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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과 정책 제71호_진희관_2015년 남북관계 현황과 전망 민간교류 승인을 통해 남북관계 풀어야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5-03-09 10:25:15
  • 조회수 : 2677
2015년 남북관계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전망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막혀있는 쟁점들이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며, 이에 대한 정부의 관심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정부의 발표가 실현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후자부터 말하면, 말은 하되 실천하지 않는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 시작은 대선공약의 ‘사문화’에서 시작되며, 2013년, 2014년 통일부 업무보고가 실천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대선공약을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할 것(경제공동체 구축)이며, 6.15와 10.4선언 등 “기존 합의에 담긴 평화와 상호존중의 정신 실천”할 것이라 했다. 박근혜정부 첫 해인 2013년 3월, 통일부는 청와대 업무보고에서도 남북합의의 이행정도를 체크하면서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후 취임 2년이 경과하고 있지만 남북 간에는 갈등만 고조되고 있고 그 어느 것도 실현된 것이 없다. 북한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도 더 이상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따라서 지난 1월 19일 2015년도 통일부 업무보고가 있었고 국민과, 북한과, 국제사회와 함께하는 통일을 협업을 통해 이루어 나가겠다고 선언했지만 그다지 신뢰감이 들지 않는다. 지난해에 통일준비위원회가 구성되어 뭔가 바삐 움직이는 것 같지만 무엇을 위한 기구인지도 잘 모를 정도이다. 지난 해 연초에 대통령께서 ‘통일대박’을 언급하여 많이 회자되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무슨 뜻’이었는지 의문이 든다.
 
 
한반도 문제와 남북관계는 당사자가 있고 상대가 있다. 따라서 상대와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혼자서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즉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말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무리 좋은 말은 한다고 해도 북한이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이는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서로 원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대화와 협상이 이루어질 수 있게 된다. 현재의 남북관계의 큰 문제는 앞서 제기했듯이 맥을 풀어야 하는 데 그러지 못하는 데 있다.

요컨대, 기존에 진행되던 중단된 사업을 재개할 것인가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는 대단히 중요하다. 크게는 6.15선언과 10.4선언의 이행 여부의 문제이며, 작게는 금강산관광 재개와 5.24조치의 해제 문제이다. 이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의 중요성은 너무나 자명하다. 왜냐하면 남북합의에 의해 진행된 선언과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불시에 중단되기도 했지만 이유도 모른 채 중단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6.15와 10.4선언은 아무런 이유 없이 합의 이행이 중단되었다. 이것은 이미 이명박정부 때 일이며, 여전히 똑같은 상황이다. 이명박정부는 6.15와 10.4선언을 계승한다고 선언하였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부정도 하지 않았고, 수정 요구도 하지 않았으며, 그렇다고 이행도 하지 않은 것이다. 그냥 무관심하게 한 쪽 구석에 쳐박아 두었던 것이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일 국가 간의 조약이었다면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모른척해도 되겠는가? 더구나 남북 간에는 많은 갈등과 대립의 역사가 있었던 만큼 합의도 어렵지만 이를 지켜나가는 매우 신중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소중한 합의를 무참하게 버려버린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박근혜정부는 대선공약에서 기존합의의 이행을 말해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에 대해 어떠한 구체적 발언도 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이명박정부에서 중단된 금강산관광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고 있다. 북한이 지속적으로 사과 의사를 밝히려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며, 결국 금강산관광은 여전히 발이 묶여있는 상태이다. 왜 이러는지 합리적인 이유로는 설명이 안 된다. 그저 북한이 미워서 그러는가 싶다. 아니면 남북관계가 잘되는 게 두려워하는 세력이 방해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만일 그렇다면 매우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남북 갈등을 조장해서 먹고사는 세력들이 득세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다. 자칫 그들의 이익을 위해 필요 이상의 갈등을 생산해낼 수도 있으며, 이는 결국 남북 간 마찰을 불러일으켜서 국민과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왜곡된 국가적, 민족적 손실을 막기 위해서라도 남북관계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하며 신뢰를 회복하여 상호 이익을 찾아나가야 한다.

더욱이 북한이 시종일관 기대하고 바라고 요구하고 있음에도 금강산관광은 그 단어조차 사용되지 않고 있다. 통일준비위원회에서도 통일부 업무보고에서도, 대통령 연두기자회견에서도 조차 마치 금기시된 단어가 된 것처럼 보인다.

기존의 합의와 이로 인해 추진되었던 남북협력사업들 중에 중단된 것이 있다면 이것을 먼저 살려내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북한이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고 기존 실적도 있으니 실현가능성도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사업을 팽개쳐두고 자꾸 새로운 사업만을 제안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통일부는 2015년 업무보고에서 ‘북한과 함께하는 통일준비’를 위해 많은 사업들을 기획하고 있다. 특히 광복 70주년을 맞아 민생, 환경, 문화통로를 개척하고 호혜적 남북경협을 추진하기 위해 남북 당국 간 대화도 재개하고 현안문제를 실질적으로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광복70주년 남북공동기념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한다. 실현된다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러 가지 제안들 중에는 당국이 주체가 되어 해야 하는 사업들이 많은데, 이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따라서 민간이 주체가 되는 실현가능한 사업들을 먼저 추진한다면 실현가능성도 높을 수 있다. 예컨대 업무보고에서 언급한 ‘민간 차원 농축산물자 제공 및 기술지원’은 기존에 진행돼 오던 사업을 허가하기만 하면 곧장 실현될 수 있다. 경기도와 경상남도(경남통일농업협력회)의 평양 강남군 당곡리 협동농장과 순안구역 천동리 국영농장 지원사업의 경우 통일부가 방북 허가만 내준다면 곧바로 실현될 수 있다. 즉 실천의지가 있는 업무보고라면 실현 가능한 것부터 시작하면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국민들도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을 신뢰할 수 있을 것이며, 북한도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북민협에 가입되어 있는 주요 ‘대북인도적지원단체’들은 북한 민화협과의 대화채널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간간히 우리 정부의 허락이 있을 때 조금씩이나마 북한을 지원하고 농업협력사업을 추진하기도 해왔다. 따라서 전면적으로 허가가 이루어진다면 복합농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은 일이다. 경기도의 경우 자체 남북협력기금이 170 여 억 원이 남아 있으며, 경상남도 역시 61 억 원(2014년말 현재)의 기금이 쌓여있다. 이 밖에도 강원도 58 억 원, 부산 47 억 원, 고양시가 30 여 억 원 등 지자체 마다 남북협력사업 및 농업협력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들을 하고 있으며 북한 민화협과도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있다. 이 예산들은 지역의 민간단체 또는 중앙 민간단체를 통해 사업이 진행될 때 지원할 수 있는 예산으로 통일부가 허락만하면 집행이 가능하고 곧바로 북한으로 들어가 농업협력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문제는 청와대의 허락 여부이다.

요컨대 금강산관광 재개 및 기존 합의를 이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면 실현 가능한 저예산의 민간 농업협력 사업들부터 하나씩 허가를 한다면 남북문제는 쉽게 풀려나갈 수 있다. 결국 우리 정부가 대북정책을 실현할 의지가 있는가 없는가는 바로 이러한 사업들을 허가하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박근혜정부 2년 동안의 상황을 비교해 본다면 낙관적으로 전망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실천을 할지 안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북관계는 남한 정부의 입장뿐만 아니라 북한의 입장과 의지를 판단해야만 예측이 가능하다.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평가된다. 북한 정부는 시종일관 금강산관광 재개를 희망하고 있고, 민간 채널들 또한 북한이 남북협력사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자 한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올 해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도 남북관계에 많은 관심을 밝힌바 있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남한과의 사업추진에 대한 미련을 감추지 않고 있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2013년 신년사부터 북한의 대남언급 내용들은 매우 조심성 있다는 평가할 수 있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2014년 1월 1일자 조선중앙통신은 “북남관계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마련하여야 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였고, 1월 5일 군사훈련에 대한 조평통의 비난이 있었지만 5일, 6일, 7일자 로동신문 논설을 통해 남한정부에 대한 비난 없이 통일의 중요성만을 강조한 바 있다. 또한 박근혜정부에 대한 실명비난 없이 ‘현 집권보수세력의 반통일대결책동’ 정도의 대상화에 머무르고 있는 점에서 볼 때 매우 주의를 기울이는 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 시기였던 2013, 2012년은 사뭇 다르다. 2013년에는 1월 2일 국방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이명박대통령과 국방부장관, 통일부장관의 실명을 거명하면서 맹비난 하였다. 3일자 조평통 대변인 담화 역시 같은 수위의 비난이 이어졌다. 2012년에도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과 관련한 조문 문제로 인해 이명박 대통령 실명을 거명하며 ‘남조선부수패당’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맹비난을 이어간 바 있다.

이처럼 신년에 보이는 북한의 대남 자세들은 그 때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도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두 차례의 신년사에서는 모두 조심스런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12월 29일 통일준비위원회에서 대북제안을 발표한 이후에도 북한은 오랜기간 답변을 보류한 채 조심스럽게만 언급한 바 있다. 1월 6일자 로동신문 논설 “조국통일운동 위한 투쟁에 떨쳐나서자”에서는 비난 없이 통일의 중요성만을 언급하였고, 같은 날 조선중앙통신 논평 “대결인가 관계개선인가 립장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에서는 탈북자단체의 전단지 살포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면서, 인천아시안게임 이후 대화분위기가 중단된 사태를 환기시키고 “또다시 파국에로 몰아가겠는가 아니면 진심으로 북남관계개선과 대화에 나서겠는가 하는데서 립장을 명백히 하여야”한다고 요구함과 동시에 “우리는 금후 사태를 주시할 것이다”라는 말로 주장을 마치고 있다. 요컨대 전단지 살포로 인해 분위기가 나쁜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우리 정부의 자세를 기다리면서 관망한 이후 평가하겠다는 입장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은 이미 2015년 신년사에서도 볼 수 있었다. ‘최고위급회담’ 개최 가능성을 언급하였지만 중요한 전제가 있다. 남한당국이 “진실로 개선하려는 입장이라면”이라는 중요한 전제가 있다는 점이다.

또한 눈에 띠는 것은 상당한 분량의 내용을 통일문제와 남북관계에 할애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역시 통일준비위원회의 대북제안에 대한 고려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평가된다. 글자 수를 2,025자나 사용하여 분량으로만 본다면 역대 최대라 할 수 있을 정도이다. 김정일 사망 이전 3년과 이후 3년을 합쳐 6년간의 내용을 비교해볼 때 가장 많았던 2012년 1,683자를 사용했던 때보다도 20.3% 증가하였고, 지난해인 2014년 신년사에서 언급한 통일 및 남북관계 관련 내용에 1,191자를 사용한 것과 비교한다면 무려 70%가 증가한 분량이다.

즉 신년사와 최근 북한 매체에서의 반응을 볼 때 남한의 대북제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평가된다. 다만 중요한 것은 남한의 제안이 진실인가라는 것을 명확히 보여 달라는 표현을 최고지도자의 신년사와 로동신문 논설을 통해 강하게 전하고 있는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가 북한의 질문에 대한 답을 제대로 할 수 있을 때 남북관계는 변화가능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2015년 남북관계는 변화할 수 있는 동인이 분명 존재한다. 문제는 말이 아니라 실천에 달려있다. 북한은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가 북측에 대화제의를 하고, 실현가능한 민간의 농업협력사업을 승인하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 민간의 농업협력이 승인된다면 2015년 남북관계는 질적으로 변화할 것이라 전망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