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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과 정책 제109호_정재훈_생애사적 문제로서 청년문제 - 여성노인 빈곤의 출발점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5-12-21 10:05:53
  • 조회수 : 2842
본 글은 청년기 문제가 결국 여성노인 빈곤의 출발점이 되는 현상을 제시함을 목적으로 한다. 그렇다면 왜 그냥 노인이 아니고 여성노인인가? 왜 여성노인의 문제가 청년기라는 생애사적 과정에서 출발하는가? 이러한 질문에 답하는 것으로 글의 내용을 구성해 본다.
 
가.통계적 사실

2014년 현재 65세 이상 고령인구 수는 6,385,559명으로 고령화율은 12.7%이다.1) 2013년 현재 65세인 남자노인의 기대여명은 18년이며 여자노인의 경우는 22.4세이다. 80세 남자노인의 기대여명은 8년인 반면 여자노인의 그것은 10.3년이다. 조사 대상 65세 이상 남성노인 중 38.5%, 여성노인의 54.4%가 자신의 건강 상태가 나쁘다고 인식하고 있다. 반면 조사 대상 65세 노인 중 ‘아침식사, 적정 수면, 규칙적 운동, 정기 건강검진’ 등 건강관리를 실천하는 비율은 남성이 더 높다. 모든 항목에서 여성노인의 실천율이 남성노인의 실천율보다 낮게 나온다. 예를 들어 남성노인 5명 중 1명이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지 않는 반면, 여성노인은 4명 중 1명이 정기 건강검진을 받지 않는다. 일상생활 전반과 가정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 정도 역시 남성노인보다 여성노인이 더 많이 느낀다. 65세 이상 남성노인 중 2014년에 5,914명이 이혼했고 그 숫자의 1/3인 1,969명이 재혼하였다. 이혼 여성노인 2,721명에 비해 재혼 여성노인 수는 720명이었다(26.5%).

2013년 현재 640만 명 가까운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은 31.4%이며 고용률은 30.9%이다. 남자 노인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은 42.6%(고용률 41.9%), 여성 노인인구의 경우는 23.4%(23.1%)이다. 55세에서 79세 고령자 중, 2014년 현재 취업활동을 원하는 남성 고령자는 약 540만 명 중 400만 명을 넘는다(76%). 여성은 약 600만 명 중 300만 명이다(49.6%). 그 중 ‘생활비를 보태기 위하여’ 취업활동을 원하는 남성은 약 200만 명(50.6%), 여성은 약 176만 명(58.7%)이다. 생활비가 필요한 남성 비율이 높은 만큼 같은 연령대에서 취업을 원하는 남성은 임금수준을 일자리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보고 있다(조사 대상자 중 25.4%). 그 다음이 일의 양과 시간대이다(20.8%). 여성의 경우에는 일의 양과 시간대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보면서(조사 대상자의 37%), 그 다음 중요한 기준으로 임금수준을 보고 있다(20.2%).

55세에서 64세 사이 고령취업활동자 중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 근속 기간’이 5년 미만인 경우가 남성은 전체 조사 대상자 중 9.3%인 반면 여성은 27.4%이다. 5년 이상 10년 미만 근속자 비율도 남성은 10%인 반면 여성은 25.2%이다. 20년 이상 한 일자리에서 근무한 비율이 남성은 49.5%인 반면 여성은 21.2%이다. 평균적으로 볼 때 남성의 한 일자리 근속 기간은 19년 정도인 반면 여성은 11년 6개월 정도이다. 근속 일자리를 그만 둔 이유 중 조사 대상 남성의 14.5%가 정년퇴직인 반면 여성은 2.8%에 불과하다. 권고사직ㆍ명예퇴직ㆍ정리해고, 조업 중단이나 휴ㆍ폐업 등 경영상 이유가 남성은 58.2%인 반면 여성은 33%이다. 가족을 돌보기 위하여 근속 일자리를 그만 둔 여성 비율은 28.7%이지만 남성 비율은 1%이다.

노인인구 10만 명 당 자살자 수는 경제개발협력기구 최고 수준인 64.2명인데 남자가 102.3명, 여자가 37.3명이다. 2014년 현재 국민기초생활수급자(1,237,386명) 중 65세 이상 노인은 379,048명으로서 전체 수급자 중 노인 비율은 30.6%이다. 이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노인 수급자 중 여성 비율이 69.7%이다.

대표적 공적연금으로서 국민연금의 경우 2014년 현재 전체 가입자 약 2,112만 명 중 여성 가입자 비율은 약 43%이다. 사업장 가입자 약 1,230만 명중 여성 비율은 약 40%로 내려간다. 반면 지역가입자 중 여성 납부예외자 비율은 46.2%로 높아진다. 임의가입자 중 여성 비율은 84.1%로 압도적이다. 임의계속가입자 중 여성 비율도 67.7%로 사업장ㆍ지역가입자 중 여성 비율보다 높은 편이다(표 1).
<표1>국민연금 가입자 현황(성별, 2014년 말 현재)
 
총가입자수 사업장가입자 지역가입자 임의가입자 임의계속가입자
소득신고자 납부예외자
21,125,135 12,309,856 3,873,696 4,571,014 202,536 168,033
12,046,242 7,424,710 2,075,183 2,459,714 32,300 54,335
9,078,893 4,885,146 1,798,513 2,111,300 170,236 113,698
출처: 국민연금공단(2015), 2014년 국민연금통계표
2015년 5월 현재 55세~79세 남성 중 연금 수령자 비율은 49.2%이다. 남성 연금 수령자 중 25만원 미만 수급자 비율은 34.8%이다. 같은 연령층 여성 중 연금 수령자 비율은 41.3%이다. 여성 연금 수령자 중 25만원 미만 수급자 비율은 70.5%이다. 남성 연금 수령자 중 100만원 이상 수령자 비율은 18.8%인 반면, 여성의 경우는 4.9%이다. 전체 연금 수령액 평균은 49만원이지만 남성 평균은 67만원이고 여성 평균은 31만원이다(표 2).
<표2>연금 수령액(단위 : 천명, %)(2015년 5월 현재)
 
55~79세 55~79세
인구
연금
수령자
10만원
미만
10~25
만원미만
25~50
만원미만
50~100
만원미만
100~150
만원미만
150만원
이상
평균수령액
(만원)
전체 11,834 5,328 82 2,695 1,327 585 194 444 49
남자 5,573 2,744 30 925 806 470 147 367 67
(100.0) (1.1) (33.7) (29.4) (17.1) (5.4) (13.4)
여자 6,261 2,583 52 1,770 521 116 48 77 31
(100.0) (2.0) (68.5) (20.2) (4.5) (1.9) (3.0)
자료 : 통계청(2015),「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및 고령층 부가조사」
나.통계적 의미

한국사회 인구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노인 빈곤율이 약 45% 수준을 상회하여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평균 15% 수준을 훨씬 넘어가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인구고령화는 여성노인 인구 증가로 이어진다. 현재 추세로 볼 때 65세 이상 고령인구 남녀 비율은 약 0.7:1 이다. 노인 100명이 있다면 그 중 약 59명은 여성이라는 의미이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여성 비율은 높아진다.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사는 ‘역차별’ 상황을 이야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평균수명, 기대여명 수준과 건강수명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2011년 현재 남성의 건강수명은 68.79세, 여성 72.48세로 3.69년 차이가 있다. 같은 연도 기준으로 여성의 기대여명(84.45세)이 남성(77.65세)보다 길기 때문에(6.8세) 여성은 남성보다 3년을 더 건강하지 않게 살게 된다. 건강 상태에 대한 자가 진단 역시, 앞서 통계에서 봤듯이, 남성보다 여성이 더 부정적이다. 스트레스도 여성이 더 많이 받는다. 여성의 장수는 스트레스를 동반한 건강하지 않음으로 표현할 수 있다.

노후에도 우리나라 노인은 취업활동을 해야 한다. 생활비가 모자라기 때문이다.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이 그래서 매우 높다. 남성노인 2명 중 1명, 여성노인 5명 중 1명이 취업활동을 한다. 남성노인의 2/3, 여성노인의 절반 정도가 취업활동을 원하고 있다. ‘남성 = 취업활동자, 여성 = 가사ㆍ돌봄노동 담당자’라는 성별노동분리 사회적 규범의 결과가 노후에도 이어진다. 그래서 남성노인은 일자리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얼마나 많이 받을 수 있는가.”를 본다. 여성은 가사ㆍ돌봄노동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일의 양과 시간대’을 우선 기준으로 삼는다. 남성노인의 자살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서 ‘돈벌이 능력을 상실한 가장’의 모습을 추론할 수 있다.

‘돈벌이를 책임지는 남성과 집안일을 책임지는 여성’ 규범은 일자리 근속 기간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두 배 정도 긴 결과로 나타난다. 직장을 그만 둔 원인도 남성의 경우에는 직장 관련 사유가 많지만 여성의 경우에는 가족 관련 사유가 많다. 청년기 여성의 경력 단절이 노후빈곤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노인 10명 중 7명은 여성이다. “여성의 노후는 빈곤하다.”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지만 “빈곤한 노인은 여성이다.”라고 추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빈곤노인으로서 여성 이미지는 노후소득 보장의 상징으로서 국민연금에서도 읽을 수 있다. 국민연금 가입자 10명 중 4명이 여성이지만 여성의 연금 수령액은 남성의 73% 수준이다. 최근 수년 간 남성 임금 대비 여성 임금 비율이 70% 이하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그나마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 기능이 작동해서 연금 수령액은 남녀 임금격차를 약간 상쇄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상 내용을 단순화하여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인구고령화는 여성노인 고령화이다. 여성노인의 삶은 남성노인보다 더 심한 스트레스와 질병을 동반한다. ‘남성 = 취업활동자, 여성 = 가사ㆍ돌봄노동 담당자’라는 성별노동분리 규범은 청년기 여성의 짧은 취업활동 시간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노후에 배우자의 소득에 의지할 수 없을 때 여성노인은 빈곤해진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야기는 청년기를 이미 산업화 시대에 보낸 노인세대 관련이다. 그리 새로운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다만 추정할 수 있는 내용을 통계적 사실에 근거하여 확인해 본 의미가 있다. 현 노인세대에서는 특히 성별노동분리 규범이 강했다. 취업활동도 오래 하지 않아서 받을 수 있는 연금 수준도 낮다. 따라서 노후를 남편 배우자에게 의지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빈곤에 빠지고 기초생활수급자가 된다. 그렇다면 교육수준에서 이미 남녀 간 격차가 사라졌고 남녀 맞벌이 가정이 더 이상 새로운 규범이 아닌 현 청년세대에서 왜 또 다시 ‘빈곤노인으로서 여성’의 모습을 찾을 수 있는 것인가? 여기에서 젠더가 중요한 이슈로 다시 등장한다.
 
 
흔히 사회적 약자를 이야기하면 전쟁 미망인, 고아, 윤락여성(성매매여성) 등을 1960년대까지 떠올렸다. 1980년대에 들어서 사회적 약자로 새롭게 장애인, 노인, 모자가족 등이 등장하였다. 그런데 복지제도가 확대되고 이른바 ‘한국형 복지국가’ 논쟁이 전개된 2000년대에 들어서 ‘청년’이 대표적 사회적 약자 집단으로 떠오르는 형국이다. 청년문제를 언급할 때 등장하는 ‘스펙 경쟁, 차별, 포기, 소외, 고립, 배제, 빈곤, 실업’ 등은 더 이상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여기에서 더 본질적인 문제는 이러한 청년문제에서 젠더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과거에 노동시장 진입 과정에서 남녀 성차별이 명백하게 드러날 때에는 젠더 이슈가 사회적 관심을 끌 수 있었다. 요즘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채용 면접에서 여성을 외모 등으로 차별하는 행위는 가능하지 않게 되었다. 법적기회의 평등이 노동시장질서 구성 요소로서 젠더의 존재를 잊게 만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젠더는 노동시장질서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서 기능한다.

세태가 변하여 모든 여성이 다 취업활동을 하려고 하고 또 하고 있는 것 같지만 놀랍게도 아직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경제활동참가율은 50% 정도를 웃도는 수준이다. 학교를 졸업하는 모든 여학생이 취업을 원하고 있고 또한 취업 경쟁에 뛰어드는 것을 본다. 쇼핑센터, 식당, 공연장 어디를 가도 20대 젊은 여성부터 4ㆍ50대 중년여성까지 계산대를 지키고 있고 판매장에서 감정노동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런데 왜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이 그렇게 낮은 수준일까?

‘M자형 곡선’으로 대표되는 여성생애취업주기가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그림 1). 학교 졸업 후 모두 취업경쟁에 뛰어들지만 청년기 여성은 임신ㆍ출산과 함께 돌봄 전담자로서 이른바 ‘경력단절’을 하는 것이다. 혼인 연령이 낮았던 2000년 경우 이미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이 임신ㆍ출산기인 20~24세 사이에 61.2%로 정점을 찍은 후 자녀가 엄마의 손길을 덜 필요로 하게 되는 30~34세 때 48.8%로서 최저점을 찍는다. 이 시기에 다시 여성들이 취업활동을 재개하는 것이다. 이러한 M자형 취업곡선의 정점이 2013년에는 늦춰진 혼인연령으로 인하여 더 오른쪽으로 이동하여 29세 정도가 되고 35~39세 사이에는 엄마들이 재취업을 시도하는 흐름을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요약할 수 있는 표현이 “15~54세 기혼여성 5명 중 1명이 경력단절을 경험하는 상황이다.”2)
 
<그림1>여성 연령별 경제활동참가율
 
 
출처: 통계청(2014),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보도자료)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이 경력단절 후 다시 높아지는 현상을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경력단절 여성이 진입할 수 있는 일자리는 대부분 이른바 양질의 일자리는 아니다. 경력단절여성은 대표적 저임금 집단이다. 일단 경력단절을 하게 되면 재취업이 어렵다. 따라서 그러한 상황에서의 재취업 일자리는 여성 당사자의 경력단절 이전 일자리에 비할 때 임금 수준과 노동환경이 현저히 떨어진다. 경력단절 기간이 길면 길수록 재취업 가능성은 낮아지고 재취업했다 하더라도 받을 수 있는 임금수준은 낮아지게 된다. 경력단절 이전 정규직 취업여성이 재취업 시 정규직으로 복귀할 수 있는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결국 경력단절 여성의 하향취업화, 경력단절 여성의 근로빈곤층화가 사회구조로서 자리잡게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청년기 여성의 경력단절은 여성노인빈곤의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다. ‘짧은 취업활동 기간과 낮은 임금 수준 → 여성노인빈곤’으로 이어지는 구도는 여전히 유효하다. 취업으로의 진입이 워낙 어려워진 상황에서 취업과정에서의 성차별을 문제시할 수 있는 토대가 많이 허물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법적 기회의 평등에도 불구하고 비가시적으로 남아있는 취업과정에서의 성차별에 대한 분석과 연구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더 나아가 취업과정을 힘들게 지나간 후 청년기 여성에게만 찾아오는 경력단절 이슈는 해당 세대의 30년 뒤 여성노인 빈곤문제로 재포장되어 등장할 것이다. 이러한 예측이 빗나가도록 현재 청년문제 관련 논의를 취업시장 진입 과정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에서 벗어나 청년기 가족구성 상황에까지 관심의 범위를 넓혀야 할 것이다.
 
1) 이하 관련 통계는 「통계청(2015), 2014 고령자
통계(http://kosis.kr/ups/ups_01List.jsp?pubcode=KO)」를 토대로 재구성하였음.

2) 통계청(2014.6.26),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2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