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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과 정책 제140호_김연철_왜 개성공단이 재개되어야 하는가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6-08-05 18:35:14
  • 조회수 : 2201
현안과 정책 제140호
개성공단이 문을 닫은 지 벌써 반년이 흘렀다. 개성의 문이 닫히면서 남북관계도 완전히 끊겼다. 개성공단이 닫히면서 군 통신선도 끊겼다. 개성에서 우리가 잃은 것은 북한의 숙련공이다. 한국의 경우 의류산업의 전후방 업종에서 핵심적인 봉제 생산기지가 없어졌다. 개성공단의 숙련공들은 북중 경제협력에 투입될 것이다.

개성공단을 방치하면 차기 정부가 재가동하고 싶어도 재가동하기 어렵다. 특히 임금 체불과 퇴직금의 정산 거부로 북한이 남은 시설에 대한 처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를 주었다. 우리 내부적으로 개성공단의 의미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 개성공단 중단 과정에서 ‘정책의 부재’를 드러낸 정부와 함께 ‘철학의 부재’를 드러낸 야당 역시도 걱정거리다.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를 개성공단 재가동의 조건으로 내세운다. 비핵화는 하나의 과정이기 때문에, 개성공단의 문을 닫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남북 경제협력을 핵문제와 연계한다면, 악순환이 발생한다.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병행론을 선택해야 한다. 평화는 땅이고, 그 땅에서 경제라는 꽃이 핀다. 개성공단이라는 꽃을 다시 피우기 위해서는 연계론에서 병행론으로의 인식론적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개성공단 폐쇄이후
 
개성공단이 문을 닫은 지 벌써 반년이 흘렀다. 입주 기업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일부 기업은 해외에서 대체 생산지를 찾았다. 대체로 형편이 좋은 몇몇 기업들이다. 물론 임금과 물류 측면에서 상당한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국내 지자체를 중심으로 대체 생산지를 제공하겠다는 제안도 적지 않았지만, 성사된 사례는 거의 없다. 문제는 공간이 아니라 임금이고 국내에서 개성공단 임금수준을 충족할 곳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힘없고 돈 없는 중소기업들만 ‘대책위원회’에 남았다. 지원 대책은 요란하지만 아무런 의미가 없다. 기업들은 정부의 보상 방안을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 경제협력 보험이야 받아봤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고, 대출금이야 아무리 이율이 약해도 갚을 길이 없는데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남은 기업들의 요구는 단순하다. 개성공단의 재가동이다. 봉제업체가 어디를 가겠는가?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이미 해외투자 경험이 있다. 경쟁력이 없어서 개성공단으로 갔는데, 이제 와서 어떻게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겠는가?

개성 공단은 정상적인 폐쇄 절차를 밟지 않았기에 남은 문제들이 적지 않다. 작은 음식점도 폐업을 하려면 정해진 정리 절차를 밟는데,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정부는 협력사업 취소에 대한 남북교류협력법을 지키지 않았고 자신이 만든 폐쇄의 매뉴얼을 무시한 채 무조건 문을 닫는데 급급했다. 정부는 각종 예민한 서류와 민감한 장비들을 회수하지 않았다. 폐수종말처리장의 폐수, 소각장에 쌓여있는 산업 폐기물, 정수장의 각종 화학물질들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정부는 또한 기업의 임금과 퇴직금을 정산할 기회를 박탈해서, 결국 북한에 채권만 안겨줬다.

북한은 개성공단 폐쇄이후 즉각 시설물의 처리를 주장했으나, 아직까지는 공단시설을 유지하고 있다. 기업들은 북한이 재가동의 여지를 남겨 놓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남북관계 악화가 길어지고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면 북한의 태도는 달라질 것이다. 개성공단이 들어선 자리는 한국 전쟁 당시 북한군의 주요 남침 경로였고, 북한의 입장에서 군사적 요충지다. 개성공단 건설로 후방으로 물러난 주요 부대들이 다시 전진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개성공단은 그동안 물건만 만든 곳이 아니라 통일을 만든 공장이었다. 원자재를 보내서 북한에서 조립하는 위탁가공은 초기 기술교육을 제외하면 접촉할 일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개성공단은 다르다. 공장 안에서 남북의 사람이 함께 생활했다. 처음에는 갈등도 적지 않았다. 체제가 다르고 문화가 다른데 얼마나 많이 부딪혔겠는가?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오해가 이해로 바뀌고 갈등을 조정하는 방식이 자리 잡았다. 개성을 닫고 어디에서 통일실험을 할 것인가?

또한 개성은 남북한의 충돌을 예방하는 완충공간이었다. 개성이 열려 있을 때와 닫혀 있을 때의 한반도는 전혀 다르다. 특히 개성공단의 출입은 군이 맡았다. 군 통신선을 통해 나갈 사람과 들어올 사람의 명단을 교환했다. 군 통신선은 언제나 열려 있었고, 남북한의 군대는 다른 용도로 통신선을 활용했다. 이명박 정부 때 다수의 충돌이 발생해도 어느 수준에서 위기의 상승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군 통신선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언제나 소통이 가능하면 오판을 막을 수 있다. 개성공단이 닫히면서 군 통신선도 끊겼다. 성을 여는 개성(開城)이 닫히자, 북한도 남북관계도 한국경제의 미래로 가는 문도 닫혔다.
 
개성공단과 한국경제: 우리가 잃은 것들
 
한국경제에서 남북 경제협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개성공단이 닫혀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그러나 통계에 잡히지 않은 의미도 있다. 개성공단의 124개 업체 중 섬유봉제 기업이 73개사다. 한국은 한때 세계 2위의 의류 수출 강국이었다. 2000년대 들어 인건비가 올라가고 그나마 인력을 구할 길이 없자 해외로 나갔다. 국내의 봉제공장들은 중국으로 인도네시아로 미얀마로 떠났다. 자리를 잡은 기업들도 있다. 그러나 인건비는 계속 오르고 금방 현지 기업들에게 따라잡혔다. 돌고 돌아 간 곳이 개성이다. 개성이 닫히면 더 이상 갈 곳은 없다.

개성에서 우리가 잃은 것은 북한의 숙련공이다. 국내든 해외든 봉제공장은 열악한 환경 때문에 숙련공을 키우기 어렵다. 이 세상 어디에서 15만원의 월급으로 안정적인 숙련공을 고용할 수 있단 말인가? 개성공단의 북한 노동자 5만 4천명은 우리 중소기업이 애써 키운 인력이다. 몇 년 전 후발업체로 개성공단에 진출한 봉제공장에 간 적이 있다. 처음에 그 공장에 배정된 인력은 한 번도 봉제공장에 다닌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옷이란 무엇인지부터 설명했다고 한다. 재봉틀에 처음 앉은 사람도 적지 않았다. 라면박스로 가위질을 연습했는데, 몇 달 만에 생산에 투입할 수 있었다고 한다. 북한의 의류 봉제 산업은 경쟁력이 있다. 이미 남북 위탁가공 시절에도 확인된 사실이다. 교육 수준이 높고 손재주가 있고 기본적으로 성실하다.

개성공단의 숙련공들은 점차적으로 북중 경제협력에 투입될 것이다. 2010년 5.24 조치 때 확인되었지만, 남북 경제협력이 줄면 그만큼 북중 경제협력이 늘어난다. 그때처럼 풍선효과가 재연될 것이다. 2010년 이명박 정부가 남북 위탁가공을 중단하자, 1억 달러 수준의 북중 위탁가공은 2014년 4억 달러 수준으로 4배 증가했다.

남북 위탁가공을 우리는 설비 제공형 위탁가공이라고 불렀다. 우리 기업이 북한에 설비를 주고 기술을 가르쳤다. 오랫동안 우리 기업의 노력으로 양성한 숙련공을 중국은 가만히 앉아서 얻었다. 노동집약 분야의 북중 협력은 현재 다양한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중국기업들의 북한현지공장을 파트너로 하는 위탁가공도 늘었고, 북한 노동자들을 중국 접경지역으로 불러내서 고용하는 경우도 늘었다. 노동력 고용방식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의류봉제업과 관련해서는 합영이나 합작 방식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이 채택된 이후에도 북중 경제협력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중국은 대량살상 무기에 대한 통제는 강화했지만, 정상무역 분야를 제재할 생각이 없다. 유엔의 결의안은 결국 중국이나 러시아가 동의하는 수준에서 결정되는 것이고, 그만큼 빠져나갈 구멍들이 적지 않다.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으로 북한에 대한 제재 국면은 사실상 끝났다. 북한의 대외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90%를 넘어선 상황에서, 제재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중요하다. 동북아시아의 진영 대립이 심화되면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올라가고, 중국은 북한과의 관계를 중시한다. 지린성이나 랴오닝 성 등 중국의 동북지역 정부들은 북한에 대한 제재에 소극적이다. 이미 북중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비교우위에 입각한 산업협력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의류산업의 전후방 업종에서 핵심적인 봉제 생산기지가 없어졌다. 개성의 봉제공장만 망하는 것이 아니다. 의류산업 전체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동대문이나 남대문의 의류 패션 산업에서 가깝고 저렴한 생산지가 사라졌다. 이에 비해 중국은 국내의 임금상승에 따른 의류산업의 전환 국면을 넘길 시간을 벌었다. 의류 봉제 산업에서 한중 간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개성공단이 중단되면서, 국내의 협력업체들도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개성공단의 경우, 모든 원자재와 부품을 남한에서 조달했다. 금융과 물류, 영업과 관련된 일자리 역시 적지 않았다. 물론 5000여개의 협력업체와 12만 5천명의 일자리만 잃은 것이 아니다. 전방효과도 있고 후방효과도 있다.

한국경제는 산업정책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확고한 기술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중국의 추격에 따라잡히는 산업들은 위기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개성공단은 산업 조정의 완충역할을 할 수 있었다. 노동집약 업종의 수많은 중소기업들의 희망이 사라졌다. 북방의 문을 닫고 우리가 어디서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을까?
 

 
개성공단 재가동의 조건들
 
시간이 흐르면 개성공단은 죽는다. 기계 설비가 녹슬고 장비가 고장 나면 공단은 거대한 고철덩어리로 변해갈 것이다. 기업들은 장마철이 오면 공단이 침수될 것이라고 걱정한다. 공단이 위치한 지역이 저지대이고, 펌프 시설을 가동하지 않으면 물에 잠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시설 점검을 위한 방북을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후에도 상당기간 시설 관리를 위해 관련 인원들이 체류한 선례도 있다. 금강산의 숙박시설 관리와 개성공단 관리는 비교하기 어렵다. 기업들은 정부가 방북을 허가하면, 그 자체로 북한의 개성공단에 대한 입장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을 재가동할 생각이 없다. 당연히 시설 점검을 위한 방북도 불허했다.

개성공단을 이렇게 방치하면 차기 정부가 재가동하고 싶어도 재가동하기 어렵다. 정리절차를 밟지 않아 법적으로 불리해졌다. 특히 임금 체불과 퇴직금의 정산 거부로 북한이 남은 시설에 대한 처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를 주었다. 개성공단 역시 금강산 관광이 지나온 경로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 남북한의 정치관계가 개선되어도 계약파기와 그에 따른 경제적 정산 절차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될 것이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오폐수 시설을 비롯한 인프라 시설 역시 사용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개성공단의 대부분의 인프라 시설은 남북 협력기금으로 지었다. 형편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에게 최대한 분양비용을 낮추려고 했기 때문에 공적 자금을 투자한 것이다. 당연히 개성공단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뒷받침되었다. 그동안 남북관계의 악화상황에서도 대북정책을 둘러싼 여야의 갈등 속에서도 개성공단이 지켜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합의의 영역이 광범위하게 존재했기 때문이다.

재가동을 위해 공적 자금을 투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합의에 기반 한 정치권의 공감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개성공단의 의미에 대한 인식이다. 단순한 공단 그 자체가 아니라, 개성공단이라는 상징 속에 내포되어 있는 대북정책과 남북관계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가장 큰 걱정은 바로 야당의 일부 인사들이 ‘접촉을 통한 변화’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북경제협력을 분업이 아니라 시혜로 인식하는 것도 문제다. 어쩌면 개성공단 중단 과정에서 ‘정책의 부재’를 드러낸 정부와 함께 ‘철학의 부재’를 드러낸 야당역시도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핵문제와 개성공단: 연계론에서 병행론으로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을 이유로 개성공단을 폐쇄했다. 국제 규범으로 보면 과도한 조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비롯한 다자 제재의 대상은 군수품이나 대량살상 무기이지 정상적인 무역이 아니다. 국제정치에서 경제 제재와 봉쇄는 다르다. 정상적인 무역 자체를 중단하는 것은 제재의 수준을 벗어난 봉쇄에 가깝다. 그것은 전시에 준하는 조치다.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를 개성공단 재가동의 조건으로 내세운다. 비핵화는 하나의 과정이고 박근혜 정부 임기 내에 완료되지도 않는다. 그냥 개성공단의 문을 닫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중요한 것은 핵문제와 남북 경제협력의 관계다. 남북 경제협력을 핵문제와 연계한다면, 악순환이 발생한다. 핵문제는 관계의 산물인데, 당연히 관계가 악화되면 핵문제의 해결은 멀어진다. 제재나 봉쇄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연계론은 이미 효과가 검증된 정책이다.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병행론을 선택해야 한다. 핵문제와 남북 경제협력의 선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과 전략이 중요하다. 우선적으로 핵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관계의 성격을 변화시키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고, 외교가 문을 열어야 한다.

당연히 포괄적 관계가 개선되어야 한다. 경제협력이 정치군사적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기능주의를 주장하자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평화정착과 경제협력이 서로 긍정적 보완관계를 맺는 평화경제가 답이다. 평화는 땅이고, 그 땅에서 경제라는 꽃이 핀다. 개성공단이라는 꽃을 다시 피우기 위해서는 연계론에서 병행론으로의 인식론적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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