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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장 직선제로 국민에게 권력을!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6-09-02 10:19:04
  • 조회수 : 1407

경향신문 오피니언 [유종일의 경제 새판짜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1조 2항이다. 현실은 어떤가? 소위 권력기관이라고 하는 곳들이 국민에게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정권에 충성한다. 정의의 수호신이어야 할 검찰이 면죄부 수사와 하명수사, 가이드라인 수사를 거듭하면서 정권에 무한굴종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 대가인가? 현관과 전관을 막론하고 검찰에서 부패의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변죽만 울리는 검찰개혁론은 더 이상 필요치 않다. 헌법이 말하는 대로 국민에게 권력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미국처럼 검사장 직선제를 실시해야 한다.
  
경제 새판짜기라면서 왜 검찰 얘기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경제는 정치제도와 사회조직을 바탕으로 돌아가는 것이며, 경제학 이론도 이를 강조한다.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인권과 재산권의 보호, 그리고 법치주의의 확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많은 연구가 이러한 정치적 변수들이 경제성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입증했으며, 근래에 베스트셀러가 된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경제학자 다론 아제모을루와 하버드의 정치학자 제임스 로빈슨이 공저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는 경제적 성공에 정치와 제도의 역할이 결정적임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재산과 권력을 가진 자들이 힘없는 민중을 수탈하는 ‘착취적 제도’는 경제발전의 적이고, 이와 반대로 모든 사람들에게 성공을 위한 기본적인 토대와 기회를 부여하는 ‘포용적 제도’는 경제발전의 열쇠라고 주장한다.

 

과거 고도성장을 구가할 때는 세상이 얼마간 불공평하더라도 넘쳐나는 기회가 존재했기 때문에 불공평에 대한 체감도도 낮았고 그것이 경제성장을 해치는 효과도 작았다. 하지만 저성장 시대로 접어든 후로는 사정이 달라졌다. 부족한 기회를 가진 자들이 독점하고 대다수 국민이 성공의 기회에서 배제되고 있다. 아제모을루와 로빈슨이 ‘포용적 제도’의 사례로 들었던 우리나라가 이제는 더 이상 대다수 국민을 ‘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경제 새판짜기는 ‘포용적 제도’의 복원이어야 한다. 그리고 법이 돈과 권력 앞에 휘지 않고 사회적 약자에게 가혹하지 않으며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는 것은 ‘포용적 제도’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검찰이 힘없는 국민의 인권은 쉽게 짓밟으면서도 권력 앞에서는 시녀 노릇을 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줄곧 지속돼온 문제다. 조직의 구성과 운영 원리에서 비롯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인사권이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임명하고 검찰총장은 전체 검찰조직을 장악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검찰은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게 마련이다. 정권이 원치 않는 수사를 밀고 나간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나 윤석열 검사처럼 정권의 압박에 저항한 경우도 있으나, 결국 수모를 겪으며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권력의 입맛에 맞게 행동하는 한 정권은 검찰을 비호해왔다. 검찰의 독점적인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호해주었고 스폰서 문화로 대표되는 검찰의 부패를 눈감아 주었다. 부패한 검찰은 재벌의 불법과 비리에는 관대하고 힘없는 서민들의 인권은 가볍게 여기는 행태를 보여 왔다. 간혹 검찰의 부패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 예외 없이 제 식구 봐주기 수사로 일관하며 조직의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했다. 개인적으로는 훌륭한 품성을 가지고 정의를 추구하는 검사들도 많이 있을 테지만 검사동일체 원칙에 따라 철저한 상명하복의 위계질서로 꾸려져 있는 검찰조직은 집단이기주의로 똘똘 뭉쳐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엊그제 검찰이 ‘법조비리 근절 및 내부 청렴 강화 방안’을 내놓았지만 과거에도 여러 번 여론무마용으로 내놓았던 자체 개혁안을 재탕한 것이 대부분이어서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 대한 구조적 개혁 방안으로 흔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를 거론하지만, 과연 공수처를 신설하면 얼마나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서 엄정하게 수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근본적인 검찰개혁 방안은 각 광역지자체별로 검사장을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것이다. 정권이 인사권을 가지고 통제할 수 없게 만들자는 것이다. 교육감을 우리 손으로 뽑는 것처럼 검사장도 우리 손으로 뽑자는 것이다.

 

국민의 손으로 직접 선출된 검사장들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되어 권력형 비리와 부패에 엄정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검사장 직선제가 실시되면 정치권력에 아부하고 줄을 대는 자가 출세하는 것이 아니라, 추상같은 수사로 불의와 부패에 맞서 싸움으로써 대중의 신망을 받는 자가 지방검찰의 지휘권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검사장 직선제는 또한 지방자치의 확대를 의미하는 것이며, 권력의 분산이라는 면에서 매우 전향적인 방안이다. 그리고 전국 단위 수사가 필요한 사건을 담당하는 중앙검찰이 지방검찰에 대한 견제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관련 토론회에서도 거론됐듯이 “선거 참여가 저조할 수 있다”거나 “유능한 이보다 대중성이 있는 이들이 선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등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모든 민주적 선거제도에 적용되는 것이며, 그렇다고 우리가 민주주의를 포기하지는 않는다.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없다. 교육감 직선제에 대해서도 말이 많지만 직선제 아니었으면 무상급식, 학생인권조례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필자는 사실 개인적 설득, 토론회 주최, 신문 기고 등을 통해 오래전부터 검사장 직선제를 주장해왔다. 이 분야 전문가가 아닌 필자의 한계 탓도 있었겠지만 예전에는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점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모양이다. 일전에 참여연대와 야3당 의원 주최로 열린 ‘국민의 검찰 만들기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이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고 한다. 비록 주민 직선제는 아니지만 최근 대한변협이 내놓은 검찰개혁방안에서도 지방검찰청 검사장과 고등검찰청 검사장을 ‘선출’하는 제도를 제시하고 있다.

 

요즘 내년도 대선에 후보로 나서려고 준비하는 사람들이 굵직한 정책공약을 표명하는 일들이 있는데, 검사장 직선제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입장을 표명해주면 좋겠다.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경향신문 (입력 : 2016.09.01 21:35:00 수정 : 2016.09.01 21:4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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