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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과 정책 제113호_홍경준_20대 총선의 핵심 정책이슈 진단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6-01-18 10:18:49
  • 조회수 : 1983
바람직한 정책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타협한 결과이다. 그래야만 대립적인 이해를 가진 사람들 사이의 갈등은 보다 성숙된 통합으로 전환될 수 있고, 정책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20대 총선의 정책적 화두로 새누리당은 공정, 복지, 사회격차를, 더불어민주당은 임금, 일자리, 평등을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화두는 민생경제의 문제, 즉 경제성장과 복지강화가 현재 우리 국민들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이며 최우선의 목표라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정부여당의 경제정책 기조는 불과 3년 사이에 여러 번 바뀌었을 뿐 아니라, 별로 새롭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한 성장전략이 야당에 의해 제시된 바 있지만, 성장전략 그 자체가 이번 총선에서 부각될 것 같지는 않다. 복지강화 또한 현 시기 핵심적 정책 이슈임에는 틀림없으나, 총선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다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대신 프로그램 수준의 변화를 꾀하는 미시적 수준의 고만고만한 공약들이 복지강화라는 이름으로 제시될 수 있다. 핵심적 이슈에 대한 정책대안보다는 개선되지 않은 민생경제 문제의 책임소재를 둔 다툼이 20대 총선의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진행형의 문제일 수밖에 없는 민생경제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책임소재를 따지는 것 못지않게 미래에 대한 믿을만한 비전제시가 중요하다. 그러나 승자독식의 현행 소선거구 제도에서 정책 대안을 중심으로 한 선거 프레임이 작동하기는 어렵다. 표의 등가성을 확장하여, 다수의 정당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문제가 민생경제 문제 못지않게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문제를 해결하거나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정부가 결정한 행동방침을 정책이라 한다. 그렇다면 정책이 정치적 이해관계의 조정과 타협의 산물이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하나는 당면한 문제나 해결해야 할 목표가 누구의 것인가가 정해져야하기 때문이다. 공적인 것이라 해도 내가 직면한 문제가 너의 문제가 같을 수는 없고, 내가 염두에 두는 목표와 너의 목표는 다를 것이다. 하나같이 절실한 문제이고 중요한 목표이긴 하지만 결코 같지는 않은 문제와 목표들이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은 논란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설령 어찌어찌 해서 운 좋게 문제나 목표의 우선순위가 정해졌다고 하자. 그래도 여전히 정책은 논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문제나 목표에 대한 행동방침 역시 단일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같은 문제나 목표에 대한 것이라 해도, 거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행동방침에 대한 너와 나의 선택은 다르다. 지금 여기에서 어떤 문제가 심각하고 시급한 것이라는 데에는 동의한다 해도 그 문제를 해결하거나 완화하기 위해 하기로 한 일, 또한 그에 따라 하지 않기로 한 일이 적절한가에 대해서는 너와 나의 판단이 다를 수 있다.

저마다의 개성이 덜 키워지거나 각자가 풀어야 할 문제가 비교적 단순하다면 이 일이 크게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개성은 충분히 다양해졌고, 직면한 문제는 형님 먼저 아우 먼저로 양보하기에는 너무 절박해졌다. 그러니 누구의 문제를 먼저 다루고 누구의 목표를 우선시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 그러한 문제와 목표와 관련해서 하거나 하지 않기로 한 선택은 이질적이며 대립적이고 때론 적대적이기까지도 하다. 프랑스의 정치학자인 모리스 뒤베르제(Mourice Duverger)는 정치의 핵심적 논리를 “칼로 싸울 것을 말로 싸우도록 바꾸는 것”으로 생각했다. 적대적이고 대립적인 이해를 가진 사람들 사이의 갈등이 늘 존재하기 때문에 그러한 갈등을 보다 성숙된 통합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고,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로 정치라고 본 것이다. 당면한 핵심적 정책이슈를 20대 총선이라는 정치적 이벤트와 관련지어 생각해봐야 할 이유는 여기에 있다.
 
 
20대 총선을 준비하면서 여야 정당은 모두 유권자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를 조사하고 분석한 바 있다. 실제의 선거공약이 어떤 식으로 제시될 것인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와 그에 대한 분석결과는 상당히 흥미롭다.

우선 새누리당부터 살펴보자. 새누리당 산하 여의도연구원이 지난해 12월 올해의 총선을 대비한 비공개 워크숍에서 ‘2016년 총선 시대정신 조사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자체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이 우선시하는 시대정신은 ‘사회 격차 해소’가 52.7%, ‘경제 성장’이 43.1%로 성장보다 격차 해소를 중시해야 한다는 답변이 9.6% 포인트 우세했다. 사회 격차 해소 방안으로는 ‘일자리 창출’이 63%, ‘조세 및 복지 확대를 통한 소득 재분배’가 32.6%였다. 또한 응답자의 72.6%는 "한국 경제 수준을 고려할 때 복지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이러한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현재 한국 사회의 화두는 공정, 복지, 사회격차로 요약된다”며 “한국인이 생각하는 시대정신은 ‘사회격차가 해소되고 기회의 공정성이 보장되는 복지국가’”라고 분석했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산하 민주정책연구원 또한 지난해 9월 2015 유권자 지형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유권자들은 가장 큰 관심이슈로 ‘취업(일자리)과 사업’을 꼽았고(17.8%), 이어 ‘경제불황’을 우려(15.7%)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한 “‘성장’과 ‘분배’중 ‘성장’이 더 중요하다”라는 견해에 대해서는 유권자의 67.4%가 찬성했는데, 이념과 성향별로 비교를 해보아도 33.3%를 기록한 ‘매우 진보’층을 제외한 나머지 ‘진보’, ‘중도’, ‘보수’, ‘매우 보수’층들은 전부 60%대 후반의 높은 찬성 비율을 보였다고 한다. 이러한 조사결과에 대해 민주정책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민병두 의원은 20대 총선에서는 "임금, 일자리, 평등 분야에 전쟁이 치러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분석했다.

20대 총선의 정책적 화두로 새누리당은 공정, 복지, 사회격차를, 더불어민주당은 임금, 일자리, 평등을 제시한 것인데, 얼핏 보면 새누리당은 좌클릭을, 더불어민주당은 우클릭을 시도하면서 무당파 중도층을 공략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 같다. 물론 양대 정당에서 이러한 발표와 분석을 시도한 이후 정치지형은 급변한 상황이다. 국민의 당이 등장하면서 무당파 중도층의 일부를 흡수하게 되었기 때문에, 새누리당의 좌클릭과 더불어민주당의 우클릭이 실제로 총선공약으로 현실화할지는 매우 불투명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공정, 복지, 사회격차, 임금, 일자리, 평등이라는 화두는 민생경제의 문제, 즉 먹고사는 문제가 현재 우리 국민들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이며 최우선의 목표라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민생경제의 문제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는 20대 총선의 중심 이슈를 물은 작년 연말의 한 여론조사 결과1)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조사결과를 보면, 국민의 56.8%가 ‘경제성장’을 총선의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았고, ‘복지강화’가 22.1%로 그 뒤를 이었다. 경제성장과 복지강화가 현 시기 핵심적인 정책 이슈라는 것이다.
 
 
 
1990년부터 외환 위기가 발생하기 직전인 1997년까지 우리 경제는 평균 8% 초반의 높은 성장률을 이어왔으나 외환위기를 거치며 평균성장률은 5%에 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급격하게 내려앉았고,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3%초반에 머물더니 최근에는 3%를 달성하는 것도 어려운 현실이 되었다. 한국 경제의 저성장 현상에 대한 원인 진단은 경제 사회적 양극화, 저출산과 고령화, 잠재성장률의 하락, 수출의 감소와 소비 및 투자의 부진, 북한 리스크 등 다양한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나, 현 시기 한국 경제가 장기복합 불황의 초입에 들어서고 있다는 데에 대해서는 대다수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사실 ‘헬조선’이나 ‘금수저 흙수저’ 논란은 장기복합 불황의 초입에 들어선 한국 사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단어들이다. 저성장 위기의 원인을 온전히 현 정부에게 돌릴 수는 없다 해도, 지난 4년간 정부의 경제정책에 합격점을 줄 수는 없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만 19세~49세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2015년 국가미래연구원 조사는 이러한 점을 잘 보여준다. 이 조사에 따르면, 현 정부의 국정운영과정 중 잘못한 분야를 묻는 질문에 대해 16.9%가 경제를 꼽았는데, 이는 24.2%가 꼽은 인사 다음으로 많은 것이었다. 또한 현 정부가 중점을 두어야 할 국정운영 분야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25.6%가 경제라고 답했다.

정부와 여당은 정부 출범 전에는 경제민주화를 내세웠다가 시작할 때는 창조경제로 바꾸었고, 근래에는 ‘4대 부문 개혁론’을 제시하고 있다. 공공, 노동, 교육, 금융 등 4대 부문 구조개혁이 기업의 투자 환경을 개선하고, 기업 투자를 동력으로 고용률 제고를 이뤄 결국은 소비와 투자를 확대하고 가계소득을 증대한다는 논리다. 불과 3년 사이에 경제정책의 핵심기조가 갈팡질팡해대는 것도 꼴불견이지만, 이러한 경제정책 기조가 별로 새롭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항상 새로운 것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고용 없는 성장’이 구조화된 한국의 현실에서 기업투자의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에 근거한 이러한 정책기조는 너무 많이 틀어 진부해져버린 낡은 18번이다.

야당은 어떠한가? 야당은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비판하면서 소득주도 성장론, 혹은 공정 성장론을 제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제안하는 소득주도 성장론은 '임금인상 → 가계소득증대 → 소비·투자확대 → 내수경기 활성화'의 선순환을 강조하며, 국민의 당을 주도하는 안철수 의원은 '공정한 제도 → 혁신·성장 → 일자리창출·임금인상 → 소비·투자확대‘의 순환을 염두에 둔 공정 성장론을 제시한 바 있다. ‘성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면 나눠먹을 떡 자체가 줄어든다’는 보수진영의 논리가 여전히 우세한 한국의 현실에서 야당이 성장을 정책담론으로 제시한다는 것은 수권정당으로서의 자격을 갖추었다는 책임성을 보여주는 한편, 중도층을 견인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각 정당의 성장전략 그 자체가 이번 총선에서 우선적인 쟁점으로 부각될 것 같지는 않다. 소득주도 성장론이나 공정 성장론 같은 야당의 성장론이 아직 구체적인 정책과 프로그램으로 구체화되지 않은 정치 담론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한계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이번 총선의 선거 프레임이 정책 의제에 대한 각 정당의 약속, 즉 정책 대안을 중심으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현 집권여당은 모든 노인에 대한 20만원의 기초연금 지급, 누리과정 무상보육 등 복지의 확대를 내세우면서 집권에 성공했다. 하지만, 지난 4년간 이루어졌던 정부 여당의 행보를 보면, 박근혜 정부의 복지공약은 단지 득표를 위한 정책의제 선점이 목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집권여당은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시키면서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씩 드리겠다’는 공약을 후퇴시켰고, 누리과정 무상보육 정책에 대한 책임회피는 예산안을 둘러싼 정부와 시·도 교육감들의 전쟁을 낳았다. 또한 청년활동지원비(청년수당)와 청년배당 등 청년복지정책을 둘러싼 지자체와 정부의 갈등은 법정 다툼으로 비화하게 됐다.

정책이란 문제와 목표에 대해 하기로 한 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정책은 문제를 해결하거나 목표의 달성을 위해 정부가 하기로 한 일 뿐 아니라 하지 않기로 한 모든 것도 포함한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복지는 결코 하지 않겠다‘는 1970년대 경제개발 시대의 관성을 집권여당이 여전히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복지공약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면 지나친 말일까? ‘감세는 미덕, 증세는 악덕’이라는 오래된 신념으로 ‘증세 없는 복지’를 고수하는 한 현 집권여당의 복지정책 기조는 복지확대가 아니라 복지축소로 전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최근에는 저성장기조의 고착과 함께 정부여당에서조차 ‘복지조정론’이 제기되고 있다. 재정건전성을 높이려면 급격히 증가하는 복지지출에 대한 통제와 지출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인데, 이는 인사청문회 자리에 선 신임경제부총리 후보에 의해서도 제기된 바 있다.

야당 역시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보편적 복지’의 확대를 최우선의 선거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서울시를 비롯해 야당 소속 지자체장들에 의해 복지확대가 추진되고 있지만, 20대 총선에서 야당이 복지를 핵심적 정책 의제로 제기할 것 같지는 않다. 증세 없는 복지가 허구인 것이 드러난 이상 복지의 확대를 위해서는 증세를 말해야 하는데, 당장의 먹고사는 문제가 절실한 국민들에게 증세를 선뜻 말할 가능성은 적기 때문이다. 결국 복지강화 역시 현 시기 핵심적 정책 이슈임에는 틀림없으나, 이번 총선에서 핵심적 쟁점으로 다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내 생각이다. 대신 표피적 상처에 대한 대증요법들, 패러다임의 전환이 아니라 프로그램 수준의 변화를 꾀하는 미시적 수준의 고만고만한 공약들이 복지강화라는 이름으로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러한 공약들은 국민의 복지 체감도를 높이지 못하고 오히려 복지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에 있다.
 
 
과거의 실적에 초점을 두어 투표하는 것을 ‘회고적 투표(retrospective voting)’, 미래의 약속에 기초해서 투표하는 것을 ‘전망적 투표(prospective voting)’라고 한다면 한국의 역대 총선에서는 잘했느냐 아니면 못했느냐를 기준으로 ‘회고적 투표’를 하는 경향이 강했다고 한다. 특히 올해 총선과 같이 집권 4년차에 이루어지는 총선은 더욱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성장과 복지라는 민생경제 이슈와 관련하여 기대한 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 그러한 전망을 더욱 가능케 한다.

야당은 박근혜 정부의 3년 실정을 집요하게 파고들 것이며, 그 과정에서 정부여당의 민생경제 정책이 가진 문제점을 부각시킬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시대적 화두였던 경제민주화와 복지확대가 현 정부에서 진전된 바가 매우 적다는 점, 저성장 기조의 고착화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경제정책이 부재하는 점 등을 들어 ‘무책임하고 무능한 정권’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는 ‘정권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것이다.

한편, 여당은 개선되지 않은 민생경제 문제의 책임이 ‘4대 부문 개혁’과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은 야당 때문이라며 ‘야당 심판론’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정책이 최적화된 합리적 선택이라면, 정치적 타협의 과정은 필요 없거나 배제하는 것이 바람직할지도 모른다. ‘정책의 탈정치화’로 요약할 수 있는 이러한 입장은 사실 우리사회에서 오랫동안 지배력을 행사해 왔지만, 20대 총선을 앞둔 지금 이곳저곳에서 그런 소리가 들려온다. 경제논리보다는 정치논리가 우선하는 '정치 실패'가 국가의 미래를 망친다고. 해결해야 할 문제는 너무 잘 알고, 그 해결을 위한 최적의 합리적인 행동방침 또한 제시했는데도 실행이 안 되는 것은 이해의 소소한 차이를 대립적이고 적대적인 것처럼 확대재생산하는 후진적인 정치 때문이라고. 이러한 소리 또한 ‘무능한 정치인, 발목 잡는 야당’이라는 야당 심판론의 또 다른 버전이다.

‘정권 심판론’이든, ‘야당 심판론’이든 심판론에 기초한 ‘회고적 투표’에서는 개선되지 않은 민생경제 문제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가 더 중요하게 부각된다. 네탓 싸움이라는 것이다. 이 렇게 되면 민생경제 문제를 정책의제로 제출하고, 그에 대한 대안을 중심으로 경쟁해야 할 필요성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민생경제의 문제, 즉 먹고사는 문제는 언제나 현재진행형의 문제다. 그렇기에 민생경제의 문제에 대해서는 과거의 책임을 따지는 것 못지않게 미래에 대한 믿음직한 약속이 필요한 것이고, 경제성장과 복지강화라는 현 시기의 핵심적 정책 이슈가 중심이 되어야 하며, 잘 만들어진 정책대안 사이의 경쟁이 있어야 한다. 승자독식의 현행 소선거구 제도에서 정책을 중심으로 한 선거 프레임이 작동하기는 사실 쉽지 않다. 표의 등가성을 확장하여, 다수의 정당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문제가 민생경제 문제 못지않게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래야만 정책을 둘러싼 경쟁이 이루어지는 정치혁신이 가능할 것이고, 서로 다른 이해를 가진 사람들 사이의 갈등은 보다 성숙된 통합으로 전환될 수 있다.
 
1) 일요신문, “내년 총선, ‘정권심판론이 우세할 것’ 52.9%…최대 이슈는 ‘경제성장’ 56.8%”. 2015.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