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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과 정책 제65호_김용진_스마트기술의 발전과 산업구조의 변화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5-01-19 10:57:53
  • 조회수 : 2947
 
한국경제는 요소기반 경제, 효율성 기반 경제를 지나 혁신기반 경제 혹은 혁신 주도형 경제체제에 진입해 있다. 요소기반 경제는 값싼 노동력과 천연자원 등 투입요소에 의존하는 경제로 주로 경공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수입대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효율성기반 경제는 대규모 투자를 중심으로 한 중공업 중심의 경제로 산업의 규모를 키우고 프로세스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효율성기반 경제에서는 주로 수출을 장려하고 규제완화를 통해 경제 규모를 늘리며 제품의 질을 높이는데 초점을 둔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체제는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혁신을 하는 데는 한계를 보인다. 혁신기반 경제는 정보통신산업, 하이테크산업 등 혁신적인 기술과 지식에 기반한 산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대기업보다는 혁신형 중소기업이 고용과 부가가치창출에 더 많은 기여를 하게 되는 경제체제이다.

효율주도형 경제로부터 혁신주도형 경제로의 경제적 패러다임 변화를 간단하게 요약하면, 소를 길러 햄버거를 만들던 경제에서 아이디어를 가지고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서비스하는 경제로의 변화라고 말할 수 있다. 옛날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거대한 공장과 땅을 중심으로 한 경제가 아니라 듣고 이해하고 말하는 스마트한 로봇이 조그마한 공장에서 보다 많은 생산을 해 내는 경제라는 것이다. 부가가치나 고용 측면에서도 소프트웨어나 서비스가 제조업보다 영향이 크고 고용 또한 제조업의 2배 이상을 창출하는 경제이다. 이러한 경제적 패러다임 변화의 핵심에는 소프트웨어와 스마트기술이 자리하고 있다.
 
 
스마트기술은 기존의 기술들과 달리 지식집적도가 높고 소프트해서 유연성을 가지고 있으며 실시간화를 지원하는 기술로 요구형 서비스(on-demand service)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먼저 최근 전 세계적인 화두가 되고 있는 빅데이터이다. 빅데이터는 기존 정형화된 데이터 수집, 저장, 관리, 분석 방식과는 차원이 다른 대량의 정형 또는 비정형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여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기술적으로 봤을 때, 빅 데이터는 클라우드 기반의 대용량 데이터 처리 기술인 하둡(Hadoop), 전통적인 관계형 데이터베이스(Relational Database)를 보완하기 위한 NoSQL(Notonly SQL), 그리고 데이터 시각화(Data Visualization) 기법 등 다양한 기술세트를 사용한다. 기술적인 내용도 중요하지만 빅테이터를 통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더욱 중요하다. 쉬운 예를 들면 IBM의 딥블루와 왓슨이 있다. 딥블루는 체스 세계 챔피온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컴퓨터로 1996년에 체스 세계 챔피온인 게리 카스파로프 (Garry Kasparov)와 시합을 갖는다. 전체적인 게임에서는 카스파로프가 이겼지만 처음에는 딥블루가 이겼다. 1997년에는 한층 향상된 딥블루가 카스파로프를 이겼다. 왓슨(Watson)은 인공지능 컴퓨터 시스템으로 자연어 형식으로 된 질문들에 답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졌는데, 2011년 테스트를 위해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퀴즈 쇼인 제퍼디!에 참가하였다. 2월 14일부터 16일까지 제퍼디의 사상 최대 우승자인 켄 제닝스(Ken Jennings) 그리고 제퍼디 상금왕인 브레드 러터(Brad Rutter)와 대결하여 완승을 거두었다. 정해진 시간 내에 답을 해야 하는 퀴즈쇼에서 뛰어난 연산력을 보여준 것이다. IBM은 최근 왓슨에 기반한 분석 서비스, 왓슨애널리틱스를 출시했는데, 이는 컴퓨터가 인간 대신 기업의 경영에 관한 주요 의사결정을 위한 분석을 대신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두 번째는 사물인터넷 IoT(Internet of Things) 이다. IoT는 가전제품, 모바일 장비, 웨어러블 컴퓨터 등 다양한 사물에 센서와 통신 기능을 내장하여 인터넷에 연결하고 이들로부터 데이터를 얻고 내보내는 기술을 의미한다. 가트너에 따르면 2009년에 9억 개였던 네트워크에 연결된 사물의 개수가 2020년에는 260억 개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세상의 모든 사물들이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서로 의사소통을 하게 된다.

이러한 기반위에서 만들어 지는 것이 세 번째인 스마트 교통이다. 이미 구글이 선보인 바 있지만 무인자동차 혹은 자율주행 자동차들이 다양한 지능을 탑재하고 사물인터넷을 통해 기계끼리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사람 대신 운전을 하게 된다. 스마트 자동차는 주행안전시스템, 차문 작동 관리, 인포테인머트 관리, 카메라 기반 충돌 방지 기능, 레이더, 공조관리 시스템, 네트워크 통합관리 기능, 그리고 데이터 분석 기능 등 다양한 기능들이 탑재된다. 물론 안전한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도로를 포함한 각종 기반시설들도 사물인터넷에 연결되어야 하고 스마트화 되어야 한다.

네 번째는 스마트 생산이다. 지금도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3D 프린터 등과 결합되어 기존의 공장과는 확연히 다른 새로운 형태의 생산 방식이 탄생할 예정이다. 3D프린터는 밀링 또는 절삭 방식이 아니라 기존 잉크젯 프린터와 같이 재료를 연속적으로 분사하여 적층 방식으로 입체물을 제작하는 장치이다. 3D 프린터는 컴퓨터로 제어하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제품을 쉽게 만들 수 있어, 산업 전반에 걸쳐 제조 기술의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3D 프린터 이외에도 공장에서의 제어 뿐 만 아니라 생산 자체도 소프트웨어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유연생산 시스템이 도입되어 보다 효율적이고 유연한 생산체계가 만들어 질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도시형 제조업의 활성화를 부르고 맞춤생산을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동력으로 작동할 전망이다.

다섯 번째는 스마트 유통·물류서비스이다. 피자나 생수를 시켰는데 다양한 센서와 지능을 탑재하고 있는 드론 (Drone)이 몇 분 또는 몇 십분 내에 배달해 준다고 생각해 보라. 물류에서 혁명이 일어난다. 아마존과 구글이 이미 이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통해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드론은 배달서비스와 같은 물류 서비스 뿐 만 아니라 영화나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필요한 공중촬영이나, 적들의 동태를 감시하기 위해 필요한 공중감시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물류창고의 경우도 사정은 다를 바 없다. 기존에는 거대한 창고를 짓고 선반과 콘베이어 벨트를 통해 화물을 관리하던 체계에서 이제는 지능을 가진 로봇을 활용해 사람이 물건을 옮기거나 위치를 고민할 필요가 없이 자동으로 관리하는 체계로 넘어 가고 있다.

여섯 번째는 스마트 의료이다. 현재에도 병원에 가면 다양한 첨단장비들을 활용해 환자의 상태를 분석하고 진단한다. 이러한 기술들이 보다 과학적이고 정밀하게 진단할 수 있으며, 수술이 가능한 상태로 진화하고 있다. 또한 스마트기술이 발전되면 혈관속으로 들어가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분석하며, 수술까지도 가능한 소형로봇들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더해 왓슨과 같은 인공지능들이 발전하게 되면 방대한 자료와 경험에 대한 지식을 축적하여 의사의 진단보다 정확한 진단과 수술이 가능해 진다.

마지막으로 언급되어야 할 스마트 기술은 스마트 서비스이다. 스마트 서비스는 대체로 로봇기술을 활용하게 되는데 특히 혼다사에서 개발한 ASIMO(Advanced Step in Innovative MObility)와 같은 휴머노이드(humanoid) 로봇이 많이 사용될 것이다. 사람과 같이 보고 듣고 생각하고 말하는 로봇이 지금까지는 사람이 해오던 음식점에서의 서비스, 물건 파는 서비스, 청소서비스, 그리고 사람을 보살피는 케어서비스 등을 수행하게 된다.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선진국들에서 이미 각종 애완견과 유사한 형태의 로봇이 활성화되고 있는 점에서 서비스 로봇의 활성화 형태를 짐작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스마트 기술은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고 우리 생활에 침투해 오고 있다. 이러한 스마트 기술의 발전은 인터넷·웹을 비롯한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 클라우드 컴퓨팅의 발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발전에 기반을 두고 있고 인공지능화와 디지털화를 중심으로 급격하게 산업구조를 변화시키고 있다. 스마트 기술은 기본적으로 창의력과 상상력에 기반한 창조지식의 결과물인 동시에 제품고도화와 서비스 혁신의 핵심동력으로 신 패러다임을 견인하고 있는 주역이며, 산업간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산업을 창출해 내고 있는 핵심동력이다. 이와 같이 스마트 기술은 개인과 사회, 산업, 그리고 정부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 맥킨지에 따르면, 스마트 기술이 개인과 사회 입장에서는 삶의 질, 건강, 환경에 영향을 미치며, 소비패턴을 변화시키고, 작업의 특성 또한 변화시킨다. 비즈니스 차원에서는 신제품이나 서비스의 개발과 출시, 생산자간 발생하는 잉여의 배분, 생산자에서 소비자로의 잉여 이전, 그리고 조직구조에 의미 있는 변화를 초래한다. 마지막으로 경제와 정부정책 측면에서는 생산효율을 향상시키고, 국가 간의 비교우위를 변화시키며, 고용을 창출하고 각종 규제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정지형 외, 2014).
 
 
스마트기술이 발전하면, 그리고 산업에서 스마트기술의 활용이 증가하면, 기존에는 사람이 하던 일들이 스마트기술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빅데이터나 딥러닝(Deep learning)은 의료, 법률, 운수, 금융, 교육, 상담 서비스를 완전하게 대체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물류자동화 로봇은 물류서비스를, 무인택배 머신은 운수 부분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 자주 논의되는 금융기술처럼 5세대 이동통신도 운수, 금융, 교육 서비스를 완전하게 변화시킬 가능성이 아주 높다. 기업들이 이러한 스마트기술의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할 경우에는 경쟁력을 잃고 시장에서 사라져 버릴 위험에 처하기 쉽다. 개인들의 경우에는 전통적으로 노동집약적이었던 서비스를 스마트기술이 대체하게 됨으로써 높은 실업률 위험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스마트 기술을 개발하거나 운용할 수 있는 지식집약적인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산업의 구조가 기존의 중후장대 산업에서 경박단소이면서 소프트한 산업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대규모 실업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 한국은 혁신주도형 경제로 진입했음에도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이 구조는 상당기간 동안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중심의 경제구조는 인당 GDP(gross Domestic Product) 성장률이 하락하고, 총요소생산성이 하락하며, 자본축적률이 저하되어 경제활력이 저하되고 이에 따라 경제구조 자체를 취약하게 만들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Fogel, et al., 2006).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가 정신을 함양하고 혁신형 중소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혁신형 중소기업들의 육성은 경제구조 자체가 제품에서 서비스로 전환하고 있고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하고 있으며, 지식자산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대책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혁신형 중소기업들은 스스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만들어 내고, 스마트기술을 활용하여 틈새시장을 개척할 수 있으며,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Banerjee and Openshaw, 2014).

지난 40년간의 자료를 살펴보면, GDP가 증가함에 따라 중소기업의 숫자가 줄어들고 고용노동자의 숫자가 증가하며, 대기업 중심의 성장이 일반화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혁신형 혹은 기회 포착형 중소기업의 숫자는 GDP의 성장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고용에 있어서도 이들의 역할이 점점 커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구체적인 예로, 2007년 미국에서 새로 창출된 일자리의 2/3가 창업기업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이윤준, 2013), 2012년에는 대기업들이 고용을 줄이는 과정에서 거의 모든 고용이 창업벤처기업에 의해 이루어졌다. 대부분의 스마트기술이 미국에서 만들어지고 활성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스마트기술은 대기업보다 더 민첩하고 유연하게 변신할 수 있는 중소기업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현재 한국은 청년실업률이 치솟고 있고 경제활력이 떨어져 가는 중이다. 스마트기술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와 중소벤처에 대한 적극적인 장려를 통해 이를 극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기술 속국으로 전락하고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갖지 못해 불안한 삶을 살아야 하는 불행한 국가가 될 수 있다.
 
[참고자료]

이윤준, (2013), 창조경제 시대의 창업 활성화 방안, 과학기술정책 23(2), pp. 10-21

정지형, 이승민, 신현준, (2014), 스마트기술의 발전과 고용환경 변화 전망, ETRI 보고서

Fogel, K., Hawk, A., Morck, R., & Bernard, Y., (2006), Institutional obstacles to entrepreneurship. In M. Casson, B. Yeung, A. Basu & N. Wadeson (Eds.), The Oxford Handbook of Entrepeneurship.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Banerjee, P and Openshaw, E., (2014), Democratizing technology, Deloitte Review, pp. 64-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