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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과 정책 제82호_최영민_한국 농촌의 자살률, 왜 이렇게 높은가?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5-06-01 10:04:27
  • 조회수 : 3369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도 부천에서는 세자매가 ‘사는 게 힘들다’는 유서를 남기고 동반자살했다는 뉴스가 들린다. 1년여 전 발생한 ‘송파 세모녀 자살’은 복지사각지대라는 우리사회의 민낯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건이었지만 이후 이 사건과 유사한 자살사건들이 계속 발생하면서 이제 이런 사건으로 인해 받는 사회적 충격의 강도도 점차 약화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의 자살률은 외환위기 이후 급증하였으나 2000년대 중반 이후에야 심각한 사회문제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한국의 자살률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으로 OECD 국가 평균 자살률의 2배를 넘어서고 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3년 한국의 자살률은 10만 명 당 28.5명으로 한 해에 1만 4천명 이상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있는 현실이다. 한 해에 사망하는 100명 중 5명 이상은 자살로 사망하며 평균적으로 하루에 약 40명 정도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셈이다. 세월호 희생자가 300명 정도이니 한국사회에서는 세월호 승객만큼의 인구가 일주일마다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심각성에 비해 자살문제에 대한 우리사회의 반향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내에서도 자살률이 높은 지역은 수도권을 둘러싸고 있는 강원, 충남, 충북 지역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자살률 추이를 보면 이들 지역이 돌아가면서 자살률 1~3위를 차지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리고 이들 지역 중에서도 도시지역을 제외한 농어촌, 특히 고령화가 진행된 농촌지역의 자살비율이 도시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자살문제가 심각한 농촌지역에서 일어나는 노인층의 자살은 매스컴에서조차 주목하지 않는 흔한 우리 사회의 일상이 되고 있다.
 
 
이렇듯 한국사회에서는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명유지에 대한 기본적 욕망을 포기할 정도로 고통을 받고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자살 원인에 대해 체계적으로 규명하기보다는 자살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 왔다. 자살문제의 시급성 차원에서 보면 이러한 접근은 일리가 있지만 자살예방의 선진국들이 장기간의 원인조사와 그에 근거한 적절한 대책을 개발하면서 자살문제에 대응해 왔음을 감안한다면 한국사회의 자살문제에 작동하는 기제를 보다 면밀히 파악해 보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노력은 심리부검, 또는 심리적 부검이라는 방식을 통해 구체화될 수 있다. 심리부검(psychological autopsy)은 자살의 동기나 원인을 추정하기 위해 고인에 대한 수사기관, 의료기관 등의 정보는 물론, 가족, 친지 등 주변인의 진술 등을 수집하여 자살의 구체적 정황을 밝혀냄으로써 자살의 실체에 접근하는 방법이다. 심리부검은 1930년대 뉴욕에서 발생한 경찰 93명의 연속 자살에 대한 원인 규명을 위해 시작되었으며 1958년 LA자살예방센터의 사망원인 조사에 참여한 슈나이더만(Schneidman)이 신체부검(physical autopsy)과 비교되는 심리부검(psychological autopsy)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개념화되었다. 이후 지역사회, 경찰, 군대, 교도소 등에서 활발한 심리부검이 이루어졌고 이러한 노력은 미국 내 자살률을 1990년 인구 10만 명 당 19명에서 2000년 14명 수준으로 감소하는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핀란드는 1980년대에 국가자살예방 프로젝트로 1년간 발생한 자살자 전수를 조사하고 그에 따라 도출한 대책을 10여 년 간 각 분야에 적용하는 과정을 통해 자살률을 20%이상 감소시키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최근 한국이 10년째 OECD 자살률 1위를 차지하는 상황 속에서 자살예방의 필요성이 중요시되면서 우리 사회에서도 심리부검 연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왔다.1)그 일환으로 필자는 우리나라에서도 왜 유독 농촌지역의 자살률이 높은지를 탐색하기 위하여 지자체 차원에서 심리부검 조사를 시행하였다.2)이 연구에서는 심리부검이라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명칭을 사용하였지만 그 내용 상으로는 자살자 개인 뿐 아니라 농촌지역이라는 특수성을 반영하기 위하여 사회적 차원의 원인조사도 함께 시행하였다는 점에서 ‘심리사회적 부검’이라고 할 수 있다. 이하 내용은 이 조사를 토대로 한 것이다.3)
 
 
자살사건이 일어난 지역 환경을 조사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 중의 하나가 생사의 가치관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었다. 지역에서 자살사건을 담당해온 한 경찰관은 “예전에는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다 낫다’는 말이 있었고 어떻게든 사는 것 자체가 중요했지만 이제는 농촌도 경제적인 게 없으면 제대로 살기 힘들고, 소득격차가 심해서 밥은 안 굶어도 그런 상대적인 박탈감 같은 게 작용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들려주었다. 또한 자살자가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지역은 대부분 의료나 문화시설도 없고 도움 요청할 곳도 없을 뿐 아니라 노인들만 남아 젊은이들의 왕래가 없는 고립지역이었다.

시대적 변화에 따라 농촌의 가족관계도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현재 노인세대는 부모와 자녀 사이에 끼인 세대로서 부모를 부양했지만 자식들에게는 부양받지 못 하는 상황에서 놓여있었다. 특히 외진 농촌지역일수록 자녀들이 일찍 도회지로 나가서 서로 관계가 소원하고 자식들과 가까이 사는 도시 노인들처럼 손자녀를 봐줄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교류가 적을 뿐 아니라 자식들도 사는 게 빠듯하다보니 자녀들에게 부양책임을 묻지도 못하고 있었다. 또한 노인들 중에서도 노동력이 없는 고령의 노인들은 다시 한 번 공동의 삶에서 배제되고 있으며, 단조로운 일상을 반복하는 외로운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여기에 더해 강한 자존심으로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남에게 피해 주는 것을 싫어해서 어려워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성향이 원활한 소통을 저해하고 필요한 도움 제공기회를 차단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심리부검 연구결과를 통해 한국 농촌지역에서 자살에 이른 사람들이 죽음에 이르기까지 어떤 어려움들에 직면해 있었는지를 정리해 보았다. 첫째, 자살자들은 여러 이유로 농사나 가사와 같은 일상의 기능을 수행하는데 심각한 어려움에 당면해 있었으며 이로 인해 앞날에 대한 비관, 상실감, 죄책감 등을 느끼고 있었던 경우가 많았다. 둘째, 부도, 실직, 부채상환 등으로 강한 경제적 압박을 받았거나 생계걱정을 할 정도의 절대적 빈곤 상태에 처해 있던 사례들이 많았다. 반면 생계에 어려움은 없지만 농지개발이나 농사결과에 따른 보상격차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과 공동체 파괴를 경험한 사례들도 상당수 있었다. 셋째, 자살 직전 고인들의 대인관계는 매우 협소한 것이 특징적이었으며 특히 만성질환을 앓아온 고령 노인들의 경우 인간관계가 매우 빈약한 상태였다. 넷째, 자살사망자들 대부분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상태가 좋지 않고 이로 인해 장기간 심한 고통을 경험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심한 우울 상태에서 자살에 이른 경우들이 상당히 많았지만 이들 중 우울증을 인지하고 전문적 도움을 받았던 사례는 드물었다. 다섯째, 이러한 위기 상황에 술 문제가 직간접적으로 얽히면서 자살위험이 더 증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자 4명 중 한 명 꼴로 자살 당시 음주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음주는 오랜 기간 동안 농촌주민들의 여가생활이나 문제해결 방식으로 깊숙이 침투하여 건강이나 가족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던 점이 관찰되었다. 여섯째, 과거와 현재의 가족관계에서 외상(trauma)을 경험하여 정신적으로 취약한 경우가 많았다. 성장과정에서 경제적인 이유로 기본적인 교육기회를 박탈당했거나, 학대나 폭력에 노출되었거나, 부모 사망이나 유기 등으로 인해 부모와 이른 분리를 경험한 경우들이 많았다. 또한 현재 가족구성원들 간에 대화가 단절되었거나 폭력적 갈등이 있는 비율도 높았다. 일곱째, 고인이 생전에 가까운 지인들의 죽음, 특히 자살을 경험한 경우가 많았다. 특히 지역주민들 간에 서로 알고 지내는 농촌지역사회에서 자신과 처치가 비슷한 이웃의 자살은 도시에서 미디어의 영향만큼이나 강력한 모방자살을 야기하는 요인으로 파악되었다.
 
 
 
이러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농촌지역에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았다. 그나마 자살사망자들이 생전에 이용했던 사회적 지지체계는 지역병원, 보건소 등 보건의료체계가 거의 유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자들이 생전에 거주했던 지역에는 사회복지 자원이 전무한 수준이어서 생전에 사회복지서비스를 받은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외에 종교기관이나 이웃, 친지들과의 관계도 대상자들이 질병을 얻거나 사회적 역할을 상실하게 됨에 따라 점차 멀어져서 대부분 단절된 상태에 있었다(<그림 1> 참조).
 
 
<그림1> 농촌지역 자살사망자의 도움요청 체계와 반응
 
그러나 고인 중 대다수가 생전에 가장 많이 의지한 유일한 거점이었던 보건의료체계도 이용자들의 자살위험을 감지하지 못했고 감지하더라도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만성질환자들이 오랜 기간 치료 받으면서 고통이 심화되어 좌절에 이르는 동안 병원은 약물처방이나 물리치료만 제공했을 뿐 그 외에 다른 면은 살피지 못했다. 심지어는 자살기도 환자도 내과적 문제만 해결한 후 곧바로 귀가조치 한 사례들도 보고되었다. 또한 관절염이나 허리디스크 등으로 인해 심한 고통 속에 마지막 희망을 갖고 고비용을 감당하면서 수술을 감행했지만 결과적으로 증상과 고통이 개선되지 않은 것에 좌절하면서 자살에 이른 경우들도 관찰되었다. 망설임 끝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지만 약물만 처방되는 것에 회의를 느끼고 치료를 중단한 경우들도 있었다. 보건진료소는 농촌지역에서 가장 실질적으로 접근 가능한 지역 자원이지만 인력의 부족, 자살위기 대처에 대한 준비 부족 등으로 자살위기자가 자살의지를 표현해도 이를 간과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조사를 통해 파악된 농촌지역 자살자의 전형적 특성을 정리해 보면 첫째, 60대 이상의 중증 만성질환을 가진 저학력, 무직의 노인으로 둘째,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있고 셋째, 취미나 종교도 없이 가족을 비롯한 주변인과 단절된 상황에 놓였던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들은 다시 다음과 같은 세부 유형으로 다시 나눠볼 수 있었다.

첫째는 남성 노인 자살자로서 이들은 질병으로 인한 통증, 경제적 부담감, 관계단절과 고독 등이 복합적으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자살을 선택한 것으로 보이는 유형이다. 이들은 가장이나 집안의 어른으로서 가정을 통솔하는 역할이나 경제적 책임을 감당할 것을 요구받지만 이와는 반대로 자신이 ‘질병으로 인해 가족들에게 부담을 주고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는 무능한 존재’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었다.

둘째는 여성 노인 자살자들로 이들은 어려서부터 가부장적 구조와 어려운 형편으로 정식교육을 거의 받지 못 하고 부모, 배우자, 자녀에게 다양한 형태(언어, 신체, 정서)의 폭력에 노출되었던 박탈과 학대경험을 가진 경우가 많았다. 또한 현재는 질병으로 인한 통증과 가족이나 이웃과 소원한 관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자살을 선택한 공통점을 보였다. 즉 가부장적인 여성상에 의한 희생자인 동시에 이를 내면화하여 자신을 무기력한 존재로 인식하며 고통 속에서 삶을 유지해 온 것이 관찰되었다.

셋째는 농촌지역 자살자 중에는 비교적 소수를 차지하는 청장년층 귀향자 유형이었다. 이들은 경력단절이나 사업실패 등 사회적 역할상실 후 좌절감을 안고 마지막 출구로 귀향했으나 가족이나 사회적 관계의 단절 속에서 더 이상 재기의 돌파구나 해결책을 구할 수 없다는 절망감을 경험하며 자살을 선택한 과정이 관찰되었다. 이들은 경제적 성공을 중시하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 하고 실패한 낙오자로서 자신을 인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세 유형 모두 건강과 경제적 능력이 중시되는 사회에서 이런 조건을 충족하지 못 하여 스스로 ‘쓸모없는 존재’ 또는 ‘남에게 부담이 되는 존재’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고 이러한 인식을 주변인과의 관계 및 관계단절을 통해 재확인하면서 깊이 좌절하며 고통스러워했다. 일반적으로 자살은 자신(I)이 스스로(myself)를 파괴하는 것으로 인식하지만 실제로는 사회적 자아, 즉 사회경제적 기대와 압력을 내면화한 자아의 손상이 결국 자기 자신 전체를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그림 2> 참조).
 
 
<그림2> 누가 누구를 죽이는가? : 사회적 자아에 의한 자살 구도
 
결국 자신이 자기 자신을 죽이는 자살에는 사회적 타살의 개념이 개입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는 자살자 뿐 아니라 그 유가족에 대해서도 분명히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지금까지 파악된 자살위험요소들을 줄이기 위하여 우선, 조속한 시일 내에 대책 수립이 가능한 대안으로서 다음과 같은 방안을 제안할 수 있다. 첫째, 고인의 상당수가 만성질환으로 장기간 지역의료기관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지역의료기관과 자살예방을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자살위험에 대한 지역의료기관의 관심과 대응 역량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둘째, 본 연구조사에서 나타난 ‘중증 만성질환으로 인한 고통+사회적 단절+경제적 어려움’이 복합된 위기 사례들에 대하여 지역사회 단위로 조기사정을 시행하고 발굴된 사례에 대해 집중적인 사례관리가 필요하다. 셋째, 지역주민, 특히 지역주민과 일상을 함께 하는 이장, 부녀회장, 보건진료소장 등을 중심으로 우울증과 자살예방 교육을 시행하여 이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필요시 연계 가능한 자원(정신건강증진센터, 자살예방센터 1577-0199)을 숙지하도록 한다. 넷째, 지역사회 자살사건 사후개입과 모방자살 예방을 위해 자살사건이 일어난 지역은 유사한 조건의 사례가 있는지 점검하고 예방적 개입이 제공되어야 한다. 다섯째, 유가족은 자살로 인해 여러 고통을 경험하며 도움을 원하고 있지만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앞에 나서지 못 하고 있다. 특히 농촌지역의 경우 노부부 중 한 명이 사망함으로써 유가족이 물리적, 심리적 독거상태가 된 경우도 상당 수 있어서 더욱 집중적인 관심을 요한다.

다음으로는 각 지역사회의 여건을 고려하여 약 3~5년 이내에 시행을 현실화할 수 있는 중기대책을 제시한다. 첫째, 지역주민의 건강을 돌보고 있는 보건진료소는 우울이나 자살사고에 대해 비교적 낙인감 없이 접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미 관리하고 있는 만성질환자 관리를 강화하기에 적절한 체계이다. 따라서 보건진료소에 중증만성질환자에 대한 통합적 접근인력을 보강하고 신체건강 외에 정신건강 지원, 사회서비스 연결 등을 수행하도록 한다. 둘째, 도움요청을 어려워하고 문제가 외부로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는 한국적 정서를 고려하여 낙인감 없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찾아가는 서비스’, 사생활이 보호되는 서비스를 모색하며, 이를 위하여 전문가 접근 뿐 아니라 비공식적, 자연적 인적 자원의 활성화를 통한 간접적 지원 방식을 강구한다. 셋째, 기존 지역사회복지관이나 노인복지관의 이동서비스 영역을 확대하고 소외 지역에는 분소 설치나 보건진료소를 활용한 파견근무 제도를 도입한다. 넷째, 이런 서비스를 통해 지역 주민들 간 비공식적 관계 및 유대를 강화할 수 있도록 마을 공동체를 회복하고 여가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다섯째, 경력단절이나 사업실패 후 귀향한 청장년층이 사회와 단절되지 않고 재기의 희망과 의지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향후 5년 이상의 장기적 계획을 갖고 추진할 과제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농촌지역에서 도움요청이나 서비스 자원 부재도 문제지만 어렵게 찾은 서비스 기관들(병원, 보건진료소, 정신건강증진센터, 지역복지기관 등)이 제 기능을 하지 못 하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 하여 좌절하고 서비스를 중단한 후 자살에 이르는 과정이 관찰되므로 국가적 차원에서 대인서비스의 질을 관리해야 한다. 둘째, 음주는 여가의 수단이자 문제해결의 대안으로서 매우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으나 이로 인한 신체와 정신 건강상의 문제를 유발할 뿐 아니라 충동적 자살위험 역시 높이는 직간접적 요인으로 파악됨에 따라 음주의 폐해를 알리고 음주문화를 바꾸는 노력이 요구된다. 셋째, 대부분의 자살자들이 어떤 여가생활도 누리지 못하고 힘든 노동과 술로 인한 만성질환을 갖고 있었다는 점에서 농촌지역의 여가활용 및 건강유지를 위한 체력강화 활동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폭력적이거나 지나치게 가부장적인 가정 분위기는 그 구성원에게 외상을 남기고 이후 우울과 낮은 자존감이 원인이 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민주적이고 안정적인 가족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가족과 사회의 지속적 노력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다양한 대책들을 책임 있고 일관성 있게 실행해 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물질만능주의, 경쟁지상주의,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해지고 있는 한국 사회 현실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며 그 위에서 자살예방에 대한 국가적 합의와 각 영역의 변화노력이 따라야 할 것이다.
 
 
1) 2015년 5월 정부는 중암심리부검센터를 개소하고 본격적으로 심리부검 연구에 착수하고 있다

2) 조사대상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지역명은 명시하지 않는다

3) 최명민·김도윤·김가득. 2014. “한국 농촌지역 자살에 대한 심리부검 연구”, 한국사회복지학, 67(1) : 55~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