그 변종에 의한 골목상권 파괴가 전국적으로 큰 사회문제가 되어 있지만, 유독 제주도만은 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300 여 개인영업자들이 똘똘 뭉친 제주도슈퍼마켓협동조합의 높은 경쟁력 때문이다. 신뢰와 협동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과 경쟁력 향상의 좋은 사례이다.

아직도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공항이든 도로든 무조건 짓고 보자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 인기를 좇는 정치권에서는 선거 때만 되면 지역개발 공약을 남발한다. 이제 바뀌어야 한다. 지역경제개발의 패러다임을 하향식에서 상향식으로, 외부의존에서 내부자조로 전환해야 한다.

이데일리뉴스 입력시간 | 2013.10.29 07:00 | 김정민 기자 jm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