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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를 잘하는 농민을 보고 싶다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3-10-28 16:52:22
  • 조회수 : 1673

농수축산 신문 [시론] 최영찬 서울대학교 교수
농과대학에서 가르치면서 현장을 중시하다 보니 농민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영농현장의 애로, 농산물 판매의 어려움, 아이들을 돌보기 힘든 농촌현실에 대한 애환들을 들으며, 함께 문제를 인식하고 머리를 맞대며 해결책을 논하고 막걸리 한사발 부딪히다 보면 서로가 다르지 않다고 착각하기 일쑤다. 하지만 나의 이런 기대는 선거때만 되면 여지없이 무너진다. 언제나 농민의 편에서 생각하고, 농촌을 위해 일해 줄 후보들을 선택해야 한다는 얘기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고는 정작 표는 농업과 농촌을 무시하는 후보에 던진다. 대부분의 유권자들이 다 자신의 이익을 찾아 투표를 하는데 유독 농민들만 그러지 못한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시장개방을 만병통치약인양 떠받들며 굴욕적 협상을 주도하고, 실익을 고려하지 않고 FTA(자유무역협정)라면 무조건 찬성하는 정치인, 당선되자마자 국민의 건강권은 안중에도 없이 외국에 줄 선물로 굴욕적인 쇠고기 협상을 극렬히 추진하던 대통령, 농민에게 엄청난 의료비 부담을 증가시키게 될 의료민영화를 추진하고 국공립의료시설을 폐지하기 위해 힘으로 밀어붙이는 광역단체장, 도시에서는 보기도 힘든 주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대규모 송전탑을 건설한다고 농민들이 평생을 살아온 곳에서 내모는 일에 앞장서는 지자체장, 농촌과 농민을 사지로 몰아가는 이들에게 농촌에서 표를 더 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수억원의 급여와 그보다 많은 판공비를 쓰면서도 가난하고 힘든 농민들의 경제는 외면하고, 자신의 이익과 정치적인 욕심을 위해 온갖 불법을 저지르다 모조리 쇠고랑을 차게 된 전직 농협중앙회장들은 모두 농민들의 대표들이 표로 선출하지 않았던가·

 

  그보다 더 화나는 일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농민을 팔고, 농촌을 무시한 후보들에게 분노하지 않으면서 농민들을 위해 자신의 이익은 뒤로하고 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은 후보는 외면하는 현실이다. 친환경 농산물의 직거래를 통해 급식의 안전성과 품질을 향상시키고, 계약생산을 통해 우리 농산물의 안정적 판로를 확대해 농업인들의 소득을 제고하고, 농촌의 일자리를 늘려주는 친환경무상급식 정책을 실현시킨 경기도 교육감이 정작 농촌지역에서는 표를 얻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22조원의 혈세와 더 많은 유지비가 들어가게 돼 농촌의 복지재정을 피폐시키고, 녹조로 강을 오염시켜 어민들의 일자리를 없애고, 농경지를 침수시키고, 농사에 부적절한 준설토로 농지를 덮어 농민들의 생업을 어렵게 하는 4대강사업을 막고자 나섰던 국회의원과 단체들이 농촌에서 폭행과 위협을 당한 것에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대학에 다닐 때 학생운동을 하면서 故 리영희 교수님의 책을 즐겨 읽었다. 그중 우상과 이성이라는 책에 “사람은 사회 속에 있고, 사회는 정치 속에 있다”라는 글귀가 나온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치라고 하면 먼저 눈살부터 찌푸리고, 가급적 자신과 먼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치만큼 우리사회와 개개인의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정치권과 정치인을 비판하면서도 선거때는 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투표하러 간다. 자신의 지역을 발전시켜줄 것 같은 후보, 자신의 생업에 도움이 될 것 같은 정치인에게 표를 주는 것은 당연지사이고, 자신과 조금이라도 가까운 연고를 찾아 지연, 혈연, 학연을 다 생각하며 투표에 나선다.

 

  이제 우리 농민들은 친인척이라는 이유로, 같은 지역출신, 같은 학교를 나온 동문이라서 표를 주는 일은 그만하자. 그런 여유를 부리기에는 우리 농민들의 삶이 너무 힘들고, 우리 농촌의 현실이 너무 어렵다. 앞으로는 우리 농촌을 위해 진정으로 농민들의 이익을 대변해줄 그런 정책과 철학을 가진 후보와 정당에게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는 농민이 돼야 한다. 거리시위로 농민의 입장을 외치는 것보다 선거한번 잘하는 것이 백배 효과가 낫다고 생각한다. 선거를 잘하는 농민, 나는 그런 농민을 보길 진정 바라고 있다.

2013년 10월 28일자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