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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과 정책 제53호_유승경_아베노믹스의 정책의도와 성과 진단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4-10-27 10:00:26
  • 조회수 : 3047
일본의 아베 정부는 근 20년에 걸친 디플레이션 경제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정책적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2년 간 공격적 통화완화정책을 통해 물가수준의 상승과 엔화의 절하를 유도하고 주식과 부동산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등 일본경제에 새로운 변화를 낳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긍정적 변화들이 애초에 상정했던 경로에 따라 기대했던 만큼의 파급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기조 속에서도 기업 생산활동은 활기를 찾지 못하고 수출도 답보상태에 있다. 또한 자산가격의 상승도 민간소비의 자극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2014년도 일본의 경제성장률 전망은 오히려 점차 어두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 글에서는 아베노믹스의 초기 성과가 경기활성화로 이어지지 않는 원인을 애초의 아베노믹스의 정책 구상에 비추어 살펴보고, 아베노믹스의 향후 전개방향과 일본경제의 미래를 전망해본다.
 
 
일본경제는 1990년대 초 자산시장의 거품붕괴가 발단이 되어 침체국면에 접어들었고, 1998년부터 디플레이션 침체에 빠져들었다. 일본정부는 그 동안 디플레이션 침체에서 탈출하기 위해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라는 비전형적인 통화정책1)과 함께 공공투자에 많은 재정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일본의 장기침체는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고 1991년 GDP 대비 약 67%이던 정부 부채는 현재 약 230%까지 늘어나서 정부의 부채 부담이 가장 큰 나라라는 불명예만 안게 되었다.

이른 바 아베노믹스는 디플레이션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하는 과감하고 도전적인 경제부흥전략이다. 일본 정부는 아베노믹스의 세 가지 정책수단으로서 △공격적인 통화완화 △강력한 재정부양 △성장 회복을 위한 구조개혁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과중한 정부부채 때문에 통화정책이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으며, 재정정책은 통화정책의 효과를 증폭하기 위한 보조적 역할만을 맡고 있다. 그리고 구조개혁은 디플레이션을 극복한 후 장기적 관점에서 일본경제의 성장기반을 새롭게 다지기 위한 과제를 담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정책구상을 보다 상세히 이해하고 정책 효과를 제대로 진단하기 위해서는 아베노믹스를 뒷받침하는 이론가들의 일본경제에 대한 기본인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대 경제에서 일상적인 가장 큰 경제 문제는 인플레이션이다. 그 반대의 현상인 디플레이션은 드물게 나타나지만 경제를 공황에 빠뜨릴 수 있는 더 위험한 것이다.

경제가 물가수준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상황에 놓이면 가계와 기업은 가능한 한 가격이 더 떨어질 때까지 소비와 투자를 미룸에 따라 총수요가 하락한다. 총수요가 감소하면 공급도 감소하여 생산과 고용이 줄어들고 기업 이윤과 가계 소득이 감소하며 소비와 투자의 위축으로 이어진다. 그 결과 총수요는 또다시 감소하여 물가 수준을 또 한번 떨어뜨린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경제는 점점 더 깊은 침체의 늪에 빠져들 수 있다.2) 일본은 1998년 하반기 이후 간헐적인 회복기가 있었지만 현재까지 디플레이션 수렁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잠재성장률의 하락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일본 경제가 장기간 디플레이션을 겪게 된 원인으로 1990년대 중반 이후 현재까지 총수요의 부족으로 실제 GDP가 잠재 GDP3)에 미치지 못한 점을 꼽는다. 이러한 상황을 디플레이션 갭이라고 하는데 총수요의 부족으로 경제 내의 노동과 자본이 완전히 활용되지 못했기 때문에 물가 및 임금상승률이 오랫동안 낮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총수요가 위축된 가장 큰 원인은 국민경제의 최대공급능력을 의미하는 잠재GDP의 성장률 하락에서 찾고 있다. 즉 총수요의 위축이 공급부문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총수요 부족과 공급능력 저하 간의 연관 관계에 대해서는 여러 주장이 있지만 대표적인 주장은 ‘거품경제 붕괴로 일본경제의 공급능력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형성되어 일본 소비자들은 소비하기보다 저축을 택했으며 저축은 투자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수요 변화에 대한 공급측면의 능동적 대응 부족, 금융권의 민간대출 저조, 혁신적 기업가의 부족, 노령화 등이 디플레이션 갭을 낳은 원인으로 꼽힌다.

일본경제의 잠재성장률과 디플레이션 갭의 지속은 이러한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봐야 할 것이다.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인 구조개혁의 과제들은 잠재성장률 하락의 여러 요인에 대한 정책적 처방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기대 인플레이션율의 하락
 
일본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져든 직접적인 요인은 경제주체들의 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으로 인해 전망으로 인해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20여 년 간 지속적으로 하락한 점이다. 사람들이 다음 달에 물가가 오를 것이라 생각하면 이번 달에 지출을 늘리게 되어 물가는 이번 달에 오를 수 있다. 반대로 다음 달에 물가 하락을 예상하면 지출을 미루게 되어 물가는 이번 달부터 내릴 수 있다. 이처럼 경제주체들의 미래의 물가에 대한 예상은 현 시점의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아베노믹스의 첫 번째 화살인 공격적인 통화완화정책은, '2년 내 물가상승률 2% 달성'을 목표로 제시하는 한편 일반적 예상을 상회하는 대규모 국채 매입을 통해, 일본인들이 경제에 대한 비관적 심리를 버리고 향후 경기가 호전되면서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4). 또한 중앙은행은 기준금리가 0%까지 낮아져 기준금리를 더 내리지 못하는 상황에 있지만 직접 장기국채를 매입하여 장기이자율의 하락을 유도하고 있다5).

이러한 통화정책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일본은행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시도한 적이 있는 정책이다. 하지만 아베노믹스의 이론가들은 과거에는 일본은행이 중앙은행의 독립과 물가 안정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바람에 강한 정책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정책을 조기에 중단해 디플레이션 극복에 실패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새로운 면모는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강력한 정책의지라고 할 수 있다.
 
과도한 엔화의 강세
 
일본정부는 수출 증대에서 성장의 동력을 찾기 위해 공격적으로 엔화의 절하를 유도하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이론적 지지자인 모리스 옵스펠트(Maurice Obstfeld) UC버클리 교수는 지난 30년 간 일본의 경기변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엔화의 실질환율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또다른 지지자들인 로버트 데클(Robert Dekle) USC 교수와 쿄지 후카오(Kyoji Fukao) 히토츠바시大 교수도 엔고로 인해 일본의 경쟁력이 계속 약화됐고,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엔-달러 환율이 90엔 아래로 떨어지면서 수출산업에서 이윤 감소와 고용 축소가 일어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실질적인 지휘관으로서 일본 내각의 경제자문인 하마다 고이치(Hamada Koichi) 예일대 명예교수는 먼델(Robert Mundell)의 『불가능한 삼위일체(impossible trinity)이론』6) 을 빌려서, 공격적 통화완화정책은 독립적인 통화정책이며, 현재의 엔저는 경쟁적 평가절하정책의 결과가 아니라 세계적으로 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상황에서 변동환율제에 따라 과대평가된 엔화가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똑 같은 논리로 1985년 플라자 합의는 자본 이동이 자유로운 상황에서 엔화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통제함으로써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불가능하게 했으며, 이로 인해 일본 당국이 거품 형성을 막는 데 실패했다고 주장한다. 일본 당국은 실제로 1980년 말에 거품이 만들어질 가능성을 인지했지만 엔고를 부추길 것을 우려하여 적정한 시점에 금리 인상을 단행하지 못했다. 더욱이 그는 "한국은행이 환율 조정을 위해 시장에 직접 개입하듯이 일본은행도 필요하면 언제든지 개입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대규모 양적 완화로 인플레이션을 유도하는 방안이 제시되었을 때, 대다수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의 유도에 성공하게 되면 일본 경제는 오히려 새로운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플레이션 하에서는 채권자가 손실을 보게 된다. 같은 논리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국채 가격이 하락하고 금리(수익률)가 상승한다. 이런 경우 우선 정부의 신규차입비용이 증가한다. 일본의 2013년(회계연도) 재정적자 보전을 위한 채권 발행액이 170조 엔인데, 만약 인플레이션율이 1% 높아졌다면 국채의 평균 수익률은 1% 증가하여 총 1.7조 엔의 추가 비용이 소요되었을 것이다.

국채 가격의 하락에 따른 가장 큰 문제는 국채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보험회사, 은행 등이 대규모의 자산 손실을 입게 된다는 점이다. 국채가 하락하면 국채 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 능력이 줄어들고 국채의 담보 가치도 하락한다. 또한 자본비율(Capital ratio)과 같이 예치가 필요한 경우에는 추가 예치금이 발생한다. 일본 정부의 부채는 GDP 대비 약 230%(2013년 기준)에 달하는데, 그 중 약 70%를 보험 회사, 은행, 연기금 등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위험은 매우 현실적인 것이다. 만약 국채 가격이 실제로 하락한다면 일본 금융시스템은 또다시 심각한 위기에 빠져들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위험은 예상하기 힘든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일본 당국도 이에 대한 대책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사실상 대책은 금리 통제밖에 없다. 일본 당국은 인플레이션 발생 시에 따르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미국 재무부와 미연준이 1942년부터 1951년까지 실시한 국채 금리의 상한제를 염두에 두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1942년부터 9년 간 만기 별로 국채 금리의 상한을 정하고, 재무부 채권이 특정 가격에 시장에서 전부 소화되지 않으면 나머지 채권을 미연준이 전부 매수하는 방식으로 국채 가격을 지지하여 금리의 상한을 유지했다.

일본도 유사한 전통을 가지고 있다. 1932년 일본 재무상 타카하시 고레키요(高橋是淸)는 재무성이 발행한 국채를 민간 부문이 아닌 일본은행이 화폐 발행을 통해 직접 매수하도록 했다. 정부가 그 자금으로 경기 부양에 힘쓰고 경기가 개선되면 일본은행이 민간은행에 채권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인플레이션을 관리해 나갔다.

실제로 2013년 4월 공격적 통화정책이 실시된 이후 일본의 장기 국채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증가하는 와중에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에 있다(그림 1 참조).
 
현 인플레이션 기조의 지속 가능성
 
일본은행의 확장적 통화정책은 2014년 들어 인플레이션의 유도 면에서 일정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신선 음식류 제외)는 2014년 2분기에는 32년 만의 최고 수준인 3.3%를 기록했다. 실업률 또한 지난 8월 3.5%까지 낮아졌다. 일본정부나 일부 학자들은 이 같은 지표를 근거로 일본이 이미 디플레이션을 극복한 것처럼 주장을 하기도 한다.
 
<표 1>일본 소비자 물가지수 동향
 
 
지만 2014년 2분기 이후 물가 상승은 대부분 지난 4월 1일에 시행된 소비세의 인상(5%에서 8%로)에 따른 것이다. 이 효과를 제외하면 소비자 물가수준은 소비세 인상 이전과 큰 차이가 없다. 같은 기간 동안 엔 가치가 계속 하락함에 따라 경유와 해산물 가격이 인상되었기 때문에 증세효과와 에너지, 신선 음식류를 배제한 핵심물가지수의 상승률은 2014년 2분기부터 오히려 하락했다.

한편 가계지출은 올해 1분기에 4.3% 증가했으나 2분기에는 -8.5%를 기록했다. 결국 1분기의 지출 증가는 소비세 인상을 앞두고 미래의 지출을 앞당겼기 때문이지 소비성향 자체에 변화가 일어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임금 상승이나 부의 효과에 힘입어 소비지출이 증가하지 않는다면 현재의 인플레이션 기조가 계속되기 어렵다.
 
시간제 노동자 증가로 낮은 실업률에도 임금 하락
 
일본의 실업률은 완전고용수준으로 낮아져있고, 총 고용수준은 8월 현재 2008년 위기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건설, 자동차 조립, 교육 등 전 산업부문에 걸쳐 노동력의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다.

그런데 인플레이션 유도책이 작동하고 있고 노동시장의 사정도 개선되었지만 아베 총리가 말하는 선 순환(고용 증가 ⇒ 임금 상승 ⇒ 소비 증가 ⇒ 이윤 상승 ⇒ 투자 상승 ⇒ 고용 증가 )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특이한 현상은 20여년 간의 침체기 동안 노동시장의 구조가 크게 변했기 때문이다. 기존 노동자들은 평생 고용체계에 의해 보호되지만 신규 고용인력들은 단기 혹은 낮은 계약직으로 고용됨에 따라 현재 노동자의 약 40%가 비정규직이다. 고용이 증가하더라도 단기 계약, 시간제 계약의 비중이 증가하면 경제 전체의 총 임금소득은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 실제로 고용이 증가하는 동안 노동자 가계의 실질 가처분 소득은 하락했다.
 
탈산업화로 엔저의 수출 효과 미미
 
일반적인 예상과는 다른 양상은 수출부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엔화가치는 통화완화정책에 힘입어 2012년 12월부터 2014년 10월 중순까지 달러 대비 약 30% 하락하여 달러 당 110엔대에 근접해 있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엔저의 수출증대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았다.

수출이 과거의 엔저 시기처럼 반응하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지난 20여년 간 진행된 일본의 탈산업화에 있다. 일본 제조업은 장기침체기 동안 엔고를 피하기 위해 해외로 생산기지를 대규모로 이전해 왔기 때문에 과거보다 수출증가율이 낮다. 일본기업의 국내생산 비중은 10년 전보다 약 10% 하락하여 전체 생산의 76.8%에 불과하며 제조업 생산능력은 28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또 다른 원인은 미국 등 해외 시장의 여건이 과거의 엔저 국면과 다르다는 점이다. 이전의 엔저 현상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경기활황에 따른 것이었지만 현재는 일본은행의 양적 완화에 의한 것이다.
 
 
재정정책의 딜레마를 극복해야
 
일본경제는 2014년 2분기에 아베노믹스가 실질적으로 추진된 이후 가장 큰 경기 위축을 경험했다. 최근 상황은 일본경제의 운명에 대한 새로운 우려를 낳고 있다.

경기위축의 원인은 일본 정부가 재정건전화를 위해 4월 들어 소비세를 인상했기 때문이다. 일본당국은 추가적인 증세를 생각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미약한 회복세를 꺾을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소비세의 증세가 없다면 재정건전화 목표는 미뤄지게 된다. 한편 다른 전문가들은 재정건전화를 강조하며 사회보장지출을 줄일 것을 주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재정지출의 삭감도 성장을저해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일본의 재정정책은 경기부양과 재정건전화라는 상반되는 두 목표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다. 일본이 결국 둘 중 한 가지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면 재정건전화를 포기하고 경기부양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법적인 제약이 있지만 1932년 타카하시 고레키요의 선택처럼 중앙은행이 신규 국채의 직접적인 인수를 강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정책은 일본의 국가신뢰도를 위태롭게 하겠지만 아베노믹스가 현재 유일하게 효과를 보고 있는 자산시장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의 효과(Wealth Effect)에 대한 의존 커질 듯
 
일본의 주가는 아베 정부가 집권한 이후 현재까지 약 55%(Nikkei225 기준)증가했다. 지가(3대 도시의 상업용 토지 기준)도 지난 6월부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가계 자산은 자산가격 상승에 힘입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주가와 지가 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Wealth Effect)가 소비의 증가로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가계는 저축을 위험자산에 투자할 정도로 일본경기에 대해 아직 확신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상당수 외국인 투자기금들은 공격적인 통화정책이 계속되어 인플레이션과 함께 자산가격의 증가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엔저에 따른 수출 효과와 고용 증가에 따른 임금 인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본정부는 통화완화에 따른 부의 효과에 큰 기대를 걸 것으로 보인다.
 
엔저 지속으로 한국 수출에 부정적 영향 예상
 
엔저가 지속되면서 화폐전쟁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지만 정책수단이 한정된 일본의 입장에서 통화 완화와 엔화 절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주요 수출부문에서 일본과 경합하고 있는 한국경제는 엔저 현상이 하나의 큰 도전이 될 것이다.

더욱이 세계교역의 증가세가 빠르게 둔화되고 있고,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마저 수출신장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경제가 수출에서 활로를 찾아가기가 점차 어려워질 전망이다. 한국경제가 화폐전쟁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국제협력을 강화하는 등 대외경쟁력 유지를 위해 노력을 경주해야 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내수에 기반하여 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경제구조와 체질을 바꾸어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아베노믹스의 미래와 관련하여 대외적 경제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아베노믹스는 일본국민들이 미래에 박관적 기대를 갖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런 만큼 일본 국민들이 아베정부의 정책에 대한 신뢰를 거둬들인다면 일본경제는 순식간에 2008년과 같이 곤두박질하여 우리경제에 큰 충격을 가할 수 있다.

최근 정부는 자본 유출 가능성에 대비하여 그동안 강화되어오던 거시건전성 3종 세트의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외국자본의 대규모 유출에 대비하여 자본 유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서 국내 경제의 안전성을 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 경제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투기성 단기자본의 이동에 대한 전반적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세계경제의 침체국면이 장기화되고 있으며 각국의 악화된 재정상황과 예외적인 통화정책으로 인해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돌발적인 충격에 대비하여 관련 제도와 규제체제를 어떻게 정비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시급한 시점이다.
 
1) 일반적으로 통화정책은 정책 금리의 조정을 통해 통화량을 조절한다. 그런데 정책 금리가 0%까지 내려오면 더 이상 금리를 내릴 수 없다. 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면 사람들은 돈을 빌려주지 않고 현금을 그냥 보유할 것이기 때문에 명목금리는 0%가 하한선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조정하는 통상적인 통화정책을 쓸 수 없기 때문에 비전형적인 통화정책(non-conventional monetary policy)을 사용한다. 비전형적 통화정책으로는 선제적 지침(forward guidance), 양적 완화『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 등이 들 수 있다. 주 3.4 참조

2) 어빙 피셔(Irvin Fisher)는 이 현상을 디플레이션 수렁(deflationary spiral)이라 정의했다.

3) 잠재 GDP는 한 나라의 경제가 물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노동과 자본 등의 생산요소를 완전히 고용하여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능력으로 말한다. (출처: 한경 경제용어사전)

4) 이러한 통화정책을 선제적 지침(forward guidance)이라고 한다. 통화당국이 경제주체와의 소통을 통해 경제주체의 심리에 영향을 미쳐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정책이다.

5) 기준금리가 0%에 이르면 중앙은행은 직접 장기국채를 직접 매수하여 통화량을 늘리고 장기 이자율을 내리는 방식을 취할 수 있다. 이를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라고 부른다.

6) 자유로운 자본이동, 환율의 안정, 그리고 독립적인 통화정책이 동시에 모두 만족될 수 없다는 이론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