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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과 정책 제134호_성태윤_구조조정의 철학_지원과 성공의 원칙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6-06-17 12:42:31
  • 조회수 : 2111
현안과 정책 제134호
현재 한국경제는 장기침체 속에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지면서 대규모 해고의 위험이 증폭되고 있다. 최근 국책금융기관의 자본 확충 방안이 마련되면서 구조조정의 출발을 위한 준비는 시작되고 있지만, 실제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가장 큰 위험요인은 해고된 근로자들로 인한 일자리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구조조정 지원체계를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며 이를 가능하게 할 기본 원칙이 수립되어야 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현재의 상태를 배제한 채로 합의가 가능해야 한다는 존 롤스의 ‘무지의 베일’을 철학적 원칙으로 고려할 수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일자리 나누기와 결합된 해고의 최소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지원의 원칙만으로는 구조조정의 성공을 이끌 수 없기에 성공을 위한 또 하나의 원칙이 필요한데, 이는 회생가능부문과 그렇지 않은 부문을 구분할 수 있는 옥석을 나누기 위한 냉철한 이성적 판단이다. 하지만 사전적인 이성적인 판단도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실제 구조조정이 시행되면 계속적으로 평가하고 모니터링 하는 작업은 필수적이다. 현재와 같이 일부 부실기업이 정책금융기관 산하에서 상황이 악화된 데에는 이러한 원칙이 제대로 준수되지 못한 측면이 크게 기여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경제가 세계적인 불황과 내부적인 디플레이션에 따른 경기침체에 빠져들면서 수익성이 장기간 악화된 부실기업이 증가한 가운데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다. 물론 ‘구조조정’ 용어 자체는 경기불황에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경제 환경이 변화하거나 시장여건이 바뀌는 경우에, 기업과 산업이 새로운 형태로 변화하며 대응해 나가는 것을 뜻하는 ‘구조조정’은 실제로는 일종의 상시 개념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일상적인 변화는 반드시 대규모 해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장기침체 속에 증폭되는 대규모 해고의 위험
 
하지만,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구조조정은 상시적인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경기가 악화된 이후에 실시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직면하는 구조조정이기에 근로자들이 대규모 해고를 앞두고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 지고 있다.

더구나 조선업 같이 최근 구조조정의 첫 번째 대상으로 지적되는 산업 내에는 장기간 국책금융기관의 지원을 받으며 생존을 유지해온 기업이 포함되어 있고 이를 지원하던 국책금융기관마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어서, 과연 추가적인 지원을 계속해야 하는지 지원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하더라도 과연 실제 지원이 가능할지, 지원한다면 해당 기업이 살아날 수는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물론 최근에 국책금융기관에 대한 신용을 보강하기 위해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하는 방안이 마련됨으로써 일단 구조조정을 시작하기 위한 작업의 단초는 마련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체계가 완벽한 것은 아니고 일부 논란과 문제도 있지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기 쉬운 신용경색으로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구하기 어렵게 되면서 다른 정상기업까지 부실하게 하거나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구조조정 집행은 신속하게 전개할 필요가 있다는 측면에서 일단 출발점으로는 비교적 적절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국책금융기관에 대한 자본 확충은 출발점에 지나지 않아
 
하지만 국책금융기관에 대한 자본 확충은 구조조정의 여러 단계 가운데 출발점에 지나지 않는다. 역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구조조정이 실제 시작되면 근로자들의 해고가 불가피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준비하는 것이 실제로는 자본확충펀드의 설계보다 더욱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고용 및 해고 문제와 관련해서 일단 가장 기본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구조조정 대상기업의 근로자들이 고용된 채로 유지할 수 있도록 기업에 지원을 계속하거나 일자리를 잃는 근로자들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왜 국민 부담으로 특정 산업 또는 종사자를 도와야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곤 한다. 지금도 어려운 사람이나 계층이 많이 존재하고, 비단 조선업뿐만 아니라 다른 부문도 힘든 곳이 많은데 왜 하필 특정한 산업인지에 대한 문제 제기이다. 차라리 그 돈을 국민 개개인에게 공평하게 나눠 주는 것이 나은 것이 아닌가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특정 분야에 대한 구조조정 지원이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지에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다. 사실 이는 미국에서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동차 산업이나 금융기관에 대규모 구제금융을 지원할 때도 똑 같이 제기되었던 문제이다.
 

 
현재의 처지를 배제해도 합의될 수 있는 원칙이 구조조정의 철학
 
그런데 이 문제는 하버드 대학의 유명한 철학자였던 존 롤스(John Rawls)가 무엇이 공평한 것인지를 논할 때 사용했던 ‘무지의 베일(veil of ignorance)' 개념을 응용한다면 합리화의 논거는 찾아 볼 수 있다. 사회계약이론을 통해 정의(Justice)의 개념을 제시한 ‘정의론(A Theory of Justice)’으로 잘 알려져 있는 그는 자신의 현재의 처지를 배제 한 상태에서도 합의될 수 있는 법칙이 정의의 원칙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쉽게 말하면, 우리가 조선업이라는 특정한 산업에 종사하든지 그렇지 않든지 관련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원칙이 공평한 지원의 조건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존 롤스가 제시한 것은 일종의 가상적인 상황에서의 ‘사고실험(思考實驗)’이지만, 현실에서도 충분히 적용가능하다. 현실에 적용한다면 흔히 최악의 상황을 최소화하는 원칙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원칙에서 생각한다면 결국 구조조정 지원의 핵심은 해고를 최소화하되, 불가피하게 해고해야 한다면 해고 근로자들이 어려움에 처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해고 근로자들이 어려움에 처하지 않게 하는 것은 물론 일반적인 실업 지원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할 수 있는 이유는 현재 같은 산업 구조조정에서는 일순간에 대규모 해고로 실업자 풀이 크게 증가하면서 다른 실업자들도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어렵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고를 최소화하거나 실업상황에서 조금 더 오랫동안 버틸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일자리 나누기와 결합된 해고의 최소화 필요
 
그렇다면 ‘해고의 최소화’ 원칙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다른 국민들의 부담이 될 수 있는 지원을 받는 상황에서 그 지원을 받는 경제주체가 지원을 해주는 이들보다 더 나은 봉급을 받으면서 ‘해고까지 최소화’ 된다면, 롤스가 이야기한 현재 처지를 배제 한 상태에서도 합의될 수 있는 법칙에 해당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해고의 최소화’는 ‘임금의 적절한 감소’와 결합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결국 대규모 해고사태를 막는 구조조정 지원을 받기 위한 기초에는 ‘임금의 적절한 감소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와 결합된 해고의 최소화’가 있다.

이러한 원칙은 미국과 같이 시장경제가 발전한 국가에서 어떻게 특정한 산업에 대해 정부가 대규모 구제금융을 제공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과연 어떻게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함께 이루어진 대규모 구제금융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TARP (Troubled Asset Relief Program) 재원을 통해, 어려움에 처한 제네랄 모터스(GM, General Motors)에 우선주 매입의 형태로 지원된 자금은 130억 달러(원화 15조)에 이른다. TARP 지원에 따라 GM보다 더 큰 규모의 자금을 지원받은 기업들도 있기는 하지만 그 경우는 대부분 금융회사(씨티, 뱅크오브아메리카, AIG, JP Morgan Chase, Wells Fargo 등)라는 점을 감안하면 특정 제조업체에 이렇게 막대한 재원을 투입한 것은 흔한 사례로 보기는 어렵다.
 

 
구조조정 지원의 원칙: 사회적 합의
- 역지사지(易地思之), 십시일반(十匙一飯) 그리고 양보(讓步) -
 
물론 미국에서도 많은 논란과 비판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지원이 가능하고 결국 GM을 회생시킬 수 있었던 것은 정부 주도의 사회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며 이러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일종의 원칙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일자리 나누기와 결합된 해고의 최소화’이다. 그리고 이러한 ‘해고 근로자 지원’은 결국 하나의 단어로 요약할 수 있는데, 경영진, 근로자, 그리고 일반 국민 모두가 조금씩 ‘양보(讓步)’한다는 개념이다.

무지(無知)의 장막이 전제된 ‘원초적 입장(original position)'이라고도 불리는 롤스의 아이디어를 구조조정 지원의 철학으로 해석한다면 한 경제내의 모든 주체들이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십시일반(十匙一飯)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는 사람은 자신이 있는 원래의 자리에서 기존에 가졌던 기득권을 양보하는 자세라고 볼 수 있다.
 

 
구조조정 성공의 원칙: 옥석(玉石)을 나누는 냉철한 이성적 판단
 
그렇지만 이렇게 지원을 받아 구조조정이 이루어진다고 모든 구조조정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지원을 받으면서 이루어지는 구조조정이 결국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지도록 만들 수 있을까? 그 원칙은 또한 무엇일까? 19세기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유명한 경제학 교수였던 알프레드 마샬(Alfred Marshall)이 이야기한 것처럼, 경제학자는 ‘차가운 이성(cold head)과 따뜻한 감성(warm heart)’을 가져야한다. 그런데 바로 그것이 구조조정의 원칙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구조조정의 지원을 위해서는 따뜻한 마음이 필요하지만, 결국 구조조정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차가운 이성도 없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특정 기업에 대한 지원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정부가 주도하며 사회적 합의를 이끌었던 GM은 결국 지원받은 돈을 갚을 수 있도록 결국 회생하면서 구조조정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데, 여기에는 살릴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을 냉정히 구분한다는 옥석을 나누는 이성적인 판단의 기본 원칙이 있었다.

당시 GM은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이 가능한 부분과 회생이 어려운 부분으로 일단 사업을 분리시키는 작업이 있었다. 결국 회생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사업의 일부는 떼어내 청산시키고 나머지 부분은 매각해 새로운 회사로 탄생시키는 형식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일부를 청산시키고 새로운 회사를 만드는 과정에서 새로운 GM이 탄생했던 것이다.

흔히 조선업 위기라고 하지만 실제로 그 안을 들여다보면 부채비율에 있어서도 수천 퍼센트에 달하는 채무로 사실상 심각한 정도의 자본잠식 상태인 곳과 그렇지 않은 회사들이 존재하는 상황이고, 가장 심각한 상황인 대우조선해양의 경우도 기술경쟁력이 확보되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는 부분이 함께 있다. 즉, 세계적인 조선경기 침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안에도 서로 다른 이질적인 역량과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결국 정리해야 하는 부분과 끌고 나갈 부분에 대한 옥석을 나누는 작업이 구조조정의 성공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인 것이다.

특히, 지금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산업은 대규모 고정 설비가 들어 있는 특성을 지니기 때문에 옥석을 구분하지 못하고 무조건 정리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이 이루어진다면, 후일 경기가 회복됐을 때 다시 한국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도 없다. 물론 우리가 조선업을 넘어서는 더 높은 발전 단계로 진입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에 대한 기술력과 생산성을 갖추고 있다면 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현재로는 그렇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산업 자체를 포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세계적인 수요가 감소한 상황에서 지금의 과잉설비 상태를 그대로 끌고 나갈 수도 없다. 그렇기에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배제한 철저히 경제적인 원칙에 따라 옥석을 나누는 냉철한 이성적 판단이 구조조정의 성공을 위한 원칙이 되어야 한다.

대규모 해고의 위험이 증대되는 형태의 구조조정이 임박해지고 있다. 대규모 해고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우리 경제 전체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큰 위험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불가피해지는 구조조정을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한 명확한 원칙이 필요하다. 먼저 구조조정에 따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지원의 원칙에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이를 이끌기 위한 정부의 주도적 노력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합의의 대원칙은 ‘일자리 나누기와 결합된 해고의 최소화’ 그리고 ‘해고 근로자 지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경제주체의 ‘양보(讓步)’이다. 하지만 지원만으로 구조조정은 성공할 수 없듯이, 성공의 원칙 역시 필요하다. 그 성공의 원칙은 회생시킬 부분과 청산할 부분을 명확히 구분하는 ‘냉철한 이성적 판단’이 되어야할 것이다.
 

 
계속적 평가와 모니터링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아
 
물론 때로는 사전적인 ‘냉철한 이성적 판단’도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그렇기에 구조조정의 과정을 계속해서 평가하고 모니터하며 지원 여부를 결정해 가는 계속적 작업의 중요성이라는 또 하나의 원칙 역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일부 부실기업이 정책금융기관 산하에서 현재와 같이 심각하게 상황이 악화된 데는 바로 그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측면이 크게 역할 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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