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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과 정책 제78호_백필규_청년실업의 문제와 대응방안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5-04-27 10:06:29
  • 조회수 : 2982
 
청년실업이 심각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공식 실업자는 107.6만 명(실업률 4.0%), 이중 15~29세 청년실업자는 45.5만 명(실업률 10.7%)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공식통계상의 실업자는 실제로 구직활동을 한 사람 중에서 취업하지 못한 사람들로 어떤 이유로든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사람을 제외하고 나온 수치이기 때문에 취업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 청년들의 실업을 ‘일하지 않고 있는 상태’로 정의한다면 청년 전체 중 취업하고 있는 청년들의 비율인 청년 고용률을 보는 게 현실을 보다 정확히 보는 것일 수 있다. 우리나라의 15~29세의 청년고용률은 2014년에 40.7%로 15~24세를 기준으로 한 OECD 회원국 평균보다 10% 이상 낮은 수준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2014년의 청년인구는 951만명인데 이중 취업자는 385만 명으로 취업하고 있지 않은 청년은 566만 명이다. 이중 학생이 447만 명이므로 학생이 아니면서 취업하고 있지 않은 청년은 119만 명이다. 그런데 취업하고 있지 않은 사람 중에서도 취업준비나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학생 중에서도 취업준비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취업의사 없이 도피수단으로 학생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교육을 받지도 않고, 일을 하지도 않으며, 취업을 위한 직업훈련에도 참여하지 않는 청년층(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을 의미하는 니트족(NEET)의 규모를 추산해보면 163만 명으로 청년인구의 17.2%에 이르고 있다. 이중 취업을 위한 구체적인 활동을 하는 니트족은 43.8%(59만명)로, 취업관련 시험준비자가 28.3%, 구직활동자가 15.4%를 차지하고 있고, 미취업기간 동안 니트족의 56.2%(76만명)는 적극적인 취업을 위한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보면 실질적인 청년실업자는 공식실업자 46만 명에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니트족 76만명을 포함하여 122만 명 수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추가취업을 희망하는 불완전취업자까지 포함시키면 실질적 실업자 규모는 더욱 커지게 된다.
 
<표> 청년인구와 니트족의 유형별 구성
자료 : 현대경제연구원(2015),「청년 니트족(NEET) 특징과 시사점」
 
 
위에서 실질적인 청년실업자가 최소 120만 명을 넘는다고 말했지만 청년실업자는 왜 이렇게 많은 것일까? 청년실업의 원인은 다양하고 복합적이지만 여기에서는 노동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자주 지적되는 원인을 중심으로 각 주장들이 얼마만큼 현실에 부합되는가를 검토함으로써 청년실업문제의 정확한 진단과 해법마련의 실마리를 풀어보고자 한다.

노동공급 측면에서 청년실업의 원인으로 자주 지적되고 있는 것중의 하나는 중소기업에는 일자리가 많이 있는데 고학력화 등으로 눈높이가 높아진 청년들이 이러한 일자리를 기피하여 실업자로 되고 그 결과 청년들의 구직난과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병존하는 이른바 ‘인력수급의 미스매치’ 현상이 생겨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디까지 사실일까?

먼저 ‘인력수급의 미스매치’의 개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실업이 어느 정도인지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고용노동부가 발표하는 「2014년 하반기 직종별사업체노동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4.10.1. 현재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인력부족인원은 266천명으로 이중 300인 미만 규모 중소사업체의 부족인원은 245천명이다. 그런데 ‘부족인원’은 채용여부나 채용계획과 무관하게 사업체의 정상적인 경영을 위해 더 필요한 인원으로, 기업현장에서의 인력부족은 구인노력을 했는데도 충원을 하지 못한 ‘미충원인원’이 보다 현실에 근접한 지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미충원인원을 보면 ’14년도 3분기에 83천명 수준으로 이중 300인 미만 규모 중소사업체의 미충원인원은 78천명이다. 이 인원조차 3분의 2는 저수준의 숙련을 요하는 일자리이고 대졸 청년인력이 희망하는 사무관리직이나 기술직 등 고수준의 일자리에 대한 수요는 3만 명을 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마저도 최근에는 신규졸업자를 뽑는 것이 아니라 경력자를 채용하는 경향이 강해져 학교를 갓 졸업한 청년들의 취업은 더욱 어려워지는 양상이다. 청년들이 눈높이를 낮추어도 취업할 수 있는 인력은 최대 8만 명 수준이고 120만 명을 넘는 무직청년들을 취업시키기에는 터무니없이 일자리가 부족한 상태이다. 요컨대 미스매치에 의한 실업보다는 수요부족에 의한 실업의 비중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청년들의 중소기업 취업기피문제는 어떠한가? 중소기업 취업기피의 근거로 자주 인용되는 통계청「사회조사」의 2013년도 결과를 보면 19~24세 청년이 선호하는 직장은 국가기관(27.4%)이 가장 많고 이어 대기업(19.8%), 공기업(18.4%)의 순이고, 중소기업은 3.5%, 벤처기업은 2.5%에 불과하다. 이 수치만을 보면 청년들의 중소기업 기피가 심각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에서 근로조건이 훨씬 양호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을 포함하여 선택하도록 한 당연한 결과이고 조사내용이나 대상을 달리하면 상당히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예컨대 중소기업 취업희망을 여러 직장형태 중에서 선택하도록 하는 방식과 직접 중소기업 취업의사를 묻는 질문과는 응답이 다를 수밖에 없다. 또 취업을 앞둔 졸업학년인가 아닌가 혹은 대기업에 갈 확률이 높은 대학인가 아닌가에 따라서도 응답은 크게 달라진다. 취업을 현실적으로 절박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시점에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는 가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청년은 중소기업 취업에 긍정적인 응답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학 4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4년의 중소기업연구원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3.6%가 중소기업에 취업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응답했다. 문제는 중소기업 취업을 충분히 준비한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대안이 없어 준비도 없이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중소기업 취업 후에도 원하던 직장이 아니어서 바로 이직하는 경우도 많아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노동수요 측면에서 청년실업의 원인으로 자주 지적되고 있는 것은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이중구조이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노조로 조직된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정규직 근로자들이 고용과 임금 어느 것도 양보하지 않고 기득권을 유지하려다 보니 가업들이 신규고용창출에 소극적이 되고 그 피해가 새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청년들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기업에 의존하는 하청중소기업의 비중이 높아 대기업의 고용과 임금부담이 하청중소기업으로 전가되기 쉬운데, 그 결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가 심화되는 이중구조가 고착화되어 중소기업도 일자리 창출여력이 낮아져 청년들에게 고용기회를 제대로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가 조직되어 있는 대기업과 공공기관에서 고용과 임금의 경직성이 높고 그것이 신규고용창출을 저해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론적으로나 실증적으로 어느 정도 동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논리가 우리나라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가? 중소기업은 정규직의 경우에도 고용안정성이 높지 않다. 2013년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직원들의 평균근속기간은 3~5년 미만 42.8%, 5년 이상 33.2%, 1~3년 미만 22.4%’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소기업은 유연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허약하여 고용창출여력이 없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약한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많이 지적되고 있는 것은 중소기업을 쥐어짜는 대기업의 불공정거래이다. 많은 실태조사에서 대기업의 단가후려치기, 기술탈취, 이윤압박 등이 지적되고 있고, 대부분의 하청업체들은 영업이익률이 3%대를 넘지 못해 겨우 생존만 하는 수준으로 경쟁력 제고를 위한 R&D여력은 거의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의 경쟁력 약화는 전적으로 대기업 탓으로 돌리면 되는 것인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중소기업의 혁신노력의 부족도 중요한 한 원인이다. 혁신노력이 부족한 가장 큰 원인은 중소기업에서 혁신을 주도할 혁신마인드와 능력으로 무장한 CEO가 많지 않고 기술혁신과 경영혁신을 체계적으로 수행할 실무인력도 크게 부족한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혁신을 제대로 하지 않아 성장이 정체되고 성장하지 못하는 기업에 우수한 혁신인력의 유입이 이루어지지 않아 경쟁력 제고가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 창출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재의 중소기업의 ‘불편한 진실’이라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청년실업의 원인에 대해 검토해보았다. 요약하면 노동수요부족,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이중구조, 중소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인한 고용창출능력 저하라고 할 수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먼저 노동수요부족문제부터 살펴보자. 노동수요가 창출되기 위해서는 경제성장이 원활히 이루어져야 하고 성장하려면 투자와 소비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현재 투자와 소비 모두 막혀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최근 임금주도성장론이 부각되고 있다. 임금주도성장론은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 소비와 투자가 원활히 이루어져야 하는데 소비도 투자도 부진한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임금을 올려서 소비를 진작시키고 투자를 유도해 성장을 해가겠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임금주도성장론이 노동수요 부족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몇 가지 의문점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임금인상이 정부가 권유한다고 실행가능한가라는 점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정부의지로 어느 정도 가능하겠지만 기업현장에서의 일반적인 임금인상은 기업의사결정 고유의 영역이다. 임금인상여력이 있는 대기업은 정부가 강권하면 마지못해 ‘보여주기식’의 임금인상을 할 수 있겠지만 임금인상여력이 거의 없는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정부가 임금인상을 요청해도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을 것이다. 특히 최저임금 언저리에 있는 영세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을 것이고 그것은 고용감소로 이어져 소비증가가 아니라 소비감소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지불여력이 있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임금인상이 이루어질 경우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과의 임금격차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고 특히 원하청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에 대기업의 임금부담이 전가되면 이러한 격차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셋째 임금을 올린다 해도 그것이 얼마나 소비확대로 이어질지도 의문이다. 10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의 압박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가계는 임금이 올라도 부채상환에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소비확대로 이어지기 어렵다. 특히 노후불안이 심각한 우리나라에서는 임금이 인상되어도 미래를 위해 소비를 억제하는 행태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본다면 임금주도 성장론은 취지는 좋지만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은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임금주도성장론 대신 고용주도성장론은 어떨까? 임금을 높여 소비를 진작시키고 고용을 창출하는 방식이 아니라 고용을 창출해 임금소득을 증대시키고 소비를 진작시켜 성장을 해가는 방식이다. 고용을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 고용창출 방법에는 창업을 통한 시장 일자리 창출, 정부의 재정지출을 통한 공공일자리 창출,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인력수급 미스매치 개선을 통한 일자리 연결하기 등 다양한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여기서 가장 바람직한 것은 창업을 통한 시장일자리 창출이고 이를 위해 우리의 모든 시스템을 창업 중심 패러다임으로 바꾸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창업을 이야기하면 당장 나오는 반론은 실패가 뻔한데 무책임한 소리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미 자영업자 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과당경쟁 상태에 있고, 실패하면 재기할 기회도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창업은 실패의 나락으로 빠지는 지름길이고 따라서 독려하기보다는 극력 말려야 할 일로 간주된다.

그렇다면 창업 안하고 가만히 있으면 일자리가 생기는가? 누군가가 창업을 하지 않으면 취업을 할 수 있는 일자리도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면 창업은 더 이상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는 필수과제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문제는 창업을 할거냐 말거냐가 아니라 할 수 밖에 없는 창업을 어떻게 제대로 할 거냐이다. 우리나라 창업의 문제점은 준비 안 된 창업, 생계형 창업, 나홀로 창업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그 결과 당연히 대부분 실패하거나 영세기업에 머무르는 수준의 창업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창업을 제대로 된 창업으로 바꾸려면 준비된 창업, 기술형 창업, 힘모아 창업으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모든 교육기관에서 창업교육이 일상화되고 취업기간은 창업훈련의 과정이 되고 연구개발은 창업으로 연결되는 방향으로 경제사회교육시스템의 전면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제대로 된 창업교육이나 훈련도 받지 않고 무작정 창업에 뛰어드는 청년이나 베이비부머들이 너무 많고, 중소기업 취업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 가지 못하는 루저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연구개발은 아무도 읽지 않는 교수들의 논문 생산도구에 머무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노동시장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확대라는 이중구조와 함께 취업과 창업이 따로 노는 이중구조가 창업을 통한 신규고용창출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먼저 초중등대학교에서 창업교육을 영어 이상으로 중시하고 교수나 연구자의 평가기준에서 창업기여도를 최우선하는 방식으로 바꾸어갈 필요가 있다. 기업채용기준도 스펙보다 창업경험이나 창업마인드를 최우선하는 방식으로 바꾸고 그 결과 사교육도 영어나 스펙보다는 창업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사회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예컨대 우리나라 경제와 사회에 절대적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삼성이 채용기준을 창업마인드와 창업경험 중심으로 획기적으로 바꾼다면 다른 기업과 교육기관도 그에 따라갈 것이고 그 결과 청년들도 창업을 먼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진로와 직결된 이야기라고 생각할 것이다. 중소기업도 창업정신을 가진 청년이 들어오면 대안이 없어 루저 마인드로 들어오는 청년보다 경쟁력 제고에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게 하여 준비된 창업이 이루어지면서 창업하면 실패가 아닌 대박이 연상되고 실패해도 패자부활이 용이하게 이루어져 마음껏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창업국가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모든 것을 창업중심 패러다임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한편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이중구조의 문제는 어떻게 풀 것인가? 고용도 임금도 보장된 대기업과 공공부문 정규직과 고용도 임금도 열악한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부문 간의 괴리심화가 청년고용 악화의 중요한 한 원인이라면 그 해법은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고용과 임금의 경직성을 완화하는 것이 될 것이다. 주지하는 바처럼 정부는 이 문제를 노사정위원회가 주도하는 대타협을 통해 풀고자 하였다. 그러나 노사정은 3월말로 설정한 시한이 될 때까지 결국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다. 타협실패의 원인에 대해 정부와 경영계는 노동계가 노조이기주의에 집착하여 양보를 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하고, 노동계는 정부와 경영계가 자유로운 해고허용이라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해서 그렇다고 한다. 이런 입장 차이는 현실을 냉정하게 보면 양보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기보다는 처음부터 원천적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였다. 정규직의 고용확보와 임금인상에 존립기반을 둔 노총이 자유로운 해고허용을 받아들인다면 노총 자신의 존립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이고, 고용과 임금의 유연성 확보에 존립기반을 둔 경총 역시 자유로운 해고도 임금체계 개편도 이루어지지 않는 타협안은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협상에서 어느 일방의 이기주의는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자본주의 시스템 하에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이기주의는 당연한 것 인만큼 제도나 정책설계는 시장참여주체들에게 이기주의를 버리고 양보를 하라고 말하기보다는 이기주의를 전제로 제도나 정책을 시스템적으로 설계하는 지혜가 더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사정위원회를 대기업 노사와 정부만이 아니라 중소기업, 비정규직, 청년대표등 이해관계자를 모두 포함시켜 다수결방식으로 하든지 신뢰도가 높은 공익전문위원만으로 구성된 회의체에서 노동개혁의 방안을 제시하고 정부는 이 방안에 따라 이해관계자가 아닌 국민을 설득하면서 개혁을 실행하는 방식이 훨씬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소기업의 경쟁력 약화의 문제는 어떻게 풀 것인가? 중소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인한 고용창출능력 저하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스스로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력을 할 수 밖에 없다. 여기에는 경영혁신과 기술혁신, 그리고 그러한 혁신을 주도할 경영자의 혁신이 필수불가결하다. 이런 혁신을 통해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그리고 대기업으로 성장해가는 기업들이 많다면 우수한 청년들이 왜 중소기업에 가지 않겠는가? 우리는 이미 2000년대 벤처붐 때 대기업의 우수인력들이 보수가 높지 않은 벤처기업에 몰려갔던 경험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당장의 보수보다는 미래비전의 실현을 통해 대기업보다 높은 생애보상을 꿈꾸었던 사람들이다.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비전을 발견할 수 있는 강소기업 내지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을 위한 혁신경영의 노력이 필요하다. 저임금에 의존하는 경영이 아닌 인재경쟁력을 기반으로 하는 경영(Human management), 융자자금에 의존하는 부채경영이 아닌 투자자금에 기반한 내실경영(Investment management), 모방기술로 단기이익을 지향하는 경영이 아닌 핵심역량을 키우는 기술경영(Technology management), 국내 대기업에만 의존하는 내수중심경영이 아닌 전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경영(Global management),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하고 정보와 이익을 나누지 않는 원맨경영이 아닌 기업 내부에서는 직원들과 비전을 공유하고 외부와는 협력을 적극적으로 하는 오픈경영(Open management), 영어 두문자로 조합하면 HITGO경영(치고 나가는 경영)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 또 정부는 이런 기업들을 제대로 선별해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구체적 사례를 보여주고 청년들이 이런 기업에서 비전을 발견하여 함께 성장해가는 모델을 만들어 제시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혁신경영(HITGO 경영>
 
 
지금까지 청년실업의 현황과 원인, 해법에 대해 차례로 살펴보았다. 글을 맺으면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청년실업의 문제는 청년 스스로가 풀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0년간 20번 넘게 내놓은 청년 고용대책이 실패했다고 고백했다. 또 청년실업문제를 포함한 노동개혁을 논의해왔던 노사정위원회도 결국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실패로 끝났다. 왜 그랬는가를 여기에서 상세히 논의하는 것은 지면제약상 어렵지만 청년실업의 문제는 정부정책을 통해 개선한다는 것은 별로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청년 스스로가 일자리를 만들 수밖에 없다. 일찍부터 창업마인드로 무장하고 부단히 창업훈련을 하고 기회가 주어지면 조그만 기업에라도 들어가 실전경험을 쌓아 일정시점에서 ‘준비된 창업’을 하겠다는 발상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고용절벽 앞에서 청년들이 스스로 창업을 통해 절벽을 무너뜨리고 사회를 바꾸어가겠다는 결단과 주도적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