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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4-01-02 13:48:41
  • 조회수 : 1816

한겨레신문 [세상 읽기] 엊그제 동짓날은 상처투성이 하루였다. 5500여명의 경찰력이 투입된 대대적인 철도노조 지도부 검거작전이 수행되었다. 민주노총은 본부 사무실에 철도노조 파업 지도부가 없다고 밝혔으며, 법원은 압수수색영장 발부를 거부했는데도 민주노총 역사상 처음으로 노총본부에 공권력이 진입하여 아수라장을 만들었다. 수배자는 단 한 명도 검거하지 못했다. 이 사태에 격분한 민주노총은 어제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노총은 침탈이 시작된 즉시 비상 중앙집행위원회를 개최해 박근혜 정권 퇴진투쟁을 결의했다”며 “28일에는 총파업에 돌입하고 시민, 학생과 함께하는 대규모 시국대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서발 케이티엑스(KTX) 운영회사 설립에 반대하며 철도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이래 많은 국민들은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파업을 지지하는 보기 드문 일이 일어나고 있다. 철도 민영화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황금노선이라 불리는 수서발 케이티엑스만 분리하면 재벌들과 국내외 금융자본이 이를 노릴 것은 분명하고, 이렇게 되면 흑자노선의 수익으로 적자노선을 보조하여 철도서비스의 공공성을 유지한다는 기본원칙이 흔들리고 결국 “이익은 자본이 사유화하고, 손실은 국민이 세금으로 때우는” 일이 벌어질 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정부는 수서발 케이티엑스 자회사 설립은 민영화가 아닌 공기업 개혁의 일환이라고 강변하지만 국민의 의구심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는 여론, 수서발 케이티엑스 자회사 설립은 철도 민영화의 수순이라고 보는 여론, 철도 파업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이 과도하다는 여론이 모두 과반수로 나오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까닭이 있다.


첫째, 정부가 자회사 설립의 이유로 내세우는 논리에 설득력이 없다. 경쟁체제 도입을 주장하지만 지역독점의 성격상 자회사를 설립한다고 유효경쟁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코레일 부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하는데, 자회사 분리는 코레일의 적자를 키워서 부채 문제를 오히려 악화시킬 것이 뻔하다. 애초에 코레일의 부채는 정부정책에 의해 발생한 것이지 방만한 경영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사실들은 코레일 내부 문건들과 국회 입법조사처의 검토의견서 등에서도 일관되게 확인된 것이다.


둘째, 정부는 철도 민영화 추진을 의심할 만한 다양한 행태를 보여주었다. 정부는 지난 11월 철도 서비스를 포함한 정부의 공공조달시장 개방 확대를 담은 정부조달협정을 국회 동의도 없이 비공개로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최근 의사들의 반발을 야기하고 있는 의료 민영화의 수순 밟기에도 들어갔다. 철도 파업에 대한 초강경 대응도 의구심을 더한다.


셋째, 정부에 대한 누적된 불신 때문에 정부가 민영화가 아니라고 강변할수록 국민의 의구심은 커진다.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 대운하 계획을 포기했다고 해놓고서 실제로는 대운하 사업을 추진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박근혜 정부도 경제민주화와 복지공약을 헌신짝처럼 내던짐으로써 정부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켰다.


청와대는 “저항에 굽히지 않는 게 불통이라면 5년 내내 불통 소리를 듣겠다”며 국민여론과의 투쟁을 선포했고, 새누리당은 에스엔에스(SNS)의 ‘괴담’과 싸우겠다고 한다. 홍준표 지사의 표현처럼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것인가? 

1979년 8월 와이에이치(YH)무역 여성노동자들의 신민당사 농성사건을 기억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사주의 ‘먹튀’에 항의하여 일어난 농성을 경찰이 강제해산하는 과정에서 김경숙씨가 추락하여 목숨을 잃었고, 이를 계기로 김영삼씨의 의원직 제명과 박정희 정권의 몰락이 이어졌던 것이다.


국민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 100% 대한민국, 국민통합을 외치던 박근혜 후보가 그립다.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한겨레신문 등록 : 2013.12.23 19:02수정 : 2013.12.23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