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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미래와 민주화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3-11-13 09:46:32
  • 조회수 : 1713

한겨레신문[세상 읽기] 유종일
오늘 중국공산당 제3차 중앙위원회 전원회의(3중전회)가 폐막된다. 이 회의는 향후 시진핑 체제의 개혁 방향과 심도를 결정하는 중차대한 회의다.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제압하고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개혁안이 나올 수 있을지 궁금해하며 세계의 이목이 중국을 향하고 있다.

 

나폴레옹은 중국을 ‘잠자는 사자’라고 했는데, 과연 잠에서 깨어난 중국의 위세는 대단하다. 아편전쟁의 수모와 대기근의 아픔을 벗어던지고 초고속 성장을 거듭한 끝에 어느새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다. 도광양회의 시대가 가고 대국굴기의 시대가 왔다. 중국의 미래는 중국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의 문제이고, 특히 수출의 4분의 1을 중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가슴 졸이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중국의 순조로운 발전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변수가 되어 있다.
 
중국이 고속 성장을 하면서 엄청난 부를 생산했지만 동시에 빈부격차와 부패, 금융부실과 거품, 환경오염 등 고질적인 문제들을 낳았다. 이런 문제들을 더 방치하면 정치적 안정은 물론이고 경제성장마저도 위협받게 될 것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중국 공산당의 지도자들은 3중전회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한 개혁안을 논의하고 있다.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이 기득권 세력의 저항이다. 과연 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잠재우고 강력한 개혁안을 도출해 내느냐가 시진핑의 지도력에 대한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

 

사실 과거 후진타오 체제도 유사한 문제의식을 지니고 개혁을 추진한다고 하였으나 상황이 개선되기는커녕 더욱 악화되었다. 얼핏 생각하기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것 같은 공산당의 최고 지도자가 정책방향을 정해도 그것이 잘 실현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는 궁극적으로는 시장경제의 발전과 공산당 일당독재의 유지라고 하는 두 가지 목표가 근본적으로 모순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 체제도 경제개혁에만 치중하고 정치개혁을 소홀히 한다면 결국은 개혁의 좌절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중국의 안정과 순조로운 발전은 중국의 민주주의 진전에 달려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근대적 경제발전은 사회적 토대, 경제적 인센티브, 그리고 정치적 기반 위에서 강력하게 이루어진다. 이 조건들이 미흡할 때 경제성장은 미약하고 경제위기는 반복된다. 사회적 토대란 극심한 토지소유의 집중이나 지독한 성차별 등에 따른 사회적 속박으로부터의 해방과 기본적인 건강과 교육 등의 혜택이 얼마나 골고루 나뉘는가 하는 문제다. 이는 경제적 기회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나라들의 역사를 보면 사회적 토대가 잘 갖추어졌을 경우에 경제성장이 잘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의 경우 이러한 사회적 토대는 마오쩌둥 시대에 이루어졌다. 경제적 인센티브는 노력을 통해서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덩샤오핑이 시작한 개혁개방정책이 바로 이러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일은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은 마오쩌둥이 닦아놓은 사회적 토대와 덩샤오핑이 제공한 경제적 기회의 합작품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경제발전이 일정한 단계에 이르게 되면 정치적 기반, 곧 민주주의의 발전이 지속적 발전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등장한다.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에 의한 시장의 독점과 왜곡이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협하는 최대 문제가 되기 때문이고, 또한 물질적 자본축적보다 자유로운 사고와 실험에 입각한 혁신이 성장의 주된 엔진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사적 교훈을 도외시하고 시진핑 체제가 공산당의 통제를 강화하면서 경제사회개혁을 이루고자 한다면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시진핑이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의 반열에 오르는 길은 민주화의 획기적인 진전을 이루어내는 것뿐이다.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한겨레신문 등록 : 2013.11.11 2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