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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과 정책 제59호_김창엽_누구를 위한 의료 영리화인가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4-12-08 10:09:02
  • 조회수 : 2659
“노동시장, 토지시장, 그리고 화폐시장, 이 모두가 시장경제에 필수적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시장경제라는 ‘악마의 맷돌’, 그 전횡을 그대로 놓아둔다면 인간과 자연은 물론 경제 조직조차 무지막지한 허구적 체제의 영향을 잠시도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

(칼 폴라니. The Great Transformation. pp. 76-77, 번역과 인용부호는 필자)

의료 영리화는 보건의료를 자본주의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으로 보고, 이를 통해 이윤을 추구하고 자본을 축적하고자 하는 모든 시도와 과정, 그리고 그 결과를 뜻한다. 한국에서 진행되는 의료 영리화는 ‘서비스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책의 직접적 결과이며, 이는 2000년대 이후 한국 경제가 자본 축적의 새로운 계기를 만들고 성장동력을 찾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박근혜 정부의 의료 영리화도 같은 배경을 가지지만, 정책과 법률, 사업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추진된다는 특성을 갖는다. 그러나 의료 영리화 정책은 성장동력이 된다는 근거가 부족하며 병원 운영의 개선과 같은 실질적인 목표도 달성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의료의 상품화를 가속화시키고 국민과 환자의 부담을 크게 늘릴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영리화 정책을 중단하여야 하며, 보건의료 정책의 기조를 공공성 강화와 보장성 확대로 바꾸어야 한다.
 
 
먼저 현재 추진되는 정책이 의료 ‘민영화’가 아니라는 일부의 주장을 검토해야 한다. 한국에서 대부분 의료기관이 이미 민간 소유이고 건강보험은 여전히 공적 부문에 속해 있으므로 민영화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런 주장의 핵심이다. 2013년 12월에 보건복지부가 <다음 아고라>에 올린 “대한민국 모두가 반대하는 의료민영화, 정부도 반대합니다”라는 글이 이런 주장을 대표한다.

가장 좁은 의미에서 민영화는 정부가 소유를 민간에 넘기는 것을 뜻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민영화는 하나의 스펙트럼으로, ‘강성’ 민영화와 ‘연성’ 민영화를 모두 포함한다. 그 스펙트럼 위에 수많은 변종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식 민영화, 경상남도식 민영화, 철도의 민영화, 의료의 민영화가 다 가능하다. 따라서 넓은 의미에서는 사회 구성원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데에 국가(공공)의 역할을 줄이고 민간(시장)의 역할을 키우는 모든 시도를 민영화로 정의하는 것이 정확하다.1) 따라서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의료 민영화란 표현은 학술적인 의미에서도 크게 틀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글에서는 불필요한 논란을 피한다는 뜻에서 ‘영리화’로 쓰기로 한다.2)

의료 영리화 역시 새로운 정책이 아니고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단계라는 주장도 있다. 필자는 한국 상황에서 의료가 이미 영리의 대상이라는 문제의식에 반대하지 않는다. 또한 많은 사람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영리화’나 ‘민영화’라는 말이 그리 좋은 개념이 아니라는 주장에도 동의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의료 영리화는 단순히 의료가 돈벌이 대상이라는 차원을 넘는다. 이는 체계의 기본 성격과 연관된 개념이자 현상으로 사회적 실재(reality)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실재란 “서로 인과적으로 작용하는 실재하는 현상으로서의 행위 주체의 관점과 그 상황”을 말한다.3) 이는 개인과 집단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변화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의료에서 영리화나 민영화는 몇 가지 용어 또는 개념과 함께 쓰일 수밖에 없다. 민영화, 상업화, 상품화, 시장화, 기업화(corporatization), 산업화 등이 대표적이다. 영리화와 더불어 이런 개념들은 엄밀하게 정의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들 개념은 맥락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구체적인 상황을 함께 고려하지 않는다면 공허한 개념 정리, 정의를 위한 정의가 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공적 소유가 압도적인 국가와 민간 부문의 비중이 큰 국가 사이에 민영화가 뜻하는 것은 당연히 다르다.

한국에서 의료 영리화는 공적 보건의료의 전통을 가진 많은 국가에서 말하는 의료의 상업화와 비슷한 뜻으로 쓰인다. 이들 국가에서 상업화는 흔히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특성을 가진 것으로 받아들여진다.4)

- 보건의료 서비스가 시장을 통해 지불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제공되는 것
- 현금 수입이나 이윤을 얻기 위해 의료서비스에 투자, 생산, 투입하는 것(민간 부문과의 계약과 공적 의료보장에 공급하는 것 모두를 포함)
- 개인의 지불이나 민간보험을 통해 보건의료 재정을 마련하는 것

물론 상업화는 서비스의 성격과 상호관계에, 영리화는 행동 주체의 성격과 행태에, 그리고 민영화는 소유와 운영 주체에 주로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다르다. 또한 이런 정의가 한국의 과거와 현재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영리화나 민영화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이전부터 한국의 의료는 이런 특성을 강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을 종합하면 ‘영리화’는 사회적 용법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다만, 영리 의료는 이분법적 개념이 아니며 또한 확립된 결과라고 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해 둔다. 요약하면 영리화는 “보건의료를 자본주의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으로 보고, 이를 통해 이윤을 추구하고 자본을 축적하고자 하는 모든 시도와 과정, 그리고 그 결과”를 뜻한다. 특히 영리보다 영리‘화(化)’는 하나의 과정과 변화를 함축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유용성이 있다. 즉, 영리화는 어느 순간 완성되거나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확대되고 심화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한 가지 유의할 것은 영리 의료 또는 영리화는 이 자체로 따로 떨어진 의료의 현상이자 경향성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는 한 사회의 정치, 사회, 경제 구조가 의료에 반영된 것이며, 이윤과 자본 축적을 목표로 하는 정치, 사회, 경제 권력이 보건의료를 통해서 관철되는 한 측면이다.
 
 
한국 의료의 영리화 압력은 1997년 경제위기를 계기로 하여 구조적 성격이 크게 바뀐다. 그 이전에는 주로 건강보험의 취약성에서 비롯된 보건의료 내부의 압력과 조정 때문이었다면, 경제위기 이후에는 한국 자본주의의 변화에 체계적으로 통합되는 양상이 나타난다. 과거 보건의료와 사회경제체제의 관련이 상대적으로 느슨했다면 이제 그 관계는 매우 긴밀한 것으로, 때로 서로를 구속하고 보완하는 관계에 진입해 있다.

적어도 정책적으로는 한국 자본주의의 새로운 환경을 빼고 의료 영리화를 밀고 가는 동력을 설명하기 어렵다. 새로운 환경이란 이른바 한국 자본주의의 ‘축적 위기’를 가리킨다. 1997년의 경제위기를 계기로 한국 경제의 발전과 성장 모형은 결정적인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는 데에 큰 이견이 없다. 과거 고부채-고투자-고성장 모형의 경제 성장이 저부채-저투자-저성장 모형으로 이전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대부분이 동의한다. 여기에다 심화되는 저출산, 고령화는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떨어뜨리고 그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2000년대 이후 자본 축적의 새로운 계기를 찾으려는 것은 어느 정권이나 공통된 과제였다. 2000년대 초반의 ‘성장동력’이나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 담론은 물론,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이나 현 정부의 ‘창조경제’ 역시 압력과 배경이 다르지 않다.

의료서비스는 새로운 성장동력 가운데서도 ‘서비스 산업’ 담론과 밀접하다. 노무현 정부 이후 모든 정부가 성장동력이 하나로 서비스 산업에 주목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서비스 산업의 핵심에 의료 또는 의료서비스 산업이 있었다. 의료서비스는 당초 시장 개방에 대한 대응과 규제 완화에서 출발했으나, 점차 성장동력의 하나로 격상된 것이다. 성장동력은 의료의 ‘산업화’를 촉진함으로써 가능하고, 여기서 산업화는 (이미 산업이지만) 의료서비스의 부가 가치를 높이는 것을 뜻한다. 경제적으로 이를 작동하게 하는 것이 영리인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과거 정부 가운데서는 이명박 정부가 가장 구체적이다. 신성장동력 3대 분야 중 하나로 ‘고부가 서비스산업’이 포함되었고, 글로벌 헬스케어가 여기에 속한 다섯 가지 신성장동력 가운데 하나다. 의료서비스는 주로 시장 규모와 경쟁력 면에서 유망한 분야로 설명된다. “2012년 세계 의료 관광 시장규모가 1,000억 달러까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등 향후 유망한 분야”이며, “기술경쟁력은 미국, 유럽의 80-90% 수준에 머물고 있으나, 가격경쟁력을 고려하면 … 절대적인 비교우위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는 것이다.5)

박근혜 정부의 의료 영리화 정책 역시 같은 조건 속에 있다. 나아가 정치적으로는 경제 활력을 요구하는 더 큰 압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압박도 더 커졌다. 앞으로도 경제성장과 발전의 패러다임이 혁신되지 않는 한 어떤 형태로든 의료 영리화 정책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6)
 
 
박근혜 정부가 2013년 12월 발표한 ‘4차 투자활성화 대책’이 의료 영리화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킨 직접적 계기다. 그러나 관련된 정책은 이것만이 아니다. 원격의료 활성화나 의료법 개정,7) 서비스발전기본법 등이 영리화와 바로 연결된다. 재정 지원 등 법률을 통하지 않은 ‘연성’ 정책도 한둘이 아니다. 의료 영리화를 하나의 정책 기조로 이해하면, 서로 다른 계기의 정책들이 영리화를 중심으로 수렴되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여기서 개별 정책이나 방침의 세부 내용을 되풀이하지는 않는다. 이미 잘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정책 기조가 이렇다면 앞으로도 새로운 정책과 프로그램이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예로는 ‘신의료평가’를 완화하려는 시도를 꼽을 수 있다. 정부는 새 의료기기라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품목 허가를 받으면 신의료기술평가(신의료평가)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개정 규칙을 입법예고했다. 새 의료기기의 조기 시장 진입을 허용하겠다고 한 4차 투자 활성화 대책의 후속 조처라고 한다. 의료기기 산업의 발전을 위한 규제완화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국민과 환자들은 건강에 미치는 위험이 커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개별 정책은 다양하지만 의료 영리화 정책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 물론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고 많은 것이 따로 구분할 수 없이 겹친다.

첫째는 규제 완화를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영리 추구가 가능하도록 법과 정책을 바꾸는 형태다. 앞서 말한 신의료기술 평가를 줄이겠다는 것이 여기에 속한다. 조금 크게 보면 모두 약이나 장비의 임상시험을 덜 까다롭게 만드는 것이다. 의료인이 여러 곳의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해 주자는 것, 경제특구의 영리병원에 외국인 의사 비율을 없애는 것, 법인약국의 허용 등 일일이 꼽자면 한둘이 아니다.

둘째, 새롭게 영리가 가능하도록 틀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규제 완화라는 소극적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수익과 영리 추구가 가능하도록 새로운 영역과 방법을 만들고 제공한다. 의료관광을 촉진하거나 병원에 딸린 호텔(메디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쉽게 알 수 있는 실례다. 투자활성화 대책에 포함된 의료법인의 영리 자(子)법인도 비슷하다. 법인약국을 허용하는 것은 한편으로는 규제 완화지만, 달리 보면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셋째는 영리의 주체와 그 활동을 직접 지원한다. 예산으로 사업을 지원하고 공공기관이 나서서 기술지원을 하는 것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의료관광과 병원 수출을 지원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관점을 달리 하면 시간이 경과하면서 단계별로 영리화의 공간이 확대되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경제특구에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을 실례로 들 수 있다. 경제특구의 수를 점차 늘려가는 것, 영리병원의 조건(예를 들어 외국인 의사 비율)을 차례로 완화하는 일, 건강보험의 적용 여부를 바꾸어 나가는 것(비적용 -> 적용) 등은 5년, 10년을 두고 느슨한 쪽으로 계속 바뀐다. 이는 일종의 ‘문턱’ 효과 때문으로, 일단 허용되거나 진입하면 수준과 범위를 바꾸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는 데서 비롯된다. 같은 논리를 영리 자법인 문제에 적용할 수 있다. 일단 허용되면 한쪽으로는 법인이 할 수 있는 부대사업의 범위가 계속 확대될 것이고, 다른 쪽으로는 의료법인뿐 아니라 다른 형태의 법인에도 같은 틀이 적용될 것이다.

결국 영리 의료를 위한 정부의 행동은 한두 가지 정책이나 사업에 한정되지 않는다. 앞으로 더 많은 영역에서 더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할 것이다. 다른 사정이 달라지지 않는 한, 규제는 더 풀리고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 과정에서 생길 간접 효과도 지나칠 수 없다. 대표적인 것이 건강보험에 미칠 영향이다. 기술과 약품, 서비스가 달라지면 재정이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더 많은 수익과 영리는 일차적으로 건강보험이 더 많은 지출을 하도록 만들 것이고, 재정 압력이 심해지면 다른 대안(예를 들어 민간보험)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커진다.8)
 
 
의료 영리화의 결과는 단순하고 명확하다. 뭐라고 명분을 붙이든 의료서비스를 통해 더 많은 이윤과 영리가 가능해지는 것이 핵심이다. 개인과 가계는 어떤 형식이든 비용을 더 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정부의 재정 부담도 늘어난다. 부담이 늘어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면 사회가 비용을 치르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영리 추구의 특성을 볼 때 안전, 의료의 질, 인간적 케어, 편리성과 같은 본질적 가치가 보장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한다.

전체 비용이 늘어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누가 부담하고 수익은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하는 배분의 문제다. 계산은 뻔하다. “손실은 사회화하고 이익은 개인화”하는 방식이 명확하다면, 영리화가 심화될수록 정의의 훼손을 피할 수 없다.

굳이 살피자면 내용과 정책 구성 자체가 허술하다. 우선, 의료서비스가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당초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간단하게 봐도 그 어떤 나라에서도 의료서비스가 경제성장의 견인차 노릇을 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 기본적으로 인적 서비스인데다, 무엇보다 공공성과 국가 책임이 강조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다르게 보면 국가적으로 의료서비스를 경제와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결국 성장동력으로서의 의료 서비스 담론은 비과학적이고 동시에 비경험적이라 할 수밖에 없다.

최소한 일자리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것도 부분적으로만 맞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인력이 모자라고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분야에서 새로 만들어질 수 있는 일자리는 대부분 ‘품위 있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필요한 것이 이런 일자리인지 묻고 싶다.

투자활성화 정책이 겨냥한 의료기관의 운영 개선이라는 명분도 허약하다. 영리 자법인이 모법인의 경영 상태를 좋게 하고 인술에 더 충실하게 한다는 정부 주장은 무슨 뜻인지도 알기 어렵다. 영리 목적의 자법인이 돈을 벌어서 적자에 허덕이는 모법인(병원)을 먹여 살린다는 뜻이라면 전혀 설득력이 없다. 다른 많은 정책은 돈벌이 이외에 무슨 정책목표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실행 전략도 수긍하기 어렵다. 불법, 부작용과 일탈, 지대 추구의 가능성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 정부는 새로운 규제, 지침, 감독을 강조한다. 그러나 정부와 행정이 이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비영리법인인 학교나 병원이 음성적으로 매매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현재로서는 이 정도도 관리하지 못한다. 몇 안 되는 재벌의 전횡과 탈법조차 찾지 못하는 것이 실력이자 의지다. 하물며 의료법인이 만든 자법인의 남용 방지와 투명성이 가당키나 한 목표인가.

의료 영리화는 정부가 내세운 어떤 목표도 달성하지 못한 채 보건의료의 공익과 공공성만 망가뜨리는 것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영리화를 가능하게 하거나 촉진하는 정책을 멈추어야 한다. 개별 정책의 대안을 다투기보다는, 영리화라는 정책 기조를 전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정책은 오히려 공공성을 강화하는 쪽이라야 한다. 우선 건강보험의 보장성 수준을 더 올리고 보건의료의 공공 재정을 확충해야 한다. 보건의료 사업의 공공성을 확대하는 것도 급하다. 만성질환 관리, 예방과 건강증진, 장애인 보건과 재활, 응급의료, 노인보건 등, 공공성을 높여야 할 보건의료 사업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장기적으로는 민간 부문의 압도적 우위를 완화하는 구조 개편을 추진해야 해야 할 것이다. 공공 부문의 비중과 역할을 더 키우는 한편, 민간 부문을 민주적으로 ‘규율’할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1) Hawkesworth, M. and M. Kogan, Encyclopedia of Government and Politics. Vol. 2, 1992, London: Routledge. pp. 821-2

2) 이 글에서 영리화와 민영화는 거의 같은 뜻으로 쓴다.

3) Maxwell, Joseph A. 2012. A Realist Approach for Qualitative Research. Thousand Oaks, California: SAGE Publications. p.22.

4) Mackintosh, Maureen , and Meri Koivusalo. 2005. "Health systems and commercialization: in search of good sense." in Commercialization of Health Care: Global and Local Dynamics and Policy Responses, edited by Maureen Mackintosh and Meri Koivusalo. Basingstoke: Palgrave Macmillan. p.3.

5) 박정수 외. 2009. "신성장동력 서비스산업의 경쟁우위 확보전략." 서울: 산업연구원. 71쪽.

6) 영리 의료를 촉진하는 또 다른 동력이 보건의료 내부의 압력이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낮고 의료기관의 경영 수지가 악화되는 가운데 정부는 시장을 통해 압력을 줄이려고 한다. 민간보험과 수익성 의료의 확대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7) 국내 보험사의 외국인환자 유치 허용,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허용, 국제공항 등 외국어 표기 의료광고 허용 등을 골자로 한다.

8) 그런 점에서 건강보험의 ‘민영화’도 의료 영리화와 전혀 관계없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