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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비용 2부[6] 재벌과 부유층만 유리한 조세재정 정책_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4-12-23 15:19:17
  • 조회수 : 1017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와 프레시안이 공동기획한 "MB의 비용" 2부 최종회입니다(2014. 12. 22 프레시안 게재)

로또 판매점이 대폭 늘어난다. 정부 방침이다. 로또 판매가 늘어나면 누가 득을 볼까. 어차피 당첨자 수는 한정돼 있다. 로또 구입비용은 거의 모든 사람에게 버리는 돈이다. 그 돈을 챙기는 건 정부다. 로또 판매금액 가운데 절반만 당첨금이다. 당첨금에 다시 세금이 붙으므로, 판매액의 절반 이상은 정부가 쓰는 셈이다. 

도박심리를 부추긴다는 비판에도, 로또 판매점을 늘리겠다는 정부 방침은 결국 재정 악화에서 나왔다. 흡연인들을 한숨짓게 한 담뱃값 인상 역시 세수 확충이 주요 목표다. 국민 건강에 대한 고려 때문에 담뱃값을 올린다고 믿는 이가 얼마나 될까.

군사정부 시절, 그리고 민주화 이후, 성격이 전혀 다른 정권이 들어섰지만, 재정 건전성이란 면에선 닮았다. 세입과 세출을 맞추려는 노력은 일관됐다. 이명박 정부가 이런 전통을 깼다. 4대강 사업에 천문학적인 재정을 쏟아 부었다. 제대로 된 타당성 조사도 없었다. 자원외교 등 정치성 국책 사업으로 인한 재정 낭비 역시 만만치 않았다. 세출이 늘었는데, 세입은 오히려 줄었다. 이른바 '부자 감세' 조치 때문이다. 재정 악화는 필연이다.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된다. 낮 시간 지하철을 타면, 주로 어르신들을 보게 된다. 굳이 지금보다 더 복지 수준을 높이지 않아도, 고령 인구 증가는 자연스레 복지 수요를 증가시킨다. 연금 및 건강보험 재정에 써야 할 돈이 늘어난다. 그런데 정부 금고에 돈이 말라간다. 이명박 정부를 이어받은 현 정부는 선거 시기 내걸었던 다양한 복지 공약을 사실상 철회했다.

'부자감세', '낭비적 재정 지출' 등으로 요약되는 이명박 정부의 재정정책이 남긴 후유증은, 앞으로도 오래 지속될 전망이다. 그 영향은 담배나 로또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공무원 연금, 누리과정 등을 둘러싼 갈등 역시 재정 악화가 주요 원인이다. '재정'이라는 따분한 주제에 대해 시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프레시안>이 강병구 인하대 교수,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등을 한자리에 초대한 것은 그래서였다. 지난 5일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 회의실에서 이명박 정부의 조세 재정정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성현석 프레시안 기획취재팀장이 진행한 이날 대담을 여정민 기자가 정리했다.

▲ 강병구 인하대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 강병구 인하대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지하경제 양성화만 해내도 박근혜 정부는 성공"

프레시안 : 기획 이름이 'MB의 비용'이다. 말 그대로 이명박 정부가 남긴 것에 대한 이야기다. 오늘은 재정 정책 이야기를 하려 한다.

유종일 : 이명박 정부가 경기 부양에 관심이 많았다. 정권 초기에 터진 글로벌 금융 위기 때문에 그 필요성도 있었다. 그런데 경기 부양의 방법은 여러 가지다. 결론적으로 보면, 가장 경기 부양 효과가 적고 재정에는 나쁜 방향을 썼다. 부자 감세다. 돈을 쓰는 방향은 환경 파괴하고 부담만 더 커지는 방향이었다. 일시적인 경기 부양을 넘어 만성적인 적자 구조를 만들어놓은 것이다. 가증스러운 것은 정권 말기에 갑자기 재정 건전성을 얘기하며 복지는 안 된다고 나왔다는 점이다. 무책임한 정치의 종합 세트였다.

강병구 : 프랑스 자유주의 경제학자 프레드릭 바스티아의 '깨진 유리창의 비유'가 있다. 빵집 아들이 옆 집 유리창을 깼는데, 주위에서 '유리창도 좀 깨야 유리창 만드는 사람도 먹고 살지 않냐'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먹고 살기 위한 투자도 필요하지만 그것이 꼭 유리창을 깨는 방식이어야 하는가. 보다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방식도 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도 그렇다. 과연 돈을 그렇게 썼어야 하는가. 최근에는 자원외교 문제까지 불거졌다. 증세가 필요한 시점인데, 재정 낭비 혹은 비리 사건이 터지면 증세에 대한 반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유종일 : 박근혜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를 한다고 했다. 그 재원으로 지하경제 양성화, 정부 지출 구조조정 등을 말했다. 그 영역에서 엄청나게 재원이 나올 것처럼 했지만 막상 재원 마련은 안 되고 있다.

강병구 : 지난해 세무조사를 강화해 세수는 좀 확보한 것 같다. 그런데 너무 세무조사에만 의존하다 보니 제도화, 시스템화는 잘 안 되고 있다. 지하경제는 역외탈세도 걸려 있고, 차명 계좌도 걸려 있다. 재벌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경제민주화를 추진해도 지하경제는 일정하게 양성화된다. 지하경제만 제대로 양성화시키면 박근혜 정부는 성공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만큼 중요하고도 어렵다.

오스트리아의 프리드리히 슈나이더 교수의 분석을 보면,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25% 정도로 나타났다. 절대 수치보다 국가 간 상대 수치가 더 의미가 있다고 보면, 우리 지하 경제 규모가 미국의 3~4배 정도다. 지하경제는 과세의 수평적 차원의 형평성 문제와 관련이 있어 중요하다. 예산 낭비 요인을 제거하는 것 못지않게 과세 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

유종일 : 박근혜 정부가 다 잘못하는 건 아니다. 지하경제 양성화에서는 조금의 진전을 가져왔다. 그러나 기대만큼 큰 재원 마련은 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소위 '꼼수 증세'를 하려는 것이다. 담뱃값이 대표적이다. 주민세, 자동차세까지 서민에게 부담되는 증세를 하고 있다. 부자감세로 생긴 재정 문제를 서민증세로 메우려 한다. 경제 활성화에도 저해가 될 뿐 아니라 경제정의 차원에서도 말이 안 된다. 서민증세의 한편에서는 회원제 골프장 부담금을 면제해주고, 가업 상속에 대한 혜택도 준다고 하지 않나.

▲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법인세 감세 혜택 75%를 대기업이 챙겨"

프레시안 : 일단 이명박 정부에서 있었던 부자 감세 규모부터 짚어보자.

강병구 : 2008년 세제 개편이 큰 폭의 감세였다. 소득세율이 인하됐다. 법인세율도 2단계에 걸쳐 3~5%포인트 인하됐다. 소비세는 하이브리드차 개별소비세를 면제해줬다. 그 밖에도 1세대 1주택 양도소득세 감면요건을 강화하고 과세범위도 조정했다. 종합부동산세율은 크게 인하했다. 2009년으로 넘어가며 감세에 대한 저항이 있고, 부자감세 논란이 있어서 인하폭이 조금 조정됐다. 소득세 최고세율의 인하를 유예하고, 자동차 소비세 경감과 부동산 양도세 중과폐지 등을 통해 내수회복 지원에 나섰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세수감소를 추계해 보면, 행정부에서는 전년도 대비 방식으로 33조 원으로 발표했고, 예산정책처는 기준연도 대비 방식으로 90조 원에 달할 것으로 봤다. 국세가 줄어들면 당연히 그와 연동된 지방교부세 등이 줄어드니 지방재정도 30조 원 감소 효과가 발생한다고, 예산정책처가 보고서를 냈다. 사실 종합부동산세가 이명박 정부 들어 반 토막이 났기 때문에, 지방재정의 재원도 더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액수는 2008년 세법 개정을 기준으로 추계한 것이고, 실제로는 액수가 다르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이 국세청의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것을 보면, 이명박 정부의 세법 개정으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총 63조 원의 세수가 감소했다. 이 가운데 32조 원은 중산과 서민, 그리고 중소기업에게, 나머지 31조 원은 고소득층 및 대기업에게 지원된 것으로 나온다. 이렇게 보면 부자감세만은 아니라는 반박도 가능하다.

하지만 정부의 통계는 고소득자영업자의 세금감면액을 중소기업 감면에 포함시키고,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양도소득 감면액을 모두 서민중산층에게 돌아간 혜택으로 분류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중산서민층에 대한 감면혜택이 오히려 부풀려진 셈이다. 또 중산서민층과 고소득층에 대한 인구, 소득, 납세액의 분포를 고려하지 않고 감세혜택이 중산서민층과 고소득층에 균등하게 배분됐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전순옥 의원실에서 이명박 정부의 법인세 인하 효과를 기업 규모별로 분석한 자료를 보니,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법인세 감세규모의 75%를 대기업이 가져갔다. 매출액 기준 상위 10대 기업의 실효법인세율이 2012년 기준 13%다. 외국납수세액공제를 제외한 건데, 그걸 포함시켜도 16%에 불과하다. 우리 세제 혜택이 대기업에 상당히 집중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산업용 전기 가격, 깎아도 너무 깎았다"

▲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세금은 줄어드는데 정부도 돈은 써야하고, 그러다 보니 편법적 방법을 많이 썼다. 이 편법 역시 이명박 정부가 남긴 사회적 비용 아닌가.

유종일 : 정부가 분식회계를 했다고도 하는데, 대표적으로 수자원공사에 부채를 떠넘긴 것을 들 수 있다. 그뿐 아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을 할 때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게 돼 있는데 그것도 안 했다. 4대강 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 공사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예비타당성 조사가 없었다. 우리 사회가 그동안 조금씩 쌓아 왔던 시스템을 이명박 정부가 다 무력화시킨 것이다. 당장 계산이 떨어지지는 않지만 심각한 사회적 비용이다.

강병구 : 공기업 부채는 이명박 정부 이후 급격하게 증가했고, 상당한 재정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 공기업의 부채 증가 요인은 여러 가지다. 4대강 사업처럼 중앙정부 재정 사업을 수행하면서 생긴 부채가 있다. 정책 실패도 한 요인이다. 대표적인 게 자원외교다. 또 한 가지, 요금 통제 원인도 있다. 전기는 기업에게 생산 단가 이하로 제공된다.

유종일 : 만약 산업용 전기 가격이 경제개발협력국(OECD) 유럽국가 평균 수준이라면, 기업들이 전기 요금을 얼마나 더 부담했어야 할까를 계산해 본 적이 있다. 그 차이를 가상적 보조금으로도 볼 수 있는데,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연간 27조6000억 원으로 나왔다. 5년으로 놓고 보면 100조가 넘는다.

산업용 전기를 엄청나게 싸게 공급한 건 오래된 일이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대목이 있다. 김대중 정부 때만 해도 OECD 유럽 국가 대비 70% 수준이었다. 노무현 정부 때는 65% 수준이었는데,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서 40%까지 떨어졌다. OECD 유럽국가 대비해 우리나라가 기업에 엄청난 보조를 해준 것이다. 이렇게 차이가 벌어진 이유가 있다. 2008년 환율이 오르면서 유럽에서는 전기 생산 원료인 기름 값, 즉 원가가 오른 것을 다 전기 값에 반영했다. 그런데 우리는 안 올렸다.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위해 온 국민이 밀어주고 있는 셈이다.

강병구 : 강만수 전 장관이 취한 고환율 정책도 비슷한 사례다. 환율 방어 차원에서 정부가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그 혜택은 모두 수출 대기업이 가져갔다.

"공기업 도덕적 해이 불러 놓고, 공기업 선진화?"

프레시안 : 공기업 문제를 조금 더 얘기해보자. 정부 재정 지출의 효율이 낮은 문제, 공적 성격이 낮은 분야로 재정이 지출되는 문제 등은 공공기관 경영의 불투명성과도 맞물려 있다.

강병구 : 한편으로는 공공기관 내부 비효율의 문제도 있다. 관료적 경직성은 개선이 필요하다. 공기업의 생산 과정에 대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원가정보 공개 등의 방식도 가능하다. 또 성과 지표에 대한 공정한 인사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공기업과 정치권력 사이의 불합리한 지배 구조 문제다. 권력형 지배구조에서 이해관계자형 지배구조로 바꿔야 한다. 프랑스의 공기업 이사회 제도가 좋은 예다.

유종일 : 제일 중요한 것은 낙하산 인사를 해소하는 것이다. 낙하산 인사는 전문성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치권력이 심어준 사람은 당연히 빚진 만큼 권력이 원하는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한다. 윗사람이 조직에서 인정받고 커 온 사람이 아니면 밑에서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는 것은 불변의 법칙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런 식으로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 문제를 일으켜 놓고, 한편에서는 공기업 선진화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 핵심이 사실 인력감축이었다. 정부가 재정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경기 부양을 해서 고용을 창출한다고 하면서, 또 한쪽에서는 공기업 인력을 대거 잘라버린 것이다. 앞뒤가 안 맞았다. 철밥통 여론을 불러일으키면서 복지 혜택은 줄여나갔다. 점점 빡빡하게 만드는 것을 선진화로 생각하는 것 같다.

공공부문은 사회 여러 영역에서 기준을 세워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우리는 공공영역에 투자를 안 한다. 전 국민이 같이 누리는 것의 품격을 높이는 게 아니라, 일부 부유층만 사적으로 품위를 누린다.

강병구 :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명박 정부에서 공공성이 크게 훼손되면서 우리 사회는 지대추구형 사회가 드러낼 수 있는 폐단이 크게 증폭됐다. 정상적인 자기 능력이나 기여에 따라 보수를 받는 공정한 배분 시스템이 아니다.

유종일 : 이명박 대통령 본인이 로비를 통해 경제적 지대를 추구하는 데 있어서는 대한민국 대표 선수 아닌가? (웃음) 강만수 전 장관도 똑같았다. 산은 회장으로 가자마자 한 일이 자기 연봉을 몇 배로 올린 것이었다. 이석채 KT 회장도 취임하자마자 자기 직함을 회장으로 고쳤다. 모두 이명박 대통령이 '대장'이 된 효과다.

"MB정부 5년, 공기업 부채 2배로 늘었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강병구 인하대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강병구 :
토마 피케티가 <21세기 자본>에서 소득세 최고세율을 80%까지 올리자고 한 이유가 바로 그런 지점이다. 세수 증대 목적이 아니다. 그렇게 되면 최고경영자들이 연봉을 고액으로 올릴 유인이 약화된다. 자본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차원이다.

우리가 국가 채무를 계산할 때,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을 따르다보니 공기업 채무는 빠진다. 그런데 공기업도 국가마다 상황이 다르다. 우리는 국가 재정으로 해야 할 것을 공기업이 추진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런 암묵적 채무를 포함해 국가채무를 보다 포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프레시안 : 그렇게 계산하면 이명박 정부의 부채는 더 커질 것이다.

강병구 : 공기업 부채까지 국가 채무로 넣으면 1000조가 넘는다.

유종일 : MB정부 5년 동안 공기업 부채가 정확히 두 배 증가했다. 정부 수립 이후 60년 동안 쌓아 온 공기업 부채의 규모와 MB 5년의 부채 규모가 같은 셈이다.

강병구 : 공기업이 보고 있는 적자를 누군가는 결국 메워줘야 한다. 두 가지 방법뿐이다. 국가 재정으로 메워주거나, 공공요금을 인상하거나. 사실 어떤 방식이든 납세자인 국민이 부담하는 꼴이다.

유종일 : 전기 요금 문제가 거론되니까, 정부가 현재 7단계로 돼 있는 가정용 전기 요금 누진제를 3단계로 바꾸겠다고 한다. 이 발상은 결국 전기를 많이 쓰는 사람들에게는 요금을 오히려 깎아주고, 적게 쓰는 사람들에게 돈을 더 내라는 꼴이다. 전기를 압도적으로 쓰는 곳은 기업인데 산업용 전기 값은 찔끔찔끔 올린다.

강병구 : 그러니까 대기업에만 돈이 쌓이는 것이다. 가계소득은 날로 줄어드는데.

유종일 : 국민들도 다 안다. 법인세 깎아주면 일자리가 생긴다고 했는데, 안 생겼다. 대기업은 돈 벌어 쌓아놓고 해외에나 눈 돌리고 국내 투자는 안 한다. 세금만 깎고 규제만 풀어준다고 물건 살 가계에 돈이 없는데 국내 투자가 이뤄지겠나.

강병구 : '보유부동산 100분위 현황(박원석 의원실)' 자료를 보니,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상위 1%가 소유한 부동산이 서울 면적의 5배나 늘어났다. 공시가격 기준으로 보면 400조 원 이상이다. 5년 동안 세금 깎아주고, 환율 방어도 해주고, 임금은 적게 주고, 전기 깎아주고 해서 사내유보금이 쌓였는데 그 돈이 전부 다 '땅 투기'로 쏠린 것이다. 나타난 몇 가지 단편적 사실을 열거해 보면 그런 결론이 나온다.

"법인세 인하, 고용 효과 없다는 것 증명됐다"

프레시안 : 기업의 사내유보금이 사회적 문제가 되니, 이에 대해 과세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런데 또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가 결국 '친기업 정책'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 돈을 투자로 돌리는 조건으로, 결국 혜택을 주겠다는 정책이 되리라는 얘기다.

유종일 : 현 정부의 최경환 식 접근은 효과도 별로 없다. 오히려 특혜가 될 수도 있다. 돈이 안 돌 때의 정통 경제학적 해법은 그 돈에 세금을 부과해 정부가 쓰거나 나눠주면 된다는 것이다. 경제학자 니콜라스 칼도어가 칠레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군사쿠데타 전의 정부에서 칼도어를 초청해 우리 경제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자문을 구한 것이다. 그때 칼도어의 해법은 간단했다. 세금을 확 올려라. 빈부 격차가 심하고 부자들이 투자는 안 하고 해외로 자금을 빼돌리니 세금을 매겨 공공투자를 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했다. 지금 대한민국이 딱 그 상황이다.

강병구 : 지난해 '유럽 개발·부채 네트워크'(EURODAD·유로다드) 포럼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그 포럼에 가보니 여전히 아프리카에서는 그런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엄청난 부가 창출되는데 1인당 국민소득은 여전히 낮은 문제, 우리도 그 정도는 아니지만 유사한 문제가 있다.

유종일 : 자원이 많은 나라들이 결국 그 자원을 놓고 권력 싸움만 치열하고 권력을 잡으면 빼돌려서 정작 나라는 망하는 일이 많다. 우리는 애초에 자원이 없으니 그 지경은 아니지만, 불법 해외 도피는 상당하다. 조세정의네트워크에서 조세피난처를 활용한 불법 해외 자금 도피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낸 적 있다. 추정치지만, 한국의 불법 해외 재산도피가 세계 3위였다. 러시아가 1위, 중국이 2위다. 불법 도피 자금 평가액이 무려 900조 원이다. 우리나라 외국인 투자의 상당수는 검은 머리 외국인 자본이다.

피케티도 말했지만, 자본수익율이 다 똑같지 않다. 다 긁어모아봐야 여유자금이 500만 원 수준이면 정기예금이 최고다. 세금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 그런데 자금이 몇 억 규모가 되면 말 그대로 '재테크'가 된다. 사모펀드 같은 곳에 들어가려면 기본 100억 단위는 되어야 한다. 진짜 돈 많은 사람은 좋은 투자 기회를 활용하고, 당연히 수익률이 올라간다.

재미있는 통계가 있다. 미국 사립대학 재단의 자산운용을 통한 수익률을 비교해 본 통계다. 하버드, 프린스턴, 스탠포드 등 자산규모가 큰 부자학교는 수익률이 10%가 나온다. 자산규모가 작아지면 수익률도 떨어진다. 수익률이 자산에 비례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강병구 : 사내유보금과 관련해 우리는 1967년 지상배당세를 도입했다가 1985년에 폐지했다. 미국이나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도 사내 적정 유보금을 초과할 경우 과세를 한다. 이른바 '최경환 3대 패키지'도 최근 국회를 통과했다.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인데, 근로소득 증대세제와 배당소득 증대세제, 기업소득 환류세제 등의 내용이 담긴 조세특례제한법과 법인세법 개정안이 그 내용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기업이 어차피 인상해줘야 할 임금에 세제혜택을 주는 것이 적절한가의 문제가 있다. 우리는 OECD 국가 가운데 저임금 인구도 가장 많고, 최저임금도 가장 낮다. 배당소득 증대세제도 결국 고액자산가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배당소득의 분포를 보면 상위 1%가 70% 이상을 가지고 있다. 기업소득 환류세제도 현대차가 한국전력 부지를 10조 원에 사면 그거 빼준다는 건데, 그게 과연 서민중산층 주머니에 들어갈까? 방향은 적절한데 구체적 내용은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이명박 정부에서도 투자와 고용 효과를 염두에 두고 법인세를 인하해줬지만, 투자 효과는 미미하고 고용 효과는 거의 없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그런데도 법인세를 계속 깎아줘야 하는가? 지금은 '최경환 3대 패키지'가 아니라 법인세를 다시 올려야할 시점이다. 기업은 법인세에 더해 사회보장기여금까지 내야 한다. 스웨덴은 법인세 실효세율이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사회보장기여금이 커서 둘을 합치면 기업의 조세부담율이 OECD 국가 가운데 상당히 높다. 우리는 둘을 합치면 OECD 국가 중 뒤에서 여섯 번째다. 법인세율은 중간 정도지만, 사회보장기여금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임금 안 오르면 재정 지출 효과 없다"

유종일 : 가계의 소득을 늘리는데 제일 중요한 것은 임금이다. 임금이 올라야 한다. 그런데 '이명박 경제'의 특징이 임금 정체다. 김대중 정부나 참여정부 때도 외환위기, 카드채 위기 등 위기는 있었지만 실질임금 증가율이 3.5% 수준은 됐다. 그런데 MB정부 때는 고작 0.2%였다. 가계소득 정체는 2000년대 들어와 생긴 문제지만 이명박 정부 때 특히 심해진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동조합의 협상력이 올라가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실질적으로 파업권이 없다. 하도 까다롭게 해 놓아서 거의 모든 파업이 불법이다. 노조가 파업만 하면 기업은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법원은 아무 가진 것 없는 노동자에게 몇십억 원씩 배상금을 물린다. 노동조합이 완전히 힘이 빠진 상태다. 지난 봄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이 세계 139개국 노동권 현황을 분석했는데, 한국은 제일 마지막 등급인 5등급으로 분류됐다. 5등급은 "노동권이 지켜질 것이란 보장이 없음(No guarantee of rights)"을 뜻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세금만 가지고 내수 침체 문제를 해결한다는 건 쇼일 뿐이다.

일본의 '아베노믹스'도 기로에 서 있다. 나는 워낙 케인즈주의 입장이니까 기본적으로 '아베노믹스'는 찬성이다. 1995년 일본 교토에 있을 때 <교토 신문>에 지금 상태에서 일본 경제의 불황을 해결하려면 임금을 올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썼었다. 일본이 이제 와서 돈을 푸는데, 정작 임금이 안 오른다. 일본도 그동안 비정규직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늘어서, 노동시장이 반응을 못 해주는 것이다. 그러니 국가 부채만 더 심각해지고 할 수 없이 또 소비세를 올렸다. 경제가 푹 꺼져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친기업 정책이나 친부자 정책이 당장 눈앞의 이익은 큰 것 같지만 제 발등을 찍는 것이다.

강병구 : '세이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공급은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고 뜻인데, 요즘은 틀린 말이다. 수요 부족이 심각한데, 시장에서 낙수효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원인이다. 기업이 임금 비용을 낮추는 방식으로만 이윤을 추구하다 보니, 더 그렇다. 결국 어느 시점에는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 그 수단이 조세 정책이고 재분배 정책이다. 고소득자와 대기업의 세율을 올려서 서민과 중산층 가계로 돈이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

유종일 : 기업이 돈을 벌면 주가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임금도 오르게끔 해야 한다. 대기업이 수출로 돈을 벌면 협력업체도 정당한 대가를 보장 받아야 한다. 그것이 포괄적 경제 민주화다. OECD의 공식 보고서에 따르면, 부의 재분배가 가장 안 되는 나라가 한국이다. 멕시코보다도 재분배가 안 된다. 고소득층의 실질 세금 부담도 OECD 국가 가운데 상당히 적은 편이다. 간접세 위주다 보니, 서민은 세금을 더 많이 낸다. 담뱃세를 올리니 그런 경향은 더 심화될 것이다. 조세를 통한 재분배 효과가 거의 미미한 수준이다.

조세정의나 세수 확대를 위해서도 종합부동산세를 부유세로 개편해야 한다고 본다. 왜 부동산에만 세금을 매기나. 피케티도 그런 주장이다. 세금을 걷는 것도 중요하지만 투명성이 더 중요하다. 우리는 부자들이 대체 얼마나 가졌는지, 그 규모 자체도 제대로 모른다. 부유세의 세율은 낮아도 좋다고 본다. 투명성을 위해서 도입 자체가 중요하다.

▲ ⓒ프레시안(최형락)

▲ ⓒ프레시안(최형락)


"담뱃세 올리면서, 법인세는 왜 못 건드리나?"

프레시안 : 담뱃세 인상 얘기가 나온 김에 간접세 얘기를 해보자. 한국납세자연맹은 담뱃값이 2000원 오를 경우 간접세 비중이 2012년 대비 0.9%포인트 오른 50.6%를 차지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강병구 : 조세체계가 갖춰야 할 바람직한 조건은 효율성, 공평성, 단순성, 세후확보의 충분성이다. 효율성을 강조하는, 기존의 보수적인 입장에서는 시장에서 왜곡 효과가 작은 세목 순으로 세를 올리고 싶어 한다. 시장 왜곡 효과가 가장 작은 순서대로 보면 재산세, 부가가치세, 소득세, 법인세의 순이다. 그런데 재산세는 정치적 부담이 크니 정권이 잘 안 건드린다. 박근혜 정부도 소득세 중심의 증세는 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제외 기준도 2000만 원으로 낮추고, 상장주식과 파생금융상품에도 과세를 한다. 여기까지는 잘 했는데, 담뱃세, 주민세, 자동차세 등 서민증세는 하면서 여전히 법인세에는 철벽을 쌓아 놓았다. 여야는 합의를 통해 재벌 대기업에게는 비과세감면 혜택 축소로 5000억 원 정도만 더 거둔다지 않나. 실제 그 돈이 5000억 원일지는 두고 봐야 하지만.

복지국가를 유형별로 나눠보면, 영미식 자유주의 복지국가는 상당히 누진적인 세제를 도입한다. 반면 북유럽식 사민주의 복지국가는 보편복지를 확산하면서 동시에 보편적 소비세나 사회복지세의 비중이 높다. 결국 조세 체계에서의 누진성은 어떤 형태의 복지국가를 지향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무엇보다 과세의 공평성이 상당히 취약하다. 이 상태에서는 부자 증세가 우선이다.

프레시안 : 일각에서는 사회복지목적세 도입을 주장하기도 한다. 어떻게 보나?

강병구 :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복지 확충을 위해 많은 세원이 필요하고 서민중산층도 일부 부담해야 한다면, 사회복지세가 보편주의적이면서도 누진적인 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동시에 부자감세가 철회되는 방식의 세제 개편과 같이 결합되어야 한다.

유종일 : 자본세든 부유세든 세율이 높을 필요는 없다. 계속 해 온 주장이지만, 과표기준 3억 원 이상이면 45%로 가야한다. 1억5000만 원 이상이면 40% 정도의 소득세 증세가 필요하다. 법인세도 25% 세율로 원상 복귀해야 한다. 그것도 높은 수준이 아니다. 우리나라를 싱가폴이나 아일랜드처럼 작은 나라와 비교해서는 안 된다. 경제 규모가 좀 되는 나라는 법인세율이 훨씬 높다. 이런 것들이 되면 국민들도 보편 증세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낭비는 복지 영역에도 분명히 존재한다. 친복지 세력일수록 주의 깊게 복지를 주장해야 한다. 보편증세로 가기 위해서도 그렇다. 복지는 무조건 좋다는 식의 단순 논리로 가면 위험하다.

"지방재정 악화, 출구가 안 보인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지방재정 문제를 얘기해보자. 최근 누리과정 예산 논란도 결국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강병구 : 2012년 국세 비과세 감면율이 14% 정도 된다. 그런데 지방세 비과세 감면율은 22%다. 비율로 따지면 국세보다 높다. 액수로 보더라도 국세 감면액은 30조인데 지방세도 15조나 된다. 중앙정부가 감세 정책을 취하면 그것이 지방세 감면으로 간다. 즉 지방재정 악화는 중앙부처 관련법에 근거한 것이다. 지방예산은 점점 취약해지고, 중앙 의존성은 심화된다. 지금은 국세와 지방세의 비중이 8:2인데, 지출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4:6이다. 이 문제가 개선이 안 된다.

특히 이명박 정부 이후 지방정부의 재정 자립도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복지 프로그램은 늘어나는데 매칭펀드(중앙정부가 지방에 보조금을 지원할 때 지방정부가 얼마만큼을 출연하는가에 따라 예산지원 비율을 결정하는 것) 방식으로 하다 보니, 지방정부의 사업비 가운데 복지 비중이 너무 늘어났다. 자체 사업 여력은 점점 줄어든다. 결국 지방정부가 택하는 게 지방채 발행이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지방세 수입이나 중앙정부 지원금 증가 비율보다 지방채 발행 증가율이 훨씬 높았다.

프레시안 : 지역에 따라서도 재정 자립 수준의 편차가 크다.

강병구 : 지방재정 교부금을 통해 이 문제가 개선돼야 하는데, 부족과 격차의 문제가 심각하다. 강남에 있는 대기업의 재산세를 과연 강남구가 다 가져가도 되는 것인가? 지방정부의 자체 세수 확대 노력도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지방세제의 개편이 절실하다. 적정 수준의 조세 부담률, 교육재정과 지방재정의 통합, 지방재정조정제도의 개편, 지방세 비중 확대 등을 논의해야 한다. 지방복지세 도입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여정민 기자, 성현석 기자
프레시안 2014.12.22 10:44:06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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