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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과 정책 제20호_김용일_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흔들리는 지방교육자치제도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4-02-17 10:13:46
  • 조회수 : 2854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로 줄임)의 활동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작년 12월 5일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 출범한 정개특위의 활동 기간은 당초 올해 1월 31일까지였다. 그러나 ‘빈손 특위’라는 비판 등을 의식하여 지난 2월 4일 특위를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2월말까지 그 기간을 연장하였다. 지방선거관련법소위와 교육자치관련법소위도 종전대로 다시 두고, 위원장과 여야간사 등도 이전과 동일하게 선임하였다.

이렇게 해서 2월 6일「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개정안이 가까스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그러나 활동 기간을 연장하면서까지 개정한 법률의 내용을 보면 참으로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가로열거형 순환배열 투표용지 도입’과 ‘교육감 후보자의 교육(행정)경력 요건을 3년으로 조정’한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자연 삭발농성 등 관련당사자들의 반발이 거셀 뿐만 아니라 제도 개편 논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교육의원선거 일몰제’ 논의는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 상태다.

왜 이런 걸까? 정개특위 구성과 활동 자체가 즉흥적이고 졸속적일 뿐만 아니라 입법기관 전체가 자신들이 한 일에 대해 책임질 의지나 그럴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정개특위에 상정된 지방교육자치 관련 개정법률안 등은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단 한 번도 검토되지 않은 의제들이다. 교육상임위를 거치지 않고 정개특위로 직행하였다는 뜻인데,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허둥지둥 특위를 구성하고 별다른 준비 없이 의제를 선정한 것이라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그러다보니 교육감 후보자의 교육(행정)경력 요건을 없앴다가 다시 3년으로 조정하기로 한 정개특위의 합의내용조차 그대로 관철시킬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면서 궁여지책으로 부칙에 단서조항을 달아 2014년 7월 1일부터 적용하도록 한 것이다. 법률 개정 이틀 전인 2월 4일 이미 전국동시지방선거 예비 후보 등록이 개시되었기 때문이다. 요컨대, 경력 없이 예비후보자 등록을 한 사람의 신뢰 보호를 위하여 자격 관련 개정 조항의 시행일을 늦추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정개특위의 활동을 보고 있노라면, 한 나라의 입법기관이 이렇게 무책임해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을 지울 길이 없다. 제17대 국회에서 벌여놓은 일을 제18대 국회는 전전긍긍하다 졸속 입법을 감행한다. 그 결과가 바로 ‘교육의원선거 일몰제’인데, 책임 있는 입법기관이라면 당연히 시간을 두고 이 문제를 다시 살펴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그러나 제19대 국회에 들어 여야 모두 그런 일은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로 자신들의 책무를 방기하였다. 그러는 사이 엉뚱하게도 교육감 주민직선제 폐지 논란이 정개특위 활동의 중심에 자리 잡게 되었다.

1. 졸속 입법에 대한 성찰의 책임 방기

문제는 2006년 12월 제17대 국회에서 교육위원회를 시ㆍ도의회의 ‘특별한 상임위원회’로 통합시킨 데서 시작되었다. 그러면서 교육위원회를 별도의 선거구에서 선출된 교육의원 과반수와 시ㆍ도의회 의원으로 구성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여기에 ‘표의 등가성’이 현저히 파괴될 수밖에 없는 위헌요소가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다. 예컨대, 서울의 경우 교육의원이 시의원보다 최소 10배에서 최대 15배에 달하는 주민을 대표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아무도 몰랐던 이 문제가 후속입법 활동을 근본적으로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아무도 몰랐다’고 하나 과연 그랬는지 상당히 의심스럽다. 다른 무엇보다 당시 제도 통합론자들이 보여준 극성스러움과 교조적 태도 때문이다. 교육자치와 일반자치 통합은 선이고, 여타의 제도 설계는 모두 다 악이라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을 정도였다. 그러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통합론자들은 교육감을 시ㆍ도지사와 통합할 정도까지의 힘과 정치력은 갖고 있지 못했다. 그러기는커녕 교육위원회 통합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달래기 위해 교육감 및 교육의원 주민직선제라는 ‘떡’을 주어 무마하지 않으면 안 될 형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제도 통합의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교육위원회만큼은 시ㆍ도의회에 통합시켜놓고 보자는 정치적 선택이 이루어진다. 통합론자들이 위헌소지를 알고서도 모르는 체하면서 밀어붙였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여하튼 이런 식의 제도 통합의 후과는 제18대 국회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게 된다. 2010년 2월 교육의원 선거구 획정 등 교육위원회 통합으로 예정된 후속입법에 착수하자마자 ‘표의 등가성’ 확보 문제가 논란의 전면에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한 제18대 국회의 대응이 바로 ‘교육의원선거 일몰제’였다. 위헌 소지가 있으니 이번 한 번만 교육의원선거를 치르고 이후 선거 자체를 아예 없애자는 것이었다. 제17대 국회의 졸속입법에 대한 책임을 왜 우리가 지느냐는 식의 태도가 이런 편의적인 선택으로 이어졌다. 무책임의 극치라 할 것인데, 그것도 시간에 쫓겨 부칙의 단서조항을 달아 처리함으로써 졸속입법이라는 비판 또한 피할 수 없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번 정개특위에 기대를 걸었었다. 하지만 아주 엉뚱한 행보로 입법기관의 무책임한 모습을 재차 확인시켜주었을 뿐이다.

2. 교육감 주민직선제 폐지 논란의 교조적 성격

정개특위는 처음부터 ‘교육의원선거 일몰제’ 문제를 외면했다. 그러면서 교육감 주민직선제 폐지 여부가 정개특위의 핵심 의제인양 호들갑을 떨었다. 입법기관으로서 마땅히 감당해야 할 책임을 회피한 채 말 그대로 엉뚱한 행보를 계속해온 것이다. 더 이상 ‘진보교육감’을 만들어서는 안 되겠다는 새누리당의 정략적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이참에 시ㆍ도의회의 일반 상임위원회로 격하된 교육위원회의 위상에 걸맞게 교육감 제도를 뜯어고쳐 교육자치와 일반자치를 완전히 통합시키자는 의중도 숨기지 않았다.

민주당은 어떠한가? ‘참여정부’ 시절 앞장서 교육위원회 통합을 도모하였던 원죄가 발목을 잡고 있다. 자신들이 만든 제도의 덫에 걸려 교육감 주민직선제 고수 말고는 적시에 당론조차 확정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원하는 바는 아니었지만 정개특위의 엉뚱한 행보를 수수방관 내지 부채질하고 말았다. “제18대 국회에서 도입한 교육의원선거 일몰제를 시행해보지도 않고 제19대에서 폐기할 수 있느냐”며 전전긍긍할 뿐 결자해지 차원의 대책을 내놓지 못한 까닭이다.

사실 교육감 주민직선제 폐지론은 교육자치와 일반자치 통합론과 그 뿌리가 같다. 통합론자들은 오래전부터 교육감 주민직선제 대신 시ㆍ도지사 임명제를 선호하였다. 이럴 경우 교육감은 기껏해야 시ㆍ도지사 밑의 ‘특별한 국(局)’의 위상을 갖게 된다. 시ㆍ도지사 러닝메이트제 역시 교육감을 시ㆍ도 교육부시장(지사) 정도의 위상으로 격하시켜 통합시키자는 발상이다. 통합론자들에게 있어 교육감 주민직선제는 ‘만악의 근원’일 따름이다. 때문에 시간만 나면, “제도 통합은 선이고 여타의 구상은 모두 악”이라는 이분법적이며 교조적인 주장을 펼쳐온 것이다.

통합론자들의 이런 사고방식은 실로 뿌리가 깊다. 대한민국정부 수립 직후 미군정기에 이식된 지방교육자치 관련 법령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대두된 교육자치 불가론이 그 시작이었다. 당시 내무행정 관료들을 중심으로 제기된 교육자치 불가론은 곧바로 교육자치를 일반자치에 통합시켜야 한다는 주장으로 체계화된다. 행정의 종합성과 효율성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속뜻은 행정 관할권 확대에 있었다. 이와 같은 전통적인 제도 통합론에 훗날 작은 정부(small government)를 신봉하는 시장주의자들이 가세하여 교육위원회 통합이 이루어진다.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참여정부’ 시절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를 근거지로 하여 벌어진 일이다.
 
 
정개특위의 활동 기간이 보름 쯤 남았다. 그러나 ‘교육의원선거 일몰제’ 등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거쳐 생산적인 대안을 도출하리라는 기대는 접어야 할 것 같다. 새누리당은 그런 논의를 원천봉쇄하기 위해서라도 또다시 교육감 주민직선제 폐지 카드를 들고 나올 것이다. 민주당은 교육위원회 문제에 관한 한 당론 부재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무기력하다. 자신들이 한 일에 대해 책임질 용기와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정개특위 활동에도 불구하고 교육감과 교육위원회 제도 설계의 균형 회복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그대로 남게 되었다.

1. 제도 설계의 균형 회복과 제도의 효능감 제고

앞서 살펴본 것처럼 제18대 국회에서 ‘교육의원선거 일몰제’를 도입한 것은 교육위원회 구성에 있어 위헌요소를 해결하기 위한 손쉬운 선택이었다. 그러나 이 법률이 시행될 경우 제도 설계의 불균형을 더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게 될 공산이 크다. 집행부인 교육감의 위상은 한층 강화된 반면, 교육위원회의 위상은 일반 상임위원회로 낮아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는 교육감을 견제하고 조례 제정 등을 통해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데 필요한 시ㆍ도의회의 전문성 결여 문제에 봉착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와 관련하여 교육(행정)경력자로 선출하던 교육의원제도 폐지에 따른 후속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교육의원선거 일몰제’를 고수하는 한 전문성을 갖춘 보좌관 또는 전문위원 제도를 적극 도입 내지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2013년 현재 광역의회의 경우 보좌관제도는 존재하지 않으며, 의원 1인당 전문위원은 0.27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개특위는 물론 교육상임위 차원에서 ‘교육의원선거 일몰제’에 따른 최소한의 후속입법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앞에서 ‘손쉬운 선택’이라고 했는데, 사실 ‘교육의원선거 일몰제’가 위헌요소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었다. 일례로 교육위원회를 시ㆍ도의회로부터 분리ㆍ독립시켜 주민직선으로 선출된 교육의원으로 교육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런 선택의 장점은 표의 등가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 외에 현 교육감의 위상에 걸맞게 교육위원회제도 설계의 균형을 회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문제는 종전의 위임형 의결기관으로의 회귀라는 부담과 함께 입법기관 스스로 자기부정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입법기관의 용기와 책임감이 중요한 대목이라 할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과거 자신들의 입법 활동을 다시 살펴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일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 일을 정치적 부담으로만 인식하고 회피하면, 잘못된 제도 설계가 또 다른 문제를 양산하는 식의 악순환을 피할 길이 없다. 이제라도 책임 있는 입법기관으로서 교육감과 교육위원회제도 설계의 균형을 회복하여 지방교육자치의 효능감을 제고시키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것이 우리 아이들 모두의 교육권을 확충하고 보다 널리 향유케 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2. 제도의 공과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의 중요성

교육위원회를 시ㆍ도의회에 통합하거나 교육감 주민직선제를 폐지해서는 안 된다고 고집할 그 어떤 필연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치ㆍ사회 환경의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 사회제도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내외의 지방교육자치사를 살펴보면, 지방교육자치의 양대 기관인 교육위원회와 교육감을 설계하는 방식이 아주 다양하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어떠한 과정을 거쳐 제도 개편이 이루어지는 게 바람직한가 하는 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이번 정개특위는 아주 커다란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특별히 교육감 주민직선제 폐지라는 엉뚱한 방향의 의제 설정과 근거가 부재하다 할 정도의 주장이 난무하면서 결국 별 소득을 얻을 수 없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증거 대신 당락의 유불리라는 정략적 판단이 압도했다. 폐지 주장의 근거가 취약하다는 점이 드러나자 교육감 주민직선제 폐지를 통한 제도 통합이 절대선이라는 식의 교조적인 주장으로의 퇴행이 반복되었다.

정략적 판단이나 이데올로기적 실천의 불가피성을 애써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책임 있는 입법기관이라면 적어도 그 공과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에 근거하여 제도 개편을 모색해야 한다. 이번 일을 거울삼아 예컨대 국회 교육상임위 산하에「지방교육자치선거 평가위원회」(가칭)를 설치ㆍ운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런 노력 없이는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잘못된 제도를 또다시 졸속입법으로 대치하면서 문제를 키워나가는 고통스러운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오류를 인정할 줄 아는 용기와 함께 어떤 제도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기다리며 지켜보는 인내심이 필요한 이유라 할 것이다.
 
 
2014년 1월 7일 정개특위는 공청회(「지방교육자치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공청회」)를 개최한 바 있다. 거기에 참석하여 나는 ⑴교육의원선거 일몰제는 폐지하고, ⑵교육감 주민직선제는 유지하는 한편, ⑶교육감후보자의 자격은 유지 또는 폐지 가운데 탄력적으로 선택 가능하다는 요지의 의견을 개진하였다. 그러면서 ⑴교육의원선거 일몰제는 현행 법률대로 올해부터 시행될 공산이 크고, ⑵교육감 주민직선제도 그대로 갈 것이며, ⑶ 교육감후보자 경력제한 역시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결과적으로 교육감후보자 경력제한 문제에 대해 틀린 전망을 한 셈이다. 경력제한을 폐지하기로 한 법률을 고쳐 종전 5년에서 2년 줄여 3년으로 부활시켰기 때문이다. 한국교총과 전교조 등 교원단체의 압력이 주효한 결과로, 이런 장치라도 놔둬야 정치가들의 ‘무혈입성’을 그나마 막을 수 있다는 현실론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게 꼭 바람직한 것인지는 두고두고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경력제한이란 꼬리가 교육감 주민직선제라는 몸통을 흔들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교육감이 전문성을 일차적인 존립근거로 하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합의에 따라 일정 기간 경력 제한을 두는 것은 용인될 수 있다. 그러나 주민직선제를 실시할 거라면 마땅히 보통선거의 원칙 등에 입각하여 궁극적으로 후보자격 제한을 두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정치이론이나 법리에 부합하는 일이다. 물론 이 경우 현직 교사의 출마 제한, 교직원의 선거운동 금지 등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는 일체의 규제도 함께 풀어야 한다는 점은 재론할 필요가 없다.

여러 차례 입법기관의 무책임한 모습을 질타를 했다. 다른 무엇보다 교육감 주민직선제 폐지를 중심 의제로 삼은 엉뚱한 행보 때문이다. 현 정치 환경에서 실현 불가능한 일을 붙잡고 늘어진 것이다. 일종의 ‘시선 돌리기’라 할 것인데, 여당의 정략적 접근과 야당의 무소신이 어우러진 결과다. 그러는 사이 교육감과 교육위원회 제도 설계의 균형 회복 등의 핵심 의제가 완전히 실종되었다. 정개특위의 활동이 별 소득 없이 교육감 주민직선제 폐지 논란의 길을 활짝 열어 놓은 것이다. 지방교육자치제도의 뿌리를 뒤흔들기만 한 셈인데, ‘깁고 누비는’ 지난한 과정을 통해 제도를 착근시키려는 진정성이 보이질 않는다.

현재로서 최선은 ‘교육의원선거 일몰제’를 둘러싼 논란을 책임 있게 정리해나가는 일이다. 한국교육의원총회 등 관련당사자들은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일몰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한다는 입장을 천명해놓은 상태다. 이래저래 어수선한 상황이긴 하지만, 두 가지 방향의 해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하나는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몰제를 밀고나가는 경우다. 이 때 핵심 과제는 비대해진 교육감 권력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도록 교육 관련 의회 권력을 강화하는 쪽으로의 대대적인 보완작업이다. 앞서 살펴본 보좌관제 도입 등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뜻인데, 제도 설계상 구조적 한계가 존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요컨대, 이 정도로 당면한 문제가 시원스럽게 해결되리라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해결은커녕 교육감과 교육 관련 의회 간의 불균형이 두고두고 많은 문제를 일으킬 공산이 아주 크다. 게다가 저간의 입법 경로가 교육감 주민직선제 폐지 수순이 아니라는 믿음을 주기에도 충분치 않다. 이에 검토해봄직한 다른 하나의 해법이 바로 ‘교육의원선거 일몰제’ 폐지다. 이럴 경우 ‘표의 등가성’ 문제 해결을 전제로 교육위원회를 시ㆍ도의회의 ‘특별한 상임위원회’로 되돌리는 방안이 비교적 쉽게 수용될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더 나가면, 교육위원회를 시ㆍ도의회로부터 분리ㆍ독립시켜 위헌 문제도 해결하고 제도 설계의 균형도 맞추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볼 수 있다. 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책임 있게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