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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과 정책 제177호_김용일_새 정부의 교육개혁 지방교육자치 관계 법령 정비에 달려있다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7-05-22 10:16:35
  • 조회수 : 1442
현안과 정책 제177호
새 정부의 교육개혁, 지방교육자치 관계 법령 정비에 달려있다
김용일(한국해양대학교 교수)
새 정부는 “교육의 국가책임”이라는 기조 하에 국공립유치원 확대 등 13개의 개혁 과제를 공약으로 제시하였다. 개혁 성향의 정부가 등장하면서 교육부와 시ㆍ도교육감 간의 권력의 불일치 정도가 현저히 낮아졌다. 그만큼 공약 이행의 호조건이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지방교육자치 관계 법령의 입법지체 상황의 장기화라는 제도상의 흠결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경우 교육부장관과 교육감의 유기적 협력은 물론 양자 간의 생산적인 정책경쟁이 제도적으로 보장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와는 달리 개혁 성향의 정부와 보수 성향의 교육감 간에 갈등이 빈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 정부가 지방교육자치 관계 법령의 정비를 통해 지방교육 정치-행정의 민주화를 제도화하는 일에 비상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이유라 할 것이다. 마침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차원에서 관계 법령 정비를 위한 연구 사업을 계속해왔으니 함께 머리를 맞대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두 새 정부의 교육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한 기초공사와도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새 정부는 교육공약 이행의 호조건을 갖추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했다. “교육의 국가책임 강화!”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공약을 아우르는 우산개념으로 새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라 할만하다. 일단 그 방향만큼은 제대로 잡은 것 같다. 지난 20여 년간 교육을 시장 경쟁에 내맡긴 실패가 너무 뼈아프기 때문이다. 대선 정책공약집에는 “1.국공립유치원을 확대”에서 “13.소통ㆍ협력ㆍ효율성을 높이는 교육거버넌스 개편 추진” 등 13개의 개혁 과제가 열거되어있다.


문제는 실천 여부다. 공약을 실현시키겠다는 의지는 강하지만, 정책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을 때가 많다. 새 정치권력에 대한 관료권력의 조직적인 ‘저항’을 여러 차례 경험한 터다. 집권 초기 숨죽인 채 상대의 ‘실력’을 가늠해보다가 때가 되면 일제히 ‘반격’을 가하곤 한다. 결과는 물론 개혁 내지 ‘진보적인’ 교육공약 폐기다. 이처럼 개혁 성향의 정치권력이 관료권력을 제어하지 못할 경우 교육개혁의 좌절은 필연적이다.


그러나 이런 것만 있는 게 아니다. 교육행정 제도 차원의 문제도 찬찬히 살펴봐야 한다. 개혁이 성공하려면, 교육부와 시ㆍ도교육청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교육감 주민직선제 도입 이후 중앙과 지방 교육 정치-행정 권력의 불일치가 현실화되었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정책경쟁의 장”이 본격화된 것이다. 그러나 중앙과 지방의 교육개혁 추진체 간의 갈등과 대립으로 치닫게 될 가능성 또한 그만큼 커진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갈등 경험이 바로 그런 예다.


물론 현 정부의 교육부와 교육감이 충돌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와는 달리 중앙과 지방 교육 정치-행정 권력의 불일치(mismatch) 정도가 현저히 낮아졌기 때문이다. 현 정부와 13개 시ㆍ도 ‘진보교육감’들은 차이보다는 동질성이 훨씬 높다. 선거법 위반 등으로 낙마가 기정사실화된 울산 교육감을 제외하면 보수 성향의 교육감은 대전, 경북, 대구 등 세 곳뿐이다. 그런 점에서 현 정부는 공약 이행에 아주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지방교육자치 관계 법령의 입법지체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새 정부가 간과해서는 안 될 시급한 과제에 대해 함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다름 아닌 지방교육자치제도 관계법령의 정비가 그것이다. 현 정부와 떼래야 뗄 수 없는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더 절실해진 문제다. 사실 문제의 뿌리는 현행 지방교육자치제도의 골격이 마련된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 제정하면서 중앙과 지방 교육 정치-행정 권력의 불일치를 전혀 상정하지 않았다.

 

5.16군사쿠데타 이래 교육부장관과 교육감 권력의 불일치경험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와 함께 지방교육자치를 중단시키고 대통령이 교육감을 임명해온 결과였다. 하지만 1991년 지방교육자치 관련 입법은 과거와 달랐어야 했다. 교육위원회에서 교육감을 선출하도록 하는 간선제였지만, 선출직인 만큼 중앙정부(교육부장관)와 성향이나 정책 지향이 다른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 등을 고려했어야 했다.


만일 그랬었더라면,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은 말할 것도 없고 교육부장관과 교육감의 사무와 권한 관계 법령들이 대대적으로 정비되었을 것이다. 모두 양자의 권력이 일치한다는 전제 하에 만들어진 법령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런 방향의 후속입법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양자의 사무와 권한 관계를 직접 규율하고 있던 ‘6개의 기본법령’(교육기본법, 초ㆍ중등교육법, 정부조직법, 지방자치법,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교육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조차 지금도 과거 그대로인 상태다.


여기에 더하여 교육감 주민직선제 도입 이후의 상황이 문제를 한껏 증폭시켰다. 2006년 12월 법률 개정에 따라 보궐선거가 치러지다 급기야 2010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교육감이 선출되었다. 결과는 서울, 경기를 필두로 6개 시ㆍ도에서 ‘진보교육감’이 등장하는 말 그대로 대약진이었다. 2014년 6월 선거에서는 무려 13개 시ㆍ도에서 ‘진보교육감’이 배출되었다. 이로써 중앙과 지방 교육 정치-행정 권력의 불일치가 한층 공고해졌다.


그 정치적 귀결이 다름 아닌 교육부장관과 교육감의 사무와 권한을 둘러싼 갈등의 심화였다. 시국선언교사 징계,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 교원(능력개발)평가, 무상급식 등을 둘러싼 대립이 아직도 생생하다. 최근만 하더라도 전교조 전임자 징계에 대한 이견 표출, 누리과정 예산 갈등, 서울시의 자사고 폐지를 둘러싼 공방 등 해당 되지 않는 정책이 없을 정도다. 이에 교육부가 시정명령, 직무이행명령, 형사고발 등의 조치를 남발하는 한편, 도를 넘은 행정입법 등으로 자신의 정책의지를 일방적으로 관철시킴으로써 갈등이 증폭되었다.


과거 중앙과 지방의 권력 불일치를 상정하지 않은 지방교육자치 관계 법령의 입법 문제에 더하여 교육감 주민직선제 이후 빈발해온 갈등 양상 등이 사태를 악화시켜온 것이다. 이런 상황을 즐겨온 교육부는 그만두더라도 국회의 행보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입법기관으로서 책임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지지부진한 대응으로 일관해왔기 때문이다. 2006년 12월 법률 개정의 ‘원죄’가 크다.


이 문제에 관한 한 현 정부를 일군 정치세력들이 더 큰 책임이 있다. ‘참여정부’ 시절 집권 여당으로서 법률 개정을 주도하였기 때문이다. 교육자치를 일반자치에 통합한다면서 교육위원회를 시ㆍ도의회로 통합한 것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그 대가로 교육감 주민직선제를 도입한 마당에 교육부장관과 교육감의 권력 불일치를 예상한 후속입법에 힘을 기울어야 했다. 우물쭈물하다가 어디서부터 수습해야 할지 모르는 난감한 처지에 몰리게 된 것이다. 입법지체 상황이 장기화가 결코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입법지체 상황 해소를 위한 지방교육자치 관계 법령 정비가 시급하다!
 

지방분권론을 내세웠던 ‘참여정부’ 이후에도 정부 주도의 권한 이양(local empowerment) 작업은 꾸준히 계속되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특별히 ‘4.15 학교자율화 조치’를 통해 말로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교육부문의 권한 이양 의지를 더 강하게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진보교육감’이 등장하여 교육부장관과 충돌을 거듭하자 정부의 권한 이양 조치는 흐지부지된다. 역설적이게도 권한 이양 등의 법령 정비가 더 절실히 요구되는 교육감 주민직선제 도입 이후에 관련 조치가 중단되거나 오히려 퇴행을 거듭하게 된 것이다.


결이 다른 접근이긴 하지만, 적어도 2014년 8월까지만 하더라도 규제완화(deregulation) 차원에서 교육감에게 실질적인 권한 이양 방침을 세워놓고 있었으나 이 또한 철회된 상태다. 이렇게 권한 이양을 중단하게 된 배경에는 중앙과 지방 교육 정치-행정 권력의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지방분권론에 입각한 것이든 아니면 시장주의 관점에 터한 것이든 간에 교육부장관의 사무와 권한을 교육감에게 이양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주민직선제의 ‘소용돌이’ 속에서 형해화 된 형국이라 할 만하다.


일찍이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집권 여당과 한국교총 등 교육계의 보수세력은 당면한 문제 상황이 모두 ‘교육감 주민직선제 탓’이라 하면서 이를 폐지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그러나 2015년 11월 헌법재판소가 한국교총이 주도한 교육감 주민직선제 위헌심판 청구를 각하하는 한편, 2016년 4월 총선 결과 여소야대가 됨으로써 주민직선제 폐지 움직임은 상당 기간 잠복기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유권자들의 뜻이 주민직선제 폐지가 아니라 입법지체 상황 해소에 있다는 사실은 재차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교육감 주민직선제가 존속되는 한 중앙과 지방 교육 정치-행정 권력의 불일치는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므로 지방교육자치에 있어 차기 정부의 일차적인 과제는 입법지체 상황을 속도감 있게 해소하는 일이다. 정도는 덜하겠지만, 새 정부에서는 보수 성향의 교육감이 대립각을 세우는 국면이 조성될 공산이 크다. 여하튼 중앙과 지방 교육 정치-행정 권력의 불일치가 갈등과 다툼을 넘어 “생산적인 정책 경쟁”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관계 법령의 정비가 필수적이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게임의 규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입법지체 상황 해소를 위한 법령 정비 과제는 다음 몇 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다. 먼저 ‘교육부장관과 교육감의 사무와 권한에 관한 기본법’(가칭) 제정을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빈발하는 갈등 현안 대응을 위한 기본적인 규준 마련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교육부장관과 시ㆍ도교육감의 사무와 권한 관계 법령의 입법지체 상황 해소에는 어쩔 수 없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그 필요성을 한층 더해주고 있다. 교육기본법(1997. 12. 13 제정ㆍ공포)이나 행정규제기본법(1997. 8. 22 제정ㆍ공포) 등이 좋은 입법례가 될 수 있다.


다음으로 교육부장관과 교육감의 사무와 권한을 직접 규율하고 있는 6개 ‘기본법령’ 정비의 과제다. 정비 방향은 교육부장관과 교육감의 사무와 권한 소재를 명확히 하는 한편, 교육부장관의 사무와 권한을 축소 조정하는 것이다. 현 정부에서도 대선에서 “중앙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한다”는 공약을 내건 만큼 기대해봄직하다. 이 과제와 관련해서는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켜온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여부 등이 함께 검토될 필요가 있다. 그럴 경우 ‘기본법령’ 정비는 “국가교육위원회-교육부장관-시ㆍ도교육감(- 단위 학교)” 간의 사무와 권한 배분의 문제로 집약된다 할 것이다.

 

끝으로 교육부장관과 교육감의 사무와 권한 관계 ‘주요 법령’ 정비도 빼놓을 수 없다. ‘주요 법령’이란 교육부와 교육감 간의 갈등 의제와 관계있는 법령을 뜻한다. 예컨대,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갈등을 겪으면서 시급히 정비되어야 할 것으로 확인된 유아교육법, 영유아보육법,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등이 그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서울시의 자사고 폐지를 둘러싼 공방과 관련해서는 초ㆍ중등교육법과 동 시행령 등이 정비의 대상이 된다. 이렇게 입법지체 상황의 장기화에 따른 ‘주요 법령’ 정비의 과제는 갈등의제가 많았던 만큼 이루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다.  

 
제도 개편 논의는 “지방교육 정치-행정의 민주화” 문제로 수렴되어야 한다!
 

지방분권론이나 지방자치 강화론은 정치-행정의 민주화 문제로 수렴되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참여정부’ 출범을 계기로 득세하였던 지방분권 정책에서 시장주의자들과 ‘낭만적 지방분권론자들’이 동거하였던 경험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런 점은 지방교육자치 영역에서도 그대로 확인되는 바, ‘참여정부’ 이래 줄곧 지방분권론이 지방교육자치제도 개편의 강력한 정당화논리로 자리해왔다.


교육부문에서는 유독 권력의 수직적 배분에 관한 입론(지방분권론)으로 권력의 수평적 배분의 문제(교육자치와 지방자치의 통합)를 정당화하려는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었던 것이다. 사정이 그렇기는 했지만, 제도 개편 입론의 설득력이 떨어지고 제도 통합에 반대하는 세력이 강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처음에는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2003년 7월 4일 대통령보고에 발맞추어 행정자치부가 입법 예고한 아래의 지방분권특별법(안) 제9조에 담긴 교육자치제도 개선의 기본방향에 그런 점이 잘 나타나 있다.  

제9조(특별지방행정기관의 정비 등) ② 국가는 지방교육에 대한 주민참여를 확대하고, 지방자치단체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는 등 교육자치제도를 개선하여야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구태여 조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2013년에 제정된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 제12조에서는 자신들의 의중을 아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지방교육자치의 ‘운명’을 결정하는 조문을 아래와 같이 바꾸면서도 교육관계자들의 참여는 원천적으로 봉쇄하였다. 이 조문에 따라 대통령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는 오로지 제도 통합에 주목해왔다. 그러나 이제 지방교육 정치-행정의 민주화를 제도화하는 길이 무엇인지를 중심에 놓고 대안을 모색해나가야 할 때다.
제12조(특별지방행정기관의 정비 등) ② 국가는 교육자치와 지방자치의 통합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마침 광주광역시교육청, 서울특별시교육청,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등에서 입법지체 상황 해소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관계 법령 정비를 위한 연구 사업을 지속해왔다. 교육부와의 갈등 과정에서 법령 정비의 필요성을 절감한 당사자로서 자연스런 행보라 할 수 있다. 연구결과를 토대로 국회 등을 향해 기본법 제정 등 법령 정비의 필요성을 강하게 피력한 바 있다. 이 문제에 관한 한 새 정부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함께 풀어나간다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럴 때 국회도 운신의 폭이 넓어지게 될 것이다. 모두 새 정부의 교육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한 기초공사와도 같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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