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소개ABOUT IGG

언론보도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연구원의 소개입니다.


이재용씨에게 권한다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4-09-29 14:52:25
  • 조회수 : 1561
한겨레신문[세상읽기] 돈이면 안 되는 게 없다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서 이재용씨는 대한민국 최고 갑부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로 태어났으니 천하의 행운아임에 틀림없다. 평생 일하지 않고 놀고먹어도 하고 싶은 일은 다 하고도 남는 유산의 상속자다. 그런데 굳이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하려고 한다. 이건희 회장의 건강상태에 관해 갑론을박이 있지만 경영 일선에 복귀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최근 삼성그룹은 이재용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삼성에스디에스(SDS)에 이어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 상장도 앞당기기로 했다. 각각 11월 중순과 12월 중순 상장을 목표로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이재용씨의 경영권 승계는 3대 세습이라는 모양새도 그렇고 경영능력에 대한 항간의 우려도 많지만 어차피 기정사실로 된 마당에 재를 뿌리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잘해나가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 삼성전자를 비롯해서 삼성그룹의 계열사들은 한국경제의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가지 권유를 하고자 한다. 사재를 털어 대규모 사회공헌을 하고, 좀더 떳떳하게 출발했으면 한다.

 

첫째, 이재용씨는 에버랜드와 삼성에스디에스 등 계열사들의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의 발행을 통해 삼성그룹의 실질적 최대주주가 되었고 현재 추진하고 있는 상장을 통해 천문학적 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 지난 삼성에스디에스 상장 추진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장에서는 이재용씨가 약 1조3000억원의 평가차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최근 장외시장의 거래가격이 오르는 추세를 보면 4조원이 넘어갈 수도 있는 형국이다. 제일모직 상장을 통해 이에 버금가는 이익을 또 얻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기록적인 수익률은 현명한 투자나 기막힌 운의 결과가 아니라 삼성그룹이 일련의 위법적인 행위를 통해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이재용씨에게 특혜를 몰아준 결과였다. 비록 대법원이 “절차적, 형식적 요건상의 하자는 없다”고 판시했지만 전반적인 과정의 위법성은 인정하였고, 무엇보다 온 국민이 이를 알고 있다. 응분의 사회적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둘째, 이건희 회장은 지난 2008년 삼성특검 수사로 4조원에 이르는 차명재산이 드러난 후 자신의 퇴진을 포함한 쇄신안을 발표하면서 “조세포탈이 문제가 된 차명재산을 실명으로 전환하면서 누락된 세금 등을 모두 납부한 후, 남는 돈을 회장이나 가족을 위해 쓰지는 않고 유익한 일에 쓸 수 있는 방도를 찾아보겠다”고 하였다. 6년이 넘게 흐른 지금까지 이 돈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아무런 발표도 없었다. 이 회장이 의사결정 능력을 상실했으니 상속자인 이재용씨가 부친의 뜻을 받들어 이행해야 할 것이다.

 

셋째, 갈수록 심화하는 양극화를 방치하고는 한국 경제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없고 삼성이 잘나갈 수 없다.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과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사회’를 위한 삼성의 결심을 보여주어야 한다.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 등의 기부, ‘책임적 부’(Responsible Wealth)나 ‘기부서약’(Giving Pledge) 등의 운동은 단순한 자선행위가 아니다. 자본주의의 미래를 걱정하는 깨어 있는 부호들의 개혁운동이다. 며칠 후 한국을 방문하는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경고하는 세습자본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인 이재용씨가 이런 운동에 동참하면 참 좋겠다.

 

나아가 이재용 체제의 삼성은 노동자의 인권을 존중하는 경영을 하며, 협력업체들과의 상생을 실천하고, 순환출자 해소 등 지배구조의 개혁을 추진할 것을 기대한다.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이사장  

 

한겨레신문 : 2014.09.15 1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