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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과 정책 제299호_하승수_ 선거법 통과 이후의 과제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0-03-17 17:00:30
  • 조회수 : 612

현안과 정책 제 299호


선거법 통과 이후의 과제

 

​글 / 하승수(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작년 12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그 내용을 보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과 만18세로 선거권 연령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만18세로 선거권 연령을 낮추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OECD국가중에서 유일하게 만19세로 선거권 연령을 규정하고 있었던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에 만 18세로 선거권 연령이 낮춰진 것도 너무 늦은 감이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한번 낮춰진 선거권 연령을 다시 올리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므로, 불가역적 개혁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누더기 상태로 입법이 되었다. 애초에 논의됐던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후퇴했을 뿐만아니라, 마지막에는 준연동형이 적용되는 비례대표 의석의 상한선을 30석으로 제한하는 내용까지 포함되었다. 따라서 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아마도 1회용 선거법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번 총선 후에 다시 개정을 하는 것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 결국 좀 더 제대로 된 비례대표제로 개혁하느냐, 아니면 다시 과거로 회귀하느냐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그래서 올해 4월 15일 총선 결과가 중요하다.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국회의 구성이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달라진 국회구성에서 선거제도 개혁은 다시 논의테이블에 오를 수밖에 없다.

이 글에서는 개정된 선거법이 4.15 총선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미래한국당이 총선에 미칠 영향을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이후에 선거제도 개혁은 어떻게 해 나가야 할 것인지? 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가져올 효과

1)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란?

국회를 통과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애초에 논의되던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비해 많이 후퇴한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지역구 투표보다는 정당투표에 초점을 둔 선거제도이다. 유권자가 1인 2표(지역구 후보 1표, 정당투표 1표)를 던졌을 때, 우선 정당투표에서 각 정당이 얻은 득표율부터 우선 계산하여 의석을 배분하는 선거제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가령 A당이 정당투표에서 20%의 정당지지를 받았다면, 300명의 20%에 해당하는 60석을 배분받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에 A당의 지역구 당선자 숫자를 확인한다. 만약 A당의 지역구 당선자 숫자가 40명이라면, 배분받은 60석에서 지역구 당선자 40명을 뺀 20명을 비례대표로 채우는 것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이다. 만약 A당의 지역구 당선자가 20명뿐이라면, 비례대표로 40명이 A당 국회의원이 된다.

그런데 준연동형은 반쪽짜리 연동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앞서 든 예에서, A당이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받아야 할 의석에서 지역구 당선자를 뺀 숫자의 50%만 보장하는 것이 ‘준연동형’이다. 가령 A당이 배분받은 것이 60석이고 지역구 당선자가 20명이라면, ‘연동형’일 때에는 40명이 비례대표로 들어갈 수 있어야 하지만, ‘준연동형’에서는 40명의 절반인 20명만 들어가는 것이다.

이렇게 준연동형이 탄생한 이유는 거대정당의 반발 때문에 온전한 연동형을 도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지막에 민주당의 요구에 의해 준연동형 개념은 47석의 비례대표 의석 중에서 30석에 한해서만 적용되는 것으로 상한선(캡)까지 씌워진 상태이다. 47석의 비례대표 중에서 17석은 기존의 병립형 제도처럼 17석에 각 정당의 정당득표율을 단순히 곱해서 배분되는 것이다. 그래서 누더기 입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비록 반쪽짜리이지만, ‘연동형’이라는 개념이 논의되고 부분적으로 도입된 것만으로도 성과가 있다는 의견들도 있다. 특히 1987년 이후 큰 틀에서는 변화가 없었던 승자독식의 선거제도에 균열이 생겼다는 것이다.

실제로 ‘준연동형’이 도입되면서 기득권의 반발도 거세다. 자유한국당은 비례용 위장정당 창당에 나셨다. 중앙선관위가 ‘비례자유한국당’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자, ‘미래한국당’으로 명칭을 바꿔서 지난 2월 13일 중앙당 등록을 마쳤다. 이런 움직임도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5일 오후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예상효과(비례용 위성정당이 등장하지 않을 경우)

만약 비례용 위장정당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소수정당이 상당히 많은 비례의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준연동형이 적용되는 30석의 경우에 대해서는 거대양당이 의석을 거의 못 가져갈 가능성이 높고, 보수든 진보든 소수정당들이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 정치에서 다당제가 제도적으로 정착이 되는 결과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리고 이 다당제는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것이다. 노동자, 세입자, 농민, 여성, 청년, 소수자들의 국회진출이 쉬워진다. 정당들이 정당투표를 얻기 위해서 다양한 후보들을 공천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정당간의 정책경쟁이 중요해진다. 기존에는 지역구 당선자를 많이 내는 것이 선거에서 이기는 길이었으므로, 정책이 가지는 중요성이 떨어졌다. 그러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되면, 정당득표율에 따라 좌우되는 의석이 많아진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정책이 중요해지게 된다. 그리고 유권자들도 ‘내 삶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내세운 정당이 어디인지’를 기준으로 투표를 하게 되므로, 정책선거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복지, 일자리, 부동산.주거, 교육, 미세먼지, 기후위기 등 유권자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의제들이 선거의 이슈가 될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물론 우려도 있다. 각 정당이 비례대표 공천을 어떻게 하느냐 부터가 문제이다. 이번에 통과된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는 반드시 당원, 대의원 등으로 구성되는 선거인단에서 민주적으로 선출하게 되어 있다. 이 규정의 취지가 잘 살려진다면, 유권자들이 가지고 있는 비례대표 공천에 대한 불신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었을 때, 실제 선거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아무도 예상하기 어렵다. 다만, 가상의 선거결과이지만, 아래의 <표1>에서 보듯이 준연동형 30석을 정의당과 보수성향의 소수정당(여러 개의 보수성향 소수정당이 받을 표를 합친 것이다), 그리고 새롭게 진입하는 진보성향의 정당이 배분받는 것이 가능하게 될 수 있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정당득표율에 비해 지역구 당선자가 많으므로, 준연동형 30석은 배분받지 못하고, 병립형이 유지되는 17석에서만 비례의석을 배분받게 된다.

 

<표1> 미래한국당이 없을 경우에 가상 선거결과  


 정당득표율

지역구 당선

준연동형

병립형

합계

민주당

37%

130

0

7

137

자유한국당

30%

110

0

5

115

정의당

10%

4

(30-4)*0.5 =13

2

19

보수측 소수정당

10%

6

(30-6)*0.5 = 12

2

20

새로운 진보성향 정당

3%

0

(9-0)*0.5 = 5

1

6

기타정당

10%

<!--[if 




무소속

 

3

<!--[if !sup

<!--[i

3

합계

<!--[if !su

253

30

17

300

 

3)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예상효과(미래한국당이 실제로 비례 명부를 낼 경우)

자유한국당이 만든 비례용 위장정당인 ‘미래한국당’이 실제로 비례대표 명부를 내게 되면 상황이 많이 달라진다.

가령 아래의 표<2>에서 보는 가상의 선거결과를 보자. 앞서 살펴본 표<1>에서처럼,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준연동형 30석 의석을 배분받지 못한다. 민주당은 정당득표율에 비해 지역구 당선자가 많기 때문이고, 자유한국당은 아예 비례대표 후보를 출마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 정당의 정당득표율에 따른 배분의석에서 지역구 당선자를 뺀 숫자에 50%를 곱해서 준연동형 의석을 계산해보았다. 가상의 선거결과이지만, 미래한국당과 여타 보수측 소수정당이 35%를 얻을 경우에는 준연동형으로 계산한 의석이 50석에 달한다. 정의당 13석과 새로운 진보성향 소수정당의 5석을 합치면 총68석이 나온다. 준연동형 상한선인 30석을 훨씬 뛰어넘는 의석수가 나오는 것이다.

이럴 경우에는 상한선인 30석에 맞춰서 각 정당의 준연동형 의석을 축소조정해야 한다. 그렇게 조정하고 나면 정의당의 준연동형 의석은 13석에서 6석으로 줄어든다. 3%를 넘겨서 새로운 소수정당이 들어갈 경우에도 준연동형 의석으로는 2석만 배분받는다. 반면에 미래한국당을 포함한 보수측 정당들이 30석중 22석을 차지한다.

이처럼, 미래한국당같은 비례용 위장정당이 실제 창당하고 선거에 참여할 경우에는, 선거제도 개혁의 취지가 크게 훼손되게 된다.

 

<표2> 미래한국당이 있을 경우의 가상 선거결과

 

 정당득표율

지역구 당선

준연동형 (조정전 )

준연동형 (조정후 )

병립형

합계

민주당

37%

130

0


8

138

자유한국당

0%

110

0


0

110

정의당

10%

4

(30-4)*0.5 =13

6

2

12

비례정당 + 보수측 소수정당

35%

6

(105-6)*0.5 = 50

22

6

34

새로운 진보성향 정당

3%

0

(9-0)*0.5 = 5

2

1

3

기타정당

15%






무소속


3




3

합계


253

68

30

17

300

 

4) 소결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4.15 총선결과는 미래한국당이라는 비례용 위장정당의 선거참여 여부에 따라 많이 좌우된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이런 식으로 비례용 위장정당을 만드는 경우는 전세계 선거의 역사를 봐도, 찾아보기 어렵다. 자유한국당에서는 2005년 알바니아 총선에서 그런 사례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것도 사실이 아니다. 당시 알바니아 총선에서는 거대 양당이 모두 비례대표 명부를 냈다. 자유한국당처럼 비례대표 명부를 내지 않은 것이 아니다. 그리고 자유한국당이 비례용 위성정당이라고 주장하는 정당들은 1991년부터 창당해서 활동하고 있던 정당들이었다. 선거를 앞두고 비례용으로 만든 위장정당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지금 미래한국당과 같은 사례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미래한국당과 같은 시도는 민주주의의 기본인 정당제도를 근본에서부터 뒤흔드는 것이다. 선거법이 맘에 안 든다고 해서 위장정당을 만드는 것이, 세법이 맘에 안 든다고 해서 탈세목적의 위장사업체를 만드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한편 이런 상황은 소위 진보·개혁 성향 유권자들에게 ‘전략투표’에 대한 고민을 안겨주게 될 것이다. 민주당에게 정당 비례투표까지 준다고 한들, 준연동형 30석은 민주당이 배분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래한국당이 현실화된다면, 민주당 지지자들의 경우에 ‘지역구는 민주당, 정당투표는 다른 당’에 투표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고민이 생길 것이다.

이런 모든 상황들의 근본원인은 제대로 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지 않은 탓이 크다.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다가 1996년부터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택한 뉴질랜드의 경우에는 비례용 위장정당과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지역구 70석, 비례대표 50석 정도로 해서 비례대표 의석을 충분하게 보장했고, 준연동형이 아니라 온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결국 민주당이 비례의석 확대를 위한 국회의석 확대에 끝까지 반대하면서 온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거부한 것이, 비례용 위장정당이라는 꼼수를 낳은 원인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4.15 총선 이후에 선거제도 개혁 논의는 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다.

 

총선 이후 선거제도 개혁의 자세

4.15 총선이 끝나면 다시 선거제도 개혁을 해야 한다. 이번에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여러 가지 문제가 많기 때문에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 1회용 제도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더 나은 선거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곧바로 개혁논의가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총선을 전후해서 다시 이슈가 될 수 있는 헌법개정 문제와 맞물려서도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

앞으로 선거제도 개혁을 한다면, 방향은 2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나는, 지역구 선거를 하면서 전체 의석을 정당득표율대로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방식을 고집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방식을 제대로 하려면 국회의원 특권을 폐지하면서 국회의석을 현재 300석에서 360석 정도로는 늘려야 한다. 그래야 지역구 253석 외에 비례대표를 100석 이상 확보해서 제대로 된 비례대표제를 할 수 있다. 이번에 누더기 입법이 된 이유 중에 하나는 300석으로 국회의석을 고정하다보니 비례대표 의석이 47석밖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방향은 아예 지역구 선거를 없애고, 순수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하는 것이다.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등이 택하고 있는 방식이다. 국회의원은 국가의 일을 해야 하는데, 반드시 지역구 선거를 할 필요는 없다. 만약 지역대표성이 필요하다면, 17개 시.도별로 나눠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하는 방법도 있다. 그리고 소수정당을 위해 전국단위에서 보정의석을 두고, 전국정당득표율과 의석비율을 맞추는 방법도 있다. 덴마크, 스웨덴은 그렇게 하고 있다. 가령 덴마크는 전국을 10개 권역으로 나눠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135명의 국회의원을 뽑고, 40명의 보정의석은 전국단위 정당득표율과 의석비율을 맞추는데 사용한다. 이렇게 하기 때문에 덴마크의 정당들은 정당득표율을 높이기 위해 치열하게 정책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라는 덴마크 정치의 비밀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 이번 선거법 개정을 통해 선거권연령이 낮춰짐에 따라 50만명이 넘는 만18세 청년들이 올해 총선에서 선거권을 얻게 되었다. 그 중에는 일부 고등학생들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오히려 고등학교 졸업자들이 더 많다. 그동안에는 매년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청년들이 투표권을 가지려면 대체로 생일이 지나야 했다. 그래야 만19세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주요선거는 모두 상반기에 치러진다. 국회의원 선거는 4월, 지방선거는 6월이다. 그리고 대통령 선거도 지난 선거가 탄핵으로 인한 보궐선거로 치러졌기 때문에, 앞으로는 3월로 선거시기가 당겨지게 되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생일이 빠르지 않으면 첫 번째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만18세로 선거권연령이 낮춰짐에 따라 이런 문제는 해소되었다.

다만 선거권연령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재 만25세로 되어 있는 피선거권 연령도 너무 높으므로 만18세로 낮춰야 한다. 유럽의 오스트리아, 핀란드 등에서 30대 총리가 등장할 수 있는 이유 중에 하나는 선거권, 피선권 연령이 낮아서 일찍부터 정치에 직접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청년들의 정치참여가 확대될수록 청년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도 쉬워질 것이다. 또한 청소년들의 정당가입을 허용하고, 교사·공무원의 정치적 권리를 보장하는 것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