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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과 정책 제136호_윤석구_서울시는 지속가능한 도시로 성장할 수 있을까?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6-07-04 08:40:09
  • 조회수 : 1977
현안과 정책 제136호
서울시 인프라의 위험요인은 단기위험도 있지만 장기위험이 앞으로 지배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장기위험에 노출된 도시 인프라와 건축물들의 손상은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다. 또한 구조물 내부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육안으로 쉽게 확인하기 어렵다. 장기위험 요인에 의한 구조물의 손상이 육안으로 확인되는 시점은 이미 구조물의 손상이 오랜 시간 진행된 후이다. 서울시가 지속가능한 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서울시가 장기위험 요인에 의해 발생하게 될 구조물의 손상을 얼마나 선제적으로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서론
 
2016년 6월 28일 서울시는 정릉천 고가교의 긴장재(또는 텐던) 파단에 대한 원인과 함께 PSC 공법으로 시공된 두모교와 서호교에도 결함이 발견되었다고 발표하였다. PSC공법이란 프리스트레스트 콘크리트(Prestressed concrete)공법의 약칭으로 일반적인 철근콘크리트 구조와 달리 고강도 강선으로 구성된 긴장재를 이용하여 콘크리트에 미리 압축력을 도입하여 균열 발생을 억제시키는 공법을 말한다. 서울시는 정릉천 고가교의 결함 원인을 긴장재인 텐던이 부식되어 파단되었으며, 긴장재의 부식을 억제하는 그라우트(시멘트 모르타르의 일종)가 텐던을 충분히 감싸지 못해 외부 공기에 노출된 긴장재가 부식된 것으로 보고하였다. 또한 비슷한 공법으로 시공된 두모교와 서호교의 긴장재도 일부 부식이 발견되어 보수 보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1).

정릉천 고가교 긴장재 파단은 2016년 2월 17일 발생하였다. 서울시는 서울시설공단과 한국시설안전공단의 긴급점검을 토대로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교통 통제하였으며, 파단된 긴장재 교체 등 안전 조치를 마무리한 후 다시 교통 통제를 해지하였다. 정릉천 고가교의 긴장재 파단에 대한 일련의 과정을 접하면서, 만약 서울시 중요구조물의 안전점검을 담당하는 서울시설공단과 국내 중요구조물의 안전을 총괄하고 있는 한국시설안전공단이 없었더라면 긴장재 파단을 발견할 수 있었을까? 또한 그 이후 각종 조치들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었을까? 반문해 본다.

22년 전 성수대교가 붕괴되었다. 시설물 유지관리 개념조차 부족한 시대였다. 성수대교 붕괴 사고를 계기로 1995년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시특법)”이 제정되었으며, 시설물 안전을 전담하는 한국시설안전공단이 설립되었다. 이때부터 시설물 안전점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으며, 중요시설물에서 발생되는 사건, 사고가 급격히 감소되기 시작하였다. 또한 2014년 경주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와 판교 환풍구 사고를 계기로 시특법으로 관리되지 않고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는 소규모 취약시설들 등도 시특법 또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포함되어 관리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시설물을 보다 안전하고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현 시점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왜 긴장재 파단을 미리 예방하지 못했을까?
 
서울시에서 보고한 정릉천고가교, 서호교에 발생한 PSC교량 긴장재의 부식과 파단은 국내에서 처음 확인된 사안이다. 하지만 PSC교량의 역사가 오래된 유럽이나 북미 국가들에서 긴장재의 부식과 파단은 1970년대부터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발생해왔다. 2016년 6월 17일 독일 Bavarian주에서도 50년된 PSC교량에 결함이 발생되어 교체하던 중 붕괴사고가 발생하기도 하였다2). 여기서 유럽과 북미 국가들도 긴장재 파단이 자주 발생되는 사안임을 알고 있음에도 왜 동일한 현상들을 방비하지 못하고 있는 지 그 이유에 대한 답변이 필요하다.

PSC공법은 유럽에서 처음 적용된 건설공법이다. 이 공법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붕괴된 구조물들을 빨리 복구하기 위해 1950년대부터 광범위하게 적용되었다. 그 이후 긴장재의 부식과 파단 현상은 1960년대 후반부터 간헐적으로 보고되기 시작하였는데, 구조물 완공 후 대략 15년에서 20년 정도 경과된 후 부터이다. 긴장재 부식과 파단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 많은 논쟁이 있었지만, 1992년 벨기에 말레교량 붕괴 사고이후 사고 원인에 대한 논쟁은 마무리되었다. 긴장재가 시멘트 모르타르에 의해 충분히 보호되지 못한 상태에서 공기와 물에 노출되고, 또한 제설재에 포함된 염소이온이 물과 함께 침투하여 긴장재 부식과 파단이 촉진된다고 정리되었다. 서울시가 발표한 원인과 동일하다.

유럽 국가들이 PSC공법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처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한 시기가 1990년대이고, PSC공법을 적용한 구조물들을 대대적으로 건설하기 시작한 지 약 40년 후의 일이다. 국내에 PSC공법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시기는 유럽보다 20년이 늦은 1970년대이며, 서울시 정릉천 고가교가 건설되던 1990년대 국내 상황은 대규모 인프라 건설이 진행되던 시기였다. 정릉천 고가교 긴장재의 부식과 파단을 확인한 2016년은 국내 PSC공법이 대규모로 적용되기 시작한 1970년대로부터 대략 40년 후이다.

우리나라와 유럽을 비교해 보면 PSC공법을 적용한 구조물 적용 시기, 긴장재 부식 및 파단이라는 문제점 발견 시기가 각각 20년 정도씩 차이가 난다. 또한 발생된 사안에 대한 원인 분석 결과도 동일하다. 이러한 사실로부터 동일한 조건에서 동일한 사고들이 계속 반복될 수 있다는 교훈을 되새길 필요성이 있다. 이 시점에서 “왜 긴장재 파단을 미리 예방하지 못했을까?”라는 질문이 필요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답을 찾아야 한다.
 

 
육안으로 구조물 손상 파악이 어려운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먼저 국가시설물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 요인들은 시간적인 개념에서 단기위험(short-term risk)과 장기위험(long-term risk) 두 가지로 구분해볼 수 있다.

단기위험은 구조물 안전을 담당하는 관리주체가 위험 요인 발생 시 이를 방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는 위험들을 말한다. 홍수, 태풍, 화재, 충돌, 지진 등을 지칭하는데, 단기위험 발생에 대한 대비는 미래에 대한 예측을 통해 구조물 요구 성능을 평가하고 필요 시 선제적인 조치를 통해 가능하다.

장기위험 요인은 강재의 부식과 피로, 콘크리트 열화 등과 같이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것들이다. 장기위험 요인이 단기위험 요인과 다른 점은 평상시에도 구조물 자체의 성능을 저하시키고, 또한 구조물 전체가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유지관리 전문가들도 구조물의 성능 변화를 육안으로 쉽게 파악하기 힘들다는 특징이 있다.

장기위험에 의해 구조물의 성능이 저하된 대표적인 예가 연탄보일러가 적용된 아파트이다.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만들어진 아파트는 연탄을 연소할 때 발생되는 이산화탄소와 일산화탄소 등 유해가스에 의해 콘크리트 성능이 서서히 떨어진다. 또한 철근을 감싼 콘크리트 특성이 변화되어 철근 부식이 시작된다. 과거에는 콘크리트 내부의 철근 부식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철근이 부식된 녹물이 콘크리트 표면으로 노출된 후에야 육안으로 철근 부식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 시점은 이미 상당 기간 철근 부식이 진행된 후이다. 이런 이유로 30년된 아파트를 아직도 노후아파트라 말하고 있을 수 있다.

장기위험 요인에 의해 발생된 구조물의 손상은 연탄보일러를 적용한 아파트의 철근 부식처럼 육안으로 쉽게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정릉천 고가교 긴장재의 부식이 가장 대표적인 경우이다. 긴장재의 부식 여부를 파악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긴장재가 플라스틱관 또는 콘크리트 내부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유지관리 기술이 아직까지 육안검사에 의존하는 기술적 단계이기 때문이라 판단된다.

1960년대 후반부터 긴장재의 부식과 파단을 경험한 유럽과 북미 국가들은 지난 40년 동안 지속적으로 PSC공법으로 시공된 구조물에 대해 유지관리를 해오고 있다. 하지만 긴장재의 부식과 파단 현상은 지속되었으며, 일부 구조물들은 붕괴되기도 하였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 이후의 경험과 2016년 정릉천 고가교 긴장재의 부식과 파단이 발생한 현재의 경험, 그리고 지난 40년 동안 유럽과 북미 국가들의 경험들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해야될 일들이 많다고 판단된다. 2016년 현재 우리나라 유지관리 기술이 정릉천 고가교의 긴장재 부식과 파단을 사전에 인지할 수 있는 수준인지 반드시 확인해 볼 필요성이 있다. 부족한 기술들이 있으면 연구를 통해 개발하고 유지관리 기술자들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통해 눈으로 보이지 않는 구조물의 손상도 감지할 수 있도록 유지관리 기술 수준을 향상시킬 필요성이 있다.
 

 
어떻게 서울시를 지속가능한 도시로 만들 수 있을까?
 
서울시와 같은 대도시가 지속가능한 도시로 성장하려면 도시 인프라의 혜택을 시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서울시 인프라는 짧은 기간 동안 대규모로 건설되었기 때문에 장기위험에 노출된 기간도 짧다. 하지만 이젠 서울시의 시설물도 장기위험 요인들에 의해 구조물 내부의 손상들이 육안으로 확인되는 단계에 도달했다고 판단된다. 장기위험에 노출된 구조물의 손상은 도시 전체 구조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인프라의 자산가치를 급격히 감소시킨다. 따라서 서울시를 지속가능한 도시로 만들기 위해 장기위험 요인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적극적인 유지관리시스템을 가동해야 될 시기가 되었다고 판단된다. 이를 위해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될 핵심 사안들을 간략히 제안해 보았다.

1) 유지관리 기술의 연구 및 교육 기능 강화
먼저 유지관리 기술에 대한 연구와 함께 교육 및 홍보 기능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단기위험 요인에 대한 연구 수준을 넘어 장기위험 요인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야 한다.

장기위험 요인에 장기간 노출된 인프라를 많이 보유한 유럽과 북미 국가들에서 발생된 구조물 손상들의 유형과 구조물 손상을 줄이기 위한 기술적 성과들을 꼼꼼히 확인해봐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동일한 조건에서는 동일한 현상의 구조물 손상들이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정밀한 검토를 통해 부족한 기술들을 확인하고, 기술 수준 격차를 해소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연구를 통해 얻은 기술적 성과들을 유지관리에 참여하는 기술자들에게 지속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내 중요시설물들의 안전점검을 총괄하고 있는 한국시설안전공단 전문가들과 함께 장기위험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또한 연구성과를 교육하고 홍보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들을 상시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제안한다. 한국시설안전공단과 함께 해야 된다는 이유는 연구 성과와 교육프로그램들이 한국시설안전공단을 통해 국내 공공기관과 지자체로 쉽게 확산될 수 있으리라 판단되기 때문이다.

2) 전문가들이 직접 점검하는 안전점검 시스템 구축
서울시에 속한 전문가들이 직접 구조물의 상태를 점검하고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제안한다. 서울시에 속한 전문가가 직접 확인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말은 병원에 속한 의사가 직접 환자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처방해야 한다는 말과 동일한 의미이다. 병원을 찾아온 환자들을 병원 의사가 직접 치료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의 이치이기 때문이다.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사안들은 조수나 간호사들이 대신할 수도 있겠지만, 환자가 아픈 이유를 쉽게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나 병명을 알아도 완치시키기 어려운 경우에는 의사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인간에게 가장 치명적인 병이 암이라면, PSC공법으로 시공된 구조물의 가장 치명적인 손상은 긴장재의 부식이다. 실제 영국의 유지관리 전문가들은 PSC구조물 긴장재의 부식을 암(canser)이라 말하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안전점검 시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또한 암처럼 긴장재 부식을 억제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암을 완치시키기 위해 무리한 방법들을 동원하면 환자의 건강 상태가 더 악화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듯이 PSC구조물도 부식된 긴장재를 제거하기 위해 구조물에 손상을 가하게 된다면 오히려 수명이 짧아질 수 있다. PSC구조물 중에는 부식된 긴장재를 쉽게 제거할 수 있는 구조도 있는 반면, 부식된 긴장재를 구조물 손상없이 쉽게 제거할 수 없는 구조 형식도 있다. 이런 형태의 구조물들은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환자와 같은 경우로 관리주체의 전문가들에 의해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관리해야 한다.

3) 지속적인 유지관리 전문가 확충
세계 각국의 인프라 수준은 국가경쟁력을 나타내는 척도이다. 서울시의 도시경쟁력도 결국 도시 인프라의 수준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현재 서울시의 인프라 수준은 선진국들과 유사한 수준으로 구축되어 있다. 하지만 인프라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유지관리에 대한 투자는 인색한 편이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데, 유지관리에 대한 투자도 결국 사람에 대한 투자일 수밖에 없다. 서울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유지관리에 대한 투자가 적다는 것은 유지관리를 전담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선진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서울시도 단기위험 요인에 의한 구조물의 손상에 대처하는 사후적인 유지관리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6월 27일 서울시의회는 도시안전건설위원회 위원들이 공동 발의한 “서울특별시 노후기반시설 성능개선 및 장수명화 촉진 조례”안을 통과시켰다3). 이 조례안은 구조물 유지관리 시 선제적 예방적인 조치들을 미리 수행하는 보다 적극적인 유지관리를 수행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제적인 예방조치들은 과거의 경험과 함께 미래에 대한 예측을 통해 가능하다. 이를 위해 서울시가 단기위험뿐만 아니라 장기위험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먼저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유지관리 투자라 판단된다.
 

 
결론
 
서울시가 지속가능한 도시로 성장하려면 서울시 인프라가 지속가능해야 한다. 서울시 인프라의 자산가치를 하락시키는 요인은 단기위험(short-term risk)도 있지만 장기위험(long-term risk)에 의한 영향이 더욱 지배적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도 단기위험 요인이 아니라 장기위험 요인으로 발생한 것이다. 2016년 서울시 정릉천 고가교에서 발생한 긴장재의 부식과 파단도 장기위험 요인에 의해 발생된 것이다. 연탄보일러를 적용했던 아파트들의 노후화도 같은 요인에 의해 발생된 것이다.

장기위험에 노출된 도시 인프라의 손상은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다. 또한 구조물 내부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육안으로 쉽게 확인하기 어렵다. 장기위험 요인에 의한 구조물의 손상이 육안으로 확인되는 시점은 이미 구조물의 손상이 오랜 시간 진행된 후이다. 서울시가 지속가능한 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지 여부는 서울시가 장기위험 요인에 의해 발생하게 될 구조물의 손상에 대해 얼마나 선제적으로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판단된다.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또한 미래에 대한 예측을 통해 서울시 인프라가 지속가능한 인프라로 유지관리되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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