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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과 정책 제23호_노대명_기초생활보장제도, 이제는 개편해야한다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4-03-10 11:03:49
  • 조회수 : 4032
빈곤문제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이들을 위한 최후의 사회안전망인 기초생활보장제도를 개편하여 사각지대에 놓인 빈곤층을 보호하고 급여의 적정성을 보장하는 조치가 시급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체계와 최저생계비 개념의 대체가 불가피하다. 사각지대에 놓인 빈곤층에 대한 추가적 보호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욕구별 급여체계로의 개편이 보다 현실적이다.
그리고 선정기준을 다층화 또는 상향 조정하고, 급여수준을 빈곤층 욕구에 맞게 적정화하기 위해서는 현 최저생계비와는 다른 개념이 필요하다. 선정기준과 급여수준을 나타내는 각각의 개념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는 기초생활보장제도 급여체계 개편이나 최저생계비 개념의 대체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사회권 보장을 강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임을 의미한다. 빈곤층을 위한 사회권 보장과 기초생활보장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현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정말 빈곤층을 위한 것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빈곤문제에서 벗어났는가? 정반대이다. 고통은 계속되고 있으며, 더 심해지고 있다. 우리에게 큰 충격을 가했던 외환위기는 1999년 실업률과 빈곤율이 그 절정에 달했다. 그리고 IMF의 관리체계를 벗어나자 많은 사람들이 외환위기에서 탈출한 것처럼 생각했다. 하지만 충격은 계속되었다. 2003년의 신용대란은 내수침체를 동반하며 자영업부문에 큰 타격을 가했고, 2008년의 리먼-쇼크는 다시 한 번 경제 전체에 타격을 가했다. 빈곤문제는 해결된 것이 아니라, 그 충격이 누적된 셈이다. 그 결과, 2012년 현재 빈곤율은 1999년보다 높은 수준이다.

[그림1] 1990년 이후 한국의 경제성장률과 상대빈곤율

주 : 1) 빈곤율은 2인 이상 도시근로자가구를 대상으로 중위값의 50%를 빈곤선으로 설정하여 추정자료 : 통계청, KOSIS
 
빈곤층의 구성과 욕구가 다변화 되고 있다.
빈곤율의 증가는 일차적으로 노인빈곤층 증가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근로빈곤층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전통적인 빈곤층 외에 일을 해도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새로운 빈곤층, 즉 근로빈곤층이 함께 증가해 왔던 것이다. 이 점에서 현재의 빈곤문제는 다양한 특성을 가진 빈곤층의 복잡한 욕구에 대응한 방식으로 발전해야 하는 상황이다.
빈곤층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물론 돈이다. 하지만 왜 돈이 필요한가 생각해 보면, 어떤 절박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다. 그것은 생계비이거나, 의료비이거나, 임대료이거나, 교육비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욕구는 빈곤층 기초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항목이라는 점에서 핵심 복지급여를 구성하고 있다.
빈곤정책의 핵심은 선정기준을 제대로 설정해서 지원이 필요한 빈곤층이 배제되지 않게 하고, 필요한 급여를 적정 수준으로 받을 수 있게 하는 일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사회 빈곤정책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기로에 서 있다.

지금 빈곤정책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
지난 14년간 빈곤율은 계속 증가했음에도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 규모는 140~150만 명 규모를 유지해 왔다. 사각지대 해소에 거의 기여하지 못한 셈이다. 반면에 기초생활보장제도 관련 지출은 약 3배가량 증가했다. 그것은 의료급여 관련 지출이 계속 증가했고, 최저생계비 증가에 따른 급여인상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기존 수급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운영되어 왔던 것이다.
문제는 수급자에 대한 보장성은 강화되었지만 사각지대에 놓인 빈곤층에 대한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같은 빈곤층이면서도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지원을 받는 사람과 받지 못하는 사람 간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복지 사각지대의 빈곤층이 자살하는 등의 극단적 사건 ․ 사고가 계속되고 있다. 이것이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문제가 최우선의 정책과제인 이유이다.

[그림2]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 및 예산의 추이

자료 : 보건복지부, 보건복지통계연보, 각년도
 
빈곤층에게는 하나라도 사회안전망과의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최근 발생했던 수 많은 생계형 사건 ․ 사고를 되돌아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의 희생자들은 질병과 실직 그리고 빈곤이라는 위기상황에 처해 있었지만, 지역사회의 사회안전망과 제대로 연계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떠한 복지급여나 복지지원도 받지 못했던 것이다. 하나라도 연결고리가 있었다면 극단적 선택을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하나라도 받을 수 있도록 빈곤층의 접근성을 높이는 제도개편이다. 하지만 현 제도의 급여체계를 유지하면서 수급자를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14년의 경험이 말해주는 것이다. 좀 더 현실적인 선택은 비수급 빈곤층이 하나라도 꼭 필요한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급여에 따라 선정기준을 다층화 하는 것이다. 이는 고작 하나의 급여일지 모르나,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강화하는 중요한 고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면 선정기준을 다층화 하는 급여체계가 바람직하다
현재 빈곤층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지원을 받으려면 다음 세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
1) 소득이 최저생계비보다 낮아야 한다.
2) 재산이 많지 않아야 한다.
3) 부양의무자의 소득과 재산이 많아도 않된다. 이는 소득기준 외에도 다양한 기준을 통해 수급을 엄격히 통제하는 방식이 작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빈곤층이 특정한 급여만을 필요로 하더라도 이 세 가지 선정기준을 다 충족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방식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데 매우 둔할 수 밖에 없다. 선정기준을 바꾸면 전체 급여수급에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가져올 예산증가가 부담이 된다. 지금까지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최저생계비의 증가분을 간신히 반영하고 사각지대를 해소하지 못한 이유이다.
현실적으로 빈곤층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박탈상태가 심한 빈곤층이나 취약계층부터 선정기준을 완화하는 방식, 또는 상대적으로 확대가 용이한 복지급여부터 먼저 선정기준을 완화하는 방식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이는 재정부담 또는 그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최소화하면서도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정 수준의 급여를 보장하는 제도개편 또한 필요하다
빈곤가구가 필요로 하는 급여수준은 가구원 수만으로 측정할 수 없는 것이다. 의료비는 빈곤가구 내 환자의 질환정도에 따라 다르고, 주거비는 그 가구가 거주하는 지역에 따라 다르다. 대도시에 거주하는 빈곤층의 주거비 부담이 더 클 수 있고, 장애인을 가진 빈곤가구의 기타 소비지출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4인 가구라도 각 빈곤가구가 필요로 하는 급여액은 다른 것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가구원 수만을 고려한 최저생계비로 다양한 욕구를 표준화하고 있다. 물론 표준화가 불가피하기는 하지만, 이 방식으로는 각 급여를 빈곤가구의 욕구에 맞게 적정하게 보장하는데 한계가 있다. 결국 최저생계비를 현 상태로 유지하면, 각 급여를 적정수준으로 보장하기 힘들다. 반대로 각 급여를 적정수준으로 보장하고자 하면, 최저생계비를 새로운 개념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리고 다른 측면에서 각 빈곤가구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영역별 복지제도를 육성해야 한다. 빈곤층의 다양한 복지욕구는 의료보장과 주거보장 그리고 교육보장이라는 전문영역별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다. 참고로 기초생활보장제도 하에서 주거급여는 거의 발전하지 못했다. 빈곤층의 주거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주거급여 예산이 생계급여 예산의 1/5에 불과하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과 관련된 오해가 지나치다
지금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 개편방향은 어제 오늘 논의된 사항이 아니다. 하물며 개편방향으로 제시된 욕구별 급여체계는 서구 복지국가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으로 선정과 급여를 하고 있음에도 그것이 문제라고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러한 급여체계 도입에 대한 비판은 사실 이해하기 힘들다.
물론 제도개편 과정에서 선정기준이 낮아지거나 급여수준이 낮아진다면, 빈곤정책의 후퇴라고 비판하는 것이 당연하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추어, 정부가 선정기준이나 급여수준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아래 표에 나타나 있는 바와 같이, 현재의 제도개편안은 소득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급여수준을 높이고, 부양의무자 기준을 더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표1]최저생계비와 맞춤형 급여체계의 선정기준(소득기준) 비교 (2013년, 4인기준)

주: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13), 맞춤형 급여체계 도입방안 관련 공청회 발표자료, 2013년 6월
 
가장 큰 오해는 최저생계비가 없으면 사회권 보장이 후퇴한다는 주장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빈곤층 기초생활보장을 사회권의 반열에 올려놓았다는 점에서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동시에 이 제도가 다양한 문제점을 안고 있어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어 왔다. 따라서 제도개편과 관련해서는 지켜야 할 것과 바꾸어야 할 것을 명확히 구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만일 문제점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가치를 훼손하게 된다면, 제도를 개편해서는 않될 것이다. 하지만 문제점도 해결하고 가치도 지킬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그것이 빈곤층에게 더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최저생계비나 현 급여체계가 사회권을 보장하는 최적의 방법이며 그것은 불가분리의 것인가.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유엔이 정한 사회권 협약 또한 사회권을 각 영역별로 규정하고 있다. 소득보장, 의료권, 주거권, 교육권 등이 그것이다. 그 이유는 서구 복지국가에서 사회권을 각 영역 또는 욕구별로 보장하는 방식에 익숙할 뿐 아니라, 각 사회권이 고유한 특성을 갖고 있어 하나의 기준으로 또는 권리로 아우르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빈곤층 기초생활보장과 관련해서 욕구별 급여체계를 도입하고, 선정기준을 다층화하고 급여의 적정성을 높이는 것은 사회권을 보장하는 보다 일반적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방식은 선정기준의 다층화와 급여 적정화를 통해 더 많은 빈곤층에게 더 나은 급여를 보장할 수 있다.

최저생계비는 반드시 필요한 개념인가
현재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최저생계비를 선정기준이자 급여수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마치 최저생계비만큼 보충급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오해를 야기하기도 한다. 그리고 개편된 제도는 최저생계비만큼의 보충급여를 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무책임한 비판이다. 현 제도하에서도 보충급여 방식은 현금급여에만 적용되고, 나머지 현물급여는 보충급여방식을 따르지 않는다.
사실 최저생계비 개념은 악의적으로 폐기한 것이 아니라, 제도개편을 통해 빈곤층에게 보다 적정한 급여를 보장하고 선정기준을 다층화하려는 순간 계속 사용할 수 없어 새로운 개념으로 대체한 것이다. 용어 자체가 갖는 문제도 피할 수 없다. 주거급여의 최저보장수준은 최저주거비로 표현하고, 교육급여는 최저교육비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생계급여의 최저보장수준은 최저생계비라고 표현할 수 없다. 그렇게 말하는 순간 개념적 혼란이 야기되기 때문이다. 현재 최저생계비는 각 급여의 최대 급여수준을 합한 금액을 지칭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최저생계비 개념을 계속 사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최저생계비 개념을 대신할 용어로는 최저생활비(minimum living standard) 개념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라 하더라도 더 이상 가구원수별 최저생활비를 제시하기는 힘들다.
최저생계비가 각종 복지제도의 선정기준이나 일종의 사회보장기본선으로서의 역할을 해 왔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반드시 현재의 방식으로 계측된 최저생계비만이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다양한 복지제도가 지나치게 하나의 기준선에 집중되는 것이 문제라는 점에서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는 것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이 때, 상대빈곤선 개념을 도입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최저생계비가 없다고 해서 우리사회에서 각 복지제도의 기본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에 상응하는 새로운 개념이 출현하기 때문이다.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지속적으로 노력할 부분이다.
빈곤정책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소득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것 외에도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 현재의 제도개편안은 부양의무자의 소득기준을 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향적 개편안이라고 말할 수 있다. 부양의무자가 국민의 평균적인 소비생활을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 부양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지금까지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하는 각종 조치에도 불구하고 사각지대가 제대로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체계 개편은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하는 다른 방법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의료급여, 주거급여, 교육급여 중 특정 급여부터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이다. 이는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보다 확실한 방법이 될 것이다. 더불어 행정부담을 완화하는 중요한 개편이 될 것이다.

우리는 모두 관대한 빈곤정책에 합의하고 있는가
모든 빈곤층에게 이들이 필요로 하는 만큼의 지원을 할 수 있다면 좋을지 모른다. 하지만 빈곤층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관대한 지원을 하기는 쉽지 않다. 말로 빈곤층을 걱정하기는 쉽지만, 실제 빈곤층을 위한 예산을 대폭 확대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이는 지금의 여야 모두 솔직할 필요가 있다.
지난 14년간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최저생계비 인상에 따른 예산의 자연증가분 반영 이상의 정책적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더 불행한 것은 많은 문제가 노정되고 많은 빈곤층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희생이 있었음에도 제도는 별로 나아진 것이 없었다. 수급자가 되는 관문은 더욱 좁아져 왔다. 긴급복지지원제도가 도입되었지만 그것도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이 모든 문제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탓이 아니라, 정부의 의지부족 때문이라는 말을 되풀이 하는 것도 그리 달갑지 않다. 물론 이 많은 문제가 기초생활보장제도 급여체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진보와 보수정권이 수 차례 반복되는 과정을 통해서도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면, 이제 다른 선택을 생각할 때도 되지 않았을까.
지금은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현재 모습 그대로 지키기보다 선정기준과 급여수준을 바꾸어 더 많은 빈곤층이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이러한 사회권 보장의 정신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사회적 합의를 통해 선정기준과 급여수준을 결정하게 하고, 이러한 약속이 지켜지도록 비판과 견제를 해야 할 시점이다. 무엇이 빈곤층을 위한 선택인지 진솔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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