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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과 정책 제10호_김용진_R&D투자를 중심으로 본 한국적 창조경제 성공 가능성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3-12-02 11:15:19
  • 조회수 : 5849
 
최근 들어 창조경제라는 용어가 화두가 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창조경제가 성공할 수 있는 지 궁금해 하고 있다. 창조경제는 ‘사람들이나 사회가 가진 문제를 기존의 거대기업이나 조직이 아닌 개인의 창의성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의 융합과 기업의 출현, 일자리 창출 등이 일어나고, 이것이 결국 경제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사람들이 음악을 즐기는 과정에서 겪는 불편함을 아이포드(iPod)와 아이튠즈(iTunes)를 통해 시스템적으로 해결한 것, 움직이면서도 항상 연결되어 있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전화라는 통신기기와 컴퓨터라는 두가지를 효과적으로 융합하여 아이폰(iPhone)이라는 전혀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 낸 것, 그리하여 전혀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내고,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해낸 것 등이 창조경제의 핵심적인 예로 들어지고 있다는 것이 이러한 정의를 뒷받침해 준다. 창조경제의 성공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그 중 핵심은 효과적인 연구개발(R&D)이다. 한국 또한 창조경제를 핵심정책으로 내세우는 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정부의 연구개발 (R&D)투자액이 18조원이 이르는 등 창조경제의 성공을 위해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의 이런 노력이 현재와 같은 연구개발 체계하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어렵다’이다. 한국정부의 창조경제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연구개발 체계를 대폭적으로 손질하여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 글에서는 한국의 R&D 투자 성과와 문제점, 그리고 발전 전략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한국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는 2012년 16조원에서 2014년 18조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GDP대비 연구개발투자 비중에서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 연구개발비는 출연연구소(6조 4,286억원, 40.4%), 대학(3조 7,214억원, 23.4%), 중소기업(2조 956억원, 13.2%), 대기업(1조 4,397억원, 9.1%), 국공립연구소(7,701억원, 4.8%) 등의 순으로 배분되고 있다. 지난 5년간 40% 내외의 투자 금액이 거대 공공분야 연구를 위해 정부출연연구소들에게 주어지고 있으며, 대학은 소규모 개인 기초 연구를 중심으로 25% 내외의 투자 비중을 차지고 있다. 또한 중소기업 역량강화를 위한 중소기업 전용 R&D 지원이 대폭 확대됨에 따라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도 증가하고 있다.

R&D의 주요 성과는 연구논문의 숫자와 그 품질, 그리고 특허 등 지적자산의 확보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연구논문의 숫자와 그 품질을 중심으로 R&D의 성과를 살펴본다.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R&D 투자금액의 증가와 더불어 연구논문의 숫자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그림 1]은 주요 국가별 연구논문의 숫자와 증가율을 보여주고 있다. 전체적인 논문의 숫자에서는 미국과 영국 그리고 일본이 압도적인 우위를 보여주고 있으나 이들의 논문 발표 성장률은 매우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중국, 인도, 브라질, 터키, 그리고 한국의 경우 연구 논문의 증가율이 타 국가를 압도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중국의 경우 전체적인 논문의 숫자에서도 미국에 이어 2위에 위치할 정도로 많은 논문을 쏟아 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직접적인 연관관계에 대한 분석은 없었지만 R&D 투자 절대 규모와 연구논문의 숫자가 상당부분 일치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또한 연구논문 증가율의 경우는 개발도상국일수록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자료출처: SciVal Spotlight 2010 (May 2012), based on articles from SciVal Spotlight for co-citation analysis
[그림 1] 주요 국가별 연구논문 숫자와 증가율
 
R&D 투자가 증가하면서 늘어난 연구논문들의 질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그림 2]와 [그림 3]은 발간된 논문의 질을 나타내는 인용 횟수 및 비율에 있어서는 상당히 재미있는 결과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 2]와 [그림 3]은 전체 논문 중 인용된 논문들의 비율을 보여준다. 먼저 [그림 2]는 전반적으로 발간된 논문들이 인용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발간된 논문이라고 하더라도 영국, 미국, 독일 프랑스의 경우 인용비율이 상당히 높은 반면, 중국, 러시아, 인도의 경우는 인용비율이 아직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지식의 창의성이나 중요도에서 구미 선진국의 논문들이 앞서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과 브라질의 경우 2005년을 기점으로 인용되는 비율이 50%를 넘어섬으로써 어느 정도 논문의 질이 확보되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중국의 경우도 2000년을 기점으로 빠르게 논문들의 질이 향상되어 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자료출처: BIS UK Research Base 2011
[그림 2] 연도별 논문의 인용 정도
 
[그림 3]은 정부의 R&D 투자 금액 대비 논문의 인용정도를 보여주고 있는데, 흥미롭게도 영국, 프랑스, 독일, 터키의 경우 정부 R&D투자 대비 논문의 인용 정도가 상당히 증가하고 있어 정부 R&D 투자의 효과성이 확보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으나 한국, 중국, 러시라 연방의 경우는 정부 R&D투자 대비 논문의 인용 정도가 상당히 낮아 정부 R&D 투자의 효과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한국의 경우, R&D 투자 규모나 인력에 있어 상당히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에 연구 논문의 질은 상대적으로 매우 취약한 상태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정부 R&D 투자에 있어 과제선정의 안목이 부족하여 지나치게 비용절감과 관리의 효율성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비용 대비 효과라는 측면에서는 매우 취약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 R&D 투자의 수익이 매우 낮다는 점은 사실 많이 지적되고 있는 문제다.1)
 
자료출처: BIS UK Research Base 2011
[그림 3] 정부의 R&D 투자 금액 대비 논문의 인용정도
 
 
 
그렇다면 한국은 창조경제의 성공을 위해 어떤 형태의 연구개발체계를 만들어가야 하는 걸까?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많은 연구개발비가 투입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질 높은 연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이 글에서는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연구개발 자금의 사용방법과 관련한 정책 개혁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지금까지의 민간에 대한 직접적 연구개발 지원 방식을 간접적인 지원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약 18조원의 연구개발 자금을 기업이나 연구소, 대학에 직접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적극적인 정부의 R&D투자에 의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전체 R&D 투자 비중 순위에서 OECD 국가 중 2위로 도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제에 대한 심사 역량의 부족과 관리 역량의 부족으로 R&D 투자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정부의 직젖지원 보다는 시장에 산재해있는 정보와 지혜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테면 독일의 독일부흥은행(KfW)식 온렌딩 방식을 씀으로써 시장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특별 목적 법인을 설립하고 이 법인에게 정보부 보증을 제공하여 이 법인으로 하여금 지분투자 형식으로 연구개발 자금을 공여하는 방식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KfW는 1948년 11월 출범했는데,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 주도 아래 만들어진 유럽 재건 프로그램(European Recovery Program)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KfW는 중소기업은행, 육성지원은행, IPEX은행, 개발은행 등 4개의 은행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 육성지원은행은 한국의 산업은행 및 주택금융공사, IPEX은행과 개발은행은 수출입은행과 유사한 업무를 수행한다. KfW는 운용 재원을 대부분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하는데, 독일 정부가 상환을 보증하며, 중소기업 지원, 주택사업 지원, SOC 구축, 수출금융, 프로젝트 파이낸싱, 제3세계 지원 등의 공공적 목적으로 지출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자금을 100% 민간에 위탁하여 집행한다는 것이다. 자금 집행 경로는 크게 대출과 투자 두 가지인데 대출은 민간 은행을 통해 집행하며, 지분 참여 등 투자는 벤처캐피털을 통해 이뤄진다. 따라서 KfW는 대출과 투자 심사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그 대신 KfW는 중소기업 등에 정보를 제공하고 창업 M&A(인수ㆍ합병) 자본 참여 등초기 단계는 물론 사업 확장, 현대화 등 성장 단계와 연구 개발 등 기술혁신까지 종합 컨설팅해 준다. 이러한 방식은 시장 친화적 수단을 통해 정책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기업 연구개발에 필요한 재원을 정부가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시장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가면 자금 집행에 있어서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고, 기업입장에서는 자신의 지분을 내놓고 연구개발을 수행하게 됨으로 보다 책임있게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즉 시장이 작동하는 방식으로 민간 연구개발 투자를 지원함으로써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를 만들 수 있고 기업의 자기 책임을 강화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다음으로는 국책연구소의 운영방식과 역할을 바꾸는 것이다. 현재의 국책연구소들은 기업연구소나 대학에 비해 성과가 떨어지지만 전체 연구개발 예산의 40%를 사용하고 있다. 지금 현재는 각 정부부처가 자신들의 정책 입안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기관들을 설립하는 바람에 연구소들이 난립하고 있고, 각 국책연구소들은 상당부분 자신들의 연구비를 연구과제 수주를 통하여 스스로 충당하여야 하기 때문에 민간 연구소들이나 대학 연구소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또한 이들 국책연구기관들이 자신들이 직접 연구를 수행하기 보다는 외주를 중심으로 연구개발 사업을 운영하기 때문에 많은 박사인력들이 본질적인 연구보다는 연구과제 관리에 투입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개발 예산 사용 행태는 국가 R&D에 있어서 많은 비효율을 낳아 정부가 원하는 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하도록 하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국책연구소들이 국가의 중요한 정책 아젠다를 중심으로 연구개발에 몰입하지 못하고, 수주경쟁과 연구 관리에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 그 결과 장기적이고 기초적인 연구가 별로 이루어지지 않고 당장 목전에 필요한 연구들 위주로 진행이 됨으로써 전반적으로 연구의 질을 저하시키고 있다.2)

따라서 국책연구소를 대폭적으로 구조조정하여 통합한 뒤 국가의 중장기 계획에 맞춘 기술을 개발하도록 하고 전적으로 국가예산으로 운영하는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수주경쟁과 연구 관리를 위해 투입되는 많은 고급인력들을 민간 영역으로 전환하거나 이들이 실질적인 연구를 수행하도록 지원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창조경제의 성공을 위해서는 정부 R&D 자금 투입 방식을 공공영역과 민간 영역으로 구분하고 공공의 경우는 정부가 정책 방향에 맞게 직접적으로 관리하고, 민간 영역의 경우는 시장이 작동하는 방식으로 운영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를 만들고 기업의 자기 책임을 강화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1) 유종일, “창조경제와 성장체제 전환”,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제1회 정책심포지엄 발표문, 2013, 9.)

2) 최근 OECD가 터키 이스탄불에서 개최한 'OECD 지식경제글로벌포럼(GFKE)'에서 발표한 'OECD 과학·기술·산업 스코어보드 2013'의 국가별 주요 비교·분석 내용을 보면 한국은 혁신을 위한 정부와 민간의 R&D 투자 규모 및 ICT 인프라 구축(인터넷 접속 속도)에서 OECD 국가들 중 각각 2위, 정부의 민간 R&D 보조금과 조세지원 규모, 인구 100명당 무선브로드밴드 가입인구에서는 각각 4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에너지·환경 분야의 정부 R&D 투자 비율과 과학기술분야 인력 규모면에서는 중간 순위에, 그리고 대학의 R&D 투입비율과 중소기업의 R&D 투자비율, 민간 R&D 투자 중 해외로부터의 자금유입 등은 OECD 국가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R&D 투자의 불균형은 국책연구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도 한 원인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