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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과 정책 제169호_이희옥_기로에 선 한중관계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7-03-17 21:00:11
  • 조회수 : 1565
현안과 정책 제169호
기로에 선 한중관계
이희옥 (성균관대학교 교수, 정치학)
한중관계가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전환은 중국의 부상 이후 동아시아 지역질서와 미중관계의 영향을 깊이 받고 있다. 사드배치를 둘러싼 한중관계의 어려움도 이러한 과정에서 파생된 현상이다. 따라서 사드배치 문제가 해결되어도 한중관계는 과거로의 복귀가 아니라 협력과 갈등이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새로운 정상(new normal)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한중관계에 한미동맹, 일본문제, 북한과 북핵문제 등 외생변수가 개입되면서 한국의 대중국외교도 사안별로 선택적으로 지지하고 반대하는 것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한국정치가 친미와 친중이라는 이데올로기 프레임에 갇히면서 외교비용이 크게 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대중국정책의 목표와 비전을 명확히 하는 한편 대중국정책의 외교적 자산을 동원한 패키지 딜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수직적 한미동맹을 업데이트 하는 과정에서 한중관계의 위상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관료문화에 젖은 외교 거브넌스를 혁신하고 시민사회와 전문가들과 함께 중요한 외교의제를 논의하는 협치의 외교문화를 구축해 정치적 매몰비용을 줄여나갈 필요도 있다.
 
사드와 한중관계의 전환
 

2016년 7월 8일 한미 양국은 사드배치를 결정했고 탄핵국면인 2017년 3월 6일 사드부지가 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군이 발사대 2기와 일부 장비를 수송기를 통해 전격적으로 반입하면서 사드 조기배치를 기정사실화했다. 이로 인해 중국의 대한국 경제보복 수준이 높아지는 등 한중관계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사실 1992년 수교 이후 한중관계는 비슷한 시기에 수교하거나 복교한 다른 국가에 비해 모범적 관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 정치안보, 경제, 인문 등 제 영역에서 양국관계가 크게 발전했고, 2008년에는 양자 뿐 아니라 지역과 국제문제도 협의하는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맺기도 했다. 2015년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천안문 망루에 올라 열병식에 참여했고 한중 FTA를 체결했으며 한국이 아시아-인프라 투자은행에 가입하면서 ‘역사상 가장 좋은 관계’라고 평가되기도 했다. 특히 이러한 관계발전이 미국의 암묵적 반대 속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한중관계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져 보였다. 심지어 사드배치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정부는 중국을 고려해 한동안 ‘요청받은 적도 협의한 적도 결정한 것도 없다’는 유보적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과 연이은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사드배치 논의가 본격화되었고 여기에 북핵문제에 대한 중국의 소극적 역할로 인해 대중국 불신도 결합되었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트럼프 정부 출범 직후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인 마이클 플린과 만나 “중국이 반대하더라도 상관하지 않고 사드를 배치할 것”이라고 발언하는 등 중국비난에 가세하기도 했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사드배치 문제는 2016년 10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탄력을 받았고 12월 말에는 한일 위안부 문제가 졸속으로 처리되는 등 한미동맹의 틀 속에서 한중관계를 처리하는 전략적 차등화가 본격적으로 전개되었다. 2017년 1월 북한의 제5차 핵실험은 사드 배치 도입의 불가피성을 설명하는 정당성의 논거로 활용했다. 중국도 사드문제가 동북아의 ‘전략적 균형’을 깨는 행동이라고 반발하면서 사드배치의 각 단계마다 한중관계가 출렁이게 되었다. 이처럼 사드라는 단일한 이슈가 한중관계의 블랙홀이 되는 현상은 양자관계에 이미지와 실체, 구조와 현상 사이의 괴리가 있다는 점을 확인해 주었다. 무엇보다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더 이상 한중관계와 북중관계라는 양자관계가 아니라 지역과 국제질서의 틀에서 작동하기 시작했으며, 이 과정에서 이미지 속에서 가려져 있던 한중관계의 구조적 현안들이 수면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미국은 동북아 세력균형을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지역 내 양자동맹과 지역동맹을 강화하는 한편 중국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한국을 전략적 가치를 지닌 린치핀(linch pin)으로 간주했다. 중국도 한반도에 대해 미국주도의 대중국 봉쇄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지정학적 의미를 지니는 ‘운명공동체’로 접근했다. 특히 중국의 한반도정책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이라는 3원칙을 가지고 있었고 이러한 요소는 어느 하나도 빠트릴 수 없이 연계된 것이었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이 일종의 방법론이라면 그 목표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한반도 비핵화에 있다. 비록 북한이 제3차 핵실험 직후 ‘한반도 비핵화’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먼저 언급하기도 했지만 2009년 10월 중공중앙 정치국 상무위원인 류윈산(劉云山)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에는 다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다시 ‘한반도 비핵화’에 앞서 언급하기도 하는 등 가변적인 것이었다. 이렇게 보면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강조점의 순서 변화는 근본적 전략변화가 아니라 상황변화에 따른 전술적 조정이었다.1)


또한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인상적 변화는 미중관계와 역내 질서변화에 따라 한중관계와 북중관계를 동시에 관리하는 한편 ‘북핵 위험’과 ‘북한위험’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북핵문제를 북한문제와 연계할 경우 한반도의 긴장상태를 완화시킬 수 없을 뿐 아니라, 모든 한반도 이슈가 ‘북한문제’로 환원되면서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은 오랫동안 평화적 방식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하기도 어렵고 북한 비핵화를 위해 비평화적 방식도 사용할 수 없는 이중적 딜레마에 처해 있고 북핵문제 해결이 관련 국가들의 ‘전략적 인내’를 통한 장기적 과제라는 비관론도 넓게 퍼져 있었다.  

 
한중관계의 외생변수
 

기본적으로는 한중 양국의 정치체제가 다르기 때문에 상호인정에 한계가 있었고 이와 관련된 한반도통일, 한미동맹, 북핵과 북한문제, 일본문제 등에서는 인식차이와 기대차이가 있었다.2)

 

첫째, 한반도 통일에 대한 인식차이이다. 중국은 한반도 통일에 대해 원론적이고 공식적으로 지지해 왔다. 그 핵심은 자주적, 평화적 통일이며 이를 위한 방법론은 대화, 신뢰, 협상을 통한 남북관계의 발전이었다. 반면 한국의 역대정권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중립화’보다는 자유민주주의적 가치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북한이 사실상 ‘두 개의 한국(two Koreas)’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중국이 한국과 함께 한반도 통일에 대한 최종상황(end state)에 합의하고 동시에 추진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한이 구체적 통일과정에 진입하기까지 미국에 앞서 선제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런 점 때문에 중국은 한국주도의 통일논의에 공식적으로 참여하거나 지지하지는 않았고, 이와 관련한 고위급 전략대화의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실제로 2015년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과 한반도의 평화통일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힌 바 있지만, 중국은 이를 공식적으로 확인해준 바가 없고 실질적인 후속조치도 없었다.

 

둘째, 한미동맹에 대한 인식차이이다. 한국은 한중관계에 대한 상관성을 높여왔음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한미동맹의 기본 축을 유지해왔고 사실상 한미관계와 한중관계에는 현실적으로 전략적 차등화가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은 한미군사동맹을 ‘냉전의 유산’으로 보기 시작했다. 사실 중국은 그 동안 미국의 역외균형자(offshore balancer)의 역할을 현실적으로 수용해왔으나 지역차원에서 미중간 세력전이 양상이 나타나면서 한미동맹을 문제 삼는 경향도 자주 발생했다. 예컨대 이명박 정부 출범초기 한미 FTA 타결과 함께 한미관계를 복합동맹으로 발전시킬 때, 천안함·연평도 사건이 발생한 이후 미군을 한반도 인근해역으로 불러오자 한미동맹을 강력하게 비판하기도 했다.3) 사드배치 과정에서 한중관계가 악화된 것도 한국의 한미동맹 환원론에 대한 중국의 문제제기로 볼 수 있다. 이것은 한미동맹을 강화해 중국의 정책변경을 시도할 경우 미중 간 세력경쟁을 한반도에 끌어들이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북핵과 북한문제에 해결에 대한 목표와 방법의 차이이다. 한국은 그동안 남북관계에서 ‘포용정책’과 ‘엄격한 상호주의 정책’을 모두 실시한 바 있다. 일정한 성과가 있었지만 동시에 한계도 있었다. 그러나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지속하면서 한국의 보수정부는 제재일변도의 강압외교를 선택했다. 즉 북핵문제에 대한 중국의 소극적 역할을 비판하고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성의 있는 조치’가 있을 때까지 압박과 제재에 집중해야만 협상과 도발을 반복하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고 보았다. 나아가 북한이 비핵화를 선택하지 않는 한, 정권변화도 추진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반면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북한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체제의 안정’을 통한 변화를 추구했다. 즉 북한의 핵무기 발전은 주변지역의 핵도미노 현상을 가져오고 한반도에서 미중 간 전략적 균형을 깰 뿐 아니라, 중국의 안전(safety)에도 영향을 준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북한의 ‘이유 있는 안보우려’를 고려해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함께 다루는 ‘표본겸치(標本兼治)’를 강조했다. 또한 유엔의 대북제재의 목표도 ‘제재는 대화를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하며, 북핵 동결을 전제로 6자회담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러한 중국의 인식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 2270호의 취지에도 그대로 담겨있다.


넷째, 일본의 역내 역할에 대한 인식의 차이이다. 중국은 지역 세력전이의 차원에서 일본의 영향력을 줄이고 역내 주도권을 약화시키는 데 관심을 기울여왔다. 중국이 신형대국외교를 추진한 배경의 하나도 미중관계를 통해 일본의 행동을 제약하기 위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일본은 미국이 역내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요한 축(anchor point)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은 미국의 강력한 압박 속에서 이루어지는 한일 군사협력이 자국의 전략적 이해와 상충한다고 보았다. 2016년 11월 한일 비밀군사정보호협정(GSOMIA)에 대해 “냉전적 사고를 고수하고 정보군사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한반도의 대립과 대결을 더욱 격화시키는 것”4)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런 점에서 한·미·일 협력의 틀 속에서 한일안보협력이 작동하는가, 그리고 일본의 ‘전쟁할 수 있는 국가’ 그리고 역사수정주의에 대한 한국의 외교적 자세가 한중관계의 새로운 변수로 작동하고 있다.  

 
사드배치와 반발논리와 한중관계의 그림자5)
 

이러한 한중관계 발전에 있어 사드배치는 한중관계의 구조, 국면, 사건 모두를 포괄하는 매우 중요한 시금석이다. 한국정부가 사드배치를 결정한 데에는 다음과 같은 논리가 있었다. 첫째, 북한 비핵화 속도 보다 북한 핵무기와 미사일 기술발전이 빨라진 상태에서 안보불안감이 크게 고조되었고 이에 따른 자위적 조치가 필요하다. 둘째, 안보취약성을 보강하고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여건을 보장하는 등 한미동맹의 방기(abandonment)에 대한 위험관리가 필요하다. 셋째, 레이다 유효 탐지거리가 한반도에 국한되고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탐지하기 위해 북쪽으로만 지향되어 운용되는 등 제3국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 넷째, 이 사안은 안보주권에 해당하기 때문에 주변국과의 관계를 고려하지만, 최종적으로는 국가이익에 따라 독자적으로 결정한다. 다섯째, 사드배치가 미국의 탄도미사일 방어체제(BMD)에 그대로 편입된다는 것은 기우이며, 킬체인(Kill-Chain)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제(KAMD) 운용에는 변함이 없다. 여기에 국회의원 선거 결과 여소야대 국면이 등장하면서 보수정권이 사드 배치를 연기할 수 있는 시간적 제약이라는 국내정치적 요인도 작동했다.


한편 중국이 반발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현실적으로 하나의 사드 포대로는 북한의 공격용 무기체계를 군사적으로 억제(deterrence)하거나 북한의 행태를 바꾸는 강압(compellence)수단이 될 수 없다. 둘째, 미군이 도입하고 미군이 운용하는 사드의 탐지범위는 미국의 필요에 의해 얼마든지 변경이 가능하며 중국의 안보딜레마를 심화시킬 것이다. 셋째,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의 일환으로 한·미·일 안보협력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장기전략이 투사된 결과이다. 넷째, 사드 시스템이 현재를 위한 방어체계라는 것은 위장이며 미래시점을 위한 전략적 무기이며, 사드 시스템은 향후 요격 시스템으로 발전할 수 있다. 넷째, 러시아가 사드에 대항하는 방어망을 배치하는 등 이 지역에서 ‘힘의 균형’이 변화하는 등 전략적 부담이 발생한다. 다섯째, 중국이 연해지역에 집중적으로 배치한 미사일 기지의 전략적 효용성이 반감되며 새로운 전략조정에 막대한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등 ‘전략적 균형’을 파괴한다. 여기에 한국정부가 이미 사드배치를 내부적으로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온 것에 대한 불신도 작용했다.


사실 중국은 한미의 사드배치 논의가 시작될 때부터 자국의 안보이익을 침해하고 전략적 균형을 깨는 행동으로 간주하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드배치 계획을 포기하기 바란다’, ‘사드배치는 한중관계를 파탄낼 것이다’, ‘사드배치는 중국을 겨누는 미국의 칼춤”으로 보는 등 비판수위를 높였다. 그리고 한미 양국이 사드배치를 결정하자 즉각 ‘강렬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명한다’는 공식성명을 발표했으며, 본격적으로 무기도입이라는 행동으로 옮기자 ‘이제는 양측이 서로를 향해 치닫는 상황에서 ‘빨간불을 켜고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기존의 한반도 정책 3원칙인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에 덧붙여 중국의 전략적 안보이익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사드문제는 중국이 ‘정당한’ 전략적 안보이익을 침해하는 사안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양보가 불가능하고 한국도 북한의 현존하는 위협에 대해 ‘자위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쉽게 타협점을 찾기는 어렵다. 특히 한중양국 정부는 합의할 수 있는 영역인 윈셋(winset)의 크기를 줄여 유리한 협상고지를 차지하려는 과정에서 여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청중비용(audience cost)을 높이고 있다. 따라서 향후 사드배치지역 발표, 배치일정 확정, 사드 도입, 설치와 운용 등 새로운 국면마다 양국관계가 심하게 흔들리고 마지막 순간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북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한 국제공조는 중국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느슨해지고 있다. 사드 배치 결정 직후 북한은 세 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이에 대해 한·미·일은 유엔안보리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언론성명 채택을 추진했으나, ‘사드배치 반대’를 함께 담아야 한다는 중국의 반발로 성사되지 못했으며, 최근 북극성2호 발사에 대한 유엔의 비판에 대한 중국의 외교적 행보에서도 나타난다.  

 
한중관계 출구는 있는가
 

또 하나는 중국의 보복과 제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대한국 보복은 일정한 매뉴얼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1단계는 언론을 통한 반한감정을 점진적으로 고조시키는 것이다. 실제로 한반도 사드배치 결정 이후 한 달 동안 사드 관련 보도와 논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단계는 인적, 문화교류의 제한이다. 중국 관광객의 한국 방문 제한, 유력 인사들의 한국 방문 및 회의 연기와 불허, 지방자치단체 간 행사 일방적인 취소 및 무기한 연기, 각종 트랙 1.5 대화 중단, 학술회의 등도 선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3단계는 경제적 조치로 비관세 장벽 강화, 소비자 고발프로그램(CCTV)의 한국기업 표적, 한중 통화스왑 협정 연정 지연 혹은 거부(2017년 10월 만료), 한국기업에 대한 직접적 압박여론의 동원 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틀에서 보면 중국의 한국에 대한 직접적 ‘보복과 제재’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첫째,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중간 규범과 제도경쟁의 본격화, 일본이 ‘전쟁할 수 있는 국가’를 향해가는 정책에 대한 대응, 남중국해 문제 등이 불거질 수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여전히 남아있다. 둘째, 중국이 한국의 이 문제에 대해 과도하게 개입할 경우 한국 내 중국위협론이 고조되고 안보리스크가 경제리스크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대중국 투자기업에 대한 심리적 위축을 가져오는 등 평판비용(reputation cost)이 늘어난다. 셋째, 중국이 다양한 보복과 제재수단을 가지고 있으나, 한국의 양보를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출구전략을 확보하기 어렵다. 넷째, 비관세장벽을 활용한 보복도 양국 모두 피해를 보는 무역구조에서는 한계가 있고, 중국도 세계무역기구로부터 시장경제지위(MES)를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따라서 중국은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북중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사드 문제의 근원인 미중 양국의 전략적 타협을 동시에 시도할 것이다. 왜냐하면 지나친 한중갈등이 한국을 미일동맹의 하위파트너로 편입될 가능성이 커지고, 북한의 도발에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한계가 있는 상태에서 동아시아 안보의 불확실성은 중국에게도 부담이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도 대중국 무역의존도가 25%에 달하고 한반도 통일을 달성하는 데 있어 중국의 건설적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한국 내 중국위협론과 반중여론을 활용한 ‘중국 때리기’는 실현성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반도 안보환경이 ‘북한 대 국제사회’의 구도에서 ‘한·미·일 대 중·러·북’ 구도로 전환되는 것은 한국외교에게는 매몰비용을 크게 발생시킨다. 실제로 북핵문제와 북한의 행동변화를 위해 사드배치를 결정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중국이 대북제재를 위한 국제공조가 이완되기 시작했고 북핵문제 해결이 더욱 더 어려워지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보면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는 국면은 한국의 대선을 거치면서 출구전략을 찾아갈 것이다. 중국도 일단 전술적으로 사드 철회론에서 중단론 또는 유예론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리고 비록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한 것이지만, 사드문제와 북핵문제를 분리해 접근하는 것은 향후 전략적 공간을 열어 놓고 있다. 다만 이러한 대화 재개까지는 몇 가지 고려사항이 있다. 우선 사드문제가 미중 간 전략경쟁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이 그 공간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가. 둘째 사드 배치의 원인을 제공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남북관계 개선 등을 통해 사드배치의 압력을 얼마나 줄여나갈 수 있는가. 셋째, 사드배치가 “국내용, 포대 하나만 수용, 발사체의 고정, 탐지목표 제한, 종말단계 미사일에 국한한 방어용”이라는 주장을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는가. 넷째, 사드 장비인 레이더와 발사대 등을 운용시스템을 변경할 경우 비행제한공역 설정, 안전거리 확보, 추가 부지 확보 소요 등의 사안에 대해 명확하게 반대할 수 있는가. 다섯째, 사드 배치 시기 등을 유연하게 접근하면서 전략적 불신을 해소하는 모멘텀을 찾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한국적 방안의 모색
 

한중관계는 과거의 정태적 균형을 넘어 동태적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에 접어들었다. 더욱이 한반도 안보환경이 미중관계 구조의 영향력을 받으면서 균형이 약화(eroding balance)되는 과정에서 한국이 선택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런 점에서 사드배치 결정과 해결과정은 한중관계의 중요한 리트머스 테스트(litmus test)가 되고 있다. 특히 한중관계가 한미동맹, 일본문제, 북한문제 등 외생변수가 개입되면서 질적 전환을 이루지 못한 상황에서 한국의 대중외교도 사안별로 선택적으로 지지하고 반대하는 것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한국의 국내정치가 친미와 친중이라는 이데올로기 프레임에 갇히면서 외교비용이 크게 늘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진실의 순간’에 대한 전략적 비전이 없다는 점이다. 예컨대 ‘북핵위협이 해소되면 사드는 자연스럽게 필요 없게 된다’는 것이 아니라. ‘북핵위협이 해소되면 사드는 철회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고 통일 이후의 주한미군의 존재방식에 대한 넓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며, 북한이 핵을 보유하면서 부분적으로 경제가 발전할 수 있는 나쁜 시나리오에 대한 전략적 답안도 찾아야 하고 엄청난 국방비를 투입하는 킬체인(Kill-Chain)이나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제가 얼마나 효율적인 국방전략인가에 대한 근본적 검토도 필요하다.


사실 그 동안 한국이 현실적 외교지분을 넘어선 한국적 방안(Korean solution)을 제시하거나 ‘한반도 문제의 국제화’에 기댄 해법은 국제사회에서 주목받지 못했다. 이런 점에서 한중관계를 동태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한미동맹을 업데이트하고 대중정책에 대해서도 저선(bottom line)을 설정하는 한편 대중정책의 비전과 목표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 실패 이후 새로운 고립주의 현상에 대응하는 다자주의를 창의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고 다양한 정책수단을 결합하는 ‘패키지 딜’을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예컨대 사드문제만 해도 그 근원이 되었던 북핵문제의 민감도를 낮추는 문제, 북핵동결과 함께 미사일과 핵을 모두 포함하는 협상모드로의 전환, 한미관계와 한일관계 등 양자관계를 한미일 안보협력과 분리해 접근하는 방식, 인권과 민주주의의 확산을 통한 대중국 외교자산, 남북관계의 모멘텀 확보 등을 다차원적으로 결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관료주의에 젖은 외교 거브넌스를 혁신하고 시민사회의 관심이 지대한 외교의제에 대해 전문가집단과 논의하면서 정치적 매몰비용을 줄이는 새로운 외교문화를 구축하는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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