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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과 정책 제348호_김영철_논란의 지역화폐 보고서: 학술적 평가와 점검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1-04-15 16:58:10
  • 조회수 : 356

현안과 정책 제 348호


논란의 지역화폐 보고서: 학술적 평가와 점검

 

​글 / 김영철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요 약 문

 

지난해 가을, 한 국책연구기관의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이라는 이슈페이퍼는 급격히 성장하는 지역화폐 사업의 부작용을 지적하며 세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최근 이슈페이퍼의 바탕이 되는 연구보고서가 정식 발간되었기에, 해당 연구의 분석방법 및 결과도출 과정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가능해졌다. 보고서는 지역화폐 사업이 지자체 간 경쟁적 발행 속에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다고 밝혔고, 실제 실증분석 결과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고 결론지었다. 또한, 지역화폐의 경쟁적 발행은 발행비용의 증가, 소비자 후생의 감소, 소규모 지자체의 피해라는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을 양산한다고 강조하였다. 본 보고서의 추론 과정을 상세히 검토한 결과, 주장의 근거가 되는 경제학적 이론모형에는 심각한 해석 상의 오류가 다수 포함됨이 확인된다. 또한, 실증분석의 과정과 결과해석 역시 다수의 문제점이 발견된다. 지역화폐 현안에 대한 엄밀한 분석적 시도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의가 있으나, 해석 상의 오류와 성급한 결론 도출로 인해 그 학술적 가치는 크지 않다고 판단된다.

 

 

 

 

지난해 9월, 국내 한 국책연구기관이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이라는 제목의 이슈페이퍼(송경호·이환웅, 2020)를 발표한 바 있다. 해당 문건은 연구보고서가 아닌 8 페이지 분량의 요약본에 불과하였으나 세간의 엄청난 반향을 불러왔다. 이는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가 지난 수년 새 폭발적 증가세를 보이며 여러 지자체에서 경쟁적으로 발행액 확대에 뛰어든 가운데, 해당 이슈페이퍼가 이에 대한 적극적 우려를 표명한 데 따른 것이다. 정치권은 이후 연일 난타전을 이어갔고, 여러 지자체 산하 연구기관들이 이에 대응하는 자체 보고서 발간 작업에 뛰어들기도 하였다. 각종 SNS와 언론매체에서도 해당 이슈페이퍼를 바탕으로 한 찬반 논쟁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정식 보고서의 발간이 연말로 늦춰지면서 이러한 논쟁들은 모두 실체없는 원색적 주장들에 그치고 말았다. 정식 보고서에 수록된 구체적 분석방법과 분석과정, 결과해석 등을 검토할 수 없으니, 각자의 신념만이 논쟁에 투영되었다.

 

1백 페이지 분량의 본격적인 연구보고서는 지난 12월 말이 되어서야 정식 출간되었다. 본고는 해당 보고서에 기반하여 지역화폐의 문제점으로 거론된 요소들을 하나씩 점검해 보고자 한다. 지역화폐에 대한 막대한 재정투자를 앞둔 현 시점에서 이러한 점검 작업은 보다 건강한 토론과 생산적 논쟁을 이끌어내는 데 기여하리라 생각한다. 또한 향후 학계의 관련 연구 발전을 위해서도 소중한 밑거름이 되길 기대해 본다.

 

지역화폐의 폭풍 성장과 보고서의 등장

<표 1>에 정리한 바와 같이, 발행액에서 단 1천억원 안팎에 그치던 지역화폐는 2017년에 3천억원, 2018년에 3,700억원 규모로 증가하더니, 단 2년새 13조 3천억원 규모로 껑충 뛰었다. 금년에는 1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발행지자체의 수도 급격히 증가했다. 50개 안팎에 그치던 발행지자체의 수는 2018년 66개로 증가하더니, 지난해 230개에 다다랐다(류영아, 2020). 우리나라의 지자체 총수가 243개인 걸 감안하면 거의 대부분의 지자체가 지역화폐 사업에 뛰어든 셈이다.

이러한 확대의 과정에는 법적·제도적 정비도 한몫하였다. 지난해 5월, 국회는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장의 지역화폐 발행 및 판매 권한을 명확히 하였고, 행정안전부는 2018년 이후 각 지자체 발행금액의 4~8%를 국비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금년에는 전체 예상 발행액 15조원의 약 7%에 해당하는 1조 522억원을 국비로 지원한다. 2019년 국비 지원액이 약 800억원이었으니, 단 2년새 13배가 증가하였다.

 

<표 1> 지역화폐 발행지자체 수 및 발행금액

주: 1) 2020년의 총 발행액은 17.1조원이며, 이중 재난지원금 등의 정책발행 규모가 약 3.8조원, 할인발행 규모는 약 13.3조원임.

자료: 행정안전부 지역금융지원과 내부자료 및 공식블로그(2021. 1. 13.); 류영아(2020) 일부 인용.

이렇게 급격히 확대되는 지역화폐 발행과 이에 수반한 국가재정 소요에 대해 국책연구기관이 그 타당성을 검토하고 시의적절하게 관련 보고서를 출간한 것은 크게 칭찬할만한 부분이다. 하지만, 최종보고서를 세세하게 검토한 결과, 기대되는 학술적인 엄정성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분석결과의 해석에 있어서도 설득력이 크게 떨어짐을 확인하였다.

지역화폐의 발행은 5~10%에 달하는 할인율을 적용하는 상품권 할인발행과 아동수당, 긴급재난지원금 등의 정부지원금을 현금 대신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정책발행으로 나뉜다. 대부분의 지역화폐 발행은 할인발행이며, 해당 보고서 역시 분석의 초점을 할인발행에 두고 있다. 보고서는 지역화폐 할인발행의 문제점으로, 1) 모든 지자체가 할인발행에 나설 경우, 소비의 역외유출 효과는 서로 상쇄되고 결국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2) 소규모 지자체는 인접한 대규모 지자체에 비해 오히려 더 불리한 여건에 처할 수 있다, 3) 긍정적 효과 없이 발행비용 증가 및 소비자 후생의 감소 등으로 인한 경제적 비효율만 남는다고 지적한다. 더불어, 구체적인 실증분석을 통해, 이상의 이론적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일부 매출증대 효과가 관찰이 되나 이는 대형마트와의 직접적 대체관계에 놓인 소수의 업종에 불과했다고 비판한다. 결론적으로, 지역화폐 발행은 골목상권 내 업종 간 형평성에 위배되며, 일부 긍정적 효과 역시 기존 온누리상품권으로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역설한다.

 

게임이론 기반의 선형도시모형

보고서의 주요한 주장은 경제학 내 산업분석에서 흔히 활용되는 호텔링의 선형도시모형(Hotelling Model)에 기반을 두고 있다. 두 도시 간의 경쟁체제를 분석하고자 게임이론적 결과 분석을 시도하였다. [그림 1]에 묘사한 바와 같이, A와 B라는 두 선형도시가 존재하고, 각 도시의 맨 왼쪽에는 소상공인이, 그 오른편 어딘 가에 대형마트가 위치한다. 각 도시의 소비자 인구는 각각 NA  NB 이다. 소비자들은 선형의 도시공간(0과 1 사이)에 균일하게 분포하고 있으며, 소상공인과 대형마트 중 자기 집에서 보다 가까운 곳을 찾아 소비행위를 한다. 예를 들어, A 지역 대형마트의 위치가 lA 라면, lA 오른편에 위치한 NA(1-lA) 인구는 모두 대형마트에서 소비를 한다. lA 왼편에 위치한 NAlA 인구는 절반만 대형마트에서 소비를 하고, 나머지는 소상공인 업소에서 소비한다. 따라서, 각 소비자가 한 단위씩 소비를 한다면, A 도시의 소상공인 매출액은 0.5NAlA 로 정해진다. 나머지는 모두 대형마트 소비이므로, 대형마트의 매출액은 (1-0.5lA)NA 이다. B 지역의 소상공인과 대형마트 매출액은 각각 0.5NBlB 와 (1-0.5lB)NB 이다.

 

[그림 1] 선형도시모형

 

이때, [그림 2]에 묘사한 바와 같이, 두 도시 사이의 소비자 교류를 가정해 보자. A 지역 소비자의 PA 비중이 B 지역에서 소비행위를 하고, B 지역 소비자의 PB 비중은 A 지역에서 소비행위를 한다. 간단한 계산을 통해, 도시 간 역외 소비지출까지 고려한 A 지역 소상공인의 매출액은 0.5lA[ NA(1-PA)+NBPB] 이고, B 지역 소상공인의 매출액은 0.5lB[NB(1-PB)+NAPA] 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2] 도시 간 소비자 교류

 

여기까지가 기본 세팅이고, 저자들은 여기에 지역화폐 발행을 추가한다. 한 도시에만 지역화폐가 도입되면, 다른 도시의 상인들에게 불이익이 따르므로 결국 두 도시 모두 지역화폐 발행에 나서게 된다. 게임이론에 기반한 자연스런 추론이다. 각 도시 소비자 중 각각 mA  mB 만큼이 무작위로 배정된 지역화폐를 현금 대신 사용하게 된다고 가정한다. 이들은 모두 해당 도시의 소상공인 업소에서만 소비해야 한다. 기존에 역외 소비에 참여하던 이들과 대형마트에서 소비하던 이들도 지역화폐 사용자로 배정이 되면, 자신이 속한 도시의 소상공인을 찾아가 소비행위를 한다.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 평가의 오류

그럼, 지역화폐의 도입이 각 지역의 경제활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 보고서는 한 도시만 지역화폐를 발행한다면 역외 소비지출를 통해 해당 도시에 이득이 되겠으나, 양 도시 모두 지역화폐를 도입한다면 이러한 효과가 서로 상쇄되고, 결국 두 도시 모두에게 특별히 이로울 게 없다고 결론짓는다. 구체적으로 계산해 보면, 양 도시 모두 지역화폐를 도입할 때, A 도시의 총매출액(소상공인+대형마트) 변동은 +NAPAmA-NBPBmB 이고 B 도시의 총매출액 변동은 –NAPAmA+NBPBmB 이므로 각각의 이해득실이 크지 않다. 게다가 이 둘의 합이 0이므로 국가 전체적으로는 경제활성화 효과가 전혀 없다(보고서 38p). 결국 긍정적 이득 없이, 발행비용과 소비활동 불편 증가에 따른 소비자 후생 감소만이 남게 된다는 것이다.

언뜻 그럴싸한 이 논리는 사실은 맹탕이다. 자자들은 모형의 설정단계부터 모든 소비자가 1 단위의 현금을 소지한다고 밝혔다. 지역화폐를 도입하더라도 현금이 지역화폐로 바뀔 뿐, 1 단위 소비는 그대로이다. 각 소비자는 지역화폐 도입 여부를 떠나 어디에선가 1 단위씩의 소비행위에 참여한다. 따라서, 소상공인과 대형마트 매출을 합한 총매출액은 결국 언제나 소비인구의 총수인 NA+NB 와 같게 되어 있다. 즉, 도시 간 역외 이동이 증가하던 감소하던, 대형마트 매출이 늘든 줄든, 지역화폐가 도입되었던 아니 되었던 간에 국가 전체적인 경제활동 변동은 애초에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형 설정에 따른 당연한 이야기를 하면서, 마치 무엇인가를 발견하였다는 듯이 결론을 짓고 있다. 다시 말해, 지역화폐 도입에 따른 경제활동 활성화 효과가 없다는 결론은 단순히 자신들의 가정이 그러하다라는 얘기와 하등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 정말 지역화폐 도입의 경제활동 활성화 효과는 없는 걸까? 저자들은 지역의 경제활동 변동을 평가하면서 각 지역별 소상공인과 대형마트 매출액을 합한 총매출액을 사용하였다. 이는 저자들이 지역화폐 도입의 원 취지를 충분히 숙고하지 못한 데 따른 오류이다. 지역화폐는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의 제정이유에서 밝혀둔 바와 같이 지역 내 영세·중소상공인의 소득 증대를 위해 기획되었다. 즉, 지역화폐에 따른 지역의 경제활동 활성화 효과를 평가하자면, 소상공인과 대형마트 매출액의 합에 대해 평가해서는 안 되고, 소상공인 매출액만을 대상으로 평가해야 옳다. 즉, 지역화폐 도입으로 인해 양 도시 소상공인의 매출액 변동이 어떠하였는지를 산출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A 지역 소상공인을 예로 들면, B 지역 소비자의 방문으로 창출되던 기존 매출(0.5lANBPB)의 mB 만큼이 지역화폐 도입으로 인해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A 지역을 떠나 B 도시에서 소비하던 인구(NAPA)의 mA 만큼은 새로운 고객군으로 편입된다. 게다가 기존에 대형마트에서 소비하던 인구인 (1-0.5lA)NA(1-PA) 의 mA 만큼도 새로운 고객군이 된다. 따라서, 지역화폐가 양 도시에 도입될 경우, A 지역 소상공인은 당장 (0.5lANBPB)mB 만큼의 손해를 보지만, (NAPA)mA 와 (1-0.5lA)NA(1-PA)mA 를 합한 만큼의 이득도 보게 된다. B 지역 소상공인 역시, 당장 (0.5lBNAPA)mA 만큼의 손해를 보지만, (NBPB)mB 와 (1-0.5lB)NB(1-PB)mB 를 합한 만큼의 이득도 보게 된다.

지역화폐 도입의 ‘골목상권’ 활성화 효과, 즉 제대로 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추산하자면 앞서 산출한 두 지역 소상공인의 매출액 변동을 합하면 된다. 계산을 단순화하기 위하여, 양 도시에서의 대형마트 점유율을 반영하는 l lB 의 값이 l* 로 서로 동일하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골목상권’ 활성화 효과는 (1-0.5l*)(NAmA+NBmB) 로 추산된다.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소형 및 영세 지자체에 대한 평가 오류

다음으로 보고서는 지역화폐 도입으로 대형 지자체의 상권은 매출이 늘겠지만, 인접한 소형지자체는 매출이 줄어 오히려 손해라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저자들은 여전히 소상공인과 대형마트의 매출을 합한 각 지역 총매출액을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그림 2]에서 예시한 바와 같이, A 도시가 소형, B 도시가 대형이라고 하자. 이때 양 도시에 지역화폐가 되입되면, 소형인 A 도시의 총매출액 변동은 앞서와 같이 +NAPAmA-NBPBmB 으로 추산된다. 보고서는 역외 소비지출 비중인 PA  PB 가 서로 동일하고, 지역화폐 발행 비율인 mA  mB 도 서로 동일하다면, 결국 대형지자체의 인구수 NB 가 소형지자체의 인구수 NA 보다 크므로, 소형지자체인 A 도시의 총매출액 변동은 음(-)이 되어버린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이는 대단히 엉뚱한 추론이다.

[그림 2]에서도 확인되듯이, 두 지자체의 인구수가 다르다면 역외 소비지출의 비중인 PA  PB 도 서로 다른 게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그림에서처럼, B 지자체가 A 지자체의 4배라면, A 지자체와 인접한 곳은 B 지자체의 4분의 1에 그친다. 만약 A 지자체 인구의 절반이 B 지역에서 소비한다고 할 때,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B 지자체 인구 중에는 단 8분의 1만이 A 지역에서 소비한다고 보는게 합리적이다. 즉, NB  NA 의 4배라면, PB  PA 의 4분의 1이 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 NAPA  NBPB 와 서로 같아지므로, +NAPAmA-NBPBmB 의 값은 여전히 0이 된다. 저자들이 주장한 바와 달리, 지역화폐 도입에 따른 소형지자체의 총매출액 감소는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저자들이 지역화폐 도입에 따른 소형지자체 피해를 따지면서 소상공인 매출액 변동에 집중하지 않고, 소상공인과 대형마트 매출을 합한 총매출액의 변동에 집중하였다는 데 있다. 앞서 A 지역 소상공인은 B 지역 출신 방문자의 감소로 인해 (0.5lANBPB)mB 만큼의 손해를 보게 되지만, A 지역 출신 방문자의 증가로 (NAPA)mA 와 (1-0.5lA)NA(1-PA)mA 를 합한 만큼의 이득을 본다고 정리한 바 있다. 따라서, NAPA  NBPB 가 서로 동일하다면, 소상공인 매출액의 순변동은 (1-0.5lA)NAmA 로 집게된다. 즉, 소형지자체의 소상공인은 지역화폐가 양 도시에 발행되더라도 결코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보고서는 보다 영세한 혹은 상권이 열악한 지자체가 지역화폐의 확산에 따라 더 큰 피해를 보게 되리라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심지어 특별한 이론적 근거도 제시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주어진 이론모형에 기반하여 평가해 보더라도 이러한 주장은 쉽게 그 타당성을 잃는다. 만약 두 지자체 중 B 지자체의 골목상권이 강하고, A 지자체는 상대적으로 영세하다고 가정해 보자. 이를 모형에 반영하는 방법은 “NAPA > NBPB” 를 가정하는 것이다. 즉, 자연적인 상호 교류 상태에 비해 보다 많은 수의 인구가 A 지자체에서 B 지자체로 이동하여 소비행위를 한다고 설정하면 된다. 앞 단락에서 정리한 소상공인의 매출액 변동을 그대로 적용하면, A 지역 소상공인의 득실은 (1-0.5lA)NAmA + 0.5lA(NAPAmA-NBPBmB) 와 같다. NAPA > NBP이므로, 지자체의 발행율이 유사(mA=mB)하다는 전제 하에 이 값은 항상 양수이다. 물론, 보다 번창한 B 지자체의 소상공인 역시 지역화폐 발행 이전보다는 이득을 볼 공산이 크다. A 지역으로부터의 방문자가 줄더라도, 기존 대형마트 방문자를 흡수함으로써 그에 따른 피해를 충분히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상의 분석결과가 지역화폐 발행을 그대로 다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보고서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발행비용 및 소비자 후생 감소를 메우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재정적 투입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결국 ‘골목상권’ 활성화 효과가 이러한 재정투입을 넘어설 만큼 충분히 큰 지가 관건일 것이다. 하지만, 지역화폐 발행이 경쟁적으로 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모두 사라진다는 보고서의 결론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라 하겠다.

 

실증분석 상의 추정방정식 결함

다음으로 보고서의 실증분석 파트를 점검해 보자. 저자들은 방대한 데이터를 구축한 뒤 나름의 엄밀한 분석기법을 적용하였다. 하지만, 지역화폐의 발행이 업종별(혹은 산업소분류별) 매출 증가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도입된 현재의 추정방정식은 다음 2가지의 결함을 안고 있다(보고서 54p).

첫째, [그림 3]에 표시한 바와 같이, 저자들은 업종별 총매출(ycit)에 로그(ln)를 취함으로써, GRDP로 표준화한 지역화폐 발행액 1단위 증가에 따른 업종별 총매출의 % 증가분을 추정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종속변수가 매출액 규모이고, 독립변수 역시 지역화폐와 같은 금전적 규모라면, 매출액에만 로그(ln)를 취하여서는 안정적인 추정 자체가 불가하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자, 대게는 매출액뿐만아니라 독립변수인 지역화폐 발행규모에 대해서도 로그(ln)를 취하는 방식을 취하게 된다.

[그림 3] 추정방정식

주: 아래 첨자 중 c는 지자체, i는 산업소분류, t는 시점을 표시함. ycit는 매출액, lcct는 지역화폐 연간 판매액임. I(indic)는 더미변수로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 있는 산업군인 경우 1의 값을 가짐. δ는 산업군의 연도별 고정효과를, ε은 오차항을 표시함.

자료: 송경호·이환웅(2020)

둘째, 사용된 추정방정식에는 δI(ind)t 라는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독특한 형태의 연도별 고정효과(year fixed effect)가 포함되었다. 지역화폐에 노출된 업종들의 연도별 경기호황 수준을 별도로 통제하겠다는 의도이다. 하지만, 연도별 경기호황을 유연하게 통제하겠다면, 모든 업종에 대해서 동시에 통제함이 옳다. 지역화폐에 노출된 업종이 아닌, 다른 업종은 경기호황에 따른 매출액 변동이 없다고 가정할 수 있는가?

이처럼 현재의 추정방정식은 다소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있다. 이 경우, 학술적으로는 뒤따르는 추정결과에 대해 그다지 큰 신뢰를 보내기 어렵다. 이러한 한계를 인지한 상태에서, 보고서의 실증분석 결과와 이에 대한 저자들의 해석에 대해 있는 그대로 평가해 보기로 하자.

 

소상공인 매출액 증대 효과에 대한 검토

우선 첫번째 추정결과에서 저자들은 지역화폐 판매량의 증대가 지역화폐에 노출된 소상공인의 매출액 증가에는 긍정적 효과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보고서 58p). 추정치가 –0.019로 나와, 액면 그대로 해석하자면 GRDP 대비 1% 수준의 지역화폐를 추가 발행할 경우, 소상공인들의 매출이 도리어 1.9%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들도 강조한 바와 같이, 이 추정치는 통계적으로 전혀 유의하지 않아 학술적으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

정작 본 분석에서 의아한 부분은 저자들이 산업소분류별 평균 총매출액을 회귀분석 상의 가중치로 사용하였다는 점이다. 만약 지역화폐 추가 발행에 따른 시장의 전반적인 매출액 변동을 추정하는게 본 회귀분석의 주안점이라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접근이다. 하지만, 본 회귀분석은 전반적인 매출액의 변동을 살펴보자는 게 아니고, 지역화폐에 노출된 소상공인 업종과 그렇지 아니한 업종들 간의 매출액 변동의 차이를 따지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 경우, 산업소분류별 매출규모로 가중치를 부여하게 되면 매출규모가 큰 일부 업종이 각 집단을 대표해 버리는 우를 범하기 쉽다. 그런데, 지역화폐에 노출된 업종은 단 7개에 그치지만, 노출되지 않은 업종(산업소분류)은 백여 개에 달한다. 노출되지 않은 업종 중 매출규모가 큰 업종들은 사실 지역화폐에 노출된 7개 골목상권 업종들과는 이질성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애초에 이질성이 너무 크다면, 지역화폐의 순효과를 어떻게 회귀분석을 통해 잡아낼 수 있겠는가? 따라서, 가중치를 적용하는 것이 이 경우엔 집단 간 매출효과 차이를 추정하는 데 있어 오히려 편이(bias)를 키우는 조치일 수 있다.

 

<표 2> 지역화폐의 소상공인 총매출액 및 사업체수 효과

주: 산업소분류별 평균 매출액을 가중치로 적용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추정계수를 표기함. 괄호 안은 추정오차임. 송경호·이환웅(2020)의 <표 VI-4>와 <표 VI-5>에서 가장 선호되는 (4)열을 기준으로 정리함.

자료: 송경호·이환웅(2020)에서 인용

다행히 저자들은 가중치를 적용하지 않은 분석결과도 보고서의 <표 VI-5>를 통하여 공개하고 있다(보고서 60p). 이해를 돕고자 가중치를 적용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총매출액 효과 및 사업체 수 효과를 본고의 <표 2>에 정리해 두었다. 가중치를 적용한 경우와 달리, 가중치를 적용하지 않은 경우에는 지역화폐 발행의 일부 긍정적 효과가 확인된다. 특히 지역화폐 발행액이 업종별 사업체 수의 변동에 미친 영향을 살펴본 패널 B는 통계적으로도 유의한 수준에서의 효과가 확인되고 있다. GRDP 대비 1% 수준의 추가 발행이 지역화폐에 노출된 업종들의 사업체 수를 약 5.8% 가량 증대시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업체 수뿐만 아니라 총매출액 효과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고무적인 결과를 선보이고 있다. GRDP 대비 1% 수준의 추가 발행이 지역화폐에 노출된 소상공인들의 매출을 4.4% 가량 증대시킨다는 결론이다. 물론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다. 하지만, t 통계량이 1.1을 넘어서서 아주 무시할 수준은 아니다. 해당 통계가 특히 의미있는 것은, 저자들이 지역화폐에 노출된 업종을 선정할 때 애초에 매우 느슨하게 잡아 놓았다는 데 있다. 2011년부터 2018년까지를 분석기간으로 잡았으나 막상 지역화폐 노출 업종의 선정에는 가맹점이 크게 증가한 2018년 혹은 2019년의 수치만을 활용했다. 또한, 60개 지자체를 분석대상으로 삼으면서도 단 6개 지자체의 정보만을 활용한 뒤, 이를 모든 지자체에 대해 일반화해 버렸다. 이렇게 느슨하게 대상 업종을 선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만큼의 t 통계량이 확보된 것은, 실제 엄밀한 분석에서는 표준오차 감소를 통한 통계적 유의성 확보가 가능함을 암시한다.

 

골목상권 7개 업종 간 이질적 효과 검토

다음으로 보고서는 지역화폐 도입 효과의 이질성을 살피고자 지역화폐에 노출된 7개 업종의 총매출액 효과를 상호 비교하고 있다. 골목상권과의 연관성이 큰 이들 7개 업종(종합소매업, 음식료품 및 담배 소매업, 연료 소매업, 음식점업, 문화, 오락 및 여가용품 소매업, 기타 상품 전문 소매업, 미용, 욕탕 및 유사 서비스업) 각각에서의 총매출액 효과가 보고서(62-63p)의 <표 VI-6>과 <표 VI-7>에 요약되어 있다. 독자의 편의를 위해 본고의 <표 3>에 주요 결과를 요약해 두었다. 표에서 확인되듯, 다른 업종들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의 긍정적 효과가 관찰되지 않았으나, 종합소매업에서만 긍정적 효과가 뚜렷이 확인된다. 종합소매업 중 비교적 규모가 큰 사업장인 슈퍼마켓업에서는, GRDP 대비 1% 수준의 지역화폐 발행이 무려 14.1%의 매출액 상승으로 이어졌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기타 점포’에서도 이보다는 작으나 8.2%의 매출액 증가가 관측된다. ‘음식료품 및 담배 소매업’에서도 통계적 유의성 확보에는 다소 미치지 못하였으나, 13.4%의 매출액 증대가 확인된다.

 

<표 3> 지역화폐 판매가 업종별 매출액에 미치는 효과 (이질성 분석)

주: 종합소매업의 경우, 비교적 대형인 슈퍼마켓과 소형인 기타 점포를 나누어 각기 추정함.<표 VI-6>과 <표 VI-7>에서 가장 선호되는 (3)열을 기준으로 정리함.

자료: 송경호·이환웅(2020)에서 인용

보고서는 이를 두고 매출액 증가 효과가 일부 업종에만 집중되었다고 문제 제기한다. 대형마트와의 대체성이 큰 종합소매업종에서만 지역화폐 발행의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여타 업종에서는 긍정적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종합소매업 중에서도 비교적 규모가 큰 슈퍼마켓이 기타 ‘소형 점포’에 비해 더 큰 이득을 보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해석은 지역화폐 도입의 원래 취지에 반하는 평이다. 애초 지역화폐의 발행은 대형마트와의 경쟁 관계에 놓인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골목상권의 모든 업종을 보호할 목적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대형마트와의 직접적 대체성이 큰 종합소매업에서 긍정적 효과가 드러나는 것은 오히려 반길만한 결과이지, 보고서의 해석처럼 문제점으로 지적될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종합소매업 가운데 슈퍼마켓과 ‘기타 음식료품 위주 점포’ 중 슈퍼마켓에서 효과가 더 큰 것도, 슈퍼마켓이 대형마트와의 대체성이 보다 크다는 사실을 반영할 뿐이다.

정리하자면, 현재의 실증적 추정결과는 (보고서의 섣부른 결론과는 달리) 지역화폐가 대형마트로 인한 골목상권 피해를 구제하는 데 어느 정도 효과를 내고 있음을 시사한다.

 

온누리상품권과의 중복 발행 검토

아울러, 보고서는 지역화폐가 혹시 일부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기존 온누리상품권 제도를 통해서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역설한다. 게다가 온누리상품권으로 일원화할 경우, 지자체별 지역화폐 유지 및 관리에 따른 불필요한 발행비용 역시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지역화폐와 기존 온누리상품권 간의 중복 발행 문제를 제기한 것은 나름의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다양한 지역화폐의 출현을 꼭 낭비로 평해야 할지는 의문이다. 다수의 지자체가 참여할 경우, 다양한 정책적 실험을 통해 여러 성공사례가 축적될 수 있다. 여타 지자체가 이를 빠르게 벤치마킹함으로써 모든 지역화폐의 동반 발전을 견인할 수 있다. 특히, 모바일 뱅킹과 핀테크 기술의 비약적 발전을 감안할 때, 더더욱 다양한 형태(코인형, 포인트형 등)의 지능형 화폐의 출현을 기대해 볼 만하다.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중앙정부 의존형 온누리상품권으로는 이러한 성공사례의 축적을 기대할 수 없다.

같은 맥락에서 보고서에서 제기한 소모성 발행비용의 증대에 대해서도 반박이 가능하다. 이미 기존의 소비활동도 대게 신용카드 혹은 체크카드를 통해 결제가 진행된다. 그리고, 이들 역시 연회비 및 수수료 등의 거래비용을 발생시킨다. 지류형 지역화폐의 경우, 지역사랑상품권 증서의 인쇄 및 유통에 따른 상당한 비용이 수반되지만, 이 유형의 지역화폐는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최근에는 선불카드형 혹은 모바일기반의 포인트형으로 빠르게 진화 중이고, 이러한 변화에는 더욱 가속도가 붙고 있다. 기존 거래비용과 비교하여, 지역화폐 사용에 따른 거래비용이 그다지 차이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화폐가 온누리상품권에 비해 뚜렷한 강점 역시 존재하는 데, 바로 지역 현장과의 밀착성이다. 지역 상권의 가장 취약한 부분과 정책적 노력이 크게 요구되는 현안에 대해 중앙정부의 정보력은 한계가 크다. 지자체는 자체 지역화폐를 유지 및 관리함으로써, 이들 현안에 대한 직접적 개입 수단을 얻게 된다.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본래의 취지를 달성하자면, 현장의 고민을 충분히 반영한 자율적 화폐 발행 전략이 요구된다. 이러한 지역 현장과의 밀착성 및 정책적 시도의 유연성이 현재 지역화폐가 기존 온누리상품권을 빠르게 대체해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언 및 향후 연구 제언

금번에 출간된 국책연구기관의 지역화폐 보고서는 정책 현안에 대한 엄밀한 분석적 시도라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크다. 하지만, 분석결과의 도출과 현안에 대한 해석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본 연구가 기관의 수시연구과제였다는 배경을 십분 고려하더라도, 주요 결과의 도출과 해석에 있어 곡학아세(曲學阿世)적 성격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엄밀한 분석을 진행하면서도 결과의 도출은 특정한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본고는 최신의 지역화폐 보고서를 비판적으로 평가하였을 뿐, 본 현안에 대한 특별한 찬반 입장을 표명하지 않음을 밝혀두는 바이다. 특히, 최근의 급격한 발행액 증대와 정부의 재정 소요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평가가 요구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향후 보다 생산적인 토론을 위해서는, 다음 세 영역에서의 추가적인 학술적 검토가 필요하다.

첫째, 지역화폐의 발행이 지역민의 소비여력 증대에 그칠 가능성에 대한 냉정한 평가이다. 할인 상품권의 성격을 지닌 지역화폐는 소비자들의 지출 여력을 끌어올릴 수 있으나, 만약 지역상권의 활성화가 이러한 소비 여력의 증대에만 기인한다면 이는 지역화폐 도입의 애초 취지에 어긋나는 결과이다. 둘째, 지역화폐의 확대 발행이 분배 친화적일지 혹은 분배 악화일지에 대한 과학적 평가이다. 할인 상품권의 발행은 평소 소비 여력이 큰 가구에 보다 더 큰 혜택을 가져다준다. 소비 여력이 크지 않은 가구의 할인상품권 구매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용처가 제한된 ‘불편한’ 상품권을 굳이 구매하는 쪽은 부유층보다는 중산층 이하의 가구일 수밖에 없다. 이는 기성세대보다는 청년층에서 지역화폐 구매가 활발한 현 상황과도 일치한다. 따라서, 이를 모두 종합한 균형잡힌 실증적 평가가 요구된다. 셋째, 지역화폐 가맹점 유치에 대한 전략적 검토가 필요하다. 현재 지역화폐는 쇼핑몰, 대형마트, 유흥주점 등의 일부 업종을 제하고는 가맹이 자유롭다. 지역화폐 사용의 편의성과 소비자 수용성을 고려하면 사용처 다변화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제한적인 발행액 규모를 고려하면 정책 목표에 부합하는 보다 타켓화된 사용처 지정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이에 지역화폐의 조기 안착을 위한 단기적 전략과 효과성 증대를 위한 장기적 전략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보아야 한다.

지역화폐 사업이 중앙정부의 재정만 1조원을 넘어서는 대형 국책사업으로 발전하면서 이에 대한 보다 엄중한 평가가 요구되고 있다. 본고는 이에 대한 보다 생산적인 학술적 토론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작성되었다. 금번 지역화폐 보고서를 기점으로 향후 보다 흥미롭고 유용한 학술적 연구들이 뒤따르길 기대해 본다.

 

 

1) 역외 소비지출을 고려한 A 지역 소상공인의 매출액은 0.5NAlA 중에서 A 지역을 떠난 PA 만큼을 제하고 0.5NAlA(1-PA) 이 되지만, B 지역 소비자의 PB 만큼인 NBPB 인구가 A 지역으로 유입되고, 이들 중 0.5lA 만큼은 A 지역 소상공인을 찾을 것으므로, 0.5lANBPB 만큼의 추가 매출이 기대된다.

2) 또한, 해당 활성화 효과는 mA 및 mB 의 증가함수이므로, 어느 지역이든 지역화폐를 추가로 발행하면 사회 전체적인 ‘골목상권’ 활성화 효과가 더욱 커진다. 보고서는 양 지역의 지역화폐 발행 경쟁으로 긍정적 효과는 상쇄되고 발행비용만 남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확히 하자면, 긍정적 효과가 서로 상쇄되는 게 아니라, 양쪽이 동시에 발행하면서 그 효과는 배로 커진다고 보는 게 옳다. 물론, 한쪽만 발행하고 다른 쪽이 발행하지 않는다면, 발행한 쪽의 이득이 더 크겠으나 양쪽 다 발행한다고 하여 소상공인들의 이득이 사라지는 게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3) 게다가, 해당 수치는 상권 차이가 없던 때의 득실인 (1-0.5lA)NAmA 보다 오히려 더 큰 값이다. 즉, 지역 간 상권 차이가 있다면 영세한 지자체의 소상공인 이익은 지역화폐 도입으로 인해 오히려 더 커진다는 결론에 이른다.

4) 저자들은 지역화폐의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평가하기 위한 이론모형을 완성도 있게 제시하는 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이를 통한 현안 분석과 결과 해석은 빈약하기 그지없다. 다수의 논리적 오류도 발견된다. 이론모형이 담보하고 있는 지역화폐 도입의 골목상권 활성화 효과를 애써 외면하고자 함은 아닌가 싶은 의심이 들 정도이다.

5) 주어진 추정방정식은 불안정한 추정치를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지역화폐 1억원을 증가시켰다고 하자. 이 1억원의 증가가 모든 매출 관측치별로 동일한 % 증가분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 관측치의 매출액이 작은 경우라면, 지역화폐 1억원의 증가가 상당한 매출액 % 증가로 드러날 수 있다. 하지만, 애초에 관측치의 매출액 규모가 큰 경우라면, 동일한 1억원의 지역화폐 추가 발행이더라도 매출액의 % 증가로는 쉽게 연결되지 않는다. 동일한 추정계수를 찾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6) 구체적으로는, [그림 3]의 추정식에서 lcct 를 ln(lcct) 으로 대체하면 된다. 이를 통해, 지역화폐의 % 증가분에 따른 매출액의 % 증가분, 즉 지역화폐 발행에 대한 업종별 매출액의 탄력성(elasticity)을 안정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7) 보고서는 이를 도입한 이유가 “지역화폐 도입에 영향을 받는 산업소분류들의 결과값 추세를 유연하게 통제하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8) 일반적으로 고정효과 포함 여부는 회귀분석의 결과치에 중대한 차이를 만든다. 연도별 고정효과를 도입함에 있어 이를 특정 관측치에만 한정하여 적용하는 것은 최종 추정치에 심대한 왜곡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9) 강건성 검증(Robustness Check)을 통해, 현재의 추정방정식이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하다는 점을 밝히면 좋겠으나, 현재의 보고서는 이 부분이 누락되어 있다.

10) 지역화폐에 노출된 7개 업종을 다른 업종들의 평균적인 흐름과 비교하는 게, 매출규모가 큰 일부 업종들에 가중치를 부여하여 비교하는 것보다 바람직할 수 있다는 얘기다.

11) 사실 지역화폐에 노출된 업종은 지자체별로 다 다르고, 특히 한 지자체 내에서도 연도별로 차이가 난다. 60개 지자체 각각에 대해 연도별 노출 업종을 따로 분류하는 작업을 거쳤어야 했다는 것이다.

12) 대형마트와의 대체성이 거의 전무한 ‘연료 소매업(주유소 등)’이나 ‘미용, 욕탕 및 유사 서비스업’, 혹은 대체성이 크지 않은 ‘음식점업’, ‘문화, 오락 및 여가용품 소매업’ 등에서 매출액 효과 더 크게 나타났다면, 오히려 이게 문제라면 문제일 것이다. 정부가 할인발행한 상품권이 엉뚱하게 소비자들의 주머니만 두둑하게 부풀릴 뿐, 대형마트 확산에 따른 골목상권 피해 구제라는 원래의 목적에는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다는 방증일 것이기 때문이다.

13) 사실 지역화폐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는 과감한 할인발행에 따른 현금성 복지 창구로의 전락 가능성에 있다. 소비자들이 기존에 현금으로 구매하던 것을 상품권으로 할인받아 구매하는 데 그친다는 우려이다. 업종별 차별적 효과가 확인된 것은, 지역화폐의 발행이 범용적 소득효과(즉, 소비자의 일반적 구매능력을 향상시키는 효과)보다는 대체효과(즉, 대형마트와의 대체성이 높은 업종에서의 소비증대 효과)로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즉, 현금성 복지에 그칠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증거로 보아야 옳다.

14) 한편, 지역화폐의 경우, 소상공인으로부터 별도의 수수료를 청구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거래비용의 대부분을 정부 재정으로 보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카드 수수료에 대한 소상공인 부담을 고려할 때, 지역화폐의 무 수수료 정책은 골목상권 부흥이라는 애초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하리라 평가된다.

15) 예를 들어, 어느 지자체는 대형마트 확산이 가장 큰 문제이겠으나, 또 다른 지자체는 역외 소비지출이 큰 문제일 수 있다. 또 다른 지자체는 온라인 유통의 급격한 증가가 지역상권을 위협할 수 있다. 지역마다 재활이 필요한 업종과 골목상권에 대한 효과적 지원 방식에 차이가 크다. 이러한 각양각색의 지역적 요구를 하나의 중앙정부 상품권으로 수용 가능하겠는가?

16) 사회과학분야 국책연구기관의 연구는 크게 기본연구과제와 수시연구과제로 나뉜다. 기본연구과제는 연구자가 스스로 정책 현안을 발굴하고 장기간의 엄밀한 분석과정을 거치는 데 반해, 수시연구과제는 연구기관의 운영진 혹은 관련 정부부처의 요청으로 진행되는게 관례이다. 연구의 기간 역시 수주 내지 수개월에 그친다.

17) 대형마트의 확산 및 온라인 유통의 공세에 따라 불가피하게 상권의 쇠락을 맞이한 지역경제 공동체에 대한 선별적 지원으로의 성격을 유지할 때, 지역화폐 확대 발행이 그 정당성을 유지할 수 있다.

 

 

<참고문헌>

  • 류영아, 「지역사랑상품권의 의의와 주요 쟁점」, 이슈와 논점 제1760호, 국회입법조사처, 2020.
  • 송경호 이환웅,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조세재정 브리프 제105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2020,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수시연구과제 보고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2020.
  • 행정안전부 블로그, 「지역사랑상품권 13조3000억원 판매, 지역경제에 온기를 불어 넣었습니다」, 보도X정책, 2021. 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