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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과 정책 제99호_손정원,이재광_중국자본의 런던 부동산 투자현황, 그리고 한국에 주는 시사점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5-10-12 10:23:53
  • 조회수 : 3919
중국과의 경제교역이 증가하면서 중국자본의 국내 부동산 투자는 규모가 커지고 양상이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2010년 부동산 투자이민제도의 시행은 중국자본의 국내 부동산투자에 상당부분 기여를 해 왔으나, 성과에 대한 엇갈리는 평가는 중국자본의 국내 부동산 투자에 보다 근본적이고 전략적인 방안의 모색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본고는 중국자본의 부동산 투자 기간과 규모가 한국보다 앞선 런던을 사례로 한국에 대한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런던에 대한 중국의 투자는 부동산의 단순 취득과 지분투자를 넘어서고 있다. 이는 중국의 부동산 개발회사인 總部基地사가 중국 투자회사의 투자를 받아 복합 금융지구를 개발한 후, 중국계 회사의 유럽 지사에게 사무실을 판매 혹은 임대한다는 계획으로 개발되고 있는 Asian Business Port (ABP) 사례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다. 즉 자본조달, 개발, 분양에 이르기 까지 부동산 개발의 일련의 과정들이 중국 자본의 주도적 참여로 이루어 지는 것이다. 중국자본의 런던 부동산 투자개발 사례는 국내에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시한다. 먼저 국내에 투자하고 있는 중국자본의 특성과 투자대상에 따른 정책의 세분화가 요구된다. 해외자본의 주거용 부동산 매입은 주택가격 급등이라는 부작용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에 중국자본의 투자행태를 적절히 유도하고 규제할 수 있는 세분화된 맞춤형 정책의 시행이 필요하다. 또한 보다 크고 장기적인 전략 하에서 중국자본의 국내 부동산 투자를 바라보고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런던의 ABP 사업이 런던시장의 구체적 비전과 명확한 전략의 연장선 상에서 승인된 것처럼, 국내에서도 중국자본의 국내 부동산 투자를 보다 효과적으로 유치하고 파급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순히 한 번의 소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데에만 급급한 국내의 현실은 오히려 중국자본의 연속적인 투자를 제한할 가능성을 높일 뿐이다. 중국자본의 국내 부동산투자에서 주도적인 부동산 개발사업 참여를 장려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런던의 ABP 개발사업에서 경제 및 사회적 재생을 포함함으로써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중국자본에 대한 지역주민의 거부감이 경감되었다는 점은, 중국자본에 우호적이지 않은 국내 실정에 적용하여 효과를 볼 부분이 있다. 또한 해외자본이 주도하는 부동산 개발사업으로의 전환은 국내 기업과 중국자본과의 합작과 파트너쉽을 통한 비즈니스 기회 창출에도 기여하는 바가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과 한•중 간의 경제교류의 증가로 중국은 한국의 최대 경제교역국으로 부상하였으며, 향후 양국간의 경제교류의 규모와 비중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러한 거시경제 흐름 속에서 중국의 국내 부동산 투자 규모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데,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 6월까지 중국인의 국내 부동산 소유규모는 약 120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급격한 성장의 배경에는 2010년부터 시행되기 시작한 부동산 투자이민제도가 있다. 지역경제 및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부동산 투자이민제도는, 현재 중국자본의 국내 부동산투자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부동산 투자이민제도를 활용한 중국자본의 국내 부동산 유치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투자유치의 규모 면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고 그로 인해, 관련산업과 지역경제가 활성화 된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지만, 이와는 반대로 중국 자본의 급증에 따른 한국사회의 잠식우려와 지역주민의 상대적 박탈감에 기인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실제로 제주도에서는 “제주도가 중국인 소유가 되어 이제 우리 모두 중국인에게 월세 내고 살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하는 실정이다.

중국자본의 국내 부동산투자를 둘러싼 상반된 견해는 문제의 핵심이 중국자본 유치의 방식 그 자체, 또는 그 방식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지에 있음을 방증한다. 바꾸어 말하면 현재 부동산 투자이민제도를 통한 중국자본의 국내 부동산투자가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작동을 하고 있는 지와 그에 따른 효과가 우리가 기대한 만큼 보여지고 있느냐는 점이다. 또한 부동산 투자이민제의 일몰시기가 2018년으로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문제의 핵심은 기존 제도에 대한 단선적인 평가를 보다는 중국자본의 국내 부동산 투자유치와 기대효과의 극대화에 대한 보다 근본적이고 전략적인 방안마련에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고는 중국자본의 부동산 투자 역사와 규모가 한국보다 앞선 런던의 사례를 살펴 봄으로써, 기로에 서 있는 중국자본의 국내 부동산투자 정책에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특히 부동산의 단순 취득과 지분투자를 넘어, 중국자본이 주도적으로 복합 금융지구를 개발하고 있는 Royal Albert Dock의 Asia Business Port 사례를 집중적으로 살펴 봄으로써, 중국의 해외부동산 투자 및 개발 방식의 변화를 이해하고, 국내 정책이 향후 초점을 맞추어 대응해야 될 부분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중국의 해외 부동산투자를 집계해 발표하는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해외 부동산 투자규모는 최근 5년 사이 급격히 증가하였다 (그림 1). 2010년 약 15억 달러에 불과했던 투자규모가 2014년 약 15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잠정 추계되고 있다. 이러한 수치에 중국본토인의 홍콩을 경유한 간접 해외투자금액은 제외되어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실제 중국본토에서 해외 부동산으로 투자되고 있는 규모는 공식적인 통계보다 좀 더 높은 수준인 것으로 보여진다.
 
<그림1>중국의 해외 부동산 투자, 연도별
 
 
단위: 10억달러, 그래프 출처: Anderlini (2015)
 
중국 부동산투자자들이 투자처로 선호하고 있는 지역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 영미권 국가들이며, 도시 별로 보게 되면 런던, 뉴욕, 시드니, 토론토 등 영어권 선진국 주요 대도시가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그림 2). 그 중에서도 뉴욕과 런던은 북미, 유럽, 일본 투자자본뿐 아니라, 싱가포르, 아랍권, 러시아 등 모든 부동산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처로 조사되고 있다. 중국 부동산투자자들도 뉴욕과 런던에 가장 많은 규모의 투자를 하고 있다 (그림 2).
 
<그림2>중국인에 의한 부동산투자 (도시별)
 
 
단위: 10억달러, 그래프 출처: Anderlini (2015)
 
 
런던 부동산 시장은 뉴욕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동산 투자처로 평가 받고 있다. 런던이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부동산 투자의 블루칩으로 인식되고 있는 이유는 런던 부동산시장의 투자안정성과 매력적인 투자수익률에서 찾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성숙된 부동산 시장일수록 안정되지만 그에 비해 기대수익률은 낮아지기 마련인데, 런던은 두 가지를 충족하는 부동산시장으로 평가된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런던 부동산 시장의 가격회복수준인데, 런던은 다른 주요 부동산시장에 비해 충격에 따른 회복이 빠르고 그 반등 수준 또한 높았다 (그림 3). 지난 2008년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런던 부동산 시장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하였지만, 금융위기 일 년 후인 2009-10년에 이미 경제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였고, 2014년 말 기준으로 2008년 가격보다 15% 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런던 부동산시장은 동기 대비 40% 가격상승을 기록하며 상대적으로 높은 투자수익률을 보인 것이 특징이다.
 
<그림3>영국 주거용 부동산 가격 추이
 
 
단위: 2002년 가격에 대한 상대 가격, 그래프 출처: Ehrenberg (2014)
 
부동산 시장의 블루칩으로 통하는 런던은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필수적으로 담겨 있을 정도로 선호도가 높으며, 이들 투자자들에 의한 대규모 부동산 거래는Guardian의 경제면에 단골로 등장하는 기사거리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예로서, 런던의 Canary Wharf 금융지구는 캐나다의 부동산 개발회사인 Olympia & York에 의해 개발이 되었고, Westfield London과 Westfield Stratford는 호주의 Westfield에 의해 개발이 되었다. 최근에는 일본의 대표적인 부동산 개발회사인 Mitsui Fudosan이 BBC TV Centre 부지를 인수해 대규모 복합 개발사업을 추진 중이기도 하다(Reuters, 2015). 한국의 기관투자자들도 런던 부동산시장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투자해 왔다. 국민연금은 2009년에 Canary Wharf의HSBC 빌딩에 약 1조 3000억원을 투자하여 2014년 카타르 투자청에 매각하면서 약 9600억원 (시세차익 + 배당수익)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이외에도 사학연금과 삼성생명이 런던 주요 오피스와 호텔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런던 부동산 투자는 투자주체와 투자방식에 따라 세 가지 형태로 구분이 가능하다.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오래된 투자형태는 개인들에 의한 주거용 부동산 투자이며, 이 유형에서는 대부분 주택 매입 이후 예상되는 임대수익과 시세차익을 기대하며 투자가 이루어진다.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투자대상은 영국의 중산층들이 선호하는 주택이며, 가격기준으로는 평균가격 보다 조금 높은 수준의 주택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와 아랍의 부호들처럼 호화주택을 매입하는 경우는 드물게 보고되고 있지만, 중국인들의 고가 주택매입의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2014년 기준으로, 중국인들의18억원 이상 주거용 부동산 매입은 전체 부동산 매매의 11%로, 2012년의 4% 에 비하여 세 배 가량 증가하였다. 이는 수 년째 5%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큰 증가세를 보이고 있음을 나타낸다 (Ji et al., 2014). 중국인들의 런던 부동산 투자를 촉발시키는 요인은 투자이익 이외에도 자녀유학이나 중국의 특수한 상황에서 비롯되는 부분이다. 런던에는 상당 수의 중국인들이 유학을 하고 있으며, 자녀유학을 위해 주거용 부동산을 구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런던에서 중국인의 부동산 투자를 담당하는 전문가에 따르면, 중국인들이 유사시 피난처 내지는 자산은닉의 목적으로 런던에 주거용 부동산을 구입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중국 내에서 정치적 희생양이 되거나 다른 이유로 권력에 의해 탄압을 받고 모든 재산을 잃을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하여, 안전한 런던에 주택을 매입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의 외화관련법 상 개인이 5만 달러 이상을 해외로 반출하기 어려운 실정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주거용 부동산투자가 개인들에 의해 주도되었다고 한다면, 오피스 등의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투자는 대부분 기관투자자들에 의해 이루어 지고 있다. 중국 기관투자자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전반적인 해외투자규모를 확대하는 走出去战略 정책에 의해 촉진된 측면이 있다. 무역흑자와 투자유치를 통해 외환이 계속 쌓여감에 따라, 위안화가 평가절상압력이 생기고, 국내물가가 오르는 부작용이 발생하게 되자, 중국정부는 해외투자를 촉진시키는 走出去战略을 발표한다. 이러한 우호적인 거시정책환경하에 중국의 해외 부동산 투자규모는 확대되어왔고, 그 중에 런던 부동산 시장에 상당 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져 왔다. 그리고 중국시장의 개방에 따라 외국 기업들이 전면적으로 중국시장에 진출할 것을 대비하여, 중국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외국에 나가 경쟁을 경험하면 국내시장에서의 경쟁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깔려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측면으로는 2008년 세계경제위기 충격으로 유럽과 북미의 우량 부동산들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진 것도 중국의 해외 부동산투자를 확대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부동산 투자규모는 금융위기 이후 급속도로 증가하였다. 중국의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는 초기에는 주로 국영기업들에 의해 주도되었는데, 경제적인 목적과 함께 중국의 경제성장을 과시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 져 있었다. 반면, 최근 들어서는 국영기업 외에도 민영 은행과 보험회사 등이 자산배분 차원에서 런던의 부동산에 투자를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서 부동산 투자의 주체와 방식이 다양화되고 있다.
 
<그림4>중국 기업 소유의 주요 런던 부동산 현황
 
 
(그림출처: Ji et al. (2014), p.5)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최근 들어 중국의 런던 부동산 투자는 단순한 상업용 부동산 매입 및 지분 투자를 넘어 부동산개발에 까지 영역이 확장되며,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수정궁(Crystal Palace)재건 개발사업을 들 수 있는데, 중국의 런던 부동산 개발사업의 효시격인 수정궁 개발사업은 비록 실패로 끝나기는 하였지만 건물의 상징성과 더불어 중국 부동산 개발의 굴기였다는 점에서 대내외적으로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수정궁은 빅토리아 시대에 영국의 국력과 선진 기술을 세계에 과시하기 위해 열었던 만국박람회 전시회장으로서 영국의 전성기였던 빅토리아 시대의 영광을 상징하는 건물이다. 1936년 화재로 사라져버린 역사적인 건물을 재건할 수 있다는 기대와 예기치 않았던 중국 부동산 개발회사의 주도적 참여시도는 영국사회에 엄청난 충격과 화재를 모았다.

최근 중국의 런던 부동산 개발사업은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중국 부동산 개발회사인, 總部基地(Advanced Business Park) 사에 의해 제안된 Asia Business Port 개발사업이 런던 정부의 최종승인을 받고 현재 개발이 진행 중에 있기 때문이다. 영국사회와 정치권의 저항에 막혀 불발로 끝난 수정궁 개발계획이 불과 몇 년 전이었음을 감안해 본다면, 중국 자본의 런던 부동산 개발사업 참여에 대한 위상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림5>1936년 화재로 소실된 수정궁
 
 
 
Asia Business Port 개발사업은 總部基地사가 1조 8천억을 투자해Royal Albert Dock을 주거, 업무, 상업의 복합기능을 갖춘 런던 제 3의 금융 업무지구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ABP 개발사업을 통해 약 2만개의 일자리와 11조원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예상되고 있다. 런던 동부에 위치하고 있는 Royal Albert Dock은 과거 템즈강을 통해 운송된 화물을 하역하고 선적하는 지역이었으나, 컨테이너의 출현과 육상 운송수단의 발달로 원래 용도를 상실하게 되었다. 도크랜드 재생공사에 의해 시티공항(City airport)이 건설되긴 하였지만, 낙후된 주변 환경 및 불편한 교통접근성, 그리고 거대한 스케일의 도크 관련시설은,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Royal Albert Dock주변 지역 일대의 재생을 답보상태에 머무르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대륙 주요 도시와 연결되는 시티공항이 인접해 있고, 2017년에는 런던을 동서로 가로질러 영국 최대공항인 Heathrow공항까지 연결되는Cross Rail도 개통될 예정이어서, 런던시내뿐 아니라 항공교통으로 유럽, 아시아까지의 연결성이 상당히 좋아지게 된다. 런던 시에서 ABP에 외국인 투자유치와 개발사업 지원과 관련해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는 것도 개발사업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런던의 금융산업 발전과 그에 따른 오피스 및 상업시설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시점에서, 낙후된 동런던 지역을 ABP개발사업을 통해 재생하려는 런던시장의 의중과 전략이 실현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림6>Asia Business Port 개발 계획도
 
 
출처: Evening Standard (2013)
 
중국의 런던 부동산 투자에서 ABP 개발사업의 승인과 추진이 상징하는 바는 적지 않다. 1조8천억원에 달하는 투자규모가 중국자본에 의해 런던 부동산에 투자되었다는 점이 아니라, 중국 부동산 개발회사가 런던에서 부동산 개발사업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주목할 부분이다. 단순한 부동산 취득과 지분투자를 넘어서 부동산 개발사업에 있어서 중국의 격상된 사업참여는 중국자본의 런던 부동산투자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첫째로 중국개발업자가 직접 대형 프로젝트를 주도한다는 점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다. 그리고 두 번째로 자본이 중국 투자기관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최대투자자는 상해에 본사를 둔 中国民生投资股份有限公司이며, 이 회사는 민생은행의 관련기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생은행은 민간은행이지만, 최근 부패스캔들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민간은행이라 할지라도 고위인사들의 거취는 결국 중국정부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런던 투자도 중국정부의 의중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낳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기업이 입주하게 된다는 점이다. 즉 개발계획, 자본 조달, 분양이 전적으로 중국인들에 의해 주도된다는 점이다. 물론 런던 사정에 밝은 개발회사와 파트너를 맺고 있다는 점과, 설계와 시공을 모두 영국계 기업에 맡겼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개발회사가 완전히 독식할 수 있는 역량은 안 된다는 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개발계획, 자본조달, 분양을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볼 대, 모든 단계에서 중국이 주연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싶다. 한국의 송도 국제신도시 개발 시에 미국계 개발회사인 게일사가 앞세워지긴 했으나, 거의 모든 자본이 포스코건설의 보증 하에 국내 금융기관에 의해 조달되었고, 기실 게일사 조차도 포스코가 섭외하여 내세운 것에 불과하며, 입주도 결국 거의 전적으로 한국기업들이었다는 점에서, 송도국제신도시 개발은 전적으로 한국의 사업이었다. 그리고 도시재생사업의 성공사례로 널리 인용되고 있는 런던 Canary wharf 개발사업도, 개발을 주도한 것은 캐나다의 Olympia & York였으나, 캐나다에서 자본을 조달하고자 특별히 노력한 흔적이 없고, 완공된 건물 입주 회사가 외국계가 많긴 했으나 그것은 런던에 진출한 외국기업일 뿐, 개발회사가 캐나다 회사를 유치한다거나 한 실적은 별로 없다. 따라서 송도국제신도시, 런던 Canary wharf 두 경우 모두 각각 한국, 영국의 부동산개발의 일부였을 뿐이다. 그러나 ABP는 처음단계에서부터 최종단계에 이르기까지 중국계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ABP 개발사업의 승인으로 중국자본의 부동산 투자에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고 있는 런던의 사례는, 기로에 서 있는 국내의 해외자본 투자유치정책에 의미 있는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우선적으로 국내에 투자하고 있는 중국자본의 특성과 투자대상에 따른 정책의 세분화가 요구된다. 런던에서는 주거용과 업무용 부동산을 구분하여 해외 자본의 투자에 대해 각기 다른 규제와 혜택을 적용하고 있다. 해외자본의 주거용 부동산 매입에 대해서는 세금을 물리거나 혜택을 축소함으로써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나, 업무용 부동산 투자에 대해서는 보통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해외 자본의 주거용 부동산 매입이 런던 주택시장의 가격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런던시민들이 입는 피해와 부작용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책은 비슷한 상황을 경험하고 있는 호주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중국인의 부동산취득 열기가 뜨거운 제주도에서 비슷한 현상이 관찰되고 있으며, 지역주민의 불만과 상대적 박탈감이 표출되며 사회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를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세분화 내지는 맞춤형 정책으로 중국자본의 투자행태를 적절히 유도하고 규제해 나가야 한다. 정책의 세분화는 투자대상과 지역사회에 미치는 파급효과에 따라 여러 형태의 혜택과 규제로 발전이 가능하다.

중국자본 투자유치 정책의 세분화와 함께 런던의 사례에서 시사점으로 도출되는 것은 중국자본 투자유치 전략의 수립이다. 구체적으로 중국자본의 부동산 투자에 대한 보다 넓은 시각과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런던 시는 The London Plan에서 제시한 “글로벌 도시로서의 지속성장”이란 비전 하에 중국을 포함한 해외 자본의 유치에 분명한 목적과 전략을 갖고 접근하고 있다. 동•서 런던의 균형개발이라는 정책적 목표달성을 위해 중국자본의 ABP 부동산 개발사업을 승인하고, 런던 제 3의 업무지구로 육성하려는 계획은 런던시장의 비전과 그것을 구체적으로 이어 받은 전략 하에서 승인된 것이다. 또한 ABP 개발사업을 통해 동런던 재생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이를 통해 재생을 위한 연속적인 파급효과를 극대화 하겠다는 계획도 면밀히 계획된 전략의 일환이다. 국내에서도 중국자본의 부동산 투자를 보다 효과적으로 유치하고 파급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중국자본의 국내 부동산투자유치가 구체적인 비전과 명확한 전략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전략적 접근은 중국 자본의 투자효과를 극대화 시키는 동시에, 중국자본의 투자유치를 지속시키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단순히 한 번의 소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데에만 급급한 국내의 현실은 오히려 중국자본의 연속적인 투자를 제한하는 가능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중국자본의 부동산 투자에 대한 지역사회의 반발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

부동산의 매입과 지분투자에 머물러 있는 중국자본의 국내 부동산투자 방식을 주도적 부동산 개발사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런던에서 중국자본의 부동산 투자는 단순 부동산 취득과 지분투자를 넘어서 주도적인 부동산 개발사업을 시행하는 성숙단계에 접어들었다. 가장 큰 변화는 지역사회의 중국자본에 대한 거부감이 현격히 경감하였다는 점을 꼽을 수 있는데, 이는 부동산 개발사업 시 지역의 경제 및 사회적 재생에 대한 사항이 같이 고려되기 때문이다. 가령 런던의 ABP 부동산 개발사업은 런던 제 3의 업무지구를 조성하는 것과 동시에 Newham Borough의 재생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중국자본의 투자는 지역 재생을 고려하는 차원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부동산 투자이민제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현재의 방식은 규모와 기능면에서 제한적이기 때문에, 해외자본이 주도할 수 있는 부동산 개발사업의 도입을 통해 가능성을 열어 주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중국 부동산투자의 주도적 개발사업으로의 전환은 국내 기업들에게 중국자본과의 합작과 파트너쉽을 통한 비즈니스 교류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런던의 AEP 개발 사업에 설계, 시공 및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영국기업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은, 국내 기업과 관련 정부기관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이는 비단 국내 부동산 개발사업에만 국한 되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 중국자본과 국내 기업의 합작을 통해 중국 내 사업기회로 까지 연결될 가능성을 열어 준다.
 
[참고문헌]

Allen, Kate 2015. Foreign buyers undeterred by London sell-offs. Financial Times 인터넷판 8월 23일자 URL http://www.ft.com/cms/s/0/c42c8214-44f2-11e5-af2f-4d6e0e5eda22.html#axzz3mZbWt31G

Anderlini, Jamil (2015) Surge in Chinese housebuying spurs global backlash. Financial Times 인터넷판 2월 25일. URL http://www.ft.com/cms/s/0/fcc2d346-bcd3-11e4-9902-00144feab7de.html#ixzz3mZqmtEZj

Evening Standard (2013) £1bn mini-city at Royal Albert Docks will be ‘gateway’ for tiger businesses from Asia. 인터넷판 5월 29일자. URL: http://www.standard.co.uk/news/london/1bn-mini-city-at-royal-albert-docks-will-be-gateway-for-tiger-businesses-from-asia-8636021.html

Ji, David, Regina Yang, Stephanie Sun, Ocean Ruan, and Sam Lau (2014) Chinese Outward Real Estate Investmebnt: After the Initial Waves, What's Next? London: Knight Frank

Reuters (2015) Japan's Mitsui to lead $3 bln property project in London 인터넷판 6월 5일자. URL: http://uk.reuters.com/article/2015/06/05/japan-mitsui-fudosan-idUKL3N0YR2AT20150605

김태일 (2014) 제주도의 외국인 토지소유 실태와 부동산 투자이민제의 개선방안 [부동산 포커스] Vol.78

신금미 (2014)부동산투자이민제도, 한국경제 성장 동력인가? 프레시안 8월 28일자 URL: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19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