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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과 정책 제364호_정의길_영구전쟁의 새 국면: 팔레스타인-이스라엘의 보수화와 극단화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2-02-25 11:50:29
  • 조회수 : 180

현안과 정책 제 364호


영구전쟁의 새 국면: 팔레스타인-이스라엘의 보수화와 극단화

 

​글 / 정의길(한겨레신문)



요 약 문

 

지난 20년 이상이나 교착 상태에 빠진 팔레스타인 분쟁이 새로운 현실을 조성하고 있다. 최근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에서 일어난 두 사건은 이를 보여준다.

그 하나는 지난 5월10일부터 11일간 벌어졌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력충돌이다. 다른 하나는 이스라엘 역사상 최장기 집권을 해온 베냐민 네타냐후를 총리직에서 몰아낸 6월1일 반네타냐후 연정의 합의 발표다. 두 사건은 팔레스타인 분쟁의 고착화와 이스라엘의 보수우경화를 확인하면서,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정세를 조성할 것으로 보인다.

 

가자 전쟁과 반네타냐후 연정 합의

 

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의 최고봉이었던 오슬로평화협정이 1990년대 후반에 사실상 깨지면서, 팔레스타인 분쟁은 고착화되어 왔다. 이는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를 통치하는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인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로켓포를 발사하고, 이스라엘 군은 가자 지구에 일방적 공습을 가한 이번 교전 사태로 다시 증명됐다.

 

이런 분쟁의 고착화는 이스라엘의 우경화로 촉진됐다. 이번에 쫓겨나는 베냐민 네타냐후는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강경한 우익 총리로 최근 12년을 포함 모두 15년 이상이나 최장수 집권하였다. 이번에 합의된 반네타냐후 연정은 우파 유대민족주의 성향의 나프탈리 베네트(49) ‘야미나’ 대표의 참여가 결정적이었다. 연정이 출범하면 그가 임기 전반 2년 동안 총리를 맡는다.

팔레스타인 문제 등에서는 더 강경한 인물을 총리로 하는 정부 출범은 이스라엘의 우경화, 보수화, 유대 민족주의화가 심화됐음을 말해준다. 특히, 팔레스타인 문제에서 네타냐후보다도 더 강경한 베네트를 총리로 하는 내각은 팔레스타인 문제가 기껏해야 현상유지될 것으로 전망시킨다.

두 사건은 이스라엘의 보수우경화, 이를 배경으로 하는 팔레스타인 분쟁 고착화를 ‘뉴 노멀’로 인정하고, 그 안에서 해결책을 찾는 에너지와 압력도 배태하고 있다. 이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력충돌은 과거처럼 이스라엘 군과 하마스라는 무장집단 사이의 교전에 그치지 않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역의 유대계 주민 대 아랍계 주민의 갈등과 충돌로까지 번졌다. 이-팔 분쟁의 전선이 갈수록 다층화, 다면화되는 현실이다.

이번 반네타냐후 연정에는 좌파와 극우의 동거뿐만 아니라, 아랍계 이슬람주의 정당인 라암이 정부 구성에 참가한 것이나, 그것도 종교적인 유대 민족주의 성향의 정당이 참여한 연정에서 손을 잡은 것은 이스라엘 역사상 처음이다. 이런 사태에 오기까지 배경은 지난 20년간 중동평화협상의 붕괴, 이스라엘의 보수우경화, 네타냐후의 장기집권, 팔레스타인의 고립, 중동분쟁의 광역화, 그리고 최근 트럼프 전 행정부의 반이란 중동정책이 있다.

 

오슬로평화협정 붕괴와 이스라엘의 보수우경화

중동분쟁의 발화점인 팔레스타인 분쟁의 현 주소는 국제사회에서 그 해법으로 공인된 ‘두 국가 해법’ Two State Solution의 무력화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오랜 분쟁 끝에 지난 1993년 양자 사이의 최초 평화협정인 오슬로협정을 체결하고,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을 약속했다. 서안과 가자 지국에서 팔레스타인 국가를 건설한다는 이 협정은 이-팔 사이의 경계선, 서안 지구 내의 이스라엘 정착촌, 동예루살렘 문제 등에서 추가 협상이 진전되지 못했다. 특히,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될 서안 내의 정착촌 문제는 그곳에서 살고 있는 이스라엘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로 협정 이행에서 현실적인 최대 걸림돌이 됐다. 이스라엘에서 협정의 주역인 이츠하크 라빈 당시 총리가 1995년 이 협정에 불만을 품은 극우 세력에게 암살당하면서 협정은 붕괴되기 시작했다.

이는 당시에 이미 우경화되는 이스라엘의 사회 정치 현실을 반영했다. 라빈의 암살 뒤 치러진 1996년 총선에서 오슬로평화협정을 부정하는 베냐민 네타냐후가 총리로 당선돼, 협정은 사실상 사문화 단계로 들어갔다. 이는 또 이스라엘의 사회와 정치가 네타냐후로 상징되는 우경화로 접어들면서, 그의 장기집권의 문을 열었다. 이스라엘의 건국 주도세력인 노동당은 이 총선에서 1당이 되기는 했으나, 총리직을 맡지도 못했고 이때부터 약화되기 시작했다.

우파 리쿠드당의 1당 부상과 사회주의 성향 노동당의 몰락은 이스라엘의 주민 구성 변화에 따른 보수우경화의 결과이다. 이스라엘 건국은 동유럽 출신 사회주의 성향의 시오니스트들이 주도하고, 동유럽 출신 유대인인 아슈케나지를 기반으로 했다. 이들을 대표하는 정당이 노동당이었다. 지도부가 사회주의 성향이고, 그 지지층들은 서방의 다원적 가치를 지향하는 자유주의 성향이었다.

노동당은 건국 이후부터 1990년대말까지 대부분 1당으로 정국을 주도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우파 세력들이 커졌다. 건국 이후 중동 지역 등에서 이주한 후반 이민자들이 늘어나면서 주민 구성이 보수화됐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에서 중동 지역에서 이민 온 주민들을 ‘세파르디’라고 부른다.

세파르디는 원래 지중해 지역 유대인을 부르는 호칭이다. 세파르디는 서유럽에서 유대인 주류로서 유대인 상류층을 구성하며, 현지 사회에 대부분 동화됐고, 이스라엘 건국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에서는 북아프리카 등 이슬람권의 지중해 지역 출신 유대인을 부르는 호칭으로 바뀌었다.

중동 출신 세파르디 등 건국 이후 이주민들은 후발 이민자로서 경제적으로 낙후한데다, 문화적으로 보수적 성향이다. 이스라엘의 세속적 우파와 정통 유대교 세력 등 종교적 유대민족주의 세력들은 이들을 대상으로 정치적 세력을 늘렸다. 이들도 팔레스타인 주민 등 아랍계 주민들을 자신들과 대비하며 유대 민족주의 정체성을 확보했다.

이-팔 평화과정에서 최대 걸림돌인 서안 지구 등의 이스라엘 정착촌 주민들 대부분이 세파르디 등 후발 이주자들이다. 이들이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건설하는 평화협정에 반대하는 이유이다. 2000년 이후 보수강경 리쿠드당이 주도하는 이스라엘 정국이 고착화되면서, 팔레스타인과의 공존을 목표로 하는 기존 노동당 주도의 평화과정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베냐민 네타냐후와 그의 리쿠드 당이 주도하는 우파연합은 기본적으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부정하는데다, 일부 지지층들은 서안 지구와 예루살렘 전체를 이스라엘로 완전히 합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팔레스타인의 ‘분단’과 고립화

오슬로평화협정의 붕괴와 이스라엘 우경화는 팔레스타인에게도 반사 작용을 일으켰다. 이스라엘과 공존을 부정하는 이슬람주의 세력의 부상이다. 오슬로평화협정에서 팔레스타인 쪽 당사자였던 좌파 성향의 세속주의 세력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위축되고, 전투적인 이슬람주의 세력인 하마스가 부상했다. 오슬로협정 이후 구성된 팔레스타인자치정부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의 파타 세력에 의해 주도됐다. 하지만 2006년 총선에서 하마스가 승리하면서, 2007년부터 가자에서 실질적인 통치 세력이 됐고, 팔레스타인 의회에서도 현재 다수이다. 이에 따라 팔레스타인은 하마스의 가자, 자치정부의 서안으로 물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사실상 ‘분단’된 상태이다.

하마스의 부상은 이스라엘의 우경화를 더욱 촉진했고, 네타냐후 보수강경 정부가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을 사보타주하는 근거가 됐다. 이스라엘을 부정하는 하마스가 가자를 장악한 현실은 평화협상을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게 했고, 네타냐후 정부는 이도 이를 핑계로 평화과정을 더욱 파탄시키는 이스라엘 정착촌 확대 등을 강행했다.

 

하마스가 2006년 총선에서 승리한 이후 이스라엘과의 무력 충돌인 가자 분쟁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최대 1400명 이상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사망시킨 2008년 12월부터 2009년 1월까지 22일간의 가자 전쟁, 50일간 지속되며 팔레스타인에서 2200여명과 이스라엘에서 71명을 사망시킨 2014년 가자 전쟁 등 본격적인 교전 사태 외에도 가자에 대한 이스라엘의 봉쇄가 지속되는 가운데 하마스의 로켓포 발사와 이스라엘의 미사일 반격 등이 반복되어 왔다.

 

중동분쟁의 광역화와 반이란 전선의 형성

가자 지구를 중심으로 항상화되고 격렬해진 이-팔 분쟁은 오히려 국제적인 관심에서 멀어져갔다. 이는 2000년대 이후 미국의 이라크 전쟁 이후 중동분쟁이 레반트 지역을 중심으로 광역화된 배경도 있다. 2003년 이라크 전쟁에 이어 2011년부터 발발한 시리아 내전, 2014년 준국가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의 출현과 그 패퇴 전쟁 등은 중동에서 미국 등 강대국들의 대외정책의 중심 무대가 됐다. 팔레스타인 문제는 소외되고, 이-팔 분쟁은 잊혀진 전쟁이 되어갔다.

이스라엘도 이라크 전쟁 이후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이란 대처에 군사적, 외교적 역량을 집중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아랍 국가들도 이란 봉쇄를 우선시하면서, 이스라엘과의 접근을 시작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버락 오바마 전 정부가 체결했던 이란 국제핵협정인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며 급물살을 탔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이후 중동에서 반이란 수니파 연합전선 구축과 친이스라엘 정책을 추진했다. 이는 사우디 등 수니파 국가들과 이스라엘의 접근,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수도 인정 등 이스라엘의 요구를 대부분 들어주는 이-팔 평화교섭을 추동했다. 그리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1월에 밝힌 중동평화계획 및 그 해 8월 이스라엘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시작으로 일련의 아랍국가와 수교인 아브라함협정으로 구체화됐다.

트럼프의 중동평화계획은 서안 지구 내의 이스라엘 정착촌을 인정하는 선에서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설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서안 지구는 7대3의 비율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나누게 된다. 또,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예루살렘도 “이스라엘의 분할되지 않은 수도로 남게 된다.”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의 역사적 성지가 있는 동예루살렘에 팔레스타인의 수도를 제공한다고 밝혔으나, 구체안은 밝히지 않은채 추후 협상으로 넘겼다. 트럼프 행정부는 팔레스타인이 이 평화안을 수용해 평화과정에 나서면 국가 건설 및 경제회복을 위한 대규모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그 재원은 사우디 등에게 떠넘겼다.

이 평화계획을 팔레스타인이 일축한 것은 물론이고, 사우디 등 아랍국가들도 공식적인 지지를 표명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중동평화계획에 이어 그 해 8월에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수교를 중재하는 이른바 아브라함협정을 체결시켰다. 그 후 수단, 모로코, 오만, 바레인이 차례로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아브라함 협정은 이스라엘이 1970년대 말 이집트와 요르단의 수교에 이은 최대 외교적 성과이다.

아브라함협정의 배경은 이란을 견제하고 봉쇄하려는 사우디아라비아이다. 사우디는 시리아 내전을 계기로 이스라엘과의 은밀한 협력을 강화해왔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바샤르 아사드 정권을 붕괴시키려고, 정보기관 협력을 고리로 관계를 강화해왔다. 이스라엘과 사우디 등 수니파 국가들의 접근은 이란 견제를 고리로 하는 안보와 경제 차원의 협력과 기회를 모두에게 양쪽에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중동분쟁의 광역화, 이란 견제를 위한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접근은 팔레스타인을 철저히 고립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는 이-팔 분쟁을 더욱 고착화하고, 이스라엘의 보수우경화도 강화하며 악순환을 초래했다.

 

네타냐후의 독주와 이스라엘 내의 분열

팔레스타인과 평화협상을 사보타주하며 팔레스타인 고립을 밀어붙이면서 이란과의 대결을 고조해온 네타냐후의 장기집권 독주는 국내에서 먼저 역풍을 불렀다. 그의 장기집권의 비결은 국민을 상대로 지지층과 비지지층을 갈라치기해서, 근소한 차이의 다수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이는 그에게 견고한 지지층을 확보해 주기는 했으나, 이스라엘 사회의 극심한 분열을 초래했다. 그의 치하에서 유대계 대 아랍계, 우파 대 좌파, 종교세력 대 세속 세력 등으로 대립이 증폭됐다.

이런 대립과 분열 속에서 네타냐후의 독주는 결국 2019년 그의 부패 등의 혐의가 불거지며 증폭됐다. 그는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등으로부터 고급 샴페인과 시가 등 수십만 달러 상당의 선물을 받는 수뢰, 배임, 사기 등 부패 혐의로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그의 혐의가 불거지면서 이스라엘은 2년 동안 무려 4차례나 선거를 치렀다. 어느 진영도 다수를 확보하지 못한채, 친네타냐후 대 반네타냐후로 극렬히 대립하며 정부를 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3번째 총선에서 거국 내각이 구성돼 네타냐후가 임기 전반부 총리를 맡았으나, 이 정부도 곧 붕괴됐다. 지난 3월 총선 뒤에도 1당인 된 리쿠드당의 네타냐후가 먼저 정부 구성에 착수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2당인 ‘예시 아티드’의 야이르 라피드가 정부 구성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지난 5월11일 이스라엘군과 하마스가 충돌하는 가자 전쟁이 재발한 것이다.

 

가자 전쟁이 불러온 효과와 의미

이번 가자 전쟁은 기존의 이-팔 분쟁의 전선을 국내외에서 더욱 다층화, 다면화하는 양상을 보여줬다.

첫째, 이번에는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아랍계 시민들이 이스라엘 내부 주요 도시에서 유대계 우파 세력들과 충돌하는 폭동을 추가했다. 즉, 이스라엘 내부에서 인종적 대결 전선이 추가된 것이다.

미국에서 영향력 있는 중동문제 전문가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의 표현에 따르면, 이번 가자 전쟁을 계기로 이스라엘은 5개의 분쟁 전선에 동시에 직면한 것이다. 즉, 가자에서 로켓포를 발사하는 하마스와의 대결, 서안 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과의 대결, 동예루살렘의 유대교와 이슬람 성지인 성전산에서의 팔레스타인 주민과의 대결, 남부 레바논에서 로켓포를 발사하는 팔레스타인 무장세력과의 대결에 이스라엘 내부에서 유대계와 아랍계 주민들의 대결이 추가됐다는 것이다.

둘째, 미국 등에서 반이스라엘 정서를 키우고, 미국의 유대인들 사이에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적 정서를 증폭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에서 백인민족주의의 기승과 함께 다시 등장한 반유대주의가 이스라엘의 독주에 따른 가자 전쟁 등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는 유대인들의 우려를 반영한다.

미국 유대인의 70%는 민주당 지지에 자유주의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네타냐후가 독주하는 이스라엘을 마냥 지지할 수 없을뿐더러, 유대인에 대한 국제적 여론을 악화시킨다고 보고 있다. 이번 가자 전쟁 동안 미국의 대학 캠퍼스에서는 팔레스타인계 등 아랍계 학생들이 유대계 학생들을 비난하고 충돌하는 모습들이 벌어졌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또, <뉴욕타임스> 등은 유대계 시민들이 팔레스타인 문제로 이스라엘의 책임을 자신들이 받아야 하는 현실에 곤혹스러워 한다는 기사도 게재했다. 이는 과거 중동전쟁 때 미국에서 친이스라엘 여론이 우세했던 것과는 대비된다.

셋째,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이-팔 문제에서 균형 찾기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란핵협정 복구를 반대하며 교란 작업을 벌여온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정부에 압박할 계기를 잡았다.

가자 전쟁 휴전 직후인 지난 5월30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팔레스타인 서안의 라말라를 방문해 마무드 아바스 자치정부 수반과 회담했다. 이 자리에서 블링컨 장관은 예루살렘에 주팔레스타인 미국 영사관을 재개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워싱턴의 팔레스타인 대표부를 폐쇄하는 한편 예루살렘에 있던 주팔레스타인 영사관을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으로 통합했다. 바이든 정부는 팔레스타인의 국제적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영사관을 폐쇄했던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철회한 것이다. 블링컨은 또 가자 지구 재건에 경제지원 제공도 약속했다.

 

반네타냐후 연정의 나비 효과

이번 가자 전쟁이 조성한 이런 현실은 이스라엘에서 반네타냐후 연정이 출범하면 팔레스타인을 둘러싼 정세에 적지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첫째,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이 일단 동결될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네타냐후 때와 같이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을 적극적으로 사보타주하며, 대결과 갈등을 격화시키는 결과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정은 참여 세력들의 의견이 극도로 갈리는 팔레스타인 문제 등을 새롭게 거론하지 않고, 교육이나 인프라 개선 등 내정에만 치중하기로 합의한 상태이다.

총리가 되는 나프탈리 베네트가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지 않고, 서안 지구의 완전한 합병 등을 주장하는 등 팔레스타인 문제에서는 네타냐후보다도 더 강경하다. 특히 그는 평화협상을 좌초시킨 이스라엘 정착촌 운동의 대표를 지냈고, 이 문제로 네타냐후와 사이가 멀어졌다. 하지만, 그가 네타냐후처럼 팔레스타인 문제를 드라이브할 정치적 역량이나 지위를 갖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그가 대표하는 극우적 유대민족주의 세력이 아랍계 이슬람주의 세력과 좌파와 동거함으로써, 그 정치적 입장들을 순치시킬 가능성도 있다.

둘째, 네타냐후의 퇴장으로 미국의 이란핵협정 복구 작업에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

이란핵협정을 적극적으로 방해하던 네타냐후라는 존재가 사라진데다, 새로운 연정이 네타냐후 같이 미국과의 대결도 불사하며 이란핵협정을 반대할 여지는 적다. 새로운 연정은 취약한 구조로 인해 미국의 지지를 절대로 필요로 하며, 바이든의 민주당 정부 역시 새 연정을 적극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핵협정 복구는 바이든 정부에게 중동정책뿐만 아니라 대외정책 전반에서 가장 우선적인 사안이다.

셋째, 이란핵협정이 복구되면, 그 반대급부로 이스라엘과 아랍국가와의 관계개선이 더 적극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아브라함 협정을 자신들의 중동정책의 일환으로 추인했다.

이란핵협정 복구는 이란의 국제사회 복귀를 의미한다. 이는 아랍 국가에게도 이스라엘과의 관계 개선을 더 추진하는 근거와 명분이 될 것이다. 미국 역시 아브라함 협정의 확대를 추진할 동력을 얻게 된다.

넷째,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의 관계 개선은 팔레스타인 문제의 개입을 피할 수 없게 할 것이다. 아랍 국가들은 이스라엘과의 관계 개선 정당화를 위해서도 이스라엘에게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개입과 해결을 촉구할 것이다. 사우디 등도 이란의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해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환경이 조성된다.

 

잊혀진 팔레스타인 분쟁은 국제정치 무대에서 다시 소환될 수 있을까? 현재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내부에서 협상 친화적인 온건파들이 득세하는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양쪽 내부에서는 상대를 인정하는 않는 강경 세력들이 더욱 고착화된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역설적으로 새로운 정세를 조성하고 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팔레스타인 분쟁은 광역화된 중동분쟁의 발화점이라는 것이다. 현재 중동분쟁의 최대 현안인 이란 문제와도 연관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