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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과 정책 제36호_박현수_세월호 참사와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교훈 참사를 방지하려면 조직의 신뢰성을 높여야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4-06-16 09:47:13
  • 조회수 : 3238
세월호 참사는 욕망에 빠진 우리 사회가 안전에 대해서는 무책임·무능력하다는 뼈아픈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개발과 성장을 중요시하는 우리 정부는 재난에 대해서 전혀 준비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헌법 34조 6항에 나와 있듯이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재해의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 동안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 참사,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등 인재에 의한 대형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했고 그 때마다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에서 나타났듯이 그 동안 세운 대책들은 무용지물이었고, 재난은 여전히 반복하여 발생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 후 드러난 해경과 정부조직의 무능력한 대응은 2005년 8월 말, 허리케인 카트리나 직후 미국 정부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 있다. 1,800명이 넘는 목숨을 앗아간 카트리나 재해 당시 신속하게 구호품을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나누어주며 고귀한 생명을 구하는데 앞장섰던 조직은 미국 정부가 아닌 대형체인점 월마트였다.

하지만 카트리나 이후 미국정부가 재난대비 및 대응책을 세우는 과정은 우리정부가 면밀한 조사 과정을 생략한 채 국정 최고책임자가 선언적으로 대응책을 제시하는 것과는 비교된다. 우리는 카트리나 사건을 통해 드러났던 미국정부 시스템의 실패와 그 이후 연방정부재난관리청(Feder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 FEMA)의 조직구조 및 내용이 어떻게 개선되었고, 한편으로는 그 당시 적절한 대응을 취했던 월마트의 사례를 살펴보면서, 우리사회가 반복되는 재해를 예방하고, 발생한 재난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어떠한 조직이 필요한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규제완화와 같은 신자유주의의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리더십, 의사소통, 재난대응 등 조직의 실패에 주목하여 문제점들을 타개해 나가는 노력도 그에 못지않게 필요한 시점이다.
 
 
2005년 8월 23일 바하마군도에서 발달한 허리케인은 카트리나(Katrina)로 명명되었다. 이 허리케인은 미국 플로리다 반도 남부를 지날 때까지만 해도 폭풍의 강도가 보통수준(카테고리1)이었지만 멕시코 만에서 에너지를 받으며 강력한 초특급(카테고리5) 허리케인으로 발전했다. 허리케인이 8월 29일 루이지애나 주의 남부도시 뉴올리언즈를 강타했을 때 강력한 비바람으로 도시를 둘러싼 제방이 무너지면서 도시 전체가 침수되고 말았다. 1833명이 사망하고 다수의 실종자가 생겼으며, 재산손실도 810억 달러에 달하는 등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당시 도시를 떠나지 못한 사람들은 교통편이 없어서 도시를 빠져나갈 수 없었던 노약자나 도시빈곤층이었다. 피난처로 지정된 수퍼돔과 뉴올리언즈 시민센터에 이들 5만 5천여 명이 모여들었다. 그러나 수용능력을 넘어선 피난처는 전기와 상하수도 시설이 마비되면서 제구실을 하지 못했고, 의약품 및 구호식품은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고온다습한 기후 속에서 많은 사람이 죽어갔고, 눈에 보이는 주검을 누구도 수습하지 않아 시내 곳곳에 고인 물위에 둥둥 떠다니는 시체로 인해 썩는 냄새가 진동했다. 먹을 것을 찾는 시민들이 상점을 약탈하는 등 치안이 무너진 뉴올리언즈 시는 무정부 상태였다.

허리케인의 피해지역은 이와 같이 처참한 상황이었지만 카트리나가 지나간 다음날 국토안전부(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 장관 마이클 쳐토프(Michael Chertoff), FEMA 책임자 마이클 브라운(Michael D. Brown)과 루이지애나 주지사 캐슬린 블랑코(Kathleen Blanco)는 허리케인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언론을 통해 발표했다. 그러나 CNN이 수많은 사람들이 구호품을 받지 못하고 고립되어 죽어가고 있는 현실을 보도함으로써 사태의 심각성이 알려지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이 전해지자 FEMA가 늦장 대응을 하여 인명피해 및 재난손실을 키웠다는 비판과 미국 재난 관리 시스템의 실패라는 비난이 폭주했다.

카트리나의 피해가 증폭된 원인은 리더십과 시스템의 철저한 실패였다. 시장, 주지사, FEMA청장은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지기 때문에 임명되자마자 재난안전 매뉴얼을 먼저 숙지하도록 되어 있고, 모의훈련을 통하여 무엇이 문제인지를 사전에 점검해야 한다. 루이지애나주는 모의훈련 결과 시민을 대피시키기 위한 교통수단이 가장 큰 문제라는 점을 사전에 인식하고 있었지만 별다른 대응책을 세우지 않은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뉴올리언즈를 둘러싸고 있는 제방이 카테고리5의 강력한 허리케인을 막아낼 수 없다 지적했지만 예산부족으로 제방 재건축을 미루고 있었다. 시장부터 대통령까지 허리케인의 강한 비바람으로 인해 제방이 붕괴될 위험이 있다는 것을 미리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카트리나를 전후해서 지방정부에서 연방정부까지 리더십과 시스템은 한동안 마비상태에 있었다.

뉴올리언즈 시장인 레이 네이긴(Ray Nagin)은 시민들을 대피명령을 내리는 시기를 놓쳤다. 시장은 허리케인이 오는 절박했던 순간에 약 두 시간 동안 아무런 설명 없이 자리에 없었다. 이 순간 시장은 자신의 가족을 대피시키고 있었다는 의심을 받았다.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을 동원하여 시민들을 대피시켜야 했지만 사용 명령을 내리지 않았고, 결국 주차장에 모여 있던 수백 대의 시내버스들은 홍수로 침수되어 무용지물이 되었다. 또한 경찰 및 소방대원들과 통신할 수 있는 수단을 잃어버려 중앙의 통제력을 상실하였고 단지 도시의 약탈자로부터 자신들을 방어하는 수준에 머물러야 했다.

루이지애나 주지사인 블랑코는 주정부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해서 연방정부에 구체적인 구호물품 및 인력을 요구했어야 하지만 내용과 시점에서 적절치 못했다. 그는 연방정부의 능력을 과신하여 FEMA가 곧바로 긴급구호 활동을 할 것으로 믿고 있었다. 그의 너무도 신중한 태도는 오히려 긴급한 상황에서 판단과 결정을 미루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FEMA청장인 브라운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카트리나가 이미 뉴올리언즈에 상륙했음에도 구조대원 파견을 늦췄으며, 외국의 구호물자가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4일동안 지체하고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FEMA의 잘못된 결정은 청장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오히려 FEMA 조직의 약화 과정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1979년 탄생한 재난대응 부처 FEMA는 독립적인 의사결정구조를 가지고 발전을 거듭하였고,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는 자원동원을 위한 부처 간 조정능력과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었다. 그러나 부시행정부는 재난안전조직이 과대하고 비효율적이라 생각했고, 경멸하기까지 했다. 그는 재난관리 경험이 전혀 없는 자신의 측근을 조직의 수장으로 임명하고, 조직의 기능을 축소하여 전문성을 약화시켰다. 9·11테러이후 FEMA는 국토안전부 소속이 되면서 일개 부서로 전락하였고, 주정부 및 지방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시켰던 교부금과 프로그램은 국토안전부 다른 부서로 넘어가 사라진 상태였다. 결국 FEMA청장인 브라운은 허리케인 대응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희생양이 되었다.

연방재난관리청의 상급기관인 국토안전부의 쳐토프 장관은 법률가로서 명석하지만 FEMA를 자신이 관리하는 23개 부처 중의 하나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의 최대 관심사는 테러와의 전쟁이었다. 그는 허리케인이 지난 직후 대통령과 부통령에게 모든 것이 성공적으로 관리되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강력한 허리케인이 지나간 이후 처음 72시간동안 자원과 인력이 부족한 지방정부는 마비되고 전문성을 상실한 연방정부는 대응이 늦어 아무런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결국 수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로 이어졌다. 이와 같이 미국은 카트리나를 통해 총체적인 리더십과 시스템의 실패를 경험하였다.
 
 
정부 리더십과 시스템의 실패와 대조적으로 대형체인점 월마트의 대응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월마트는 FEMA에 앞서 뉴올리언즈 피해지역에 도착하여 이재민에게 구호품을 전달하기 시작했고, 신속하게 영업을 재개했으며, 약 3주에 걸쳐서 트럭 2500대분의 구호품(물, 비상식량, 의약품, 화장지 등)을 나누어 주었다.1)
이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허리케인을 겪어봤기 때문에 이미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던 월마트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즈로에 상륙하기 며칠 전부터 상황실을 운영하면서 카트리나에 대비하고 있었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의사소통이었다. 중앙의 고위관리자, 지역, 지구, 매장관리자로 연결되는 신속한 의사소통구조를 가지고 있었고, 허리케인이 다가오자 곧 준비된 행동규정에 따라 움직였다.

이들은 핵심피해지역의 외곽에 구호품 및 물류 집결지를 정하고, 피해지역 매장관리자가 매장 및 지역의 상황을 비상연락망을 통해 중앙상황실에 신속하게 알리도록 하였다. 월마트는 지역별 재난피해의 정도를 파악하고, 집결지에서 피해지역으로 전달해야 할 구호품의 종류 및 수량을 결정했다.또한 회사의 중앙본부는 지구와 매장관리자에게 재량권을 부여하여 이들이 현지 상황을 고려하여 지역에서 가장 필요한 구호품들을 빠르게 이재민들에게 나누어주는 결정을 할 수 있게 했다. 건물이 파손된 매장을 제외하고 일부 매장은 치안을 위한 경찰본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일부는 이재민 피난처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와 같은 다양한 긴급 상황 대응 방식들은 연방정부의 엄격한 관료구조의 대응방식과 비교되었다. 몇 가지 주목할 점은 1) 통신수단을 확보하여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였고, 2) 중앙과 지역이 각각 역할 분담을 철저히 수행했으며, 3) 지역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잘 활용했고, 4) 영업활동 중 수 많은 데이터 축적을 통해 긴급 상황에서 필요한 물품이 무엇인지 이미 잘 알고 있었고, 5) 위에서 아래까지 리더십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 이후 미국의회는 ‘포스트-카트리나 재난관리 개혁법’을 2006년 10월에 통과시켜 재난대응 방식의 근원적인 변화를 불러왔다.2) 9·11이후 국토안전부에 종속되어 있었던 FEMA를 비록 국토안전부 속에 있지만 독립적인 의사결정 기구로 원상 복구시키고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 내는데 상하양원, 입법조사처, 백악관, 국토안전부 등이 진행한 1년 동안의 조사결과와 보고서가 토대가 되었고, 국민의 대표기관인 미의회가 이를 주도하였다.
 
1) FEMA 조직의 존속
미의회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동의하에 지방정부에서 연방정부까지 모든 단계의 정부조직에 대한 세밀한 진상조사를 실시하여 카트리나를 전후한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검토하였다. 22회의 청문회, 838,000쪽의 자료검토, 325명의 증인인터뷰를 실시하면서 미의회는 재난에 대처할 수 있는 정부의 역할, 리더십, 시스템이 무엇인지를 분석했다. 이들은 또한 군대와의 협조, 비정부조직의 활동, 피해지역의 시민건강보호, 통신수단 등 다양한 영역의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최적의 조합을 통한 재난대응준비 방안을 제시하고자 하였다.3) 2006년 초 특별보고서를 채택하면서 미상원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FEMA 조직의 폐지와 보다 권한이 강화된 가칭 ‘국가재난대비대응위원회’의 설립을 건의한다.4)
우리가 해양경찰청을 해체하려는 것처럼 미의회도 조직을 해체하고 새로운 조직을 만들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1979년부터 잘 발달되어온 FEMA의 조직을 없애기 보다는 신설조직에 부여하려고 했던 권한을 FEMA에 줌으로써 FEMA의 위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와 같이 미국의회가 1년 동안의 조사 결과 및 재난대응의 전문성을 고려하여 FEMA를 존속시킨 선택과정은 우리정부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보다 면밀한 조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해양경찰청을 해체한다고 선언한 점과 대비가 된다.
 
2) FEMA의 권한 강화
우선 ‘종합적인 재난관리’ 조직으로서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재난대비기능을 비롯하여 다른 기관에 있었던 몇몇 기능을 FEMA로 이전하였고, FEMA청장 직위는 한 단계 격상되었다. 상급기관인 국토안전부의 장관은 독자적으로 FEMA의 고유권한과 기능을 변경 및 축소할 수 없고, FEMA청장은 재난발생 시 상황을 직접 대통령과 국토안전부장관에게 보고하고, 의회에 재난관련 정책을 건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되었다.5) FEMA는 구호물자 전달을 위한 운영계획, 긴급재난 대응팀 구성, 비정부조직과 함께 재난복구전략수립, 피해지역 정부운영계획 등의 권한을 새롭게 가지게 되었으며 또한 국가재난통합관리센터를 설립하여 재난이 발생할 경우 전체적인 인적·물적 자원을 조직화할 수 있는 권한도 확보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FEMA는 국토안전부 산하에 있지만 상당한 권한과 자율성을 확보한 기구가 되었다.
 
3) 리더십과 FEMA 부서별 위상의 강화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통하여 리더십의 역량 및 전문성 부족을 경험한 미국정부는 FEMA청장을 보좌하는 직책들을 1단계 격상하여 준차관급으로 구성하였다. 연방정부 차원에서는 청장을 보좌하는 준차관급 재난전문직과 재난대비 준차관직, 장애인 조정관직, 국가재난자문위원회, 긴급재난 대응팀 등을 신설하였고, 지역단위에서는 지역자문위원회, 지역별 재난대응 기동팀, 지역 긴급통신수단지원 실무그룹 등의 조직을 새로 만들었다.6)
 
4) 전문성 및 역량강화
FEMA의 전문성과 실무역량을 강화하기 위하여 FEMA청장은 인적자원확보계획을 수립하여 FEMA에 소속된 공무원들이 교육훈련, 경험, 직무 등을 통하여 전문경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게 했으며 더불어 재난전문공무원들이 계속해서 조직에 잔류해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상여금 등을 통해 경제적 동기부여도 마련하고 있다. 이들의 실무역량과 전문성 강화하는 방안으로 FEMA는 ‘국내재난대비협력단’과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교육훈련을 진행하며, 각종 재난에 대비한 가상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5) 국가재난대비시스템의 구성을 위한 장기 프로젝트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미국정부의 재난대응 준비부족을 드러냈기 때문에 미의회와 부시행정부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국토안전부가 작성한 ‘국가재난대응계획’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실시하여 ‘국가재난대비시스템’을 발전시키고자 하였다.7) 재난대비시스템은 다양한 재난시나리오에 따른 재난대비계획을 수립하고, 지방정부, 주정부, 연방정부의 대응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전문인력배치, 조직구성, 자원확보, 정부의 지휘능력을 위한 통시수단 확보, 대피방법 등을 체계적으로 구조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시스템의 구성은 단기간에 형성되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2006년부터 지금까지 진행 중에 있다.
 
 
미국정부가 카트리나라는 대형 허리케인을 만나 무력하기만 했던 모습은 우리나라 정부가 세월호 참사에 무기력하게 대응한 것과 매우 유사하다. 그러나 신속한 구호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였던 월마트와 카트리나 이후 미국정부가 해결방법을 모색하는 방식은 재난 시스템 재구축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우리에게 몇 가지 시사점을 준다.

첫째, 카트리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적합한 통신수단과 원활한 의사소통, 중앙과 지역의 적절한 역할 분담, 현장상황에 맞는 지역지식활용, 데이터 축적을 통한 체계적인 대응, 리더십 등이 필수적이다. 재난대응에서 중요한 것은 작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더 큰 사고로 발전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조직의 각 말단에 있는 조직구성원(또는 시스템 운영자)들이 긴급 상황에서 짧은 시간 내에 동일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훈련이 되는 ‘조직의 신뢰성문화’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8) 구난 조직은 월마트가 했던 것과 같이 긴급한 상황 속에서 짧은 시간 안에 최적의 의사결정과 행동이 이루어지도록 철저하게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카트리나 이후 미국정부와 의회도 이러한 점을 인식하고 FEMA 및 재난관련 기구들도 조직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둘째, 미의회는 재난대응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있어서 무엇이 문제이었는지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하고 난 이후 조직개편, 재난대응 프로그램 개발, 전문 인력의 확보, 교육훈련 등 개선 방안을 모색하였다. 그리고 현재까지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세월호 이후 조직개편을 시도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내용에서는 미국의 선택과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미국정부와 의회가 철저한 조사 분석을 바탕으로 조직개편과 대책수립을 했던 반면, 우리정부는 진상규명 없이 미국 재난관리정책의 일부를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기구와 조직이 무엇인지에 대한 분석과 토론 없이 재난대응 방안을 제시한다면, 현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조직개편이 되고 말 가능성이 있다.

셋째, FEMA의 청장은 독립적 기구로서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고, 의회에 정책 제안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우리의 경우 새로 신설되는 국가안전처가 국무총리 산하에 두고 있다는 점과 대비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재난관리를 권력의 중심인 대통령과 미의회가 직접 관리하고 있다면, 우리의 경우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는 국무총리에게 재난관리를 맡기고 있다.

넷째, 미국의 경우 조직개편 및 신설은 카트리나에 대한 조사에 기초하여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여 진행되고 있다. 우리정부는 미국의 긴급재난 대응팀 또는 지역별 재난대응기동팀과 비슷하게 국가안전처 안에 재난 특별기동대를 창설한다고 했지만 왜 이러한 조직이 필요한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한편 FEMA가 1979년 설립되면서 미국상무성에 있었던 소방행정조직을 이관 받는 것처럼 우리정부도 소방방재청을 신설되는 국가안전처로 이관할 예정으로 있다. 이와 같은 조직개편이 어떠한 효과를 나타낼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FEMA가 국토안보부 소속으로 이전되면서 조직이 축소되고 전문성과 재난대응능력을 상실한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조직의 이전 및 신설을 위해서는 우리에게 필요한 조직이 무엇인지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금의 조직개편은 단순히 미국의 재난대응 조직구조를 모방하는 수준이고, 이와 같은 결정이 가볍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기술개발을 한다는 것은 안전에 대한 기술을 동시에 개발하는 것과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더 복잡한 기술사회는 더 복잡한 운영능력 또는 운영기술을 필요로 한다. 세월호 이후 우리는 재난 방지를 위해서 어떤 일을 먼저 해야 하는지, 어떠한 성격의 조직이 필요한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하지만 문제점에 대한 분석 없이 이루어지는 조직구조 개편은 재난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기 보다는 또 다른 관료조직을 만드는 수준에 그칠 수 있다.

성장을 중시하고 안전을 무시한 불완전한 재난 대응 시스템 속에서 사회를 유지해 왔던 우리나라가 앞으로 안전을 기조로 하는 사회 시스템 구축에 실패할 경우 찰스 퍼로우가 말하듯이9) 다양한 고위험군에 속하는 시설들(댐, 화학공장, 전력송전망, 핵발전소, 금융시스템)의 대형사고는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1) Horwitz, Steven. (2009). Wal-Mart to the Rescue: Private Enterprise’s Response to Hurricane Katrina. The Independent Review, 13(4): 511-528.

2) __________ (2006). Public Law 109-295-OCT. 4. 120 STAT: 1355. U.S. Congress.

3) Collins, Susan. (2006). Hurricane Katrina: a Nation Still Unprepared. U.S. Congress. Washington D.C., U.S. Government Printing Office; Davis, Tom et. al. (2006). A Failure of Initiative: Final Report of the Select Bipartisan Committee to Investigate the Preparation for and Response to Hurricane Katrina. U.S. Congress. Washington D.C., U.S. Government Printing Office.

4) Collins, Susan. (2007). Hurricane Katrina: a Nation Still Unprepared. U.S. Congress. Washington D.C., U.S. Government Printing Office.

5) Bea, Keith. (2007). Federal Emergency Management Policy Changes after Hurricane Katrina: A Summary of Statutory Provisions. Congress Research Service Report for Congress.

6) Ibid.

7) Ibid.

8) Weick, K. E. (1987). ‘Organizational Culture as a Source of High Reliability.’ California Management Review, XXIX(2): 112-127.

9) Perrow, C. (1984). Normal Accidents: Living with High-Risk Technologies.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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