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새 정부가 간과해서는 안 될 시급한 과제에 대해 함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다름 아닌 지방교육자치제도 관계법령의 정비가 그것이다. 현 정부와 떼래야 뗄 수 없는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더 절실해진 문제다. 사실 문제의 뿌리는 현행 지방교육자치제도의 골격이 마련된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 제정하면서 중앙과 지방 교육 정치-행정 권력의 불일치를 전혀 상정하지 않았다.
5.16군사쿠데타 이래 교육부장관과 교육감 권력의 불일치경험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와 함께 지방교육자치를 중단시키고 대통령이 교육감을 임명해온 결과였다. 하지만 1991년 지방교육자치 관련 입법은 과거와 달랐어야 했다. 교육위원회에서 교육감을 선출하도록 하는 간선제였지만, 선출직인 만큼 중앙정부(교육부장관)와 성향이나 정책 지향이 다른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 등을 고려했어야 했다.
만일 그랬었더라면,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은 말할 것도 없고 교육부장관과 교육감의 사무와 권한 관계 법령들이 대대적으로 정비되었을 것이다. 모두 양자의 권력이 일치한다는 전제 하에 만들어진 법령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런 방향의 후속입법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양자의 사무와 권한 관계를 직접 규율하고 있던 ‘6개의 기본법령’(교육기본법, 초ㆍ중등교육법, 정부조직법, 지방자치법,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교육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조차 지금도 과거 그대로인 상태다.
여기에 더하여 교육감 주민직선제 도입 이후의 상황이 문제를 한껏 증폭시켰다. 2006년 12월 법률 개정에 따라 보궐선거가 치러지다 급기야 2010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교육감이 선출되었다. 결과는 서울, 경기를 필두로 6개 시ㆍ도에서 ‘진보교육감’이 등장하는 말 그대로 대약진이었다. 2014년 6월 선거에서는 무려 13개 시ㆍ도에서 ‘진보교육감’이 배출되었다. 이로써 중앙과 지방 교육 정치-행정 권력의 불일치가 한층 공고해졌다.
그 정치적 귀결이 다름 아닌 교육부장관과 교육감의 사무와 권한을 둘러싼 갈등의 심화였다. 시국선언교사 징계,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 교원(능력개발)평가, 무상급식 등을 둘러싼 대립이 아직도 생생하다. 최근만 하더라도 전교조 전임자 징계에 대한 이견 표출, 누리과정 예산 갈등, 서울시의 자사고 폐지를 둘러싼 공방 등 해당 되지 않는 정책이 없을 정도다. 이에 교육부가 시정명령, 직무이행명령, 형사고발 등의 조치를 남발하는 한편, 도를 넘은 행정입법 등으로 자신의 정책의지를 일방적으로 관철시킴으로써 갈등이 증폭되었다.
과거 중앙과 지방의 권력 불일치를 상정하지 않은 지방교육자치 관계 법령의 입법 문제에 더하여 교육감 주민직선제 이후 빈발해온 갈등 양상 등이 사태를 악화시켜온 것이다. 이런 상황을 즐겨온 교육부는 그만두더라도 국회의 행보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입법기관으로서 책임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지지부진한 대응으로 일관해왔기 때문이다. 2006년 12월 법률 개정의 ‘원죄’가 크다.
이 문제에 관한 한 현 정부를 일군 정치세력들이 더 큰 책임이 있다. ‘참여정부’ 시절 집권 여당으로서 법률 개정을 주도하였기 때문이다. 교육자치를 일반자치에 통합한다면서 교육위원회를 시ㆍ도의회로 통합한 것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그 대가로 교육감 주민직선제를 도입한 마당에 교육부장관과 교육감의 권력 불일치를 예상한 후속입법에 힘을 기울어야 했다. 우물쭈물하다가 어디서부터 수습해야 할지 모르는 난감한 처지에 몰리게 된 것이다. 입법지체 상황이 장기화가 결코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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