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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개헌을 위한 개헌’, 마지막 희망 / 유종일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7-03-28 15:02:08
  • 조회수 : 1281

한겨레신문[기고]

혁명은 새로운 헌법을 낳는다. 개헌은 꼭 해야 한다. 그런데 개헌의 전망이 몹시 불투명하다. 차기 개헌의 절차와 시기를 부칙에 담는 원 포인트 개헌, 즉 ‘개헌을 위한 개헌’이 마지막 남은 희망이다.

 

 

우리 국민은 단순히 대통령 하나 바꾸자고 촛불을 들었던 것이 아니다. 국민이 진정 주인이 되고 민의가 올바르게 반영되는 정치를 이루고자 했고, 그리하여 모두에게 공정하게 기회가 보장되고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는 나라가 되기를 갈망했던 것이다. 정치권은 이제 어쩌다 나라가 이 지경이 되었는지 깊은 성찰 위에서 총체적인 국가 재설계와 대개혁으로 응답해야 한다. 그 기초공사가 개헌이다.

 

 

새로운 헌법은 ‘87년 체제’의 부족한 민주주의를 온전한 민주주의로 바꾸는 개헌이어야 한다. 기본권을 확대하고 국민소환·국민발안·국민투표 등 직접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하여 국민주권을 실질화해야 하며, 제왕적 대통령제를 폐기하고 권력을 분산하여 견제와 균형 및 협치를 이루어야 한다. 대통령 권력을 국회와 독립기관에 나누어야 하며, 중앙정부 권력을 지방정부와 나누어야 한다. 득표수에 비례하는 국회의석 배분을 규정함으로써 승자독식 기득권정치를 끝장내고 비례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 이러한 방향으로 개헌이 이루어질 때 촛불시민혁명은 완성될 것이다.

 

 

개헌 필요성을 부정하는 이는 많지 않아도, 개헌 시기에 관해서는 여론이 엇갈린다. 조기 개헌을 추진하는 이들의 결정적인 약점은 국민이 참여하지 못하고 공론화가 부족한 가운데 개헌안이 마련됨으로써 새 헌법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파의 이익을 위한 정략적 개헌이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지난 15일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3당이 대선과 동시에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에 합의했지만, 실패로 돌아가고 만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면 대선 이후에 개헌을 추진하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새 대통령이 선출되면 그가 개헌을 하려고 할까? 무소불위의 권력을 스스로 내려놓으려 할까? 지난날의 적폐를 청산하고 국가의 미래를 위한 개혁을 힘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당분간은 강력한 권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역대 대통령들도 모두 그랬다. 그러니 대선 후 개헌을 추진하자는 것은 대선 전 개헌 추진 못지않게 정략적인 접근이고 사실상 개헌 회피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이 딜레마를 해결할 방법은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제안한 바 있는 ‘개헌을 위한 개헌’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시민이 주도하는 개헌을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마무리하도록 차기 개헌의 절차와 일정을 헌법 부칙에 명시하는 원 포인트 개헌안을 대선과 동시에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이다. 김 전 의장은 차기 대통령 취임 1년 내 개헌과 임기단축을 부칙에 규정하고 제안했으나, 필자는 시민 주도의 개헌 절차를 함께 명기하자고 제안하는 것이다.

 

 

국회가 주도하는 개헌에 관해 여론이 시큰둥한 중요한 이유는 대선 승리의 전망이 희미한 정당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국회 권한을 확대하려고 한다는 합리적 의심이다. 이 의심을 잠재우고 그들의 개헌 추진이 단순한 정략이 아니라 나라의 미래를 위한 진정성에서 나온 것임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특권을 내려놓고 시민 주도로 개헌안을 마련하도록 양보하면 된다. 아일랜드나 아이슬란드의 ‘시민의회’에 의한 개헌 논의 사례를 참고하면 될 것이다. 국회 개헌특위와 시민의회가 동수로 참여하여 최종합의안을 만드는 것도 대안으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이사장


한겨레신문 등록 :2017-03-23 18:25수정 :2017-03-23 21:21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87758.html#csidx321650e026f50b3a8fc00771618118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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