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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체제 버리고 민주주의 새 판 짤 때” 합의제 민주주의·비례대표제 강화로 한국형 다당제 도입 촉구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3-12-19 11:29:15
  • 조회수 : 2205
[일요주간=김진영 기자] 절차상의 민주주의를 이룬 87년 이후 다수가 아닌 소수를 대변하는 현 정치제도의 문제점을 돌아보고 한국정치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정책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지난 11일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는 이화여자대학교 이화·SK텔레콤관 지하1층 컨벤션홀에서 제2회 정책심포지엄 ‘한국 민주주의 새판짜기: 합의제 민주주의를 향하여’를 통해 한국정치 개편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본격적인 토론에 들어가기 앞서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 인사들의 축사가 이어졌다. 한국정치의 문제점으로 거론되고 있는 거대 양당 중 하나인 민주당의 김한길 대표는 이날 인사말을 통해 “제1야당 대표의 입장에서 새판짜기라는 말이 움찔하게 들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는 그렇지 않다”면서 “안철수 의원님 같은 분은 이런 제목을 좋아하실 것 같기는 한데 저도 좋아 한다”고 정치권의 문제의식에 동조를 표했다. 그는 “우리 정치가 부단히, 기꺼이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저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제3당인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현재와 같은 양당체제로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는 점을 짚으며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국민의 이해를 광범하게 대변하는 정치적 다원주의가 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정치권이 온건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권연대에 대해서도 그는 “정치혁신의 경쟁을 전제로 하지 않는 야권연대는 낡은 것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 한다”며 “현존하는 정치체제의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하는 노력이 구체화될 때가 되지 않았나한다”고 말했다.

최근 새정치추진위원회를 발족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지식을 공유하면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보는 구조가 지식정보사회의 근간을 이룬다고 볼 수 있으나 우리나라는 지식공유로 인해 오히려 개인이 손해를 보는 것 같은, 즉 믿음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자기 이름이 달려있는 댓글에는 관심을 기울이면서 공동프로젝트에는 참여가 미흡하다는 것이 우리나라 실정이다”라며 “지식공유문화가 척박한데서 오는 국가경쟁력손실이 엄청나다”고 강조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위한 제도 변화 모색

첫 번째 세션에서는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한 민주주의 새판짜기 주제로 합의제 민주주의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발제를 맡은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최태욱 교수는 87년 직선제 개헌으로 이룬 절차적 민주주의가 양극화나 빈곤층 등 한국사회의 병폐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한국사회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 자영업자 중소상공인 집단의 이해를 정치가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다수결의 원칙이 관철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포괄의 정치(politics of inclusion)를 보장하는 제도와 절차를 완비해야 하며, 특히 중요한 것이 정당정치의 활성화라고 강조했다.

최태욱 교수는 “실질적 민주주의의 성숙을 위해서는 정치적 대리인으로서의 정체성이 분명한 다수의 유력 정당들이 정책결정과정에 상시적으로 포진해 있도록 하는 제도와 절차를 갖춘 민주주의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절차적 민주주의는 ‘다수제’와 ‘합의제’로 구분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다수제’ 민주주의는 양당구조와 소선거구에서 비롯된 일위대표제 등의 승자독식 등의 문제점이 드러난다. 반면 유럽 국가들이 채택한 ‘합의제’는 다당구조를 가지며 비례대표 등 혼합형 선거제도의 특징으로 다양한 사회세력들을 대변하는 정책과 정당들이 정치권에 나설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또 복지국가 건설은 오랜 기간과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친복지세력의 장기집권을 필요로 하는데 다수제에서는 정책의 장기적 지속성과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반면, 합의제에서는 국가정책이 연립을 구성하는 다수 정당들 간의 합의나 협의에 의해서 결정되며 정책 수렴 노력이 지속되기 때문에 보다 친복지기조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민주화 측면에서도 시장이 사회 구성원들 간의 협의나 합의에 의해 조율되고 조정돼야 하는, 즉 시장이 사회적 영향력 하에 놓이게 하는 것도 포괄의 정치가 작동 가능한 합의제에서 실현 가능성이 커진다.

최 교수는 “합의제 민주주의 체제의 출발점은 비례대표제의 개혁”이라며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급선무이며, 나아가 2017년 19대 대선에 나설 대권주자로 하여금 ‘민주주의 새판짜기’를 공약으로 내세우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도만능주의 경계, 정치력 부재가 문제의 핵심

하지만 제도만 바꿔서는 궁극적인 해결이 요원하다는 지적도 따랐다.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이철희 소장은 “지금 제도에서도 비례대표로 선출되는 분들이 있다(54명). 그 분들이 과연 지역구 의원보다 더 낫다고 장담할 수 있느냐”고 꼬집었다. 비례대표제의 장점에 대해서는 동의하나 비례대표 의원들의 역할이 미미한 상황에서 과연 국민들의 합의(비례대표제의 필요성)와 맞닿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양당제가 후진적이라는 비판은 과한 측면이 있다는 이 소장은 “결국 관건은 좋은 정당의 존재인데 어떻게 하면 좋은 정당을 건설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나 전략이 빠져 있어 공허한 외침으로 끝날 수도 있다”며 “무조건 제도의 탓으로 돌려서는 안되며 궁극적으로 정당의 실력을 키워야 한다고 볼 수 있다”고 짚었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은 연장선상에서 양당제는 의석구조일 뿐 문제의 핵심은 정치력의 부재에 있음을 꼽았다. 과거 민주노동당이나 안철수 현상 등에서도 제3세력의 존재는 있어왔으며 정치적 구조와는 별개로 주체의 정치적 능력을 구현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는 입장이다.

오 위원장은 “첫 번째는 양당구조 제도만의 문제가 아니며 두 번째는 비례대표 정당체제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국민들의 체감도는 낮다는 점, 세 번째는 (현 정당이) 정치를 잘 못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복지국가의 의제가 뒤로 물러나게 된 것은 결국 이해당사자들과의 결합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그는 “만약 복지국가가 의제라고 하면 다수제라고 후퇴 되는게 아니라 복지세력과 결탁하지 못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민주당이 복지의제를 선거에서 내걸었지만 그 이해당사자, 세력들과의 결합이 부재했던 것, 사실상 없었던 것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니겠냐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오건호 위원장은 또 “지금 야권이 다당제를 원한다면 제도개편 이전에 그 이해관계자들이 자신을 지지할 수 있도록 그 주제에 대해 경제민주화든 복지공약이든 결합과 소통, 끈끈함이 있어야지 만이 비례대표 추천공천제에도 지지가 가는 것이고 그런 정당들이 주장하는 정책이나 선거구조 개혁에서도 반대정치세력들을 넘어설 수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그런 면에서 결국은 지금의 선거제도를 바꾸면 좋은 정당 좋은 정치가 되는 것이 아니고, 굳이 방점을 찍는다면 지금 정치가 제대로 도움이 돼야 결국은 이런 정치구조의 개혁도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모든 길은 정치로 통한다”고 입을 연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은 복지국가나 경제민주화, 평화체제 등 핵심 아젠더 씨앗을 뿌리는 과정이 중요하며 언젠가는 꽃을 피울 것이라고 역설했다.

2008년 이후 복지국가, 경제민주화에 대한 전반들이 씨앗처럼 뿌려졌는데, 2012년 모든 대선주자들이 공약으로 내걸 만큼 핵심 담론으로 자리매김 했다는 것이다.

정동영 상임고문은 “지금 모든 논쟁을 결국 정치로 귀결한다고 했을 때 복지국가, 경제민주화, 평화체제에 대한 열망을 어떻게 실현시킬까 하는 전제로서, 방법으로서 정치의 전환, 권력구조의 개편, 선거제도의 개혁, 이런 씨앗을 뿌리는 역할이 바로 지식인들의 몫이고 오늘 이런 토론회를 통해 다음에 다가올 2014년, 2016년, 2018년 국면에서 무언가를 기대해볼 수 있겠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