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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과 정책 제317호_안정현_ 재정 건전성? 채무의 양보다 질을 봐야 한다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0-08-12 17:00:54
  • 조회수 : 479

현안과 정책 제 317호


재정건정성? 채무의 양보다 질을 봐야 한다

 

​글 / 안정현 (프랑스 NEOMA 경영대학 교수, 금융경제학​)

 

 

 

코로나 19에 따른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자 마련된 3차에 걸친 대규모 추경으로 국가 채무는 올 한해만 100조원 가량 늘어나게 되었다. 국가 채무 증가를 두고 찬성의 목소리와 우려의 목소리가 엇갈린다.

한 일간지는 ‘3년안에 국가채무가 100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기재부 장관의 언급을 인용하며 국가 채무가 위험한 수준이라는 환기를 하고, 다른 일간지는 ‘현 정부가 나라 곳간을 허물’고 있다는 자극적인 문구까지 써가며 채무의 급격한 증가에 경고를 보낸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주요국들이 적극적 재정운용으로 인한 국가채무 증가는 전세계 공통적인 현상이며, OECD 33개국중 네번째로 GDP 대비 부채비율이 낮아 그 와중에 상대적으로 건전한 재정운용을 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같은 우려는 기우라 반박한다.

논쟁의 핵심은 정부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부채인가 하는 것이다. 판단은 다르지만 모두 국채의 ‘양’이 문제라는 인식으로 국가채무의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단지 현재 채무 수준이 많은가 적은가에 대한 판단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3년 후 1000조원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인가 ?  GDP 대비 부채비율이 낮으면 좋고 높으면 위험한가 ?

이 글에서는 재정건전성이 정부 채무 지탱 능력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그 평가 기준은 채무의 양이 아니라 질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고, 그 질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채무비용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더불어, 채무가 자국통화로 갚아야 하는 채무인지, 외화로 갚아야 하는 채무 인지도 관건이라는 점을 서술할 것이다.

 

국채규모와 국가부도 위험

우선 단순총액으로만 재무건전성을 보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한국은 3년후 1000조라지만, 총액으로만 따지면 미국은 이미 한국의 30배가 넘는다. 규모가 현저히 다른 두 기업의 부채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듯이, 경제규모가 다른 두 국가의 부채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 일국의 경우도 시간에 따라 경제규모가 달라지므로 서로 다른 두 시점을 단순히 채무 총액만으로 비교하는 것도 부적절 하다. 따라서 부채규모를 경제규모를 나타내는 지표로 나누어, 경제규모를 감안한 국가채무 규모를 평가한다. 한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판단하기 위해 가장 많이 쓰이는 지표는 국내총생산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다.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정부 및 IMF, OECD 등 경제 관련 국제기구에서 재정건전성을 평가하는 제1 지표로 사용되지만, 지표의 실효성에 관해서는 의문이 따른다. 이 지표로만 보자면 지난 10년간 줄곧 200%를 넘었던 세계 1위 채무 대국 일본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금융시장에서 부도위험이 높아졌다는 어떤 우려도 감지되지 않는다.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도100%를 넘어섰지만 달라진 건 크게 없다. 반면에  89%에 머물렀던 아르헨티나는 지난 5월 채무 불이행 사태를 겪었고, 심지어 2001년엔 50%를 약간 웃도는 수준에서도 국가부도사태를 맞았다.  82년 멕시코의 채무불이행때도,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2%에 불과 했다. 이렇듯 수치가 높다고 국가채무부도가 올 위험이 높다고 말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이 비율이 국가채무 위험도를 판단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어떤 이론적 근거도 없다는 점이다.

유럽연합은 안정성장협약에 의거하여 GDP 대비 정부채무비율 60%를 넘지 말아야 할 정부채무비율로 명문화 하고 위반시 해당 회원국에 제재를 가한다. 그러나60% 기준에 관한  명확한 근거는 없다. 이 규칙을 명문화 한 1992년 마스트리히트 조약 당시, 주요 회원국들의 정부 채무비율이 60%를 밑도는 수준이어서, 회원국들이 앞으로 넘지 말아야 할 선으로 다소 우연히 정해졌다. 코로나사태를 맞이하여 이 준칙은 잠시 유예된 상태이며, 이 기회에 아무런 근거도 없이 만들어진 이 준칙을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부채총액보다 차입비용이 중요하다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금융시장을 가진 대다수 국가들은 자본시장에 국채를 발행함으로써 국가 채무를 조달한다. 한국 정부도 채무의 99.6%를 국채 발행으로 조달한다. 단기 채권을 제외한 국채의 대부분은  이표채다. 만기가 도래할 때까지 약정된 고정 금리만을 정기적으로 지급하고 만기에 마지막 이자분과 함께 원금을 상환하는 형태다. 가계 부채와는 달리 대부분의 국채,  특히 특수한 목적을 위한 부채가 아니라, 정부일반회계를 위해 조달된 부채는 국채 원금을 국가의 수입으로 갚아 변제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만기가 돌아오면 동일 원금의 또 다른 국채를 발행하여 상환한다. 따라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국가채무의 절대량은 줄지 않는다. 전후 30년간 미국은 정부부채대비 GDP비율을 112%에서 24%까지 끌어내렸지만, 이 기간 동안 부채 총량은 꾸준히 증가했다. 부채비율의 감소는 경제성장 (분모인 GDP의 증가) 덕택이었다.

따라서 국가의 채무지탱능력을 결정하는 요소는 현재의 채무 총액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지불해야하는 이자비용 감당능력이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현재 국채가 100억이고 지불해야할 금리가 연리 4%이면 연간 지불해야할 이자비용은4억이다. 정부가 여기에 국채를 100억 추가 발행한다고 가정해 보자. 국채 총액은 200억원으로 두배 늘었지만, 이자비용도 반드시 2배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만약 국채금리가 이전과 같이 4%라면 추가로 발행한 국채에 대해서도 연간 4억원의 이자비용을 지불하게 되어 총 이자비용은 8억원으로 2배로 늘어난다. 그러나 현행 금리가 낮아져 국채를 2%의 금리로 발행할 수 있다면 추가 국채에 대한 이자비용은 2억이 되어 총이자비용은 6억으로 1.5배만 는다. 정부가 좀 더 머리를 쓴다면 금리가 낮은 틈을 활용하여 국채를 100억원 더 발행하고 빌린 원금으로 기존의 4% 금리를 지불하는 국채 100억원을 시중에서 매입하거나 조기상환하여 소멸함으로써 기존 국채를 이자가 낮은 2% 국채로 대체할 수 도 있다. 이 경우 남은 국채 총액은 여전히 200억으로 앞의 예에서와 같이 2배 늘지만, 총이자비용은 원금총액의  2%인 4억원이 된다. 국채 총액은 늘었지만 이자비용은 국채 총액이 100억원일때와 변함이 없다. 100억원의 부채가 증가하더라도 현재 시장금리에 비추어 볼 때 이자 비용이 늘지 않는다는 사실을 투자자들이 예측할 수 있다면, 정부로서는 새로운 투자자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한 예이지만, 총액보다 이자비용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데는 무리가 없으리라 본다.

일본의 경우 양으로만 따진다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40%에 이르지만 국채금리 (10년만기)는 지난 10년간 1% 이하를 유지하고 있고, 특히 2016년이후로는 중앙은행의 개입으로 0%선에서 관리되고 있다.  단기 국채의 금리는  마이너스다. 경제규모대비 채무는 세계최고 수준이지만, 채무 부담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차입비용으로 본  한국의 재정건전성

한국의 경우를 보자. 2007-9년의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시장금리 하락세에 힘입어 국채금리도 동반 하락했다. 2008년 평균 5.57%였던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19년엔 평균1.7%로, 6월 현재 1.4%대로 하락했다. 신규발행 국채에는 기존보다 더 낮은 금리가 적용되므로, 그 결과로 국채에 지불하는 평균 금리도 계속 하락했다. 2009년에서 2019년 사이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26.8%에서 38.1%로 11% 포인트 이상 증가했지만, 국채금리 하락 덕분에 GDP 대비 국채 이자 지급 비용은 오히려 감소했다. 2011년 1.36%로 정점을 찍은 후 계속 하락해 2019년말에는 0.94%까지 떨어졌다. (표 참조)  채무 부담은 오히려 가벼워졌음을 보여준다. 총채무액으로만 접근할 때와는 전혀 상반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채무비용

그렇다면 지속가능한 채무비용 수준은 존재하는가 ? 절대적인 기준이 있다기 보다는 경제성장율에 따라 상대적으로 결정된다. 현재의 채무가 지속가능 하려면 중장기적으로 국채금리는 중장기 명목경제성장율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러야 한다. 경제성장율에 비례해서 정부의 추가 세수가 확보된다는 가정하에 국채금리와 경제성장율이 같다면, 적어도 기존 정부지출을 줄이지 않으면서 경제 성장에 따른 추가 재원으로 추가 이자비용을 지불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경제성장율이 국채 금리보다 높다면, 추가재원으로 이자비용을 지불하고도 남아 정부가 새로운 투자를 하거나 혹은 기존 채무를 상환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지게 된다. 반대로 경제 성장율이 국채금리보다 낮다면, 추가 세수로 추가 국채 이자비용을 충당하기에 부족하다. 채무를 더 조달해 이자를 갚아야 하거나,  기존의 정부 지출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된다. 전자의 경우엔 소위 빚내서 빚 갚는 상황이 된다. 후자의 경우엔 긴축재정은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끼칠 것 이고 중장기적으로 경제성장율을 더 낮춘다.

어느 경우나 악순환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채무는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유로존 재정위기 때 채무를 조달받는 조건으로 긴축재정을 강요당했던 그리스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경기침체와 GDP 대비170%가 넘는 고부채에 시달리고 있다. 당장의 양을 줄이는 데만 초점을 맞춘 처방의 결과가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자국통화표시채무 비율

국채의 질을 좌우하는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부채가 자국통화로 발행되는가 하는 점이다. 국가 채무가 소위 외채로 부르는 외화로 조달될 경우, 실제 부담은 환율 변동에 따라 달라지고, 환율변동위험이 없는 자국 통화 부채에 비해 채무 비용의 불확실성이 높아진다. 무엇보다 자국통화 가치가 떨어지면 그 만큼 부채비용 부담이 증가한다. 더구나 원활한 채무 비용 조달을 위해서는 외화가 필요하다. 정부가 충분한 양의 외화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부채 비용 및 원금 상환시기마다 필요한 외환을 외환시장에서 수급해야 한다. 국내 외환시장에 외화 공급이 충분하려면 외국인의 국내투자가 충분하거나 무역수지가 흑자여야 한다. 따라서 외국통화 표시 부채는 경제여건에 따른  불확실성을 추가로 안게 된다. 더구나 단기에 과도한 외화표시 부채의 차입은 만기에 대규모 외화 수요를 낳아 자국통화가치 하락의 큰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는 이를 IMF 위기에서 경험했다. 물론 당시 문제는 정부 부채가 아닌 과도한 민간의 단기 외화표시부채 차입이었지만, 급격한 외화표시부채증가가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은 유사하다.

 

GDP 대비 부채비율 89%의 아르헨티나와 239%의 일본

아르헨티나는 지난 5월 독립 후 9번째  국가채무 불이행사태를 겪었다. 아르헨티나는 대부분의 정부부채를 달러로 조달한다. 반면에 산업구조는 1차산업 중심으로 안정적인 무역수지 흑자를 낼 수 없는 구조다. 대부분의 공산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아르헨티나로서는 국제 농산물 가격의 변화에 따라 무역수지가 널뛰기한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세계 농산물 가격 하락에 따라 무역수지가 적자가 계속되었고, 국내 외환시장의 달러 수요 압박은 자국통화인 페소 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달러표시 부채의 이자비용도 동반 상승했다. 같은 금액의 달러를 지급하기 위해 더 많은 자국통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기침체로 경제는 후퇴하는데 이자비용은 오른다. 이자비용이 경제성장율을 따르지 못한다. 위에서 말한 악순환의 시작이다. 게다가 자국통화 가치 하락과 통화량 증가는 아르헨티나 경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신을 더욱 증가시킨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자본유출을 막기위해 금리를 한때 60%까지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만기가 도래하는 채무를 신규 채무를 발행해 상환하려 해도 투자자가 없는 상황에 이를 수 밖에 없다. 아르헨티나 경제에 관한 많은 분석들이 아르헨티나 정부의 방만한 운영을 탓한다. 정부의 재정운영에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구조적인 요인에 있다.

반면, 일본은 모든 국채가 엔화표시 채권으로 발행된다.  환율이나 경상수지 변화가 채무비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  게다가 약 45%의 채무는 일본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다. 정부는 국채에 이자를 지불하지만, 중앙은행이 수취하여 중앙은행 이윤의 일부로써 다시 국고로 귀속된다. 국채의 45% 가량이 실질적으로 돈이 들지 않는 채무이다. 쉽게 말해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정부에 안겨주는 셈이다.  다른 45% 가량은 국내민간경제주체 (주로 금융기관)에서 소유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에 비해 대외 경제여건에 영향 받지 않으면서 안정적으로 채권 수요를 확보하는 기반이다.

 

한국의 외화표시채무

한국의 경우, 국가 채무의 98.8%는 원화표시 부채다. 공공성 차관 (외채)은 2016년 모두 상환했으며, 현재 외화표시 부채는 통화안정증권이 유일하다.  2019년말 기준으로 전체 국가채무의 1.2%에 불과하다. 통화 안정 증권은 외환시장 안정과 외환 보유액의 안정적 유지를 위해 발행하는 국채로, 일반 회계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투입되는 부채와는 질적으로 다른 금융성 채무다. 대체 자산이 한국은행이나 자산공사에서  엄격하게 운용되어 만기 도래시 별도의 재원 조성없이 자체 상환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일부 언론에선 한국 정부의 채무가 증가함에 따라 IMF때와 같은 외환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상황이 전혀 다르다.

 

저금리기조는 계속될 것인가 ?

앞서 금융위기 이후 계속된 저금리가 채무비용경감에 기여했다는 점을 설명하였다. 저금리가 채무비용부담 경감에 기여한 것과 마찬가지로,  급격한 금리인상은 재정건전성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 다행이 적어도 중단기적으로는 그럴 위험은 매우 적어 보인다. 대부분의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코로나 위기 타개를 위한 경기부양 목적으로 저금리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지난 2007년 금융위기 이후로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단기 금리 뿐만 아니라, 장기금리를 직접 통제할 수 새로운 비전통적 통화정책 기제들을 개발함으로써 장기금리까지도 유효하게 통제하고 있다. 장기금리는 국채금리와 더 밀접한 연관이 있다.

물론 장기에 경기가 호전된다면, 중앙은행은 경기호전에 따른 인플레 방지를 위해 금리를 인상할 필요성과 국채 이자비용을 계속 낮게 유지하여 정부의 재정부담을 덜어줘야 할 필요성 사이에서 딜레마에 처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따라서 현재의 초저금리 시점을 십분 활용하여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저금리로 과감하게 차입하여 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하는데 초점을 맞추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함으로써 장기 성장율이 다시 본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성장율이 높아지면, 금리가 올라도 부채비용을 감당하는데 큰 무리가 없어진다.

다른 한편, 금리 기조와 관계없이 국채 금리가 매우 장기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난 금융위기 이후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고 있다. 금융기관간 단기대출에서 환매조건부채권매입 (안전자산을 담보로 한 단기 대출)의 증가, 새로 도입된 은행의 유동성 비율 충족을 위한 안전자산 수요증가에 따른 국채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 인구고령화로 인해 연기금 운용액이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장기투자 포트폴리오에 필요한 안전자산 증가 또한 국채 수요를 꾸준히 지탱하고 있다. 따라서 중앙은행의 정책과 무관하게, 구조적인 요인에 의한 안전 자산에 수요증가 때문에 국채 금리는 당분간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이란 전망이다.

 

대규모 부채와 인플레 우려 ? 자산가격버블에 주의해야

과도한 부채 발행의 위험으로 흔히 지적되는 것이, 인플레의 위협이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적어도 선진국 경제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자취를 감추었다. 채무 비율은 꾸준히 증가해 왔고, 2007년 금융위기이후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Quantitative Easing)를 통한 대규모 통화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소비자물가 상승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인플레보다 통화량 증가에 따른 다른 부작용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바로 금융자산, 부동산 가격버블이다. 전례 없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주식을 비롯한 금융자산 가격은 실제 경기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호황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비동조현상을 보이고 있다. 양적완화 초저금리 기조속에 부동산 가격 거품 또한 선진국에서 보이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저금리를 타고 금융자산, 부동산자산에 투기가 몰리는 것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아파트 가격 거품에 대한 우려가 매우 높다. 

급격한 부채 증가와 초저금리기조는 이러한 현상에 일조할 위험이 있다.  그렇다고 부동산 시장 금융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경기 침체의 탈출을 가로막고 국채 부담을 급격히 증가시킬 우려가 있다. 현재의 저금리 기조는 유지하되 금융 및 부동산 시장의 거품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건전성 감독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본다. 한국에서 최근 단행한 투기용 아파트 매입에 대한 대출규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하다. 과도한 차입을 통한 주식투자의 제한을 포함하는 좀더 폭넓은 건전성 감독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